저녁을 다 먹은 아이바는 나를 주술사 할머니에게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빛의 마법사요?"
"그렇다네 젊은이. 자네는 이 세계 사람이 아니야. 위대하신 정령이 그러는 군. 자네는 다른 세계에서
이곳으로 파견 된 빛의 용병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이미 마법의 사용법과 주문을 모두 자네에게 주었다고
하는데. 뭐 떠오르는 거없나?"
아이바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우리 오빠 최고라는 듯이 말이다.
대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 빛의 마법이라니. 그런데 그때 내 머릿속에는 알 수 없는 주문과 사용법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놀라웠다. 나의 표정을 본 할머니가 말했다.
"음. 이제야 생각이 나나 보구..."
주술사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고서 쓰러졌다.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자 아이바는 놀라서 할머니를 살폈다.
나는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잠들었어 오빠. 어떻게 된 거지?"
아이바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밖으로 뛰쳐 나갔다. 소녀의 뒤를 따라 나도 주술사 할머니의 집을
뛰쳐 나갔다. 마을의 모든 늑대 인간들이 쓰러져 있었다. 아이바는 일일이 한 사람씩 살펴보았다. 그리고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바는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모두 잠들었어. 어떻게 된 걸까."
그때. 하늘에서 어둠의 그림자가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들은 뭐지?"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그때 아이바가 말했다.
"들은 적 있어. 어둠의 마법사야 오빠. 세계를 삼키려는 어둠의 마법사!"
아이바의 말이 맞았는지 그는 깊은 미소를 지었다.
"오호. 나를 알고 있었던가? 아하. 그렇군. 너 때문에 이곳에 어둠이 들지 않았던 거야. 후후. 빛의 마법사라.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이야. 크큭."
나를 한 번 쳐다 본 그의 말이었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그리고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결국 저 어둠의 마법사를 물리치기 위해 내가
이곳으로 파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나지?
그때 검은 빛 줄기가 녀석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왔다.
"꺄악!"
빛은 아이바를 덮쳤고, 아이바는 고통스러워했다. 순간. 내 머릿속에 빛의 마법 하나가 떠올랐다. 그리고 주문을
외운 후 아이바를 향해 황금색 빛을 뿌렸다.
"(안티 매직 실드) 마법 거절 보호막!"
내 손바닥에서 나온 빛은 아이바를 감쌌고, 아이바의 비명은 멈췄다. 곧이어 나는 아이바를 향해 힐링을 뿌렸다.
건강해진 아이바는 나를 돌아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도 엄지를 치켜 세워보였다.
"이, 이럴수가. 내 (소울 데스) 영혼 죽음을 사라지게 하다니... 과연 빛의 마법사로군. 하지만 이건 어떠냐!"
주문을 외운 어둠의 마법사는 손에서 검은 구름을 뻗어냈다. 그 먹구름은 안개처럼 스멀 거리며 사방으로 펴져나갔다.
사방이 검은 안개로 뒤덮이자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바는 내 곁으로 다가와 작은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젠장. 어디 있는거야."
그때. 검은 안개 사이로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아이바는 잽싸게 달려들어 단검을 꽂아 넣었다. 그러나
아이바의 검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이럴수가."
아이바는 당황한듯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왔다.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면서 안개 사이사이로 녀석의 모습이
수 십개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 찾을 수 있으면 찾아 보시지. 음후화화화화화화. 흑!"
아이바의 단검이 녀석의 복부에 정확히 꽃혔다. 그러자 검은 안개와 녀석의 잔상들이 사라졌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녀석의 말에 아이바는 씨익 미소지었다.
"네 녀석 떠드는 소리가 여기서 들렸거든."
"...이런. 하지만 소용없다. 음화화화화."
녀석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는지 아이바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미처 피하지 못한 아이바는 녀석의 팔에 맞고서
뒤로 날아 올랐다.
"아이바!"
나는 달려가 아이바를 받았다.
"아야... 제법 아프네 저 녀석."
아이바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어서서 단검을 쥐었다. 녀석의 칼에 찔린 곳에는 상처 하나 나있지 않았다. 내가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찔렀는데."
"멍청한 녀석 빛의 마법사라는 녀석이 내 약점도 모르다니. 푸하하하하하. 빛의 마법으로 두른 무기가 아니면 내게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몰랐다는 거냐. 한심한 녀석. 그러고도 빛의 마법사라니, 움화화화화화화홧..."
오호라. 순간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주문을 모두 읊어내렸다. 그리고 아이바를 향해 모두 던졌다.
"(스트렝스 업) 힘 강화! (스피드 업) 속력 향상! (라이트닝 콩그레츄레이션) 빛의 축하! (스테미나 업) 안 지침! (갓 오브
라이트닝 소드) 신성한 빛의 검! 마지막으로 (엔젤 윙) 천사의 날개!"
나의 버프를 맞은 아이바의 몸은 눈부신 하얀 빛으로 감싸졌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을 때, 아이바는 아름답고 성스러운 천사가
되어있었다. 단검은 어둠을 베어버릴 성검이 변해있었고, 소녀에게서 나는 빛은 거룩함 그 이상이었다. 아이바는 차가운 눈으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어둠에게 심판을."
"이, 이럴수가. 말도 안... 돼?"
순식간이었다. 나는 아이바가 어떻게 녀석을 베어버렸는지 보지 못했다. 녀석도 당황한 듯했다. 다만 그녀가 녀석의 뒤에
나타났을 때. 녀석의 몸에는 대각선으로 난 빛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흔적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녀석은 빛 속으로
사라졌다. 녀석은 사라지면서 울부짖었다.
"이렇게 끝날 순 없어. 안 돼. 안 된다고...!"
녀석이 사라지자 아이바에게서 풍기던 거룩한 빛도 사라졌다. 그리고 아이바는 그자리에 쓰러졌다.
"아이바!"
나는 아이바의 곁으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잠이 든 것 같았다. 많이 피곤했나보다. 날은 어느새 밤이 되어있었다.
밝은 달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아이바가 깨어 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내 몸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뭐, 뭐야 이거."
나는 점점 투명해지는 내 몸을 보며 혼잣말로 소리쳤다. 이럴수가. 이럴수가... 그때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세계에서 내가 할 일은 끝났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라져 가면서 아이바를 바라보았다. 깨어나면 오빠 행세를 해줄려고
했는데. 그러는 사이 내 몸은 완전히 사라졌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붕대를 감은 채 병원에 누워있었다. 하수구에 빠져서 큰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나는 모든 게 꿈이었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읽던 판타지 소설의 영향으로 그런 꿈을 꾼 듯했다. 하지만 손에 난 상처는 내게 그것이 꿈만은 아이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내 손에는 의남매를 맺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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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긴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냥... 완결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