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덜 아팠던 것 같아…….’
그녀는 생각했다.
분명히 그녀는 저 넓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온 것은 저 넓은 땅이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어두워…….’
주변은 완전한 어둠이었다. 한줄기 빛도 없는 어둠. 자기 자신마저도 인지할 수 없는 어둠.
‘사후세계라는 게 이런 것일까? 너무 외롭고 쓸쓸한 것 같아…….’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지 알 수 없는 어둠.
그제야 그녀는 살짝 후회했다. 자신이 너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 그렇게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미 그녀는 죽었고 더 이상의 삶은 없었다. 삶의 가치라는 것이 있다면 그녀는 이미 0원이리라. 혹은 폐기품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지도 몰랐다.
‘그래도 혼자라는 거……. 생각보다 좋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래 좋을지도 몰라…….’
그렇게 자신을 타일렀다. 이제 그녀는 얼마나 이곳에 있게 될까? 어느 종교처럼 환생이라는 것이 있어서 얼마 뒤에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다른 곳에서 태어날지도 모른다. 그때 그녀는 인간일까? 아니면 동물일까? 아니면 식물일까? 혹은 생명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목숨을 꺼뜨렸으니 그 벌로 지옥 같은 곳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여기서 영원히 혼자 있게 되는 걸까?
어느 쪽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런 쪽의 이야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영원히 여기 혼자 있는 것이 좋을지도…….’
그렇게 생각했을 때 저 멀리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해보았다. 천국이라는 것일까? 아니면 저건 그녀 이외의 누군가일까? 다가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움직이는 걸까? 애초에 이곳에 ‘이동’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그 빛은 점차 그 밝기를 더해가며 그녀 주위의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빛이 빛이…….’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꼈다. 빛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보통 빛이라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아닌 목이 졸리는 듯 한 답답함을 느꼈다.
‘싫어 다가오지마’
그 순간 모든 것은 모습을 갖추었다. 그녀의 소리 없이 공허했던 외침은 이윽고 소리라는 개념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다가오지마!”
그녀의 온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창문 밖에서 몇 줄기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줄기들은 그녀의 얼굴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그녀 자신은 분명히 침대위에 있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침대 위였다.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혀있는 방이 눈에 들어왔다. 청소라는 것을 이미 등한시한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자랑하는 듯 한 모습이었다. 교복이나 속옷들도 이리저리 널려있고 교과서와 가방 같은 학업을 위한 도구들도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흩어져있었다. 책상 위도 쓰레기로 너저분했다. 아마 방밖의 광경도 그와 비슷할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집’이었다.
“어째서…….”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들은 꿈이었을까? 그럼 어젯밤에 했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모두 꿈이라는 것일까?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불도 덥지 않고 그대로 침대위에 누워 잤는지 회색의 무미건조한 교복을 입은 채였다. 양말까지 신은 상태였다. 온몸에서 흘린 땀으로 흠뻑 젖어서 긴 머리는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고 옷도 땀으로 젖어있었다.
침대 아래로 내려오기 위해 바닥에 발을 디딘다. 방바닥의 차가운 감촉이 양말을 통해 그녀에게로 전해졌다. 왠지 자신의 방인데도 낯설게 느껴지는 듯 한 느낌을 가지며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어…….”
그녀는 혼잣말을 계속 되뇌었다. 어제의 그 기억은 처절할 만큼이나 진짜 같았다. 꿈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그 강한 바람의 느낌도 지면과 맞닿을 때의 그 차갑고도 날카로운 감촉도.
그러다 그녀는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하얀 봉투 하나를 보았다. 그녀는 그 봉투를 유심히 쳐다보다 소스라치며 뒷걸음질쳤다. 그러다 아무렇게나 쌓여있던 책더미에 발이 걸려 뒤로 넘어졌다. ‘우당탕탕’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주변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히 그 봉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봉투에는 앳된 글씨체로 ‘유서’라고 적혀있었다.
“으아아아아!!!!”
그녀의 찢어질 듯 한 비명소리가 온 집안에 퍼졌다. 그녀의 정신은 완전한 패닉상태에 빠져있었다. 얼굴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이미 원래 그녀의 모습은 알아볼 수 없었다. 눈에서는 왠지 모를 눈물이 흘렀다.
“유서가 있어 유서가 유서가……. 그렇다는 말은……. 그러니까 나는…….”
‘자살했어’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유서가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듯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온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윽고 눈에 들어온 것은 필통에서 반쯤 그 모습을 드러낸 커터칼이었다.
“나는 자살했어. 자살했으니까……. 살아있는 게 이상해. 죽어야 돼. 죽어야 된다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그녀는 커터칼에 손을 뻗었다.
‘결국 도망치는 거야’
“도망? 그래 도망치는 거야? 용서할 수 없는 이곳에서!”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커터칼을 최대한 길게 빼낸다. 붉은 색의 그 커터칼의 날은 별로 쓰지 않아서 그런지 날이 제대로 서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커터칼을 들고 있지 않은 반대편 손의 손목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그러니까 이렇게라도! 흐흐흐…….”
그녀는 이제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그녀의 정신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정신이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래도 나는 죽을 수 없어’
“아니 죽어. 죽을 거야!”
그렇게 커터칼로 온힘을 다해 손목을 그었다. 운이 좋을 것일까? 아니면 나쁜 것일까? 정확하게 정동맥이 끊어지며 강렬한 피의 분수가 그녀의 손목에서 솟구쳤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왠지 모르게 키득키득 웃고 말았다. 그것은 가히 형용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목에서 흘러나온 피에 온몸을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녀는 눈앞이 어두워지며 몸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나는 죽일 수 없어’
마지막에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분명히 그녀는 저 넓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온 것은 저 넓은 땅이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어두워…….’
주변은 완전한 어둠이었다. 한줄기 빛도 없는 어둠. 자기 자신마저도 인지할 수 없는 어둠.
‘사후세계라는 게 이런 것일까? 너무 외롭고 쓸쓸한 것 같아…….’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지 알 수 없는 어둠.
그제야 그녀는 살짝 후회했다. 자신이 너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 그렇게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미 그녀는 죽었고 더 이상의 삶은 없었다. 삶의 가치라는 것이 있다면 그녀는 이미 0원이리라. 혹은 폐기품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지도 몰랐다.
‘그래도 혼자라는 거……. 생각보다 좋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래 좋을지도 몰라…….’
그렇게 자신을 타일렀다. 이제 그녀는 얼마나 이곳에 있게 될까? 어느 종교처럼 환생이라는 것이 있어서 얼마 뒤에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다른 곳에서 태어날지도 모른다. 그때 그녀는 인간일까? 아니면 동물일까? 아니면 식물일까? 혹은 생명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목숨을 꺼뜨렸으니 그 벌로 지옥 같은 곳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여기서 영원히 혼자 있게 되는 걸까?
어느 쪽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런 쪽의 이야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영원히 여기 혼자 있는 것이 좋을지도…….’
그렇게 생각했을 때 저 멀리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해보았다. 천국이라는 것일까? 아니면 저건 그녀 이외의 누군가일까? 다가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움직이는 걸까? 애초에 이곳에 ‘이동’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그 빛은 점차 그 밝기를 더해가며 그녀 주위의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빛이 빛이…….’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꼈다. 빛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보통 빛이라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아닌 목이 졸리는 듯 한 답답함을 느꼈다.
‘싫어 다가오지마’
그 순간 모든 것은 모습을 갖추었다. 그녀의 소리 없이 공허했던 외침은 이윽고 소리라는 개념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다가오지마!”
그녀의 온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창문 밖에서 몇 줄기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줄기들은 그녀의 얼굴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그녀 자신은 분명히 침대위에 있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침대 위였다.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혀있는 방이 눈에 들어왔다. 청소라는 것을 이미 등한시한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자랑하는 듯 한 모습이었다. 교복이나 속옷들도 이리저리 널려있고 교과서와 가방 같은 학업을 위한 도구들도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흩어져있었다. 책상 위도 쓰레기로 너저분했다. 아마 방밖의 광경도 그와 비슷할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집’이었다.
“어째서…….”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들은 꿈이었을까? 그럼 어젯밤에 했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모두 꿈이라는 것일까?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불도 덥지 않고 그대로 침대위에 누워 잤는지 회색의 무미건조한 교복을 입은 채였다. 양말까지 신은 상태였다. 온몸에서 흘린 땀으로 흠뻑 젖어서 긴 머리는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고 옷도 땀으로 젖어있었다.
침대 아래로 내려오기 위해 바닥에 발을 디딘다. 방바닥의 차가운 감촉이 양말을 통해 그녀에게로 전해졌다. 왠지 자신의 방인데도 낯설게 느껴지는 듯 한 느낌을 가지며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어…….”
그녀는 혼잣말을 계속 되뇌었다. 어제의 그 기억은 처절할 만큼이나 진짜 같았다. 꿈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그 강한 바람의 느낌도 지면과 맞닿을 때의 그 차갑고도 날카로운 감촉도.
그러다 그녀는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하얀 봉투 하나를 보았다. 그녀는 그 봉투를 유심히 쳐다보다 소스라치며 뒷걸음질쳤다. 그러다 아무렇게나 쌓여있던 책더미에 발이 걸려 뒤로 넘어졌다. ‘우당탕탕’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주변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히 그 봉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봉투에는 앳된 글씨체로 ‘유서’라고 적혀있었다.
“으아아아아!!!!”
그녀의 찢어질 듯 한 비명소리가 온 집안에 퍼졌다. 그녀의 정신은 완전한 패닉상태에 빠져있었다. 얼굴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이미 원래 그녀의 모습은 알아볼 수 없었다. 눈에서는 왠지 모를 눈물이 흘렀다.
“유서가 있어 유서가 유서가……. 그렇다는 말은……. 그러니까 나는…….”
‘자살했어’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유서가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듯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온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윽고 눈에 들어온 것은 필통에서 반쯤 그 모습을 드러낸 커터칼이었다.
“나는 자살했어. 자살했으니까……. 살아있는 게 이상해. 죽어야 돼. 죽어야 된다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그녀는 커터칼에 손을 뻗었다.
‘결국 도망치는 거야’
“도망? 그래 도망치는 거야? 용서할 수 없는 이곳에서!”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커터칼을 최대한 길게 빼낸다. 붉은 색의 그 커터칼의 날은 별로 쓰지 않아서 그런지 날이 제대로 서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커터칼을 들고 있지 않은 반대편 손의 손목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그러니까 이렇게라도! 흐흐흐…….”
그녀는 이제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그녀의 정신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정신이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래도 나는 죽을 수 없어’
“아니 죽어. 죽을 거야!”
그렇게 커터칼로 온힘을 다해 손목을 그었다. 운이 좋을 것일까? 아니면 나쁜 것일까? 정확하게 정동맥이 끊어지며 강렬한 피의 분수가 그녀의 손목에서 솟구쳤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왠지 모르게 키득키득 웃고 말았다. 그것은 가히 형용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목에서 흘러나온 피에 온몸을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녀는 눈앞이 어두워지며 몸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나는 죽일 수 없어’
마지막에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