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손님을 과자와 음료수로 거실에 봉인한 채, 벽 뒤에 숨어서 동생과 소소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사실상 집 주인인 두 명이 숨어 있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왠지 분위기에 떠밀려버렸다.
"그래서, 어쩔거야 형? 저 여자, 정말로 이대로 집에 살게 할거야? 곤란해!"
"곤란해? 네가 곤란한 건 여친 때문이겠지. 미안하지만 난 그런거 안키우네요 부왁!"
"그렇다고 같이 살거야?!"
아아, 그렇다.
한국에 놀러오는 겸에 어머니의 서신만 전해주러 온 정도의 레벨이라면 얼마나 고마울까. 잠깐의 취조 결과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한 저 여자의 목적은 단 한가지였다. '몇 년일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올 때 까지의 하숙'. 정상적인 부모로서 한창일때의 아들들만이 사는 집에 여자를 보낼 수가 있냔 말이다!!
"후후후...이렇게 어머니 뜻대로 집에 빈대를 붙일 수는 없지."
뒤로 슬쩍 슬쩍 물러서는 동생을 뒤로 한 채 나는 한아름 웃음을 지으며 머리 뒤로 길게 늘어진 은발 옆으로 다가갔다. 금 빛 감도는 눈동자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욱."
"...?"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외모다. 누가 봐도 한국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새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망울. 길게 빠진 팔 다리에 굴곡이 확실한 몸. 아무런 특징 없는 후드에 짧은 청바지를 입고 있는게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오히려 몸매를 부각시켜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런 여자가, 여자 면역 세포라고는 몇 마리 채 살지 않는 나를 바라본다. 정상적인 생명 활동의 지장이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다. 그렇지 않으면...
정중하게, 과자를 먹고 계시는 손님에게 빌었다.
"제발 이 집에서 사는 건 봐주세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레이첼이 편도 비행표를 끊어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가 없어. 영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마땅히 머물 곳 도 없고."
해외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어머니의 이름이 레이첼이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논점은 그딴게 아니다. 지금 이 경계심 따위 찾아볼 수 없는 여자는 내 집에 빈대 붙을려고 이미 마음을 굳혔다.
"이거 맛있어. 더 없어?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질 못했어."
와삭! 와삭! 남자의 자존심도 절규도 과자에 묻히고 말았다. 뒤에선 빌어먹을 수컷의 막아도 들리는 웃음소리가 고개도 들지 못하게 만든다. 슬쩍, 여자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진짜 맛있게도 먹는다. 순결무구할 것 같은 입가에는 과자 부스러기가 잔뜩 묻어있다. 으으, 뭔가 위험한 느낌이 들어버릴 정도로 귀엽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 상황은 곤란하다. 하지만 나보다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부드럽게 핣는다.
"없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후라이팬을 기름에 달구고 있는 나였다.
옆에선 동생이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아아, 아름다운 형제애(愛)여.
"그래서, 어쩔거야 형? 저 여자, 정말로 이대로 집에 살게 할거야? 곤란해!"
"곤란해? 네가 곤란한 건 여친 때문이겠지. 미안하지만 난 그런거 안키우네요 부왁!"
"그렇다고 같이 살거야?!"
아아, 그렇다.
한국에 놀러오는 겸에 어머니의 서신만 전해주러 온 정도의 레벨이라면 얼마나 고마울까. 잠깐의 취조 결과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한 저 여자의 목적은 단 한가지였다. '몇 년일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올 때 까지의 하숙'. 정상적인 부모로서 한창일때의 아들들만이 사는 집에 여자를 보낼 수가 있냔 말이다!!
"후후후...이렇게 어머니 뜻대로 집에 빈대를 붙일 수는 없지."
뒤로 슬쩍 슬쩍 물러서는 동생을 뒤로 한 채 나는 한아름 웃음을 지으며 머리 뒤로 길게 늘어진 은발 옆으로 다가갔다. 금 빛 감도는 눈동자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욱."
"...?"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외모다. 누가 봐도 한국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새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망울. 길게 빠진 팔 다리에 굴곡이 확실한 몸. 아무런 특징 없는 후드에 짧은 청바지를 입고 있는게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오히려 몸매를 부각시켜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런 여자가, 여자 면역 세포라고는 몇 마리 채 살지 않는 나를 바라본다. 정상적인 생명 활동의 지장이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다. 그렇지 않으면...
정중하게, 과자를 먹고 계시는 손님에게 빌었다.
"제발 이 집에서 사는 건 봐주세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레이첼이 편도 비행표를 끊어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가 없어. 영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마땅히 머물 곳 도 없고."
해외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어머니의 이름이 레이첼이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논점은 그딴게 아니다. 지금 이 경계심 따위 찾아볼 수 없는 여자는 내 집에 빈대 붙을려고 이미 마음을 굳혔다.
"이거 맛있어. 더 없어?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질 못했어."
와삭! 와삭! 남자의 자존심도 절규도 과자에 묻히고 말았다. 뒤에선 빌어먹을 수컷의 막아도 들리는 웃음소리가 고개도 들지 못하게 만든다. 슬쩍, 여자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진짜 맛있게도 먹는다. 순결무구할 것 같은 입가에는 과자 부스러기가 잔뜩 묻어있다. 으으, 뭔가 위험한 느낌이 들어버릴 정도로 귀엽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 상황은 곤란하다. 하지만 나보다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부드럽게 핣는다.
"없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후라이팬을 기름에 달구고 있는 나였다.
옆에선 동생이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아아, 아름다운 형제애(愛)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