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들어오자 그 감정은 더욱 확실해졌다. 그녀의 눈에서는 이미 총기가 사라지고 없었고 어째서인지 며칠은 자지 못한 사람과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단정하게 정리한 긴 머리카락도 힘이 없어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자기 자리로 다가갔다. 그녀의 자리에는 이것저것 낙서가 되어있었다.
‘죽어버려’ 라든지 ‘저리 꺼져’ 라든지 그 외에도 다양한 낙서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평소에 느끼던 괴로움을 거의 느끼지 않고 있었다. ‘자포자기’라는 감정이 준 선물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 선물이 고마운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잠시 뒤 담임선생이 들어왔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어제 학교를 나가지 않았는데도 방문이나 전화는 없었다. 그만큼 그녀의 존재가치는 담임선생이라는 사람에게 마저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이 담임선생은 도대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살짝 그런 의문이 그녀에게 생겼지만 금새 사라졌다.
담임외의 선생들도 그녀에게 딱히 말을 걸지 않았다. 걱정해주는 사람 따위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슬픈 고독만이 남아있었다. ‘자포자기’는 현실이 되어 그녀에게는 단 한가지의 사실만이 되어가고 있었다.
“야 돼지”
점심시간에 누군가가 그녀를 부른 말이었다. ‘돼지’라는 어쩌면 너무 전형적이라 재미도 없는 별명을 붙인 장본인이 그녀를 부른 말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머릿결부터 고급이라는 느낌이 나는 소녀가 있었다. 회색의 무미건조한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유난히 그 존재가 부각되는 듯 한 소녀였다.
얼굴 표정부터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고 이목구비도 뚜렷했다. 미모라기보다는 호감형이라고 하는 편이 적당했다. 그런 그녀는 또래보다 가슴도 나오고 허리도 잘록해서 몸매만은 눈을 땔 수 없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원래라면 무릎까지 덮는 치마를 일부러 짧게 해서 허벅지가 다 들어내 보일정도로 하고 있었다. 얼굴보다는 몸매를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그녀의 이름은 정수정. 학교 최고의 인기인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그녀는 자신도 그것을 즐기는 소녀였다.
“대답은 안 하는 건가? 이서현?”
그녀는 어째서인지 몰라도 입학과 함께 그녀를 괴롭히는 선봉장을 맡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그저 존재감이 부족한 아이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를 서현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학교의 왕따로 내몬 것은 그녀의 소행이었다.
“으 응…….”
서현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는지 수정은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서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
“너. 어제 하루 학교에 나오지 않더니만 간이 배밖으로 나온 모양인데?”
그렇게 말하더니 그녀는 오른속으로 힘차게 서현의 뺨을 후려갈겼다. ‘찰싹’거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서현의 왼쪽 뺨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그녀는 흘리지 만은 않는다. 이미 익숙해진 광경에 반의 학생들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넌 말이지. 이런 년이야? 알겠어?”
“응…….”
그렇게 긍정 아닌 긍정밖에 할 수 없다. 자포자기 한 그녀에게는 오히려 그 편이 더 마음이 놓였다. 이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너 남동생있지?”
수정은 갑작스럽게 표정을 풀며 불쑥 남동생이야기를 꺼냈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인지 주변에 관심 없는 척 하며 듣고 있던 학생들도 그녀들 쪽으로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응…….”
서현도 약간 동요하고 있었다. 남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이야기였다. 지금이라도 동생이 돌아온다면 이 지독하게 어두운 마음이 좀 더 밝아 질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남동생이 있는 장소를 아는 애가 있다는 거야. 그것도 나랑 매우 친한 애가”
그녀의 표정에는 능글맞은 웃음이 번져갔다. 하지만 서현은 그런 표정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동생이 살아있다. 이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리고 그 남동생이 있는 장소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거짓말일지도 몰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랬다. 앞에 있는 것은 그녀를 괴롭히는 것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좋은 정보를 넘길 리 만무했다. 그렇다는 건 그녀를 어떻게든 골려줄 생각으로 저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급속도로 그녀의 눈동자에서 희망이 빛이 꺼져가기 시작했다.
수정은 서현이 급격히 흥미를 잃어간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말을 했다.
“그 애가 말이지. 너를 위해서 오늘 방과 후에 만나자고 하던데? 동생에 대한 걸 알아낼 절호의 기회라구. 어때?”
마지막 ‘어때?’만은 어쩐지 앞의 말과는 그 어조가 다르게 느껴졌다. 낭떠러지에서 등을 떠미는 듯 한 어조였다. 거부할 권리는 물론 받아드릴 권리조차 없이 그대로 주입되어 오는 어조였다.
‘어쩌면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녀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죽어버려’ 라든지 ‘저리 꺼져’ 라든지 그 외에도 다양한 낙서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평소에 느끼던 괴로움을 거의 느끼지 않고 있었다. ‘자포자기’라는 감정이 준 선물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 선물이 고마운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잠시 뒤 담임선생이 들어왔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어제 학교를 나가지 않았는데도 방문이나 전화는 없었다. 그만큼 그녀의 존재가치는 담임선생이라는 사람에게 마저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이 담임선생은 도대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살짝 그런 의문이 그녀에게 생겼지만 금새 사라졌다.
담임외의 선생들도 그녀에게 딱히 말을 걸지 않았다. 걱정해주는 사람 따위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슬픈 고독만이 남아있었다. ‘자포자기’는 현실이 되어 그녀에게는 단 한가지의 사실만이 되어가고 있었다.
“야 돼지”
점심시간에 누군가가 그녀를 부른 말이었다. ‘돼지’라는 어쩌면 너무 전형적이라 재미도 없는 별명을 붙인 장본인이 그녀를 부른 말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머릿결부터 고급이라는 느낌이 나는 소녀가 있었다. 회색의 무미건조한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유난히 그 존재가 부각되는 듯 한 소녀였다.
얼굴 표정부터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고 이목구비도 뚜렷했다. 미모라기보다는 호감형이라고 하는 편이 적당했다. 그런 그녀는 또래보다 가슴도 나오고 허리도 잘록해서 몸매만은 눈을 땔 수 없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원래라면 무릎까지 덮는 치마를 일부러 짧게 해서 허벅지가 다 들어내 보일정도로 하고 있었다. 얼굴보다는 몸매를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그녀의 이름은 정수정. 학교 최고의 인기인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그녀는 자신도 그것을 즐기는 소녀였다.
“대답은 안 하는 건가? 이서현?”
그녀는 어째서인지 몰라도 입학과 함께 그녀를 괴롭히는 선봉장을 맡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그저 존재감이 부족한 아이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를 서현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학교의 왕따로 내몬 것은 그녀의 소행이었다.
“으 응…….”
서현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는지 수정은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서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
“너. 어제 하루 학교에 나오지 않더니만 간이 배밖으로 나온 모양인데?”
그렇게 말하더니 그녀는 오른속으로 힘차게 서현의 뺨을 후려갈겼다. ‘찰싹’거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서현의 왼쪽 뺨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그녀는 흘리지 만은 않는다. 이미 익숙해진 광경에 반의 학생들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넌 말이지. 이런 년이야? 알겠어?”
“응…….”
그렇게 긍정 아닌 긍정밖에 할 수 없다. 자포자기 한 그녀에게는 오히려 그 편이 더 마음이 놓였다. 이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너 남동생있지?”
수정은 갑작스럽게 표정을 풀며 불쑥 남동생이야기를 꺼냈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인지 주변에 관심 없는 척 하며 듣고 있던 학생들도 그녀들 쪽으로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응…….”
서현도 약간 동요하고 있었다. 남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이야기였다. 지금이라도 동생이 돌아온다면 이 지독하게 어두운 마음이 좀 더 밝아 질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남동생이 있는 장소를 아는 애가 있다는 거야. 그것도 나랑 매우 친한 애가”
그녀의 표정에는 능글맞은 웃음이 번져갔다. 하지만 서현은 그런 표정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동생이 살아있다. 이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리고 그 남동생이 있는 장소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거짓말일지도 몰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랬다. 앞에 있는 것은 그녀를 괴롭히는 것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좋은 정보를 넘길 리 만무했다. 그렇다는 건 그녀를 어떻게든 골려줄 생각으로 저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급속도로 그녀의 눈동자에서 희망이 빛이 꺼져가기 시작했다.
수정은 서현이 급격히 흥미를 잃어간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말을 했다.
“그 애가 말이지. 너를 위해서 오늘 방과 후에 만나자고 하던데? 동생에 대한 걸 알아낼 절호의 기회라구. 어때?”
마지막 ‘어때?’만은 어쩐지 앞의 말과는 그 어조가 다르게 느껴졌다. 낭떠러지에서 등을 떠미는 듯 한 어조였다. 거부할 권리는 물론 받아드릴 권리조차 없이 그대로 주입되어 오는 어조였다.
‘어쩌면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녀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