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돛 단 ‘대항해시대 오리진’, 대해전부터 아틀란티스까지
모티프와 코에이테크모가 공동 개발하고 라인게임즈가 제공 및 운영하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최근 서비스 2주년을 맞았다. 본작은 90년대 초를 풍미한 시뮬레이션 게임 ‘대항해시대 1·2’에 기반한 멀티 플랫폼 MMORPG로, 일본 고전 명작이 국내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에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앞서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을 통해 코에이테크모와 협업한 바 있는 모티프 이득규 前대표가 개발한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2022년 8월 23일 론칭 후 그 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4관왕에 올랐다.
다만 영예로운 수상과 별개로 지난 2년이 내내 순풍만범이었던 건 아니다. 유명 IP 덕분에 화제성은 챙겼으나 그만큼 부응해야 할 기대치까지 높아진 반면, 시뮬레이션 원작을 MMORPG로 재해석하는 과정은 자못 험난했다. 멀티 플랫폼 대응을 위한 최적화도 문제였다. 서브컬처 장르가 주류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흥행이 쉽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결국 마냥 속 편히 축하하기 힘든 서비스 2주년이 찾아왔다. 마침 얼마 전 신임 박철우 디렉터가 부임했기에, 그로부터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 지휘봉을 넘겨받은 박철우 신임 디렉터
● 먼저 ‘대항해시대 오리진’ 디렉터로 취임한 소감을 듣고 싶다
: 시나리오 팀장서 디렉터로 올라서고 이제 두 달 조금 안됐다. 모티프에 근무한 기간은 6년 정도인데, 입사한 계기 자체가 예전부터 ‘대항해시대’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2편부터 5편 그리고 ‘대항해시대 온라인’까지 전부 플레이했다. 그래서 다름아닌 이 작품의 디렉터가 됐다는 게 여전히 놀랍고 그만큼 책임감 있게 제 역할을 다하려 한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물론 시리즈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결코 낮지 않으니 앞으로 유저 여러분이 원하는 좋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 디렉터 교체와 맞물려 개발 환경의 변화가 있나. 이득규 前대표의 거취는
: 지난 6월 이인 대표께서 취임하며 앞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쇄신 차원에서 몇 가지 변화가 따랐다. 다만 이득규 前대표도 여전히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고 ‘대항해시대 오리진’ 개발 환경 자체는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 코에이테크모측 PD도 아마노 유키요시로 바뀌었는데, 협업 체계도 변화가 없나
: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개발 초기부터 모티프가 개발하면 코에이테크모는 기획, 아트, 리소스 등에 대한 협의 및 검수를 진행하는 구조다. PD가 바뀌긴 했으나 이 과정에 변화는 없다.
● 본인도 시나리오 팀장으로 함께한 지난 2년의 서비스를 자평한다면
: 미비한 점이 많았음을 통감한다. 1주년 때 약속드린 로드맵이 결국 지켜지지 못한 데 진심으로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 중이다. 다소 명확치 못한 UI/UX와 게임 내 주요 정보의 확인이 어려운 부분을 개선하고 보다 현재 시점에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유저 여러분과 원활히 소통에도 힘쓰겠다.
취임 후 오리진 노트로 소통하며 호평을 이끌어낸 박 디렉터
● 아무래도 여타 장르에 비해 신규 유저가 뭘 하면 좋을지 헤매는 수가 많다
: 디렉터가 되고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해봤다. 그러면서 느낀 게 신규 유저를 위한 가이드가 너무 부족하다는 거다. 아무래도 지난 2년간 새로운 콘텐츠를 많이 추가했으니까. 거기에 맞는 가이드를 올해 내로 전부 갖추려 한다. 특히 교역의 경우, 새롭게 들어온 유저가 어떤 물품을 구입해서 어디다 팔아야 이윤이 남는지 파악하기 힘든 편이라 가이드가 꼭 필요하다. 물론 그래도 미흡한 부분이 발생할 텐데, 기존 유저들이 관련 공략을 공유하기 쉽도록 시스템적으로 지원 및 권장할 계획이다. 당장 지금도 공략 이벤트를 진행 중이며 명예 호칭처럼 밸런스에 영향이 없는 보상이 제공된다.
● 디렉터 취임 후 단시간에 많은 부분을 고치며 호평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 어느 게임이든 n주년 업데이트를 통해 굵직한 변화와 개선을 추구하지 않나. 우리 역시 밀수 같은 신규 콘텐츠와 항해사의 잠재 효과 추가 등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게 목표다. 이제 대다수 유저가 많은 항해사를 보유하고 육성까지 어느 정도 완료된 상황에서 다시금 덱 세팅의 즐거움을 드릴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다행히 좋은 반응이 돌아와 기쁘다.
● 최근 2주년 업데이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우선 황금 선박부터
: 현재 개량형 선박 건조는 설계도 Lv20을 달성해야 능력치가 최대로 발휘되는 구조다. 문제는 거기까지 다다르는 과정에서 쌓이는 개량형 선박 대부분이 쓸데없이 버려진다. 그걸 어딘가 재활용하자는 차원에서 확률형 콘텐츠로 황금 선박 건조를 도입한 것이다. 황금 선박은 설계도의 100% 고정 능력치를 지녔고 선실 개조로 여러 능력치를 추가 획득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좀 더 자유로운 선박 커스터마이징을 원하는 유저분들을 위한 것이다.
최근 2주년 업데이트로 밀수, 북극해역 등 많은 콘텐츠가 추가됐다
● 밀수는 기존의 교역과 달리 상당한 업보와 평판 감소를 각오해야 하는데
: 밀수를 기획한 의도는 더 큰 위험이 따르는 대신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거다. 다만 감수해야 할 리스크 대비 리턴이 다소 부족하다는 피드백이 있어 각종 지표를 주시하는 중이다. 아직 밀수 관련 효과가 전부 업데이트된 게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주기 바란다.
● 리스보아 같이 낯선 명칭을 되돌리고 조력 해역을 수정하기도 했다
: 굉장히 고민이 컸다. 사실 서비스 초창기부터 그러한 피드백은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라이브 서비스 와중에 주요 용어를 고친다는 게 여러모로 간단치 않다. 어쨌든 2년간 적응한 분들께 재차 혼란을 주고 이미 배포된 공략의 검색도 어려워질 테니까. 그럼에도 결단을 내린 건 원론적으로 ‘대항해시대’다움이 무엇일까 따져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게임을 즐기는 유저 대다수는 소싯적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팬이다. 따라서 원작에 가깝도록 수정하는 게 정답이라 판단했다. 이 역시 다들 만족하시는 모습에 잘 바꿨구나 싶다.
※ 리스보아 → 리스본 / 흐로닝언 → 그로닝겐 / 두블린 → 더블린 / 모삼비크 → 모잠비크 / 알이스칸다리야 → 알렉산드리아 / 콘스탄티니예 → 이스탄불 / 자야카르타 → 자카르타 / 알카히라 → 카이로 / 알비다 → 도하 / 쾨벤하운 → 코펜하겐 / 이카파 → 케이프타운 등 50개 도시의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지명이 교체, 이제 리스보아 아니라 리스본
● 2주년 업데이트 후 신규, 복귀 유저가 많이 들어왔나. 지표는 어떤가
: 기대 이상으로 하루하루 상승하고 있다. 오늘-인터뷰가 진행된 9월 4일- 기준으로 답하자면 유저 수가 30%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더욱 긍정적인 점은 업데이트가 완료된 후로도 이탈율이 매우 적다는 거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다. 준비 중인 향후 콘텐츠에 대해 소개해달라
: 앞으로 6개월 내에 선보일 첫 번째 콘텐츠는 실시간 모의전이다. 현재 모의전은 AI끼리 싸우는 방식인데, 해상 전투와 달리 실시간 진행이 안된다. 도중에 뭔가 지시하고 싶어도 제한되는 부분이 많아 전투를 즐기는 유저들을 위한 실시간 모의전도 따로 지원하려 한다. 특정 시간대에만 진행 가능한 방식이 될듯하다.
다음으로 유저 개개인이 운영하는 하우징 콘텐츠로 장원이 도입된다. 다양한 자원을 소모하여 각종 유용한 건물도 짓고 자신만의 장원을 키워갈 수 있다. 가령 교역품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를 마련하는 식이다. 여기에 생산 요소도 들어가고 항해사 육성의 부담을 덜어주는 기능 역시 아울러 준비 중이다.
끝으로 가장 개발력이 집중된 업데이트가 바로 대해전이다. 명칭 그대로 서비스 초기의 국가전을 계승 및 발전시키는 취지의 RvR 콘텐츠다. 과거 국가전의 양상이 고착화되는 문제를 상회전으로 풀어냈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대해전은 서버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더욱 대규모 RvR이 가능토록 기획했다.
먼저 한 국가의 총리가 특정 시기에 선전포고를 하고 여러 세력이 서로 협상하거나 동맹을 맺는 과정이 이어진다. 그렇게 대해전 양측 국가가 결정되면 전투 위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주력을 담당하고 교역, 탐험 위주의 유저들은 방어 강화 등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대해전 결과는 그 지역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터다.
● 대해전서 동맹이 가능하다면 각자에게 분배되는 보상은 어떻게 되나
: 대해전 결과에 따른 보상은 아직 논의 중인 부분이라 명확히 답하기 어렵다. 일단 현재로선 대해전에 참여한 유저들이 다양한 활동으로 공적을 쌓아 그 점수 기준으로 분배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 업데이트 시점에는 전혀 다른 방식일 수도 있지만.
국가전 부활로 계획을 틀어, RvR '대해전' 준비 중(관련 이미지 X)
● 적잖은 서버에서 에스파냐, 오스만 같은 국가가 압도적인데 싸움이 성립될까
: 물론 국력의 불균형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 역시 확답하긴 이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밸런싱을 위한 보정은 적용될 예정이다. 추가로 동맹을 통해 힘의 균형이 맞춰질 텐데, 가령 특정 국가가 압도적인 1위라면 나머지 2~8위 국가가 모두 손잡고 포위망을 형성하는 것도 가능한 구조다.
● 아무래도 유저간 전투가 들어가니 PK가 제한된 청해 서버는 빠지는 건가
: 대해전은 PvP 불가 서버에도 똑같이 업데이트된다. PK 제한은 어디까지나 평시 약탈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거지 특정 콘텐츠를 아예 즐길 수 없어선 곤란하다. 이미 모의전도 제공 중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 교역과 전투 관련으로 업데이트가 많은 반면 모험 콘텐츠는 다소 아쉽다
: 사실 ‘대항해시대’야말로 모험에 대한 게임인데, 그러한 콘텐츠가 부족한 편이라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앞서 소개한 바는 앞으로 6개월 내 선보일 업데이트고 그 후 다가올 3주년은 모험 콘텐츠에 집중할 것이다. 아무래도 IP 특성상 지구가 배경이고 바다를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되어왔다. 이제 그 영역을 넘어서 피렌체 같은 육지까지 나아가려 한다. 뿐만 아니라 엘도라도, 아틀란티스, 무 대륙처럼 신화적인 지역도 구현하고 싶다. 원작서도 그 존재가 암시되는 데다 특히 3편서 크게 다뤄진 바 있으니까.
● 육지가 그저 모험만을 위한 장소인지, 교역이나 전투도 가능할지 궁금하다
: 무대가 육지로 확장되면 거기에 도시들이 있을 테니 당연히 교역이 발생하지 않겠나. 육지를 돌아다니는 와중에 도적이나 맹수 혹은 다른 유저와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을 테고. 다만 해상전처럼 SRPG 방식이 될지 좀 더 빠르고 간편한 형태를 취할지는 고민 중이다.
3주년의 과제는 모험, 내륙은 물론 아틀란티스까지(관련 이미지 X)
● 연대기가 아직 없거나 평가가 나쁜 제독, 항해사에 대한 유지 보수 계획은
: 코에이테크모와의 검수 구조상 이미 공개 및 배포된 스토리 콘텐츠를 수정하긴 무척 어렵다. 대신 평가가 나쁜 연대기는 속편을 통해 보완하는 쪽으로 계획 중이다. 또한 연대기가 없는 제독은 표트르 1세와 이순신 장군이 있는데, 전자의 경우 앞으로 국제정세에 따라 추가할지 판단하려 한다.
● 지금까지 소개해준 내용이 앞서 1주년 때 공개한 로드맵과 전혀 다른데
: 기존 계획은 내가 디렉터로 취임하며 전부 초기화했다. 오늘 이야기 나눈 내용이 새로운 로드맵인 셈이다. 1주년 당시 공개한 로드맵은 현재 시점에서 재검토했을 때 유저들의 바람과 어긋나거나 급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일례로 상회전 관련 업데이트의 경우, 그보다 지금 ‘대항해시대 오리진’에 필요한 건 국가전이라 여겨 대해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 혹시 ‘대항해시대 3’ 등 다른 넘버링 타이틀로 확장해갈 생각도 있나
: 당초 코에이테크모와의 계약은 ‘대항해시대 2’ 그리고 ‘대항해시대 외전’ IP뿐이다. 다른 넘버링 타이틀을 바라는 마음은 통감하지만 그러려면 계약 수정이 불가피하다. 코에이테크모와 이야기 중이긴 한데, 당장은 뭐라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 그렇다면 앞서 ‘창세기전’의 사례처럼 내, 외부 IP와 콜라보는 어떤가
: 콜라보를 검토 중인 몇몇 후보 IP는 존재한다. 다만 그 역시 우리끼리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코에이테크모와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뭔가 공개할 만한 좋은 소식이 있으면 유저 여러분께 곧장 전하겠다.
지난 3월 '창세기전' 콜라보 제독, 항해사가 깜짝 등장한 바 있다
● 지난 6월 서버 통합을 예고한 바 있는데, 구체적인 일정이 잡혔는지
: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없다. 서버 통합과 서버 이전 가운데 어느 쪽이 상책인지 명확한 판단이 서면 진행하려 한다. 시장 경제를 다루는 게임 특성상 유저가 적은 서버에서 편안히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분들을 강제로 다른 서버로 통합하는 게 과연 좋은 방향일까 고민하는 중이다. 거기다 2주년 업데이트 및 이벤트 덕분에 유입이 많아져 서버 통합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상황은 벗어났다.
●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중요한 기조인 확률형 BM 배제는 유지될까
: 우리가 과거 CBT서 확률형 BM을 넣었다 호되게 지적 받지 않았나. 그때 확률형 BM을 배제하기로 결정한 건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팬 여러분이 지불한 비용에 합당한 가치를 받아가기 바랐기 때문이다. 지금도 올바른 결정이었다 생각하고 있고 매출에 치명적인 영향까진 없다고 판단 중이다.
● 앞서 원활한 소통에 힘쓰겠다 밝혔다. 오프라인 이벤트도 준비 중인지
: 우선 공식 커뮤니티에 개발자 노트를 많이 올리는 쪽으로 소통하고 있다. 아직 디렉터를 맡은지 두 달이 안되어 좀 더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 그 후에는 유저 여러분을 초청하여 간담회 같은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 끝으로 기존, 복귀, 신규 유저 모두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 “그간 성원해주신 분들과 금번 2주년 업데이트를 통해 찾아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막 출항했을 당시만 해도 정말 유저가 많았어요. 저희는 떠나간 그분들이 언제든 다시 돌아오실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해왔습니다. 다시금 항구를 메운 인파, 바다에 가득한 선박을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곧 20주년을 맞는데, 저희도 그만큼 오랫동안 유저 여러분과 함께하는 되고 싶습니다. 모쪼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새 돛 단 '대항해시대 오리진', 2주년 넘어 다시금 거친 바다로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