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러스 브랜드 35주년 그리고 ‘메타포: 리판타지오’의 미래
‘진 여신전생’과 ‘페르소나’의 산실로 국내서도 유명한 일본 게임사 아틀러스가 브랜드 35주년을 맞았다. 사실 회사 설립은 1986년이지만 자체 개발 및 유통을 맡은 게 1989년부터라 따로 기념하는 것. 최근 아키바하라에 마련된 아틀러스 페스와 연이은 해외 이벤트 참여도 신작 ‘메타포: 리판타지오’ 홍보 목적뿐 아니라 브랜드 35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함이다.
국내의 경우 히라오카 나오토 전무이사가 서울 팝콘을 통해 뭇 게이머와 만났는데, 무대 행사 후 잠시나마 본지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2002년 회사에 합류한 그는 ‘진 여신전생 3 녹턴’, ‘페르소나 3’ 등 다수의 프로덕트 매니저를 역임하고 컨슈머 소프트웨어국 국장, 아틀러스 USA 대표를 거쳐 현 아틀러스 전무이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과연 히라오카 전무에게 아틀러스 브랜드 35주년은 어떤 의미일지, 그리고 ‘메타포: 리판타지오’의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들어봤다.
[체험] 과연 아틀러스다운 판타지 RPG, 메타포: 리판타지오
● 방금 무대에 올라 한국 게이머들과 만난 참이다. 소감이 궁금한데
: 한국서 아틀러스가 무대 행사를 진행한 건 처음이지 싶은데, 솔직히 다들 찾아와줄까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참석하고 이야기도 굉장히 즐겁게 들어주어 기뻤다.
● 아틀러스 브랜드 35주년을 축하드린다. 그 역사를 함께 한 장본인으로서 소감은
: 오늘 부스나 스테이지 이벤트에 몇 명이나 와주셨을까. 2024년 한국서 그처럼 엄청난 수의 게이머들에게 신작을 소개하고 또 다들 큰 관심으로 회답한다는 건 내가 입사할 당시만해도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그땐 정말 일본만 바라보고 게임을 만들었으니까. 그러다 먼저 ‘진 여신전생’이 얼마간 팬덤을 확보하고 거기서 파생된 ‘페르소나’가 해외까지 확장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제 그 ‘진 여신전생’과 ‘페르소나’를 탄생시킨 메인 스태프가 ‘메타포: 리판타지오’라는 신작을 내니 뭔가 장대한 역사처럼 느껴진다. 나 또한 한 명의 동료로서 곁에서 체감하는 중이다. 아틀러스 브랜드 35주년 가운데 내가 일한 기간은 20년 남짓, 그보다 앞선 십여 년은 선배들이 다져준 토대다. 그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하며 감사드린다.
● 다사다난한 세월이었다. 게임 외에 다양한 사업을 벌였고 지분 구조도 많이 바뀌었다
: 초창기 아틀러스는 ‘프리쿠라(プリクラ, 즉석사진관)’로 큰 성공을 맛봤는데, 아쉽게도 내가 합류한 건 그보다 뒤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특히 아틀러스라는 사명 자체가 한 번 사라졌다 2013년 세가 그룹에 합류하고 2014년 부활했던 일은 좀체 잊히지 않는다. 그만큼 아틀러스에게 여러 가지 미래가 있었겠구나 싶어 생각이 많아진다.
● 그사이 회사 규모가 커지며 게임 개발에 종사하는 인원도 많아졌을 듯하다
: 내가 입사한 2002년 당시 게임 부문은 30명가량이 전부였다. 물론 ‘프리쿠라’와 아케이드 게임 센터를 운영하고 자체적으로 유통도 했기에 총원은 꽤 많았다. 어쨌든 콘솔 게임 개발만 하는 회사는 아니었으니까. 알다시피 지금은 콘솔 게임이 회사의 중심이 되었고 종사하는 인원도 22년 전의 10배 이상인 400명 가까이 된다. 나로서도 무척 감회가 새롭다.
● 아틀러스 브랜드 35주년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 세 작품을 꼽을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진 여신전생 3 녹턴’이다. 현재 아틀러스를 지탱하는 핵심 멤버가 거의 다 참여한, 이를테면 드림팀 같은 느낌이었기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게임 자체도 ‘진 여신전생 2’서 보다 세련된 방향으로 선회하여 훗날 ‘페르소나’로 계승되는 중요한 대목이다.
두 번째는 ‘페르소나 3’다. 회사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각오를 다지고 만들었으니까. 그만큼 게이머가 좀 더 받아들이기 쉽도록 신경 썼고 프로모션 역시 “아는 사람만 알면 된다”가 아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더욱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크게 흥행하여 올해 초 리메이크까지 이어졌다. 여러모로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내놓은 작품인데, 다행히 뭇 게이머에게 큰 사랑을 받아 재기의 발판이 됐다.
마지막은 ‘페르소나 4 더 골든’이다. PS 비타 이식을 결정한 건 우리 게임을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로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틀러스 최초로 전세계 판매량 100만 장이 넘고 메타크리틱 93점을 기록하는 큰 성공을 거뒀다. 그때까지 거치형 콘솔만 지원하던 게임을 휴대용으로 옮겨온 게 주효하지 않았을까. 당시 해외 진출을 계획하던 위치였던 터라 더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 바로 그 ‘진 여신전생’과 ‘페르소나’의 거장들이 본격 판타지 RPG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 이 장르를 오랫동안 다뤄온 만큼 세계적으로 판타지 RPG가 얼마나 큰 인기인지 잘 안다. 그래서 언젠가 판타지 RPG로 세계에 도전하는 것을 하나의 과제로 여겨왔다. 사실 ‘페르소나 3’를 만들 때부터 늘 바라왔지만 시기와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러다 ‘페르소나 5’가 전세계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자 비로소 적기라 여겨 과감히 추진했다. 우리에게 있어 ‘페르소나 5’는 3, 4편을 거치며 하고 싶었던 바를 모두 담아낸 시리즈의 집대성이다. 물론 ‘페르소나’는 무엇보다 중요한 IP지만 이제 그 다음 도전에 나서고자 ‘메타포: 리판타지오’를 만든 셈이다.
● ‘메타포: 리판타지오’ 개발을 맡은 제3프로덕션은 스튜디오 제로라 불리는 것으로 안다
: 확실히 ‘메타포: 리판타지오’ 개발 중추는 ‘진 여신전생’과 ‘페르소나’를 만든 메인 스태프지만 거기에 의도적으로 다양한 재능을 지닌 외부 창작자의 협력을 얻고 있다. 아틀러스 DNA와 더불어 좋은 의미로 새로운 자극을 주는 업계 동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독특한 작품이다. 내부 명칭은 제3프로덕션이지만 스튜디오 제로라 칭하는 이유는 그만큼 0에서부터,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의미다.
● 앞서 하시노 카츠라 디렉터는 ‘아틀러스다운’ 판타지 RPG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 세상에 이미 나와 있는 다른 작품과 비슷한 게 아닌 ‘이건 아틀러스야’라 느껴지는 유일무이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 누구 뒤를 따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 혁신을 이끄는 게 우리의 개발 철학이다. 또한 매력적인 스토리, 섬세히 설정된 캐릭터들, 화려한 UI로 대표되는 아트워크, 그리고 뭇 게이머를 고민케 만드는 전략적인 전투 시스템 등이 아틀러스다운 점 아닐까. 새롭고 독특한 게임 체험을 전달하는 것. ‘진 여신전생’과 ‘페르소나’는 물론 신작 ‘메타포: 리판타지오’도 공유하는 특징이다.
● 35주년 기념의 단발성 기획인가, 아니면 ‘진 여신전생’과 ‘페르소나’처럼 시리즈화될지
: 이렇게까지 큰 각오와 자원을 들인 만큼, 추후 여러분이 즐겁게 플레이하고 높은 평가를 내려준다면 당연히 새로운 대표작으로서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메타포: 리판타지오’는 기존 IP와 확연히 다르다. ‘페르소나’는 학교 중심의 현대극이고 ‘진 여신전생’은 보다 어둡고 진중한 세계관을 내세웠다. 반면 ‘메타포: 리판타지오’의 경우, 본격적인 판타지 RPG로서 뭇 게이머가 받아들이는 방식도 많이 달라지리라 본다.
● 아틀러스는 성공적인 미디어믹스로도 유명하다. ‘메타포: 리판타지오’도 준비 중인가
: 브랜드의 횡적 확장이란 의미에서 ‘메타포: 리판타지오’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언제나 멀티 유즈를 고려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라이선스 제휴까지 여러 가지로 여러분과 접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메타포: 리판타지오’는 아직 뭔가 밝힐만한 단계가 아니지만, 성우진이 무척 호화롭고 인게임 애니메이션의 품질도 뛰어나다. 아틀러스 페스타서 선보인 굿즈 역시 매우 큰 호평을 받았다. 따라서 미디어믹스를 전개할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 기존 IP를 잘 발전시키는 것과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것, 그 비율은 몇 대 몇 정도일까
: 중요한 건 팬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유저 앙케이트를 자주 진행하는 편이고 실제로도 참고가 많이 된다. 일례로 ‘페르소나 3 리로드’는 리메이크를 바라는 여론이 매우 컸기에 실현 가능했다. 다만 우리 스스로 게임을 만들며 “이런 것도 참 재미있을 텐데”란 아이디어는 늘 있으니까. 아무래도 특정 비율로 답하긴 어렵다. 팬덤의 기대에 부응하는 동시에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경험도 제안하고 싶다. 아틀러스는 늘 뭇 게이머의 즐거움이 최우선으로 한다.
● 앞으로 유저 앙케이트 범위를 넓혀 해외 게이머들의 목소리도 전해진다면 좋겠다
: 아시아 지역은 아직이지만 영어권에선 유저 앙케이트를 진행 중이다. 지금 여기서 구체적으로 답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그 범위를 넓혀 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세계 동시 발매를 실현해냈다. 어려운 점이 많았을 텐데
: 어려움이 없었다고 못하겠다. 솔직히 정말 쉽지 않았다. 과거에는 일본 발매 후 1년간 현지화 작업을 거쳐 해외로 나갔다. 그런데 해외 유저들에게 있어서 1년이란 시차가 꽤 크다. 당초 서프라이즈를 의도하여 넣은 요소가 그 1년 사이 SNS에 퍼지기도 했다. 전세계 동시 발매하는 와중에 모든 언어로 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건 무척 어렵지만 해내야 할 사명이었다. 멀티 플랫폼 지원 역시 지역마다 선호하는 하드웨어와 게임을 즐기는 환경이 다르기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게이머가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다. 이제 ‘메타포: 리판타지오’처럼 전세계 동시 프로모션이 가능하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전세계 게이머가 함께 열광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싶다.
● 올 초 ‘페르소나 3 리로드’는 기대작이었음에도 구독 서비스로 넣는 강수를 뒀다
: 오늘날 구독 서비스는 영상과 음악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는 트렌드다. ‘페르소나3 리로드’는 우리로서도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구독 서비스로 더 많은 게이머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앞서 말했듯 멀티 플랫폼 지원은 중요하므로 구독 서비스를 통해 보다 다양한 플레이 방식에 부응하고 싶다. 나아가 여러분이 아틀러스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더욱 기쁘겠다.
● 아틀러스는 장인이란 인상이 짙다. 신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 보통 일은 줄이고 싶기 마련인데 아틀러스는 되려 “더 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잦다. 그만큼 다들 굉장히 열정을 갖고 게임 개발에 임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우리 스태프가 장인이라 생각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답하자면 미들웨어 도입이 멀티 플랫폼 지원에 큰 전환점이 됐다. 특히 ‘페르소나 3 리로드’의 경우, 에픽게임즈서 언리얼 엔진 라이선스를 받아 활용하며 미들웨어가 갖는 이점을 크게 실감했다. 그 외에 다양한 툴이 많아서 처음부터 모든 걸 모델링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옛날이라면 몇 달은 걸릴 작업이 순식간에 끝날 정도다.
● 그렇다면 앞으로 미들웨어, 특히 상용 엔진의 비중을 늘려갈 계획인지
: 뭔가 표현할 때 어떤 툴이 가장 적합한지 늘 고민하고 연구한다.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엔진이 있는가 하면, 좀 더 판타지에 어울리는 엔진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언리얼 혹은 유니티만 쓰겠다는 게 아니라, 적절한 표현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자체 엔진을 기용할 것이다. 즉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맞춰 여러 엔진 가운데 최적의 툴을 선택하는 게 우리 방침이다.
● 앞서 휴대용 콘솔을 언급했는데, 그와 더불어 모바일은 어떻게 대응 중인지
: 모바일 시장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매우 큰 잠재력을 지녔다. 앞으로의 시대는 여러모로 보더리스(Borderless, 경계 없는)라 생각하며, 그런 의미에서 휴대용 콘솔과 모바일 게임의 구분도 차츰 희미해지지 않을까 싶다. 상반기 아시아 지역에 먼저 선보인 ‘페르소나 5: 더 팬텀 X’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중이다. 재차 말하건대 멀티 플랫폼 지원은 중요하다. 다만 우리가 표현하려는 바와 뭇 게이머가 원하는 바가 양립되어야 한다. 그것이 실현될 수 있다면 휴대용 콘솔이냐 모바일이냐 구분없이 우리 작품에 적합한 플랫폼을 선택할 것이다.
● 앞으로 브랜드 40, 50주년의 아틀러스는 어떤 모습일까. 특별히 바라는 점은
: 어려운 질문이다. 당장은 ‘메타포: 리판타지오’에 집중하고 있으니, 향후 40주년이나 50주년에는 앞서 이야기 나눴듯 뭇 게이머의 기대에 부응하여 큰 IP로 성장했기를 바란다. 사실 아틀러스 주년 행사를 다른 나라에서 한 적은 거의 없다. 이번에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팬덤과 만났으니 40, 50주년에는 전세계 게이머와 함께 축하할 수 있다면 진심으로 좋겠다.
● 한국과 일본은 서로 이웃나라이자 중요한 시장이다. 아틀러스에게 한국이란
: 물론 한국은 아주 중요한 지역이다. 한국 게이머들이 우리 작품을 즐겨주는 건 매우 기쁜 일이다. 당장 금번 부스나 스테이지 이벤트 행사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예전부터 한국이란 시장은 우리와 친화성이 높다고 여겼다. 오늘 뵌 분들도 아틀러스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것 같더라. 아마 전세계서 아틀러스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팬덤이 존재하는 곳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 개인적인 친근감도 느낀다. 앞으로 또 좋은 기회가 닿는다면, 적극적으로 한국 게이머 여러분과 만나고 싶다. (한국어로)감사합니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