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중심의 MMO와 드넓은 타겟층 어딘가에서, 소울워커 아카데미아 체험기
지난 2월 1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도 PC에서 모바일로 진출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라이언 게임즈가 개발한 PC MORPG에서 모바일 MMORPG로의 전환입니다. 그대로 게임을 이식하거나 변경하는 형태가 아니라, 게임의 장르와 플레이 흐름의 변경을 수반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결정에는 라이언 게임즈가 직접 작업한 것이 아니라, 다른 개발사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 콩유 게임즈가 개발하고 국내에서는 YJM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타이틀 명이 달라졌듯이 게임 전반이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PC와 같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르를 선택하면서, 일부 설정의 변화와 게임 흐름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하겠습니다.
액션을 강조하는 정체성보다는 모바일 MMORPG로의 정체성이 더욱 강화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체성은 ‘학원물 MMORPG로 재탄생하다’라는 카피라이트에서 충분히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PC 원작의 게임 플레이가 지역과 지역의 연결-이동으로 구축되었다면,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학원 - 지역 - 학원 - 지역으로 구분됩니다.
이능학원을 중심으로 '파견'되는 형태. 즉, 파견 노동자 되겠습니다.
흐름이 달라지면서 스토리 일부가 약간 변경되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는 변함은 없습니다. 원작을 플레이 했던 사람이라면, 일부 부분이 거슬릴 수 있겠지만 적당한 선에서 설정 변경이 이루어졌다고는 하겠습니다.
오히려 가장 크게 변화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MMORPG로서의 정체성 부분입니다. 학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구조 + 시스템의 추가. 그리고 전투와 육성 측면에서 변경된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고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입신고부터 시작하는 이능학원 생활
그러나 아카데미아는 MMORPG의 정체성이 더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개인마다 제공되었던 무대는 필드의 형태가 됐고 퀘스트에 따라서 자신만의 공간이 제공되는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필드 플레이지만, 때로는 별도의 인스턴스 환경을 보여준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장기간 성장 과정에서 액션의 가짓수를 늘리고 장비의 획득 또는 육성을 하는 것으로 플레이의 변주를 주기보다, 늘어나는 피해량과 새로운 능력치 강화 시스템에 더 비중을 둡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슬롯을 꽉 채우는 스킬과 액션의 가짓수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20레벨에 사용할 수 있는 최종 스킬이 개방되지만, 여기까지 도달하는데는 매우 짧은 시간만이 소요됩니다.
20레벨? 꽤 걸리겠네. 싶겠지만 매우 빠르게 레벨업이 이루어집니다.
한 슬롯당 몇 개의 스킬을 연속해서 사용하는 구조로 게임이 만들어졌기에 처음부터 화면은 화려하게 꾸며집니다. 수동조작 기준으로도 하나의 스킬에서 패상되는 연출과 이펙트. 액션을 즐길 수 있는 구조이고요. 재사용 시간 감소가 없어서 스킬 난사는 불가능하지만, 일반 공격에 몇 가지 효과를 붙이면서 손해라는 느낌은 들지 않게 해뒀습니다.
덕분에 화려하고 나름 체계는 갖춘 전투가 됐습니다.
수동 조작과 자동 조작의 중요성은 콘텐츠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있는 콘텐츠는 ‘위험하니 수동 조작을 하세요’와 같은 형태로 메시지가 뜨기도 하고요. 전투 자체는 액션을 강조하던 원작의 것을 모바일 플랫폼에 맞춰서 변경됐다고 하겠습니다. 적어도 도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콘텐츠와 일부 파티 플레이 콘텐츠 기준으로는 자동 조작으로는 사망하기 일쑤였으니까요.
수동 조작이 요구되는 지점이 확실하게 존재합니다.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일관된 전투에서 올 수 있는 단조로움을 다수의 콘텐츠 / 세분화된 보상으로 해결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전부 다 설명하기에는 지루할 정도로 콘텐츠가 많습니다. 솔로, 파티 플레이는 물론이고 매일 진행되는 퀘스트. 이외에도 학원물 컨셉으로 진행되는 각종 수업까지. 콘텐츠의 형태와 보상을 다각도로 구성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세분화한 콘텐츠를 성장 과정에서 경험하고 활용하도록 만들어 두는 선택지를 가져갔습니다.
여러 콘텐츠와 나름 소소한 요소들도 있고요.
소울 워커 아카데미아의 육성은 빠른 레벨업 속도, 처음부터 주어진 스킬로 직접적인 변화를 주거나 느낄 수 있는 형태는 아닙니다. 대신 평점이라는 수치와 레벨업을 통해서 강함을 대표할 수 있는 수치들의 상승을 노립니다.
평점에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육성 시스템이 영향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장비와 아카식 레코드의 강함은 물론이고, 플레이 도중 얻을 수 있는 코스튬. 능력치까지 게임 내 모든 요소들이 크고 작게 평점의 상승을 돕고,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직관적인 수치이기에 플레이어의 상태를 바로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인 것은 사실입니다만, 플레이 측면에서 숙련도 발전 등의 게임 외적인 요소를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시스템들이 평점의 상승, 캐릭터 육성에 기여합니다.
시스템 측면에서 상당한 요소가 육성에 영향을 미치며, 재화 구조도 복잡하고 상호 연결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전투에서 획득한 경험치로 캐릭터가 레벨이 상승하며, 퀘스트에서 얻는 스킬칩은 스킬 포인트로 환산되고, 스킬 레벨업에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아르바이트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시럽 재료는 일정 수량을 모아서 시럽으로 제작하고 캐릭터의 스탯을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능력치 상승 효과가 있는 소울 에너지 같은 경우는 성장에 필요한 전용 자원 외에도 사용하지 않는 장비를 재료로 투입할 수 있고요. 장비를 투입했다면, 장비 강화에 사용하는 자원이 추가적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뱃지 퀘스트의 달성 조건이 채워지고 시럽과 같이 능력치를 올리는 보상이나 능력치 상승 효과가 제공됩니다.
전투 외적인 콘텐츠의 보상도 마찬가지고요.
원작은 물론 전반적인 게임의 분위기와 조금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학원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적응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간에 전투 중심의 육성구조가 아니라, 여러 활동을 하면서 모은 재화와 소재들로 평점의 상승을 목표로 하는 중심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거의 모든 활동들을 플레이 해야만 원활하게 게임이 진행됩니다.
할 것. 해야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이렇듯 성장 측면에서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평점이라는 대표적인 수치의 성장을 중심에 두고, 각종 육성 시스템이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시스템은 상호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레벨이 증가하면서 개방되는 파티 플레이 시스템을 플레이하기 위한 조건이자 목표로 작동합니다.
일차적인 목표는 평점의 상승과 레벨의 상승이 자리합니다. 대신 일관된 목표 달성으로 흐릿할 수 있는 변주를 형태가 다른 전투 콘텐츠로 보충하려 한 것처럼 보입니다. 초반부를 넘어서 계속 진행할수록 필드 전투에서도 변주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전투 외에도 시스템이 계속해서 추가되고 세분화 됩니다.
대신 단기간에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는 수동 조작이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기준 평점보다 훨씬 높다면 자동 조작을 해도 무방할 테지만, 적의 패턴이 더욱 강력하기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필드 플레이와는 달리 자동 조작과 수동 조작의 비율이 역전되며, 수동 조작으로 짧은 시간(5분 내)에 강력한 적을 상대하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조작이 간편해진 상태이고 파티 플레이로 이루어지다 보니, 화면은 더 화려해지고요.
전투 중심의 게임 플레이나 퀘스트 중심의 게임 플레이로 보기에 애매할 정도로 시스템이 유리되어 있거든요. 온천 시스템만 봐도 일단 보상을 주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은 거쳐가기는 하지만, 굳이 이와 같은 숙제와 같은 형태로. 전체 게임 플레이와 큰 관련이 없는 형태의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샤워씬을 조작하거나 본다는 소소한 보상을 제외한다면요.
굳이...?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콘텐츠도 몇 개 있기는 합니다.
다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MMORPG로는 부족한 플레이어간의 상호작용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고 너무도 많은 부가 시스템으로 인하여 정신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충분합니다.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인상이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 법 한데,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개인마다 평가는 다소 박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소울워커 아카데미아의 방향성이 여러 의미에서 명확하기에 그렇습니다. 평점이라는 대표적인 수치를 중심으로 전투와 육성이 이루어지기에 모든 시스템이 최종적으로는 평점 상승으로 연결되어서 입니다. 원작 특유의 스토리는 반영되었지만, 게임 플레이의 목적이 스토리보다는 평점 상승을 위한 과정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즉, 스토리 진행을 목적으로 전투를 진행한다는 느낌보다는 어디까지나 평점 상승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고 스토리 등은 여기에 속도를 붙이기 위한 윤활유 정도의 역할을 합니다.
에드가니이이이임!!!!
이쯤되면 비교군을 원작이 아니라, 다른 모바일 MMORPG에 두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장르가 MO에서 MMO가 됨으로써 찾아온 변화라기 보다는 모바일 MMORPG의 문법과 성장구조에 중점을 두고 소울워커 IP를 가미한 형태라고 정리하겠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보자면 원작의 그 것보다는 현 시장에서 익숙한 MMORPG의 문법이 보다 넓은 취향에 미칠 수 있도록 확장한 형태에 가까워 보입니다. 때문에 육성 시스템에서는 나름의 고도화와 복잡함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취향에 어필할 것인지 애매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현재 서비스 초반이기에 앞으로의 방향성을 짐작하기 보다는 조금 더 나은 운영과 원작이 선보였던 이야기를 아카데미아의 방식으로 깊이 있게 담아낼 수 있기를 기대할 따름입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