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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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겁쟁이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4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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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겁쟁이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9):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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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0):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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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8):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9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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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복수귀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9):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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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복수귀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26):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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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1475
전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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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충들이 들이닥친 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본부 건물 지하의, 아무도 찾아오려고 하지 않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으로 배정받은 게 오히려 행운이었다. 인간들이 찾아오지 않는 그곳은 철충들도 찾아갈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렇지만 딱히 그녀가 더 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철충들은 음식 같은 유기물에는 관심이 없었으므로, 놈들은 본부에 비축된 식재료들은 건드리지 않고 물러났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요리사였던 아우디는 지난 몇 주간 남아있는 식량을 주워먹으며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지쳤다. 이제 한계였다. 불도 다 꺼진, 이제는 고철이라 부르는 게 더 나을 새까맣게 타버린 자동차 보닛 위에 누운 채, 잿빛이 된 하늘을 보며 그녀는 짧게 결론을 내렸다.
‘아, 죽자’
도대체 그녀에게 살 가치가, 살 이유가 더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녀의 공식적 소유자인 블랙리버 자회사는 박살나버렸다. 그녀에 대한 소유권은 사라졌다. 보통 소유주를 잃은 바이오로이드는 바이오로이드는 자기 판단하에 회사로 복귀하지만, 아우디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바로 여기가 그녀의 회사였고 그 회사는 몇 주 전에 소멸되었으니까. 그렇다고 태평양 건너 자기 제조사인 삼안으로 간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그랬기에 더 이상 거기서 뭘 어째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철충이 휩쓸고 지나가고 나서 지난 열흘 정도, 혹시라도 살아있는 사람이 없나, 남아있는 생존자는 없나 둘러보았지만 다 허사였다. 주변에는 타다 남은 잔해와 잿가루들 뿐. 그녀를 데려가줄 만한 인간 따위는 코뺴기도 뵈지 않았다.
‘하기야. 내가 살 가치가 있던가.’
그녀가 저지른 죄악을 생각해 볼 때, 그녀가 더 이 세상에 남아 있을 자격 따위는 없는 게 분명했다. 이 더러운 세상, 추잡한 삶, 구차하게 의지할 인간을 찾느니, 그냥 죽어버리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그녀는 죽기로 결정했다.
‘자아, 그럼 어떻게 죽을까’
그냥 굶어 죽을까, 깨진 유리로 목을 그을까, 아직 골조는 남아 있는 연구소 건물 옥상에서 떨어질까, 어디서 줄을 찾아다가 목에 걸고 매달릴까. 온갖 끔찍한 계획들이 떠올랐다. 갑자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않았어도 실제로 그 중 하나쯤은 결행했을 것이다.
“저...실례합니다”
아우디의 몸이 용수철처럼 벌떡 튕겨올랐다. 아는 목소리라서. 하지만 여기서 들을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던 목소리라서. 하마터면 행여라도 잠기지 않았을까고 문을 열어보려다 포기한 자동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그녀의 고개가 꺾어져라 돌아갔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발키리 하나가 서 있었다. 아우디가 모를 수가 없는 발키리가.
“어...안녕하세요”
도저히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발키리인가도 생각했지만, 아우디가 발러의 뇌파반응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입을 떡 벌리고 턱을 덜덜 떠는 아우디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발러는 어눌하게 말을 이었다. 늘 날카로운 그녀답지 않았다.
“저, 음, 일단 무작정 찾아 온 건데요,”
“.....”
“그, 이렇게 찾아와 놓고 묻는 것도 웃기지만, 여긴 어디일까요...?”
참으로 생뚱맞은 질문이다. 이곳은 블랙리버 자회사고, 아무나 무작정 찾아올 만한 곳도, 찾아와서 뭘 할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우디는 거기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난 것 같다. 오히려 질문을 던졌던 당황해서 발러가 다가오면서 말했으니까.
“이봐요! 당신 괜찮아요? 울지 말아요!”
“그치만...그치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수없이 많은 외침들이, 의문들이, 아우성처럼 용솟음쳤다. 살아있었구나, 다행이야, 기뻐. 울 정도로. 그런데 왜 발러 너만? 다른 사람들은 어찌 되었지? 연구소는 어떻게 된 거지? 그런데 나한테 왜 화내지 않지? 내가 그녀에게 말을 걸 자격이나 있을까? 나는 너에게, 모두에게 이렇게나 죄를 지었는데. 너는 왜 아무렇지 않아?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는 무수한 언어의 홍수 속에서, 결국 아무런 맥락도 앞뒤도 없는 중구난방한 질문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응? 다른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됐어? 다들...화나지 않았어? 응?”
“저, 일단 지, 진정해요.”
오히려 발러가 당황해서 마구 질문을 퍼부어대는 아우디를 진정시켜야 했다. 어쨌든 아우디의 무수한 질문에 그녀가 답할 수 없기도 했고.
“연구소는 무사해? 상섭씨는?”
“연구소요? 상섭씨? 그게 누굽니까?”
“어?”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다른 발키리와 헷갈리신 거 아닌가요...”
아우디가 흠칫했다. 발러는 지금 눈앞의 그녀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저...혹시 나 못 알아보겠어?”
“압니다. 아우로라 기종이죠.”
“.......”
아, 그렇구나. 한순간에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완전히 이해가 간 건 아니지만, 어쨌든 현 상황은 알 것 같았다.
여기 있는 지금의 발러는, 기억이 없구나.
아우디의 이름도. 연구소의 모두들도. 그리고...상섭씨도. 어째서인진 몰라도.
참으로 이상하게도, 마음 한 켠이 편해졌다. 차라리 미소가 지어졌다. 왜일까. 발러가 기억하지 못한대도 자신의 죄가 사라지는 게 아닌데도. 그녀가 아우디에게 분노할 거라는 두려움이 덜어져서? 지금 당장 그녀의 죄를 고백하지 않아도 되어서? 그녀의 잘못을 숨겨도 괜찮아서? 그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아우디는 죄책감을 느꼈지만, 이제라도 말해야 한다고 느꼈지만,
그만, 무서워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그만,
외면하고 말았다.
“아냐...내가 착각했나보네...하하...”
“음, 혼자 오래 지내셨음 그럴 수도 있죠. 괜찮습니다”
“그러게. 너..너무 반가워서. 바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듣고 싶었거든.”
“그, 죄송합니다. 제가, 어, 몇 주 이전부터는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어서요”
“그럼, 예전 이야기는 물어도 소용이 없겠네.”
“네...여기 오면 어떻게든 일이 풀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럼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볼게. 이제 어떡할 거야, 넌?”
“어...글쎄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발러가 웃었다. 연구소에 있던 시절의 그녀답지 않은, 얼빠졌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순진하고 헛헛한 웃음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래....”
갑자기 아우디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축 늘어져 있던 몸에 억지로 생기가 불어넣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음을 결심했던 몸이, 그 마음이, 악을 쓰며 다시 일어났다. 기억을 잃고 방황하는 친구가 여기에 있다. 홀로, 외로이 남겨진 친구가 여기에 있다.
그것이, 아우디에게 다시 이 악물고 살아갈 힘을 주었다.
지금 아우디가 삶을 포기해 버린다면, 기억을 잃은 발러가 갈 곳이 없을 테니까.
누군가는 그녀와 함께해 줘야 했다, 기억을 잃고 방황하는 그녀와. 이, 잔혹한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그녀와. 누군가는 그녀 곁에 있어줘야 했다.
그리고 지금 그래줄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 뿐이었다. 비록 죄지은 자일망정.
아우디는 심호흡했다.
그러니. 살아가리라.
살아가야 한다.
발러에 대한, 그리고 그녀와 함께했던 모두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라도.
눈물을 닦고서 아우디는 씩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첫...인사부터 해야겠지? 헷, 반가워, 친구. 나, 난...난 아우로라야.”
<계속: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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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처에 대한 이야기
삽입된 곡은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Count on me" (2010) 입니다. 절친이 곤경에 처해 있다면 도와야죠. 그가 기억을 잃고 홀로 남겨져 방황하고 있다면 더.
1. 설정에 대한 이야기
https://m.cafe.naver.com/lastorigin/704356
설정상 바이오로이드는 주인을 잃을 경우(그리고, 적법한 상속자가 없을 경우) '자신의 판단 아래' 회사로 복귀한다 하지만, 이 아우로라에게는 해당하기 힘든 사항이라 생각됩니다. 자기 소유주인 회사도 날아갔고 제조회사도 태평양 너머에 있으니...
2. 본편에 대한 이야기
1) 이것으로 아우로라 회상편은 끝났습니다. 이제 다시 발러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사실 부질없는 이야기였지만요. 왜 부질없냐면요...
2) 여기서는 언급이 안 되어 있지만, 2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4564 )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둘이 만난 이 직후부터 아우디는 발러에게 자신을 아우디라고 부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합니다. 발러는 예의바르게 거절하지만. 어쩌면 발러 본인도 모르는 거부감이 남아있었던 거지도 모르죠.
소설은 읽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부족한 글들을 즐겁게 읽어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이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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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클릭해보니 게시글이 지워져 있네요 훔... | 21.11.01 23: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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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게에서 내용검색 기능 사용해 숫자를 입력하면 흔적들 찾아볼수있으니, 추정 자체는 할 수있긴하죠. 704356을 내용 검색이나 덧글 검색하면 라오게에서 언급됬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니. 그래서 엔간하면 설정 언급할 때 링크 가져와 얘기하네요. 공카에서 지워지더라도 흔적을 남겨놓을 수 있으니. | 21.11.01 23: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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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보기클릭)147.46.***.***
그렇지요. 복합적일 것입니다. 설명하기엔 긴. | 21.11.02 15:57 | |
(IP보기클릭)211.201.***.***
(IP보기클릭)1.235.***.***
그렇습니다. 발러에 돌아옴으로써 그녀는 증명하고자 했죠. 생명과 맞바꿔서라도. 자신은 누군가의 친구라는 것을요. | 21.11.03 00:4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