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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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겁쟁이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4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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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겁쟁이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9):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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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0):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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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8):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9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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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복수귀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9):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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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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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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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눌러 메일이 전송되는 데는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정말이지 허망할 정도로, 빨랐다.
“수고했네. 흥. 글 참 못 쓰는군"
"......."
"내 욕을 쓴 건 불쾌하지만, 오히려 그러니 의심하지 않겠지”
고작 험담을 쓰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이었다는 게 몹시도 비참했다. 당사자가 아무렇지 않아 해서 더더욱.
“명령을 잘 수행해줬으니,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알려는 주지”
기특하다는 듯이 아즈라일이 고개 숙인 그녀를 등 뒤에서 감싸듯이 껴안았다. 부드럽게 껴안았지만 아우디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더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인간 여성이었으면 당연히 성희롱이겠으나 아우디는 일개 바이오로이드다. 블랙리버의 최고위 간부답게 최고급 향수를 쓰는지 그의 품 안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그러나 아우디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역겨웠다. 그녀 자신만큼이나.
“그...그만두세요....”
아즈라일의 품 안에서 아우디가 몸을 뒤틀었다. 몸부림쳤다. 소용없었지만. 아즈라일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마치 저승사자처럼 차가운 숨결이 귓가에 닿아오자 아우디는 소름이 끼쳤다.
“그쪽 근방에, 철충 무리가 하나 있더군”
“.....!”
미약하게나마 반항하려던 아우디의 몸이 정지했다. 그러나 아즈라일은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더 이상 꼬투리 잡힐 단서를 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연구소 근방에 철충 무리가 있더라’는 담담한 사실 진술일 뿐이다. 그것만으로 아즈라일을 의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또한 그것만으로도, 메일을 보낸 이 멍청한 아우로라에게도 충분히 의미는 전달되었으리라. 따지고 보면 아즈라일은 두 개의 손을 거친 셈이다. 인간 아닌 자의 두 손을. 알리바이를 만들기에 참 좋다. 인간 아닌 자들은, 법정에 세우기 어려우니까.
“이제 이건 너에게 필요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즈라일은 그녀가 덜덜 떨며 손에 쥐고 있던 비서용 패널을 빼앗아 들었다. 반쯤 혼이 나간 아우디를 껴안은 상태였으므로 기습적으로 뺴앗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도...돌려...주세요”
돌려받는다고 그녀가 뭘 할 수 있겠느냐마는. 그녀에게는 스스로 보안 회선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 이제 와서 다시 일반 회선으로 메일을 보내봤자 그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뿐이다. 그러나 그래도 그녀는 부질없이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그 부질없음이 아즈라일을 더더욱 즐겁게 했다. 무력한 자를 티배깅하는 것은 늘 재미있다.
“오, 일반 회선으로 사적인 메일을 보내다니, 어찌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
“그, 그건 부사장님이....”
“이런 치명적인 보안 실수를 하다니. 규정 위반일세.”
“그런...”
“당장 폐기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크나큰 과실일세. 참으로 용서받기 어렵구만.”
아즈라일은 마치 국어책을 읽듯이, 그러나 참으로 재밌다는 듯이 또박또박, 작위적으로 말했다. 마치 그는 이 일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투로.
“그런 고로 넌 해임이야. 역시 폐급 바이오로이드는 비서로 삼는 게 아니었는데”
다 알고 한 거면서. 다 알고.....아우디의 눈이 무력감과 분노로 가득찼다. 그러나 눈빛만로는 쥐새끼 하나 죽일 수 없다는 걸 그녀도 아즈라일도 알았다. 그런고로 그는 일개 아우로라의 무례하기 그지없는 시선에도 웃으며 말을 이을 수 있었다. 어차피 다 끝날 테니, 꼴보기도 싫은 폐급 바이오로이드를 폐기장으로 보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으므로.
“하지만 난 자비로우니, 그리고 그간 내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으니, 죽이진 않겠어”
그러나 그건 선의(善意)라기보다는 오히려 최후의 조롱이었다.
“역시 너 따위 폐급은 지하층에서 음식물쓰레기나 수거하는 편이 딱 알맞군.”
“.......”
반박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므로.
본사는 그녀가 떠나온 연구소 지부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곳이고, 당연히 처리해야 할 생활쓰레기도 훨씬 많다. 매일매일 나오는 그런 생활쓰레기는 건물 지하의 정화조에 모여든다. 당연히 거긴 그렇게 유쾌한 곳은 아니다.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벌레투성이인 곳. 지독히 악취나고 더러워서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
그녀는, 그런 오물더미에나 처박혀 마땅할지도 모른다. 아우디는 부사장의 이 급격한 인사이동(人事異動)에 항의하지 못했다. 할 수도 없었지만, 정말로 자신 같은, 사랑하는 이들을 제 손으로 해친 더러운 존재에게는, 그 따위 추잡한 시궁창이 적합할지도 몰라서.
“그럼, 내려가도록 하게. 더 이상 볼일은 없으니.”
그저 바이오로이드 하나 처리하는 것뿐이다. 아즈라일은 무관심하게 툭 던지며 몸을 돌렸다. 아무도 부사장이 규정위반을 저질렀으리라고는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품질불량인 바이오로이드를 의심하는 게 더 합리적이리라.
“나는 이만 퇴근하겠네. 내일부터는 출근하지 않을 거야. 새 근무지로 발령받았거든,”
락 하버, 선택받은 인간, 진정 고귀함이 증명된 이들만이 갈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신이 점지한 축복받은 곳으로 떠나는데, 뒤에 남겨진 하찮은 미생(未生)들 - 어차피 이제 곧 다 죽을 자들 - 이야 이제 더 이상 신경 쓸 바가 아니리라. 이 지긋지긋한 회사도. 회사가 불타든 말든, 그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내일이면 그는 회사 소속이 아니게 되고, 사고는 어떤 철없는 실수투성이 아우로라가 저지른 것이며, 철충들은 모든 것을 때려부숴놓을 테니까. 증거는 남지 않으리라.
그리고 철충들이 이곳에 당도할 때쯤, 그는 락 하버에서 만찬을 즐기고 있으리라. 한 때 무엄하게도 그의 신경을 긁어놓았던, 주제도 모르고 나대던 천한 인생들의 종말에 건배하면서. 굳이 그 피를 자기 손에 묻힐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즐겁게도 말이다.
즐거워 참을 수 없다는 듯한 아즈라일의 중후한 웃음이 복도 저편에서 울려퍼진다. 그 멀어지는 웃음소리 아래, 아우디의 목구멍에서 결국 울음이 터져나왔다. 자신의 손으로 저지른 일들에 대해.
“미안해....정말 미안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날까. 무엇이 벌어지든, 아우디는 자신에게 그 책임이 있음을 알았다. 자신의, 두 손에. 피묻은 자신의 두 손에.
“다들...미안해요...소장님, 상섭씨, 발러.....”
그들이 들을 리도 없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되뇌었다.
언젠가 그들 중 하나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 가서 그녀는 그들 앞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감히 무슨 낯짝으로 그들을 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녀는 자신이 없었다. 그들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그러나 또한 그녀는 만나고 싶었다. 그들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나기를 바랬다. 그녀의 오늘의 ‘실수’가, 언제나처럼 그냥 ‘아이고, 아우디이이--!’로 끝날 실수였기를 바랬다. 그, 화목했던 연구소 지부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그리하여, 사과하고 싶었다. 누구라도, 부디 한 명이라도 만난다면, 오늘 그녀가 저지른 짓에 대해,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때가 온다면, 과연 그들은 그녀를 용서할까? 그녀를 원망하지 않을까? 알 수 없었다. 눈물이 번져나가자 그녀는 이제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저지른 죄에 대해, 그녀가 무얼 하고 싶은지.
“나, 나, 내가 흑, 내가 모두를..,.아....”
어느 새 아즈라일의 웃음소리가 사라져 갔다. 나직이 우는 아우디의 울음소리만이 남았다. 홀로남아 주저앉은 아우디의 눈물이, 바닥에 툭, 툭, 떨어졌다.
모순된 감정 속에서 몸부림치는 아우디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것뿐이었으므로.
<계속: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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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처에 대한 이야기
삽입된 곡은 "리쌍"의 "광대" (2005) 입니다. 결국, 아우디는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광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1.본편에 대한 이야기
아즈라일은 혹시라도 모를 꼬투리 잡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이중 삼중으로 수를 쓴 셈입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아즈라일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2. 잡담
할로윈에 늦지 않게 소설을 올릴 수 있었군요...며칠 간 다른 짓 좀 하느라...
소설은 읽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서투른 글들을 항상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이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IP보기클릭)216.181.***.***
아우디도 엄청 불행하게 살았네요. 누군가에게 놀아나는 인생이었다니......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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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러러가 찾아간 이유는 17편(과 좀 더 참조가 필요하다면 2편)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ㅎㅎ 지부의 사람들은 본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니(그 전에 죽었으니까요), 우선 발러에게 본사를 찾아가라고 각인을 심어 둔 거죠(17화). | 21.10.31 19:19 | |
(IP보기클릭)58.227.***.***
각인 새겨둘때 다른 인간에게 usb넘기라는거만 신경써서 본사에 가라는 부분을 제대로 못봤군요ㄷㄷ 2편 복습했는데 펙스의 로고가 있던건 블랙리버의 위장이었던거로 보면 될까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4564 그래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그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라 생각하며 터덜터덜, 몇 주를 걸어 도착한 그 자리에, 아우로라가 있었다. 꽤 드라마틱한 만남이긴 했다. 시꺼멓게 타서 골조만 남은, 펙스의 로고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한때는 크고 웅장했을 을씨년스러운 건물의 깨진 초석 위에, 푸른 머리의 요리사가 멀뚱히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 다 망가진, 어, 블랙리버 연구소 본부라고 했죠?” 그곳이 블랙리버의 연구소라는 건 도착해서야 알았다. | 21.10.31 19: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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엌 엌 엌 수정하지 못하고 남은 오타군요 ㅋㅋㅋㅋ 2편 쓸 때쯤엔 아직 소설 초기였고 원래 원안은 발키리가 아니라 펙스 쪽의 누군가였어서 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럽읍니다. 바로 수정하러 갑니다. | 21.10.31 19:31 | |
(IP보기클릭)216.181.***.***
아우디도 엄청 불행하게 살았네요. 누군가에게 놀아나는 인생이었다니......불쌍...해...
(IP보기클릭)1.235.***.***
이 이야기는 비극입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모두 불행하지요 | 21.10.31 20:40 | |
(IP보기클릭)211.201.***.***
(IP보기클릭)211.44.***.***
역시 전하기엔 너무 긴 이야기죠? | 21.11.01 01: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