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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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겁쟁이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4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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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겁쟁이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9):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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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0):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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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8):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9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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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복수귀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9):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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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복수귀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26):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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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로라, 누군가의 친구였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27) :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1475
전전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1476
전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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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흘리는 아우디의 입술이 꿈틀했다. 말하고 싶었다. 이제라도 모든 걸 말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목구멍에서 피거품과 함께 올라온 것은 차라리 헛웃음에 가까운 신음이었다.
‘그래. 이제 와서 변명해 봤자 무슨 소용이야.’
그런다고 그녀가 용서받을 줄 아는가? 어찌되었든 아우디가 발러의 모든 것을, 그녀 자신의 손으로 짓부수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데. 이제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아우디에게는, 그 한 줌의 시간을 더 소중한 데 써야 했다. 더 중요한 다른 걸 말해야 했다. 발러에게, 해명이 아니라, 질문을 해야 했다.
“발러”
“제발, 아우디, 제발....”
오히려 아우디 쪽이 초연해져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발러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오랫동안 같이 여행해 왔다. 앞으로도 영원히 같이 여행하고 싶었다. 언젠가 그 끝은 왔겠지만, 그게 이렇게 갑작스럽고 극적일 줄은 몰랐다.
그러니, 이렇게 끝이 갑자기 다가올 줄은 몰랐지만, 이제, 그 끝이 다다르기 전에 물어야 했다.
물어보고 싶었던 것.
그러나 너무나 무서워서, 죄책감에 짓눌려, 그 오랜 세월 동안 차마 묻지 못했던 것.
“우리...친구지?”
그녀를 품에 안은 발러의 몸이 흠칫하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에만은 물어야만 했다. 이제 아우디에게는 시간이 더는 없었으므로. 입 안에서 단내가 풍긴다. 그녀의 피는 달콤한 향이 나니까. 목구멍에서 피가 끓어오른다. 폐와 기도에 피가 들어찬다. 말은 커녕 숨쉬기도 힘들다. 그러나 물어야만 했다. 답을 듣고 싶었다.
“응...? 나, 그래도, 흑, 마지막엔, 친구다웠지? 켈록”
비겁한 배신자, 손에 피를 묻힌 자, 60년 동안 진실을 숨긴 거짓말쟁이.
하지만, 마지막은, 그래도 마지막은 친구다웠길 바라며.
친구답게, 친구로서, 발러와 함께했기를 바라며.
60년 동안 허세를 부렸다. 우린 친구라고. 발러의 생각은 묻지도 않고, 늘, 너와 난 친구라고 떠들었다. 강박관념처럼. 발러가 뭐라 하기도 전에 우린 친구사이라고 제맘대로 정해 버렸다.
자기합리화를 하고 싶어서? 그렇게 스스로 믿고 싶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실수였던 건지도 모른다. 결국 덕분에 그대로 어영부영 수십년이 지나버렸으니까.
‘늘 실수만발이네. 이번에도 그렇듯이.’
역시 그녀는 실수투성이였다. 멸망 전에도 그래댔고, 멸망 후에도 그랬듯이. 그녀가 늘상 그러듯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결국 그녀가 실수만발 덜렁이라는 사실은, 결국 마지막까지, 최후의 최후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발러에게 돌아온 것도 분명히 실수였다. 그것도 큰 실수. 철충 한복판에 뛰어들면 죽을 거라는 걸 모르는 멍청이는 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랬으니까. 알면서도 실수를 저질렀으니까.
그러나, 이 실수 하나만큼은, 그녀 삶 최고의 실수였다.
60년 전 그 날의 실수와는 달리. 그 날, 발러에게 거짓말을 했던 그 실수와는 달리.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조금이라도, 일찍, 네게 물었어야 했는데.’
비록 이토록 뒤늦었지만.
이젠 숨이 정말로 쉬어지지 않았다. 피가 들어차 죽어가는 폐가 발악하듯이 헐떡였다. 입에서 피가 왈칵 토해져 나와 아우디를 품에 안은 발러의 가슴을 새빨간 달콤함으로 적셨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녀는 억지로 말을 이었다. 말해야만 했다.
“미안해”
그, 단 한마디를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니까.
“이 말을, 흑, 꼭 했어야 했어, 미안해”
“......”
발러는 대답하지 못했다. 60년만의 사과에. 그, 너무도 때늦은, 그러나 절실한 사과에. 그녀가 친구에게 저지른 그 모든 실수들에 대하여. 지난 세월의 그 모든 죄책감, 그 모든 후회에 대하여.
“날....용서해 줘”
그것이 아우디가 세상에 내놓은 마지막 한숨이었다. 거기서, 그녀의 숨소리가 멎었다. 야속할 정도로 가볍게. 부질없이. 아무런 소용없이 그녀를 지혈하려고 미친듯이 애쓰는 발러의 가슴팍에, 달콤하고 붉은 피웅덩이만 남겨놓고서.
“아우디...?”
발러의 반문에 아우디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품 속에 안긴 아우디의 몸이 축 늘어지며 팔에 무게가 실렸다. 그건, 잔인하리만치, 무거웠다.
“.......”
제기랄, 아우디, 아우디. 발러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그녀의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물론 그녀를 원망했다. 자신의 남편을, 자신의 소중한 동료들을 죽인 원인 제공자인 그녀를. 그리고, 그 모든 진실을 오랜 시간동안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비밀을 숨겨 왔던 그녀를.
“이런 걸, 이런 걸 원하던 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발러는 동시에 그녀가 살아남아주길 바랬다. 그녀가, 발러가 있었음을 기억하는, 그리고 발러가 어떤 이였는지를 증언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증인이었으니까. 그녀도, 한때는,아니, 언제나 틀림없이, 발러의 친구였으니까.
“왜...왜 다시 돌아온 겁니까...고작 이런 최후를 맞으려고...?”
기억을 잃는 것도 끔찍하지만, 배신당하는 것도 무참하지만, 세상에 자신을 기억해주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도 비참한 것이다. 그녀가 아우디를 일부러 매몰차게 쫒아낸 것은, 단지 그녀가 밉고 원망스러워서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날 또 배신하면 어떡합니까....”
물론 미웠다. 기억이 돌아온 그 순간에는 배신감에 치가 떨러 당장 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녀가 가증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발러는 또한 아우디가 살아남아주길 바랬다.
그래야 누군가는 증언해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녀가, 그녀들이,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던 모두가, 한 때 여기 있었음을. 한 때 이 하늘 아래서 울고 웃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서로 사랑했음을. 그랬기에 그녀는 일부러라도 매몰차게 아우디를 쫒아냈다. 도망가라고. 살아남으라고. 당신만은. 우리 모두를 기억하고 있는 당신만큼은.
“그런데도, 이렇게 구태여 돌아와서...이 바보가....”
발러는 아우디의 사과에 미처 답하지 못했다. 뭐라고 말해줘야 했을까. 뭐라고 말했어야 그녀는 행복했을까.
이렇게, 이렇게 빨리 죽어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그녀에게 대답도 못 했는데.
그러나 이제는 다 소용없는 일이다. 이미 때늦었다. 아우디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아, 아아...”
그 참혹한 사실이 발러를 새삼 몸서리치게 했다. 울부짖음 같은 신음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지금의 발러에게는, 오랜 친구를 묻어 줄 시간조차 없었다. 발러는 이제 힘없이 늘어진 아우디를 들어 양지바른 반석 위에 곱게 눕혔다. 그리고 생기를 잃은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는 그녀의 초점 잃은 눈을 덮어 주었다. 망연히 드러누운 아우디의 눈을 감겨 주는 발러의 어깨가 약하게 떨렸다.
그것이, 지금의 발러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전부였다. ‘친구’의 무덤조차 하나 제대로 만들어 주지 못하는.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마지막까지 따라와 준 친구에게. 제대로 된 무덤 하나 만들어주지 못하는 발러를 용서하기를. 비록 비바람과 햇살 아래 썩고 흩어지더라도, 부디, 이제는 평안하기를. 발러는 바랬다. 그녀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어깨를 떨며 아우디의 곁을 떠나지 못하던 발러가 마침내 일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했다. 시간은 없었고, 아직 그녀에게는 할 일이 남았으므로.
그러니, 그녀는 일어나야 했다. 자신의 낡고 해진 코트를 아우디의 몸 위에 덮어 주고서,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친구를 남겨두고서, 그녀는, 돌아섰다. 몸을 돌리는 그녀의 뺨에서 반짝, 하고, 채 흘리지 않으려 했던 투명한 물방울이 흘렀다.
이제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녀에겐 이제 남은 것이 없다.
방랑할 자동차도, 해졌지만 따뜻했던 코트도, 그리고 함께해줄 친구도, 이제는 없다. 전부 스러졌다. 비참하게.
철충들이 그 모든 것을 앗아갔다. 놈들이 짓부수었다.
이가 갈렸다. 친구를 묻어줄 시간은 남아 있지 않지만, 아직 복수할 시간은 남아 있다. 그래야만 할 이유도.
점점 더 철충들을 죽여야만 할 이유가 늘어만 갔다.
그녀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와는 반대로.
<계속: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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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처에 대한 이야기
삽입된 곡은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2013) 입니다. 노랫말처럼, 언젠가는 누구나 헤어집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시절도, 언제까지고 계속될 줄 날았던 여행도, 누군가의 노래도, 이야기도.
1. 본편에 대한 이야기
1)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우디 빵이 완성되었습니다. 어후 질질 끌던 거 이제야 죽었네.
2) 뭐, 물론, 실제 시간상으로는 26편(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0862 )에서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아우디는 몇 분도 버티지 못한 거죠. 결국 지난 날의 사정(직전 세 편의 아우로라 이야기)도 설명하지 못하고 그저 말만 몇마디 하고 사망!한 겁니다. 그 날의 사정은 영원히 어둠 속에 묻혀서요. 하하 신난다
3) 이로서 나쁜 놈(애니), 이상한 놈(아우디)은 무대에서 퇴장했습니다. 이제 좋은 놈만 남았군요.
4) 이제 이 기나긴 시리즈도 드디어 종막이 가까워 옵니다. 끝이 다가옵니다. 후우우....너무 오래 끌었어....
2. 잡담
1) 목뼈님 복귀 실화입니까. 그런데 그러면...트리컬...다이죠부? 어...아마 게임을 근본부터 뒤엎으니까 설정이랑 일러스트 담당인 디얍이 할 일이 없어서 외주 뛰는 거겠죠?
2) 신캐....웅녀! 웅녀! 슈퍼 킹쭈쭈! 거대녀! 나의 한민족의 혈맥 속에 잠자는 근원적인 페티쉬를 일꺠우는구나아아!!!
3) 전반적으로 오늘은 라오 관련 컨텐츠가 풍부하군요. 캐릭터 소개란도 바뀌고, 표정도 추가되고....
소설은 읽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부족한 글들을 즐겁게 읽어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이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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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1.11.02 22: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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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확하십니다. 기억을 되찾은 이후 발러의 아우디에 대한 감정은 양가적이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살기를 바랬죠. | 21.11.02 22: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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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이 이야기는 비극입니다. 결국, 둘은 친구였던 셈이죠. 14편에서 그랬던 것처럼요(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7524 ) | 21.11.03 12:00 | |
(IP보기클릭)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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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그 점이 참 어렵습니다. 저는 설명충이라 소설을 쓰다보면 자꾸 길어지고 장황해지더라고요. 필력이 부족해서 원. 쉽지가 않네요 ㅎㅎ | 21.11.04 00:3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