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과 댓글에는 그동안 게시판에서 주로 해석되던 방향과 다소 다른
제 개인적인 견해들이 담겨있습니다.
제가 정답은 아니지만, 조금 다른 방향에서 스토리를 보여드리고 싶네요.
라오어2에서 엘리와 조엘의 갈등은 핵심 소재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싸울 일도 없을 것 같죠.
아니 조엘이 엘리 살려준거 아냐?
엘리는 자기 죽는줄도 모르고 깜빡 속아 넘어가서 마취되었던거 아냐?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봅시다.
엘리가 말짱하게 깨어있을때 진지하게 얘기를 해봤다고 칩시다.
백신을 만들려면 넌 죽는다. 그래도 하겠니?
싫다고 하면 보내준다고 칩시다.
조엘이 구해주든, 마를렌이 쿨하게 보내주든, 강제로 하게 될 일은 없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엘리는 자기 목숨을 내놓았을까요?
이건 정답이 없는 문제입니다만,
제 생각에는 엘리가 그 말을 듣고 '아 그럼 얘기가 달라지죠~ 전 이만^^'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1편의 봄파트에서 병원을 앞두고 엘리는 부쩍 말이 없어지고
우리가 겪은게 있는데, 이걸 헛되게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마취된 엘리를 든 조엘과 마를렌이 마주쳤을때
마를렌은 이건 엘리도 원하던거라고 조엘에게 말하는데, 조엘은 반박하지 못합니다.
엘리는 'okay' 했을겁니다.
조엘도 그 사실을 알았을겁니다.
엘리가 깨어난 후에 3자회담을 해봐야, 엘리가 조엘이 원하는 답을 하진 않을거란걸요.
근데 그렇다면 말이죠,
왜 엘리는 자기 목숨을 바치려고 했을까요?
제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바로 '엘리의 결의'에 대해서 말이죠.
2016년 7월, 프랑스 니스에서 테러가 발생하여 시민 86명이 사망하였습니다.
테러리스트는 프랑스혁명 기념일 축제를 즐기고 있던 시민들에게
트럭을 타고 질주하여 수십명의 시민들을 덮치면서 2km 이상을 질주했습니다.
그 때 이 테러를 멈추게 한 의인이 있었습니다.
프랑크 테리에라는 40대 후반의 공항직원은 오토바이를 타고 트럭 옆으로 붙어서 문을 차고 창문 옆에 붙어 테러리스트를 저지하려고 하였으나 결국 추락하여 트럭에 깔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테러는 2015년 1월, 샤를리 앱도 테러 사건을 시작으로 벌어진, 유럽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간의 현재 진행중인 일련의 테러사건들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니스 테러의 의인들을 향해
"에구 저런다고 희생자가 안나올 것도 아니고 괜히 중상만 입었지 쯔쯔" 라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나선 사람들을 향해
"에구 저런다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정신차리고 테러 그만둘 것도 아닌데 애꿎게 목숨만 버렸지 쯔쯔" 라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결의를 존중합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조선에서, 고려에서,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어떤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외세를 몰아내기 위해
목숨을 바친 위인들을 여럿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분들을 보고
"에구 저런다고 그게 이뤄지는 것도 아닌데 / 권리가 떡하니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 외세가 바로 물러날 것도 아닌데 괜히 목숨만 잃었지" 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엘리를 보고는
"에구 저런다고 백신이 100% 만들어진다는 보장도 없는데 / 백신이 만들어져봤자 파이어플라이가 악용할텐데 괜히 목숨만 버리려고 하네" 라고 하지 않나요?
아니면 엘리가 그렇게 마음을 먹은 이유를
주변에서 그렇게 말하니까 휩쓸려서 / 아직 어려서 잘 몰라서 / 주변 사람들이 죽으니까 미안해서
그런거라고 격하시키는 감이 없지는 않은가요?
엘리는 위인이 아니니까?
위인은 알에서 태어나는 존재일까요?
워낙 많은 위인이 있으므로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그 분들도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남에게 휘둘리기도 하는 평범한 인간이었을거에요.
그렇지만 우리는 엘리를 너무 지켜줘야하는, 혹은 바른 방향으로 계도해주고 싶은
한국적 의미의 자녀의 관점으로 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어요.
엘리가 뭘 몰라서, 잘못 생각하는 바람에 목숨을 버리려고 했다고 생각하면
즉 조엘이 엘리를 살린게 정답이었고, 엘리가 진작 그 정답을 알지 못하고 오답으로 행동한거라고 본다면
그런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엔딩을 이렇게 해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엘리는 너무 늦게 -애비를 놓아줄때- 깨달았다고요.
엘리는 조엘의 마음을 몰랐고, 너무 늦게 깨달은 조엘의 진심에 후회를 느낀다고요.
그러나 저는 이 해석에도 의문이 듭니다.
조엘의 진심을 뒤늦게 확인한건 우리입니다.
엘리는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상식적으로 그들의 마지막 대화입니다. 계속해서 생각했을 겁니다.
우리에게 처음으로 보여진 것이지, 엘리에게는 그게 백만번째 회상이었을겁니다.
"내게 남은건
피로 물든 화음으로
반복되는 코드진행처럼 계속되는
우리의 마지막 대화 뿐."
조엘의 장례식때 쓴 일기를 보면
엘리의 머리속에는 그들의 마지막 대화가 반복해서 계속 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반론하실 수도 있습니다.
대화는 기억해도, 그 의미를 몰랐던 건 아니냐고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한 번 보고 알았는데 직접 경험한 당사자가 모를 리 없습니다.
혹시 이 일기 보셨나요?
"내가 이걸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너무 고통스러워.
여기서 떠나면 조엘을 배신하는 기분이 들어. 근데 이미 이게 조엘을 위한것이긴 한가?
그는 내가 떠나길 바랬을거야. 조엘은 사랑하는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했을거야."
많은 분들이 이 일기를 못 보셨을겁니다.
이 일기는 산타바바라에서 쓴 일기가 아닙니다. 시애틀에서 쓴 일기입니다.
이 일기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꽤 한정적입니다.
엘리가 오언과 멜을 죽이고 (컷신)
→엘리가 아픈 디나를 측은하게 바라보고 (컷신)
→분장실에서 무대까지 걸어가고 (수동 조작)
→무대에서 토미와 제시랑 대화를 나눕니다 (컷신)
이 컷신들 사이에 엘리를 조작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습니다.
무대까지 직선으로 달려갈 경우 15초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 때 일기장을 꺼내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볼 기회는 없습니다.
(너티독 왜 이런데다 숨겨놓냐고...)
엘리도 당연히 조엘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다만 다른 복잡한 감정들과 생각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일 뿐이죠.
이건 마치
이 사람과 그만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관계를 끊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고민게시판에 엄청 많은, 이렇게 살면 안되는걸 알면서 이렇게 살고있는 사연들과 같습니다.
엘리도 우리같은 평범한 인간인거죠.
여기서 '그럼 조엘의 바램이 복수를 포기하는거야?' 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만약 엘리가 아무런 제약없이 애비를 원샷원킬 할 수 있었다면 뭐 조엘 입장에선 why not 이겠죠.
근데 지금 상황이 그게 아니잖습니까.
엘리가 복수에 미쳐가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아끼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엘리를 트라우마 걸리게 만든 바로 그 행위를 엘리가 똑같이 따라해서 남을 고문하게 되고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고통스러워 하느니
그럴거면 엘리 자신을 먼저 챙기기를 바랬을거라는 겁니다.
저는 엘리가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화, 그 의미, 조엘의 마음, 조엘의 진심
몰랐을리 없습니다.
그 날 밤 대화할 때, 그 순간 이미 느끼고 깨달았을 것입니다.
조엘이 진심을 말한 순간, 말문이 막히며 고개를 떨굴 때
그 때 이미 깨달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해변에서 조엘의 기억이 갑자기 마법처럼 들어와서 엘리에게 어떤 깨우침을 준 것이 아니라
극 전체를 통틀어 엘리의 적들 중 유일하게 엘리와 싸우려고 하지 않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오직 레브를 살릴 생각밖에 없는 모습이 너무나 조엘과 닮아있는
그 적과 엘리가 더 이상 싸우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보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가서야 깨달은건 우리죠. 엘리가 아닙니다.
병원에서 엘리가 조엘에게 모질게 굴 때는
그 때는 조엘의 진심을 몰랐던게 맞죠.
그저 엘리의 결의가 너무 강했었고, 그게 그녀의 삶의 의미였고,
엘리가 세상에 대해 가진 결의가 그녀의 목숨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에 조엘에게 화를 낸거죠.
그러다 잭슨 사건 전 날 밤이 되어서야 조엘의 진심을 알게되고, 화해하게 되었습니다.
엔딩의 시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엘리는 만약 다음의 기회가 있다면, 여전히 목숨을 희생하는 옵션을 고려해볼 겁니다.
조엘의 진심은 알지만, 그게 정답이고 엘리의 결의가 오답인건 아니니까요.
그저 두 사람의 진심이 마음 아프게 교차할 뿐입니다.
물론 조금 더 일찍, 조엘과 잭슨에서 지내던 때에 조엘의 진심을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마음은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제 의견이 정답이며, 저와 다르게 생각하는 해석들이 오답인건 아닙니다.
우리가 화면 너머 가상의 인물에게 독심술을 쓰지 않는 이상 정답이 있는건 아니겠죠.
그러나 저는 우리가 엘리의 결의와 선택을 조금 더 인정하고 존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조엘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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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작업한 것들
<짧은 디테일 모음>
<긴 디테일 모음>
<스토리 해석>
<소감 번역>
<영상 번역>
<디자인 번역>
<기타>
(IP보기클릭)1.232.***.***
저 시점에서 일지를 열어 볼 생각은 전혀 못했네요 ^^;; 이미 엘리도 조엘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그게 샌타바버라에서 애비를 놓아주면서가 아니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네요 알면서도 해변전투를 하려고 했을 때 엘리 마음이 어땠을지... 참 먹먹합니다
(IP보기클릭)210.183.***.***
아주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그날밤의 대화로 엘리는 조엘의 진심을 이해했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잭슨을 떠나기 전 마리아와의 대화에서 마지막에 마리아가 창밖의 하늘을 슬쩍보며 하는 말이... [Get going. you're.. you're losing light.] 였죠. 제가 본작에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국내판에선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출발해] 라고 의역됐구요. 저는 이것이 2회차 이상의 플레이어만 느낄 수 있는 중의적 표현이라고 봤어요. 번역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자 그대로 해석할 수도 있죠. 지금 엘리가 하려는 복수의 여정은 '빛을 잃어가는 길'이라구요. 그 빛은 조엘이 엘리에게 전했던 진심, 이타적 마음...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서로를 증오하다 스스로를 불태워버리는 스카와 울프의 싸움처럼, 엘리는 증오속에 스스로 타버리며 빛을 잃어버리지만 애비와 레브의 모습을 보며 파랑새 마냥 이미 가지고 있던 빛을 다시 찾았다고 느꼈어요. 그에 대한 방증이 엘리의 마지막 대사죠. 'Go, Just take him' 이건 절대 꼴도보기 싫은 원수에게 자비를 베풀며 여기서 내가 복수의 연쇄를 끊으며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유치한 메세지를 던지는게 아니죠. 손가락을 잃은 고통속에서도 him(레브)와 take의 주체(애비)를 함께 언급하는 것은 이 둘에게서 또 하나의 Us(조엘과 엘리)를 느꼈고 차마 그들의 여정을 막을 수 없었다는, 막고 싶지 않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IP보기클릭)119.18.***.***
그리고 파트3의 엘리는 두 가지 관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 상태로 즉 플레이어와 동등해진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 엘리의 선택도 상당히 궁금해지네요.
(IP보기클릭)180.182.***.***
아 다음 회차에서 꼭 봐야겠군요 ㅜㅜ 저건 찾으신분도 대단합니다
(IP보기클릭)119.18.***.***
엘리라는 미시적 관점으로 본 라오어 세계 같군요. 글을 읽고 다시 생각을 해보니 게임 후반부 조엘이 엘리에게 설명해주는 모든 사건에 대한 이유들이 너무나도 함축적이라 자칫 플레이어 입장에선 왜이리 고구마먹은듯이 설명해주냐 조엘! 이것보다 더 잘 설명해줄수 있잖아! 라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엘리입장에서 (미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건 너무 계산적이고 인간적이지 않아 보일듯 합니다. 10대의 엘리의 나이로는 그런식으로 세상을 보는 통찰은 어울리지 않고 그런식의 이해하는것 조차 어찌보면 말이 안되게 보입니다. 라오어1에선 조엘이라는 거시적 관점 통해 라오어의 세계를 체험해봤습니다. 게임에 구현된 실질적인 스케일은 작았지만 조망하는 내용만큼은 은은하지만 거칠고 방대했던것 같습니다. 반대로 라오어2에선 라오어1에서 이미 구축해놓은 세계를 엘리라는 인물로 미시적으로 더 확대해서 볼 수 있게끔 디테일을 추가하여 확장한 모습인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게임의 볼륨은 더 커지고요.(이렇게보니 1과 2는 모든게 반대군요) 라오어1으로 자칫 거시적인 관점에 취해서 균형을 잃어버릴수도 있었는데 라오어2에선 엘리라는 미시적 관점에 좀 더 무게를 둬서 세계를 다루는 방식으로 두 관점 사이에 어느정도 균형을 마춘듯한 느낌이 듭니다. 둘다 살펴볼만한 관점이라 생각하고 그로인해 라오어의 세계가 좀 더 입체적으로 느껴질수있을거 같습니다. 다시 거시적 관점으로 와서 추가적인 생각은, 조엘이 숭고한 엘리의 개인희생을 지지했다고 가정해봤을때 물거품이 될 확률이 있지만 만약 기적적으로 백신이 개발되었다면 그것은 당연하게도 권력의 수단으로 활용이 되었을겁니다.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파이어플라이쪽이 그 가능성이 높겠죠. 파이어플라이가 머리가 되어서 다시 태어날 미국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참 궁금하네요. 또 다른 세력이 미국을 통일점거하게 된다면 어떤모습일지도 마찬가지로 궁금합니다. 가령 잭슨마을이 제2의 미국이 된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데이빗무리같은 악의집단이 된다면요? 다행으로 봐야할지 불행으로 봐야할지 조엘의 선택 때문에 지금은 백신 개발에 실패해서 그 우주를 벗어났지만 아직 그 불씨가 완전히 꺼진것은 아니죠. 애비가 엘리의 단서를 안채로 아발론섬의 파이어플라이를 찾아갔으니 파트3의 내용은 과연 어떻게 전개가 될지 더 예측이 불가하게 됐습니다.
(IP보기클릭)180.182.***.***
아 다음 회차에서 꼭 봐야겠군요 ㅜㅜ 저건 찾으신분도 대단합니다
(IP보기클릭)115.21.***.***
사실 찾으려고 찾은게 아니라... 저 대목에서 잠깐 옆에 떨어진거 주우려고 몸 구부리다가 실수로 패드 버튼이 눌러졌거든요. 근데 보니까 일기장에 불이 들어와있더라구요 ㅎㅎ;; 겨우 2주 전에서야 알게 된 겁니다. 진짜 이제 이 게임에서 내가 안 본 건 없겠다고 생각한 타이밍에 이렇게 스토리상 중요한 문서를 보게 된거죠. 너티독 진짜 이걸 이렇게 숨겨놓기냐고요. | 20.11.25 07:01 | |
(IP보기클릭)1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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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라는 미시적 관점으로 본 라오어 세계 같군요. 글을 읽고 다시 생각을 해보니 게임 후반부 조엘이 엘리에게 설명해주는 모든 사건에 대한 이유들이 너무나도 함축적이라 자칫 플레이어 입장에선 왜이리 고구마먹은듯이 설명해주냐 조엘! 이것보다 더 잘 설명해줄수 있잖아! 라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엘리입장에서 (미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건 너무 계산적이고 인간적이지 않아 보일듯 합니다. 10대의 엘리의 나이로는 그런식으로 세상을 보는 통찰은 어울리지 않고 그런식의 이해하는것 조차 어찌보면 말이 안되게 보입니다. 라오어1에선 조엘이라는 거시적 관점 통해 라오어의 세계를 체험해봤습니다. 게임에 구현된 실질적인 스케일은 작았지만 조망하는 내용만큼은 은은하지만 거칠고 방대했던것 같습니다. 반대로 라오어2에선 라오어1에서 이미 구축해놓은 세계를 엘리라는 인물로 미시적으로 더 확대해서 볼 수 있게끔 디테일을 추가하여 확장한 모습인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게임의 볼륨은 더 커지고요.(이렇게보니 1과 2는 모든게 반대군요) 라오어1으로 자칫 거시적인 관점에 취해서 균형을 잃어버릴수도 있었는데 라오어2에선 엘리라는 미시적 관점에 좀 더 무게를 둬서 세계를 다루는 방식으로 두 관점 사이에 어느정도 균형을 마춘듯한 느낌이 듭니다. 둘다 살펴볼만한 관점이라 생각하고 그로인해 라오어의 세계가 좀 더 입체적으로 느껴질수있을거 같습니다. 다시 거시적 관점으로 와서 추가적인 생각은, 조엘이 숭고한 엘리의 개인희생을 지지했다고 가정해봤을때 물거품이 될 확률이 있지만 만약 기적적으로 백신이 개발되었다면 그것은 당연하게도 권력의 수단으로 활용이 되었을겁니다.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파이어플라이쪽이 그 가능성이 높겠죠. 파이어플라이가 머리가 되어서 다시 태어날 미국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참 궁금하네요. 또 다른 세력이 미국을 통일점거하게 된다면 어떤모습일지도 마찬가지로 궁금합니다. 가령 잭슨마을이 제2의 미국이 된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데이빗무리같은 악의집단이 된다면요? 다행으로 봐야할지 불행으로 봐야할지 조엘의 선택 때문에 지금은 백신 개발에 실패해서 그 우주를 벗어났지만 아직 그 불씨가 완전히 꺼진것은 아니죠. 애비가 엘리의 단서를 안채로 아발론섬의 파이어플라이를 찾아갔으니 파트3의 내용은 과연 어떻게 전개가 될지 더 예측이 불가하게 됐습니다.
(IP보기클릭)115.21.***.***
음 근데 백신은, 예를 들자면 매드맥스 세계관의 물과는 좀 다릅니다. 매드맥스 세계관에서는 물을 통제하면서 아주 큰 권력의 갭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하지만 코로나로 하루 2000명씩 죽어가고 있는 미국에서 쌈자님이 유일하게 백신의 제조법을 아는 미국인이라면, 그걸 어쨌든 유통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백신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봐야.. 사람들이 백신을 안맞으면 길 가다가 쌈자님도 코로나에 걸릴 수 있거든요. 뭐 어느정도의 권력은 가질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력을 가진 파이어플라이가 바로 타락할 것이라고 보는건 조금 너무 간 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권력을 잡는게 꼭 불합리한 것도 아니구요. 세계 정부가 있으면 어떻습니까? 어짜피 사람들도 다 죽어서 얼마 있지도 않는걸요. 전 누군가 권력을 잡고 타락할게 무서워서 좀비가 창궐하는걸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 20.11.24 22:18 | |
(IP보기클릭)119.18.***.***
흠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실의 코로나와 라오어의 동충하초 바이러스의 특징상 대처법도 다르고 해당 세계에서 인간이 바이러스에 노출돼서 적응된 시간조차도 달라서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좀 어렵다는 생각이듭니다. 라오어에선 인류가 20년 가까이 생존하면서 어느정도 감염체에 대한 지식과 대처법이 널리 알려진 상태이고 훈련과 인류끼리의 연합을 통해서도 어느정도 극복할 길이 보이는 상황입니다. 백신이 있다면 확실히 감염 극복에 대한 지름길은 되겠지만 다른 영향을 끼칠수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없어도 시간이 오래걸릴뿐이지 딱히 극복이 불가능할거까진 않다고 봅니다. 백신이 없이 회복된 미국의 우주도 이거나름대로의 영향이 있겠죠? 그로인해 발전된 인류의 미래도 궁금하기도 합니다. 코로나는 이제 막 터진지 1년됐고 아직 인류의 대처도 미숙한데다가 눈에 안보이고 현실 전세계 사회가 동시에 셧다운 하지 않는한 전염성은 라오어 보다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뭐 끔찍하게 좀비가 된다거나 치사율이 높다거나 이런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감기 걸린거 처럼 전염성이 높습니다. 정말 좀비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재앙이라서 이런말을 쓰는것도 좀 느낌이 묘하네요. 저도 파이어플라이가 권력을 쥐든 말든 딱히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엘리의 숭고한 희생으로 탄생한 백신이 인류를 구원할 희망적인 모습이 아닌 더욱 큰 분쟁의 씨앗으로 가게될 아이러니함으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플레이어로서 예측하는 라오어 미래역사의 흐름인거죠. 최근 책 유발하라리 사피엔스를 읽어서 그런지 이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그 책에선 농업혁명이 어찌보면 인류최대의 사기라는 관점을 갖고 있거든요ㅋㅋㅋ 그 덕분인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과거 인류에 비해서 하이테크 로우라이프 스러운 사이버펑크같은 게임과 유사한(?) 삶을 살고있으니까요. | 20.11.24 22:42 | |
(IP보기클릭)115.21.***.***
일리있네요. 사피엔스 좋죠. 괜히 유명한 책이 아니었어요. 사피엔스에 보면 사람들이 의미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인간을 진화시켰다고 하는데요, 아무리 팩트를 설명해줘도 별 희한한 의미를 갖다붙여서 억까짓을 하는 사람들도 다 그런 인간의 진화적 능력 때문에 일어난 일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나저나 감염체에 관한 글 아주 기대하고 있습니다! | 20.11.25 07:04 | |
(IP보기클릭)119.18.***.***
그리고 파트3의 엘리는 두 가지 관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 상태로 즉 플레이어와 동등해진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 엘리의 선택도 상당히 궁금해지네요.
(IP보기클릭)1.232.***.***
저 시점에서 일지를 열어 볼 생각은 전혀 못했네요 ^^;; 이미 엘리도 조엘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그게 샌타바버라에서 애비를 놓아주면서가 아니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네요 알면서도 해변전투를 하려고 했을 때 엘리 마음이 어땠을지... 참 먹먹합니다
(IP보기클릭)115.21.***.***
물론 제가 정답은 아니지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도 엘리의 복잡다단한 심경에 좀 먹먹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ㅜㅜ | 20.11.25 07:06 | |
(IP보기클릭)210.183.***.***
아주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그날밤의 대화로 엘리는 조엘의 진심을 이해했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잭슨을 떠나기 전 마리아와의 대화에서 마지막에 마리아가 창밖의 하늘을 슬쩍보며 하는 말이... [Get going. you're.. you're losing light.] 였죠. 제가 본작에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국내판에선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출발해] 라고 의역됐구요. 저는 이것이 2회차 이상의 플레이어만 느낄 수 있는 중의적 표현이라고 봤어요. 번역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자 그대로 해석할 수도 있죠. 지금 엘리가 하려는 복수의 여정은 '빛을 잃어가는 길'이라구요. 그 빛은 조엘이 엘리에게 전했던 진심, 이타적 마음...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서로를 증오하다 스스로를 불태워버리는 스카와 울프의 싸움처럼, 엘리는 증오속에 스스로 타버리며 빛을 잃어버리지만 애비와 레브의 모습을 보며 파랑새 마냥 이미 가지고 있던 빛을 다시 찾았다고 느꼈어요. 그에 대한 방증이 엘리의 마지막 대사죠. 'Go, Just take him' 이건 절대 꼴도보기 싫은 원수에게 자비를 베풀며 여기서 내가 복수의 연쇄를 끊으며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유치한 메세지를 던지는게 아니죠. 손가락을 잃은 고통속에서도 him(레브)와 take의 주체(애비)를 함께 언급하는 것은 이 둘에게서 또 하나의 Us(조엘과 엘리)를 느꼈고 차마 그들의 여정을 막을 수 없었다는, 막고 싶지 않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IP보기클릭)115.21.***.***
맞아요. 저도 그걸 한 번 디테일 글에다 쓴 적이 있어요. 가기 전에는 you're losing light 라고 하고 갔다 와서는 엘리가 I've lost the light 라고 쓰죠. 정말 중의적 의미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복수의 연쇄를 끊는 메세지보다, 그들을 막고 싶지 않다고 표현하신 부분은 이 게시판에서 거의 본 적이 없는 내용 같네요. 물론 엔딩에서 연쇄가 끊어진건 맞지만, 저도 그게 핵심 주제고, 게임이 그 메세지를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공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신 표현이 멋지네요. | 20.11.25 06: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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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되었다고요. 그래서 거기까지 가서도 애비를 놓아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수있었다 봅니다. 어느순간부터 엘리에게 복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존재했는데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이때 완전히 상실되었으니까요. 작가도 PTSD때문에 이대로 있으면 자,살하고 말것같은 벼랑끝에 몰린 심정으로 애비를 찾아 샌터바바라로 떠난거라 했습니다. 그래서 애비를 찾고 애비와 싸웠는데, 그게 답이 아니라는걸 이때 엘리가 완전히 깨달은거라고요. 위에 정직원님이 말씀하신것중에 꼴도보기 싫은 원수에게 자비를 베풀며 여기서 내가 복수의 연쇄를 끊으며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유치한 메세지를 던지는게 아니라고 하셨는데, 엘리와 애비도 복수를 포기한건 자비 베풀어서 내가 더 밝은미래로 나아가겠다 생각하고 행동한건 아니죠. 근데 전체적인 연출로 볼때 그걸 의도했다고 봅니다. 왜냐면 애비는 복수를 하지않는걸 택하고 결국 레브를 지켜냈고, 파이어플라이 기지로 무사히 도착했잖아요. 마찬가지로 엘리 또한 복수의 연쇄를 자신의 손으로 끊으면서 희망적이고 행복해질 자격을 얻었다 생각하거든요. 아버지들이 낳은 비극(조엘은 친부가 아니지만 상징적으로 봤을때 이렇게 말할게요.)을 엘리와 애비가 끊어냈다, 그리고 그 둘은 복수와 증오의 늪에서 벗어나 불나방 같은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게될것이다 라는 걸 암시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팬케이크님이 어린엘리가 백신을 택하고 자신을 희생했을거라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엘리의 성격으로 볼때, 엘리가 백신에 대한 많은 압박감과 의무감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들로 봤을때 저는 엘리가 희생했을거라 생각해요. 주변에서 사람들이 감염되어 쉽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 자책감을 가지며 힘들어했잖아요. 조엘도 그걸 알기에 엘리에게 무리하게 거짓말을 한거고요. 근데, 거기에 대해서 엘리의 결의라고 표현하면서 테러에서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는 이 경우와 엘리와 다르다고 봐요. 의인들은 성인이고 엘리의 나이는 불과 14살 밖에 안됐어요.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게 아니라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이라는 점에서 그 아이가 희생하는게 그 희생을 택하는 아이의 결의가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운지에 대해서 말하는거에요. 어떤분이 말씀하셨듯 생존이 우선시되는 아포칼립스 세계라서 엘리는 데이트를 위해 굶고 무슨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여자아이의 마음(엘리의 말만 보면 그 여자아이가 어이없고 한심하게 느껴질수 있지만, 사실 귀여운 고민이기도 하죠.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할 행복을 위해서 가지는 사소한 고민이니까요.)도 공감하지 못하죠. 어두운 세계가 엘리가 백신때문에 희생당하는 상황이, 또 희생하려고 한 엘리를 만들었다고요. 그리고 라오어 게임에서 계속해서 엘리에게 그런 메세지를 던져요. 안나의 편지를 통해서, DLC 엔딩 라일리를 통해서, 1편의 엔딩 조엘을 통해서요. 똑같아요. 이건 2편에서 디나가 엘리에게 던지는 말과도 비슷해요. 그년이 중요해? 가족이 중요해?. 라고 가치판단의 순간을 던지는거죠. 엘리가 그 당시엔 백신으로 희생하는게 진심일 수 있지만, 그게 의인들 예시 같은 결의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너티독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도 그게 아니고요. 그게 정말 최선이냐는거죠. 14살의 아이가 삶이 아닌 죽음을 선택해야하는 상황도, 심리도 정상적인 세상이 아니니까 나온거잖아요. 그래서 그게 온전히 엘리의 결의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것 같습니다. | 20.11.25 06: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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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감사합니다. 3가지 정도의 화두가 있는 것 같아요. 1. 애비와 레브에게서 조엘과 엘리를 겹쳐본 부분 저도 엘리가 '애비는 조엘이고 레브는 나 자신이니까 놔줘야지~' 라고 했다고 생각한건 아니에요. 635님 글 중간쯤 보면 "물에서 허우적대며 버둥거리는 애비의 모습에서 조엘이 느껴졌고" 라고 하셨는데 제 생각도 완전 똑같은겁니다. 다만 애비에게서 조엘이 느껴진다면, 애비가 지키려고 하는 존재는 조엘이 지키려고 하는 존재로 비유가 되니까 그렇게 표현한거에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635님과 의견이 다르지 않습니다. 2. 복수의 연쇄를 끊은 부분 그쵸 복수의 연쇄가 끊어진건 팩트입니다. 정직원님도 '복수가 끊어지지 않았다!' 라고 하신건 아닐거에요. 어떤 화두를 더 우선으로 보느냐의 문제일 것 같네요. 저는 복수의 연쇄를 끊는게 엔딩의 핵심 주제로 보지 않을 뿐입니다. 635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여러가지 심리적 요소로 인해 결과적으로 끊어진 것이긴 하죠. | 20.11.25 06: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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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의에 대해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겁니다. 그럼 여러 의인들, 위인들은 오로지 올곧게 완벽한 자기만의 결의가 있었던걸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들도 사람이고, 역사적으로 장점만 부각되어서 그렇지, 살면서 실수도 하고, 남에게 폐도 끼치고, 어리석은 선택도 하고, 남에게 휘둘리기도 했겠죠. 우리는 니스 테러 트럭에 뛰어든 남자의 배경스토리를 모릅니다만, 만약 그 남자가 알콜중독에 이혼당하고 삶에 의지가 없는 상태였다고 칩시다. 거의 죽고싶어하던 찰나에 갑자기 그런걸 목격하고 뛰어들었다고 해보죠. 그럼 그는 의인이 아닌걸까요? 저는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된 배경이 어떻든, 목숨을 건 결의는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본인의 의지가 전혀없고 100% 세뇌당한 상태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런 케이스는 아니구요. 물론 우리가 엘리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엘리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엘리의 결의를 존중하는 마음을 동시에 가져도 될 것 같아요. 어짜피 너티독은 유저가 원하는대로 스토리를 전개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원한다고 이뤄질것도 아니고 말이죠. 저는 1편이 어떤 교훈을 담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게 정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가? 라고 화두를 던지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냥 각자의 동기와 생각을 가진 인간들의 모습을, 특히 조엘을 중심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조엘의 마인드가 강하게 묻어나온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조엘은 엘리를 위해서라면 고문과 살인도 불사하는데 그런 모습을 미화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렸기 때문이죠. 저는 635님이 쓰신 글들을 다 읽어봤기 때문에 이런 댓글을 다시는걸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근데 저는 이게 사실상 제 견해를 드러낸 첫 글이죠 이게. 1편의 엘리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서는 아마 635님과 제가 가장 크게 견해가 다른 부분일거에요. | 20.11.25 06: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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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소환되길래 간단한 썰만 풀어보렵니다. 말씀하신대로 복수의 연쇄는 방향을 잃어버린 감정들이 서로 부딪히며 생겨난 부산물이지 중심 주제는 아니라고 봐요. 지금이 80년대도 아니고 이미 단물 빼먹을만큼 빼먹힌 소재에서 새로운 얘깃거리가 나오기도 힘들것 같구요. 여튼 저도 복수의 연쇄는 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극장에서 애비에서 졌을때 끊어졌다고 생각해요. 토미만이 풀 수 없는 원한에 스스로 망가져 갈뿐, 엘리는 이미 모든걸 태워버렸고, 지쳤고, 외면하려하죠. 산타 바바라로의 여정은 복수 2라운드가 아니라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답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라고 봅니다. | 20.11.25 09: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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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팬케이크님의 말씀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존중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명확한 답이 없고, 각자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생각하고 표현 할 수 있다 봅니다. 제가 앞에 댓글을 조금 두서 없이 쓴 것 같아, 정리하고자 다시 댓글 씁니다. 엘리가 살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 동시에 백신을 위해 희생하는게 맞았을거라는, 엘리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는것에 동의합니다. 헌데 제말은, 그게 진짜 엘리가 가졌던 결의였을까? 엘리의 진짜 삶의 의미였을까에 대한 것입니다. 처음부터 엘리가 인류를 위해서 파이어플라이를 찾아가 자신의 몸이 면역을 가질수 있도록 만든게 아니잖아요. 엘리는 라일리와 쇼핑몰에서 물려 자기가 면역이 있는 사람이란걸 알기 전에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없어요. 군사학교에서 가족도 친구도 없이 홀로 버티는 삶을 사는 아이였죠. 그러다 이제 겨우 유대감을 쌓는 친구가 생겼는데 그 친구마저 파이어플라이에 가입해서 떠날수 있는것에 신경쓰는 것이, 조엘과 함께 백신으로 가는 여정을 보내는 엘리 이전에 우리가 알던 엘리의 모습이에요. 처음부터 면역력을 가진 상황 자체가 엘리에게 우연처럼 주어졌어요. 누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엘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일도 아니었죠. 운나쁘게 감염체한테 물렸고, 친구의 말에 기다리고 있는데, 자신이 면역이 있다는걸 알아버린거에요. 여기에, 좋아했던 친구는 죽고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생존자의 죄책감이란 특수한 감정도 생겼고요. 이 특수한 감정은, 여정을 하며 라일리 처럼 감염체한테 운나쁘게 물려 죽는 사람들(테스,샘)을 보면서 더해지죠. 그럴수록 엘리의 죄책감과 압박감 의무감은 면역력을 가진 자로서 깊어지고요. 엘리가 자신의 생존이 아닌 희생을 택하려한, 그 결의를 가지게 된 동기가 뭐였을까 생각하면 이건 결국 다른 이들을 위한 동기거든요. 그 동기가 나쁘다는건 아니에요. 하지만 엘리 자신을 위한 동기가 아니라는거죠. 객관적으로 봤을때 라일리가 죽은게 엘리 탓인가요? 아니죠,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이에요. 테스가 죽은건요? 샘이 죽은건요? 전부 엘리 탓이 아닙니다. 운이 나빴을 뿐이에요. 그럼에도 엘리는 남들은 허무하게 너무도 쉽게 죽어가는데 자신은 면역력을 가져서 이들의 죽음을 지켜봐야하는 입장이라 죄책감을 느껴요. 그 죄책감은 백신이 되야한다는 의무감을 갖게하고요. 이런 죄책감과 의무감이 동기를 만들어서 내가 백신이 되어 희생하는게 맞았다, 그랬어야 했다고 말하는 것 같거든요. (1편엔딩에서 조엘에게 말한거나 2편에서 시드니의 편지를 읽고 면역력이 있으면 좋았을텐데요 말할때 잘 드러나죠.) 엘리의 결의를 유발했던 동기가 죄책감과 의무감에서 비롯된것이라, 백신을 위해 희생해야 된다는 것이 엘리의 주체적인 생각일까? 그게 정말 엘리가 원했던걸까? 라는것에 저는 의문을 표한겁니다. | 20.11.25 18: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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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어2에서 불나방이 상징적인 의미로 많이 나왔습니다. 저는 백신을 위해 희생해야 했다고 말하는 엘리의 모습이 마치 불나방 같았는데요. 엘리에게 희생이 아닌 삶이 주어진건 조엘의 재량 이었지만, 그 삶이 주어진 후 어떻게 할것인가는 온전히 엘리 자신의 몫이었어요. 솔트레이크시티 병원에서 단서를 찾아내 모든 진실을 알고 난 후, 엘리가 한 일은 백신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도(파이어플라이가 해체되고 의사가 죽었다해도 백신에 대한 결의가 굳게 있었다면 엘리가 어떻게든 행동했을거라 보거든요.)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었죠. 조엘을 이해하고 용서하기는 힘들었을거에요. 근데 엘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삶 마저도 부정했어요.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그냥 삶이 주어져서 어쩔수 없이 머물고 있다 지내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파티에서 혼자 외롭게 구경만 하던 모습, 디나가 분위기를 잡아도 자신은 경쟁자가 되지 않을거라며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 그때 죽었으면 삶의 의미라도 있었을거라고 조엘에게 울분을 토하는 모습을볼때, 저는 엘리가 참 불행한 삶을 살고있구나 느꼈습니다. 특히 조엘에게 그 때 죽었다면 삶의 의미라도 있었겠죠 말하는 장면에서, 엘리가 의무감과 죄책감에 묶여 희생이 답이라 생각했듯, 자신의 인생을 솔트레이크시티 병원에 묶어두고 자신이 행복해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스스로 단정짓는듯해서 먹먹하고 슬펐습니다. 어두운 터널속을 걷듯, 어릴적 군사학교에서 외로이 버티듯, 삶을 견뎌내고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제가 삶이 아닌 희생을 택하려한 엘리의 결정이 의인들의 경우와 다른것 같다고 표현 했습니다. 희생을 감내하려 했던 엘리의 모습이 건강해보이지 않아서요. 희생을 해서 많은 사람을 구할거라는 희망적인 의미보다 죄책감과 의무감, 비관적인 세계 때문에 엘리가 그런 결정까지 생각한것 같아서요. 엘리가 살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 저는 엘리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그래서 엘리가 희생을 감내하려고 했던 그 결정이, 엘리의 진짜 삶의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신을 위한 희생을 한다면 인류 재건의 희망을 가질수있고 죄책감도 씻겨가고, 소중한 사람이 죽는 끔찍한 모습은 안 볼수 있겠지만 그 안에 엘리의 행복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삶을 택하면,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죠. 엄마 안나가 그럼에도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것과 조엘이 무슨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삶을 살기위해 싸워야된다 말하는건 모두 엘리의 행복을 바래서 나온 말이니까요. | 20.11.25 18: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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