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게임을 빨리 질려하는 스타일이라 이제 슬슬 게임이 물리려고 하는 차에 몇가지 느낀 점들을 공유도 할 겸 좀 적어보려고 해요. 앞서 말했지만 가이드 글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제 느낌을 적어본 것 뿐입니다.
1. 지형적응이 무시할 건 못되는데 몇몇 키워야 하는 기체들의 답이 없는 이동력 때문에라도 앵간하면 풀개조 보너스는 이동력을 주는 게 좋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플레이 해왔던 슈로대중에 PP 시스템을 채용한 작품에서는, 기본적으로 캐릭터에게 pp를 줄때는 거의 무조건 주로 활동하는 지형적응부터 S로 맞춰두고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1회차건 4회차건 상관없이요. 그 후에 우주S는 기체 풀개조 보너스로 올리는 식으로 진행했지요.
E세이브나 집중력, 연속행동 같은 스킬이 좋은 건 알지만 일단 기체가 살아남아야 딜을 넣던 원호를 때리던 하니까요. 제 체감상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 이게 알게 모르게 티가 좀 나는지라 PP건 기체 풀개조 보너스건 지형S를 주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나 세상에, 겨우겨우 그랑티드를 풀개조 해주고 훗날을 위해 우주S를 주니 그 망할 이동력이 앞으로의 진행에 발목을 잡더군요.
하이페리온 같은 고기동 컨셉의 기체를 제외한 나머지 기체들의 보편적인 이동속도는 6, 좀 빠르다 싶은 애들은 7로 잡혀 있습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큰데 한놈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이 때려잡아야 기분이 좋아지는 본 작품의 특성 상인지, 아니면 제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몇 녀석 정도를 에이스로 잡고 몰아서 키우는 스타일이라 최대한 빠르게 적진에 박아놓고 반격으로 잡는 걸 좋아합니다.
때문에 이동력이 좋아야 최대한 빠르게 적진으로 돌격해서 반격으로 꿀을 빨아야 하는데 이동력이 부족해버리면 정말 답답하더군요. 부스터나 메가부스터 같은 이동력을 늘려주는 파츠가 그렇게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풀개조 보너스는 이동력을 우선시 해서 주는 게 더 좋았네요. 특히 그랑티드 넌 진짜......
2. 무기개조보다는 기체개조, 특히나 조준치부터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르지만 앞서 말했듯 저는 캐릭터를 균등하게 키우지 않고 몇 녀석들만 몰아서 집중적으로 키웁니다. 그래서 개조 역시 한 두놈들부터 몰아서 시작하지요. 그런데 이번 문드웰러즈 같은 경우 제가 좋아하는 슈퍼계 애들이 너무 많아서;(가름레이드 블레이즈, 콤파치블 카이저, 포르테기가스, 소울게인, 그랑티드, 그룬가스트 개 등등등) 쉽게 한놈을 정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일단 전작에 나왔던 기체들은 대부분 최종기체를 처음부터 가지고 나오기 때문에 화력 자체는 개조가 없더라도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초반부에 비해서는요) 특히나 이번 작은 돈이 진짜 미친듯이 쪼들리기 때문에 일단 1회차에서는 무기개조는 포기하고 기체부터 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정확히 뭘 개조했느냐면 두말할 것 없이 조준치였네요.
Z때였나요?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조준치라는 항목이 새로 생겼죠. 이게 차이가 굉장히 심해서 기체를 개조할 때는 이것부터 개조를 해주는 게 좋더군요. 이번 적들은 능력치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 조준치를 올려주지 않으면 매턴 필중을 걸지 않는 한 애들이 맞지를 않았습니다.
리얼계라면 운동성과 조준치, 슈퍼계는 EN과 조준치를 개조해주는 게 효율이 좋았던 것 같네요. 왜 슈퍼계는 장갑을 안 올리고 EN을 올리냐하시면 기본적으로 이번 슈퍼계는 배리어를 들고 있는 애들이 많아서(그랑티드나 콤파치블 카이저 같은 애들) 몇 대 맞으면 정말 EN이 순식간에 빨리더군요. 그래서 장갑수치 보다는 EN을 우선시해서 올려줬었습니다.
3. 몇몇 안키우면 피보는 애들이 좀 있다. 특히 신규참전작 애들, 근데 후속기 교체 연출 좀 신경 써줘.
이건 OG시리즈 대부분에 해당되는 얘기네요. OGS때 쿄스케, 류세이가 그랬고 2차 OG때 잉그가 그랬죠. 이번 문드웰러즈에서는 토우야와 칼비나 그리고 아키미, 아케미가 해당됩니다. 다만 이번 스토리 상 코우타도 어느정도 좀 키워두면 편하더군요.
다만 얘네들의 밸런스가 그리 좋지는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강력한 능력치와 기체빨로 전장을 헤집고 다니는 칼비나와는 다르게 그랑티드와 소울세이버는 기본적으로 땅개이며 이동력도 그리 좋지가 않습니다. 그나마 소울세이버는 좀 사정이 낫지만 그랑티드는 기력이 낮을 때와 극초반 스토리에서는 P병기의 사거리가 1이라서 진짜 발암이었네요. 키우기 싫어도 스토리상 강제로 출격할 때가 많고, 제가 그랑티드를 엄청 좋아하는 편이라 안 키울 수가 없었어요.
이 부분은 기력+나 투쟁심 같은 기력관련 스킬을 달았다가 중반부에 빼버리는 식으로 극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군요. 아니면 처음에만 소울게인과 트윈을 짜서 기백을 써준 뒤 다시 트윈을 짜던가 하는 식으로 굴렸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답답한 애들도 애정과 트윈에 따라서 어느정도 극복 가능하니 관심만 가져주면 쭉쭉 클 수는 있습니다. 특히 그랑티드가 그런 게 심한데 후속기체를 타면 여태까지의 고생이 어느정도 보답받는 느낌이었네요. 칼비나의 벨제루트 브리간디야 뭐 자타가 공인하는 깡패성능이고, 슈퍼 소울세이버 역시 후반까지 꾸준히 강화가 되서 무난하게 써먹었습니다.
다만 후속기체로 갈아타는 연출이 그렇게 좋다는 느낌은 못받았습니다. 뭔가 알파시리즈처럼 막 기체가 개발살난 위기 상황에서 극적인 분위기에서 기체를 갈아타거나 하는 게 없네요. 물론 원본인 J의 그 어처구니 없는 연출보다는 훨씬 낫긴 했지요. 근데도 알파에서의 용호왕으로 갈아타는 그런 연출이 좀 있었으면 했어요. 이 부분은 차기작에서 개선을 좀 해줬으면 합니다.
4. 나는 슈퍼로봇대전을 샀지 슈퍼아저씨대전을 산 게 아니라고. 아저씨들 대화를 볼거면 삼국지를 하지.
슈로대는 기본적으로 캐릭터 게임입니다. 과거 윙키 시절과는 다르게 지금은 애정만 주면 PP 시스템 덕분에 누구던지 에이스가 될 수 있고 무쌍을 찍을 수 있죠. 단지 그 애정과 정성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 작품은 그 슈로대 게임 중에서 주인공들만 모아서 재구성해놓은 세계관이며 당연히 플레이어는 그 캐릭터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감정을 이입하며 플레이 하고 거기서 나오는 대화나 만담, 크로스오버등을 즐기게 되죠.
그런데 이 게임에서 나오는 대화의 대다수는 아저씨들이 차지하며 정작 게임이 가지고 가야 할 캐릭터의 만담 같은 게 상당히 옅어졌습니다. 시종일관 섹드립과 개드립을 날리며 브릿트를 엿먹이던 엑셀렌이나 그 엑셀렌한테 전염되서 똑같은 헛소리를 엑셀에게 날리는 알피미. 그걸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쿄스케와 그 뒤에서 쿠스하즙을 들고 브릿트에게 쳐먹이려고 하는 쿠스하 등등.
어쨌든 캐릭터가 상당히 많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캐릭터들이 쌓아놓았던 이미지가 워낙에 좋다보니 이를 활용하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을텐데(시나리오 라이터 입장에서요) 이를 거의 무시하고 땀내나는, 누군지도 모르겠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는 아저씨들의 브리핑으로 인터미션 대다수를 때워버리는 점이 상당히 불만이었네요. 특히 아센과 라이마의 첫만남 부분은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한숨만 나오더군요.
5. 전문용어 남발하면 멋있어 보이지, 근데 아니야.
이 작품에선 별에 별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걸 사전처럼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놨지요. 근데 진짜 별에 별 것에 전문용어를 만들어놔서 사람 머리를 터지게 만듭니다. 똑같은 단어인 크로스 게이트를 붜다의 문? 제다? 잘 기억도 안 나는데 무슨 홍길동처럼 만들어놨네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뜻은 소시지인데 써놓은 건 sɔ:sɪdƷ, sausage 이따위로 적어놔서 엄청 헷갈립니다. 심지어 몇가지 단어의 경우에는 사전을 눌러보면 그 사전 안에 또 다른 전문용어가 나옵니다.
6. 난이도 구성 실패
게임의 스토리텔링이나 구성 만큼 중요한 게 난이도 책정이라고 보는데 개인적으로는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비기너즈 난이도를 넣어준 건 좋은데 그 비기너즈 난이도가 다른 슈로대였으면 그냥 노멀이었을 정도였네요. 물론 기존의 슈로대를 계속 해왔던 분들이라면 무난했겠지만 초보자를 위한 비기너즈인 만큼 난이도를 좀 낮췄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미션들의 구성 또한 그리 좋지 않습니다. NPC들은 딸피가 되던 말던 죽던 말던 무식하게 적들만 까고 있고 극 초반부에 주인공은 사용하지도 못하며 적들의 HP를 2000 이하로 깎아야 되고 그나마도 격추시키면 게임오버고.....
초보자들을 배려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엿먹어보라고 만든 맵이 몇 개 보였습니다. 비단 초반부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으며 쓸데없는 강제출격이 너무 많고 전체적인 화수가 적다보니 자금도 상당히 부족했었네요. 특히나 그 악명높은 42화는 진짜 최종화보다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기체들은 사방에서 핀포인트 폭격을 맞고 피가 빵빵 까지는데 전함 옆에서 증원된 애들은 열심히 전함 까고 있고..... 진지하게 이거 다시 진행해야되나 라는 생각을 했었네요. 물론 귀찮아서 그러진 않았지만.
이래저래 까는 글을 많이 적긴 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즐긴 게임이었습니다. 적어도 3차 슈로대Z보다는 밸런스가 훨씬 좋았던 것 같아요. 거기다 염원하던 자막한글화라니. 물론 몇 가지 아쉬운 번역들도 있었지만 이정도면 번역의 퀄리티는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에 본인이 SRPG게임을 좋아한다면 한번쯤은 해볼만한 게임인 것 같아요. 다음에 시간이 난다면 유닛 평가도 한 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봐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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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같은 경우는 그냥 한가지로 퉁쳐도 될 단어들이 너무 많은 게 아쉽더라고요. | 16.07.26 12: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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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력은 정말 답답한 정도였네요. 히트워웨이를 달아줄까 하다가 pp소모가 커서 참았지요. | 16.07.26 12: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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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준치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sp소모가 너무 심했네요. | 16.07.26 12: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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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에서 증원이 오는 건 상관없는데 아군 전함 위치에 다짜고짜 이전을 해버리니 어라운저를 잡으러 갔던 애들 다 백해서 정신이 없었네요. 거기다가 바란슈나일을 늦게 잡았더니 애들 피가 걸레짝이 되서 회피가 안 좋은 몇몇 애들은 뻥뻥 터져나가는데 제 멘탈도 같이 뻥뻥 터져나가더라고요. 물론 1회차때 이야기입니다만 뒷통수 때리는 증원 포인트가 몇 군데 있어서 공략을 보지 않고 하는 1회차에서 몇 번 위험했던 적이 있었네요. | 16.07.26 12: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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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력은 보통 신경을 잘 안쓰고 풀개조 보너스를 지형으로 주는 편이라 뭣도 모르고 했던 1회차에서 피를 많이 봤네요. 이게 전부 윙키 슈로대식 지형적응에 너무 버릇이 되서 그런 것 같아요. 그때 슈퍼로봇은 보스전 뎀딜 위주로 굴렸어서 후반부는 거의 쫄을 칠 여유가 없었죠.ㅋㅋ 엘리트병이었나요, 그때 잡졸은 정말 토나왔었어요. | 16.07.26 12: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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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초보자를 신경 써줬다면 난이도를 조금 더 낮춰도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아니면 자금이나 레벨업이 조금 더 수월하게 변경되던가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 16.07.26 12: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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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 평가글도 제 주관이 듬뿍 들어가긴 하겠지만 올려는 볼게요. 저도 엑셀을 좋아해서 격추수 2등이네요(1등은 칼비나) 알피미랑 붙여주고 사거리만 늘려주는 파츠만 써줘도 정말 초토화가 뭔지 보여주는 기체라고 생각합니다. | 16.07.26 12: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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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무쌍이 조금 더 편해지게 되어있는 게임이라 진득하게 게임만 하면 진도 자체는 쭉쭉 나가는 것 같아요. ex하드는 저는 도전해볼 엄두도 안나더라고요. | 16.07.26 12: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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