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왠만큼 한글판 엔딩을 보신 분들이 많아지면
이 글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게임 어워즈에 코나미측에서 코지마 출국을
막았다는 것에 빡쳐서 엔딩이후 찾아온 아쉬움과 공허함, 그리고 700시간을 즐기면서
어렴풋이나마 제가 느낀점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물론 이는 100%저의 주관적인
해석이고 100%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팬텀 페인, 환상통. 메기솔의 환상통은 단순히 메기솔5뿐만이
아니라 전 시리즈를 아우르는 아주 중요하고 큰 의미를 담은 부제라는걸 일단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 환상통은 더 보스가 남편이었던 더 소로우를 죽인후 솔리드 스네이크에 의해 존 도가 멈출때까지.
더 보스 본인마저 이루어질 수 없는 평화라는 환상으로인해 고통받고 그녀의 죽음뒤에
빅보스, 제로, 스컬페이스는 그녀의 환상통을 이어받아 각자들의 방식으로 그환상통에서
해방되려 애썻으며 그리고 무서운 아이들 계획으로 탄생한 세명의스네이크들 또한 제로가
남겨 둔 A.I.라는 유령같은 존재에 시달리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유령같은 존재에서 벗어나려
애썻기 때문입니다.
솔리더스는 유령과도같은 A.I.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지키기위해,
리쿼드는 빅 보스를 뛰어넘겠다는 일념하나로 그 A.I.를 통제하기 위해, 그리고
솔리드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팬텀 페인은 전 시리즈를 관통하는 중요한부제입니다.
그리고 메기솔 5 팬텀 페인에선, 단순히 정신적인 환상통이 아닌 육체적인 환상통 마저 겪게
되는 베놈, 바로 플레이어 본인이자빅보스의 팬텀이 등장하지요.
뜬금없지만, 메기솔2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신지요.
메기솔5 진엔딩 시작전에 니체의 진실은 없다, 해석만 있을뿐이라는 문구가
인용되는데, 이는 사실 메기솔2에서 이미 한참전에 사용된 진부한 표현입니다.
8분 30초부터 나오는 메기솔 2의 엔딩.
메기솔2엔딩에서 솔리드는 잭에게 절대 진실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진실이라 불리는 대부분의 것들이 소설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무얼할 수 있죠?"라고 되묻는
라이덴에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신념을 가지라고 말할수 있다고 하며, 의지적으로얼마나
신념을 갖고 미래를 결정했는지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말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며, 말에가려지고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 결정하라고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라이덴에게 심지어이름이나
미래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하죠. 모든 결정과 결정을 만들기까지의 느낌이나 생각은본인
스스로의 선택이며, 본인의 유산또한 스스로 선택하고 본인이 결정해야한다고합니다.
자 그럼 이제 메기솔 5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게임초반부터 이미 플레이어들은
메기솔 5의 베놈의 얼굴과 이름, 생일을 스스로결정하면서 시작하고 게임을 진행하며 그의
미래또한 결정합니다.
혹자는 게임시스템상 비살상플레이를 강요한다고 합니다만 사실 비살상을 강요한건 누구도
아닌 플레이어 본인입니다. 이런저러한 이유를 떠나서 메기솔5의 적병의 대부분을사살하면서
진행하신 분들은 이미 분명 존재하며, 비살상을 강요받은 분들은 데몬스네이크의 외양이
싫다거나 혹은 비살상쪽이 더 쉽다거나 스태프들을 회수하기 위한 등의 여러 이유로살상을
피한것일 뿐입니다. '본인'의 선택으로요.
플레이어는 메기솔 5내에서 무한한 자유도를 갖고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습니다. 무기도,
버디도, 탑승차량도, 플레이 방식도, 루트도 그리고 그 모든 결정과 결정을 만들기까지의
느낌이나 생각은 그 누구도 아닌 본인 스스로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들은 게임을
리플레이하면서 번복될 수 있고 또다른 방식으로 스테이지를 진행시키며 베놈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과연 어느쪽이 진실일까요? 로켓런처로 적병을 마구 사살하면 진행한 것이
진실일까요, 아니면 모두를 유유히 따돌린채 목표만을 수행한것이 진실일까요, 아니면
플레이어의 마더베이스를 키우기 위해 스태프들을 모조리 풀톤하며 진행한 것이 진실일까요.
미션을 재반복함으로써 다른 유저의 선택까지 갈 것도 없이 본인 스스로 이미 무수히 많은
if 스토리들을 게임내에서 재생성하며 메기솔2의 솔리드가 라이덴에게 말한 것처럼 오직
모든 결정과 결정을 만들기까지의 느낌이나 생각만이 온전히 플레이어의 것이고 오로지
그것만이 진실이 되어버립니다.
진실을 알게 된 뒤 msx를 재생하며 메탈기어1 미션을 수행한다는 걸 보여주는 베놈.
하지만 어떤 연유에선지 그는 피범벅이 된 데몬 스네이크가 되어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코지마는 히든 영상은 숨겨놓고 진엔딩영상만을 보여주며 플레이어들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거울을 박살내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플레이어의 분신인 베놈스네이크. 그리고 이 엔딩을 통해 의견이 분분한 플레이어들. 진실은 온데간데
없고 무수히 많은 소설만 재생성됩니다. 다만 이번엔 게임내에서 플레이어의 선택하에 만들어진 소설이
아닌 현실세계에서 플레이어들재 각각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소설들입니다. 저조차도 엔딩에 관한
해석을 했지만 그것또한 단순히 무수히 많은 가설과 소설중의 일부일 뿐이구요.
그런데, 여기서 히든 영상의 존재가 발견 됩니다.
6분 44초부터 나오는 베놈의 독백. 좀 더 나은 미래로의 한걸음을 내딛기 위해 자신안의 악마를
내몰아내야 한다는 베놈. 그리고 그 마지막 임무를 빅보스와 함께 하기를 바라는 베놈.
이 히든영상은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히든영상이 정상적인 루트로 풀렸다는 가정하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비록 게임내/외적으로는 나와 또다른 수많은 그들만의 진실을써내려 갔을지라도
단 하나만큼은 공통된 결정이자 공통된 단 하나의 진실을 보여준다는 것 말이죠 . 유출된 영상에따르면
그것은 플레이어가(베놈이) 물려주려고 했던 유산, 핵이 없는 세상과 좀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나와같이 핵을 포기했다는 단하나의 진실이자 그리고솔리드가 이루려고했던
전쟁을 멈추는 것과 동일한 목표라는 것 말입니다.
우리는 메기솔 세계관 안에서 베놈의(플레이어들의) 유산은 메기솔사가에서의 솔리드가 이어받게되고
종국엔 메기솔4에서 그 뜻을 이루게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전까지의 솔리드가
이룬것은 단순히 게임 케릭터로서의 업적이었다면, 솔리드가 그 업적을 이룬 것이 메기솔 5에서 무수히
많은 현실에서의 플레이어들이 빅보스란 타이틀 아래 써내려간 단 하나의 진실, '핵을포기하는것'이란
유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이 되는 순간 이는 단순히 게임케릭터일뿐인 솔리드와플레이어들간의 독특한
유대감을 형성시킵니다.
환상통의 치료방법 중 거울 치료라는 것이 있는데 아우터헤븐 사태를 겪고 피범벅이 된 자신의모습을
거울로 바라보며 그 거울을 깨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베놈 스네이크의모습은 환상통에서
치료되었다는 걸 의미하지 않나합니다. 네이키드가 건국하려했던 핵을 지닌 아우터 헤븐을 등지고
핵을 포기하며 솔리드 스네이크에게 죽임을 당하는 '선택'을 하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이는게임내에서도
이미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챕터1을 끝내자마자 핵을 만들 수 있게되고 핵을 보유하자마자
데몬이 되는 스네이크와 핵을 폐기하자마자 본디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베놈 스네이크말이죠.
거울을 깨자 데몬이 아닌 본디 베놈 스네이크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장면.
그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베놈. 개인적으로 메기솔 시리즈중 최고의 명장면...
중2병에 걸려서든 어찌해서든 불가능해보일것만 같은 히든 영상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그에 대한
힌트조차 알려주지 않은 코지마지만, 단 한가지만은명확하지 않나 싶습니다.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모두 핵을 포기하는 순간 히든엔딩이 뜨고,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플레이어들이
제각각의 선택을 통해 그들만의 진실을 써내려갔지만, 핵을 포기했다는 단하나의 선택만큼은 이유가
어찌되었던, 모든플레이어들의 공통된 결정이자 변하지 않는 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전쟁으로
인한 환상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말하려했다는 것 말이죠.전쟁으로 인한 환상통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코 복수도 아니고 군인이 희생당하지 않는 나라를 건국하겠다거나, 혹은 모두를 통제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도 아니며 핵무기를 포기하려는노력과 전쟁을 멈추려는 노력뿐이라는 것 말입니다.
핵무기에 대한 위험성과 전쟁이 여전히 산재하는 현실에서 메기솔을 즐겼던 유저들의 모두가 핵을
포기했다는 단하나의 진실이 주는 메시지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며 비록 모두가 포기하지 않아 히든
영상을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플레이어들이 핵을 없에기 위해 했던 노력또한 가벼히 여겨질 것은아니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고 루리웹에올리기까지 오래 기다렸습니다. 핵폐기 엔딩을 본 이후에 써놓았던 글인데,
아무래도 저에겐 의미가 깊은 시리즈이고(대다수의 분들이 그러하시겠지만) 그래서 좀 더 많은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한글판이 발매될때까지 기다렸거든요. 게임자체는 아마추어같은 구성의챕터2나
흔적만 남아있는 챕터3에 대한 존재 그리고 여전히 네이키드의 행방은 미싱링크로 남는 것 때문에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그 아쉬움들보다,
메기솔 팬들로 하여금 직접 메기솔의대미를 장식하게 하려고 했다는 것,
그리고 팬들로 하여금 직접 전쟁으로 인한 환상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경험하게 하려했다는 것,
그것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메기솔이란 길고 길었던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결코 모자라지 않은 작품이며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움이 더욱커다란 작품이었다는걸..
비록 동감하는 분들이 없다하더라도 이렇게 한번 글로 적어보고싶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ay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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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엔딩은 호불호가 갈리고 제 친구는 게이머를 모욕하는거라 했지만 저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자 게이머들 스스로 노력해서 쟁취할 가능성을 준 가치있는 결말이라 생각해요. 현실적으로도 핵이라는 억지력을 서로가 포기하는게 핵에 의한 위협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테니까요. 물론 현실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최소한 그 메세지 만큼은 재치있고 의미있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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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엔딩은 호불호가 갈리고 제 친구는 게이머를 모욕하는거라 했지만 저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자 게이머들 스스로 노력해서 쟁취할 가능성을 준 가치있는 결말이라 생각해요. 현실적으로도 핵이라는 억지력을 서로가 포기하는게 핵에 의한 위협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테니까요. 물론 현실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최소한 그 메세지 만큼은 재치있고 의미있다 생각합니다. | 15.12.04 13: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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