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50% 정도 했군요. Chapter 1이 끝나는 시점입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결말 같은 건 이미 스포일러들을 통해 다 알게 되었고, 대강의 컷신도 봤습니다.
그런 전제로 지금까지 해오면서 드는 생각들입니다. 딱히 순서는 없어요.
1. 카즈히라 밀러.
N.스네이크(리얼 BIGBOSS)에게 "전쟁을 비즈니스로 여기니 믿을 수 없다."고 실연당하지만, 이 친구는 의외로 로맨스 가이인 것 같습니다. 소년병들 미션할 때 드러나죠. V.스네이크(플레이캐릭터)가 "얘들은 본능적으로 총을 쥔다"고 소년병들을 미래자원으로 여기는 발언을 할 때, "아니, 전혀 쓸 수 없다"고 하면서도 거주구역을 마련해주고, 공부할 곳을 준비하고, 나중에 카세트 테이프로 한다는 이야기가 "이들을 통해 병사들의 사회복귀를 실험하고 싶다. 딱히 소년병들을 생각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라고 하니까요.
밀러가 콰이어트를 데려왔을 때 그렇게 격하게 반응한 것은 지난 GZ 때의 마더베이스 참극을 잊지 못해서입니다. 이 여자가 이 장소를 아는 상태로 사이퍼에게 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마더베이스 참극의 원흉인 사이퍼의 일원이라고 생각한 점이 그렇게 반응하게 만든 것 뿐이죠. 휴이에게 잔혹하게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어쩌면 이 시리즈를 통틀어 "동료애"를 가장 추구하는 캐릭터가 아닐까요.
2. N.스네이크와 V.스네이크의 관계와 차이.
저는 카게무샤를 플레이했다는 것을 알고서도 그렇게 기분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코지마가 MGS2에서부터 꾸준히 밀어오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인 Gene(유전) vs Meme(유지) 사이의 대결을 비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V.스네이크는 플레이어와 함께 버츄어스 미션이나 스네이크 이터 미션, 피스워커 사태를 겪어온 그 "스네이크" 본인은 아니지만 틀림없는 BIGBOSS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Meme을 대변하고 있으니까요. 혹시 2000년대 초반 TV애니메이션인 "공각기동대 : Stand Alone Complex"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이 스토리라인을 보면서 계속 그것을 생각했습니다.
스탠드얼론 컴플렉스란 "영웅적인 원본의 부재로 인해 복제가 스스로 원본화하는 현상"이라는 것이 SAC의 골자였는데요. 저는 이 현상이 결국 팬텀 페인을 이해하는 핵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V.스네이크는 그 나름대로 원본화했습니다. 다만 복제에서 시작한 만큼 원본과 그 해석에서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죠.
마말포드의 의사 더 보스 AI가 "스네이크...가 아니군요?"라고 한 것과는 반대로, 일라이와 V.스네이크의 관계를 보세요. 일라이는 말 그대로 "무서운 아이들", 즉 N.스네이크의 Gene을 이은 자입니다. 그러나 일라이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V.스네이크를 "아버지"라고 부릅니다.(미션 51 참조). 일라이가 뛰어넘고자 하는 아버지의 벽은 V.스네이크이기도 한 것입니다.
물론 연속성에서 불만이 남긴 합니다. 플레이어가 감정이입을 한 플레이어 캐릭터가 지금까지의 시리즈와 다른 누군가라는 사실은 좀 받아들이기 힘들죠. 시리즈란 기억의 지속을 의미합니다. MGS3에서부터 같은 이야기를 해 온 전우였다고 생각한 존재가, 사실은 아니었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V.스네이크 역시 N.스네이크에게 감화되고 이입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스토리를 보고 있어요.
즉 이렇게 되는 겁니다. N. 스네이크 <-(이입) V.스네이크 <-(이입) 플레이어.
3. 게임성
팬텀 페인을 보았을 때 기본적인 게임성만큼은 정말 역대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결국 게임성을 말할 때 중요한 것은 편의성과 재현성 사이의 타협점입니다. 같은 "전쟁"을 게임화한 것이라도, 현실재현과 편의적 상징화 중 어느쪽에 무게를 더 놓느냐에 따라서 Heart of Iron이 되기도 하고 장기나 바둑이 되기도 합니다. 편의성과 재현성은 어느정도 반비례관계에 있어요. 팬텀페인은 이 두 요소의 가장 적절한 타협점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적절하게 편의적으로 처리된 부분들과, 아주 재현성 높게 표현된 부분들이 서로 잘 맞물려있습니다. 물론 편의성이나 재현성 중 어느 한 쪽에 많은 무게를 두시는 분들이 보았을 때에는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요. 적어도 저는 플레이는 매우 쾌적했고, 쾌적한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게임성에서 불만이 몇가지는 있어요.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레벨디자인에서 약간 격차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쉬워지는 부분은 너무 갑자기 확 쉬워지는 느낌이고(특히 소음마취 콰이어트를 쓸 때가 그렇습니다.) 거기에 비해서 무조건 도망가야 하는 보스(예를 들어 초중반의 스컬병사들, 불타는 남자)들은 너무 무자비합니다. 이 두 부분의 격차가 꽤 커요. 갑자기 변화해서 적응이 안됩니다. 그리고 사전정보를 주지 않는 게임요소(거점간 박스 운송이라던가)도 조금 더 친절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4. 불살 플레이에 대해서.
사실 MGS는 2부터 불살플레이를 권장하긴 했지요. 그 정점은 PW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마취플레이가 불살플레이보다 어쩌면 더 쉽습니다. 시체 옮기는 것보다 풀톤 회수가 쉽다는거죠.... 다만 수많은 무기들을 쥐어놓고 불살 플레이를 강요한다고 느끼는 분들 생각도 이해는 갑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V.스네이크는 악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늦든 빠르든 간에 언젠가는요. 악마수치는 이것을 상징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투성이 외관 정도는 좀 수정가능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만 "뿔"은 나름대로 멋진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래로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뿔이 난 사람"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니까요.
또한 "수많은 무기들" 말인데, 이것들은 사실 그냥 쓰는 것 이상으로 커스터마이즈 부품으로서의 의미가 있습니다. 마취 어설트 라이플에 2단계 서프레서 달고 적절하게 타겟 스코프를 바꿔보시면 이해가 가실겁니다.
저는 연막수류탄 + CQC나 서프레서를 단 마취저격총을 애용합니다. 먼지한톨 남기지 않고 다 풀톤회수를 해서 거점 점령 안하고 미션 클리어하는게 더 적을 정도입니다. 일단 거점 점령을 해버리면 마음 편하게 건물들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다 주워먹습니다. 느리게 하기 때문에 랭크야 떨어지지만요. 뭐 랭크야 나중에 마음먹고 고급장비 차고 고속 플레이하면 되는거고.....
5. 기타 여러가지 이야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픽업헬기의 콜사인인 피커드(Picard)는 "모비 딕"에서 에이허브 선장과 이슈마엘이 타고 모비 딕을 쫓았던 포경선의 이름입니다. 마지막에 모비 딕에 의해 침몰하죠.(...) 모비 딕 자체가 "이슈마엘(N.스네이크)의 입으로 전하는 에이허브(V.스네이크)의 이야기"인 점, 그리고 모비 딕이 가장 집착적인 복수를 다루는 이야기라는 점 등이 팬텀 페인에 있어서 중요한 모티브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에 읽어보시라는 말은 못하겠네요. 두꺼워서.....
코지마는 예전부터 잘 짜인 내러티브가 강점인 제작자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봤을 때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는 것은 기껏해야 MGS1, MGS3 정도라고 봐요. 좀 관용적으로 보게 되면 MGS:PW 정도까지는 포함이 될까요...... 저는 이 내러티브에 불만이 없지는 않지만,(적어도 Ep 51은 넣어주지 그랬니 돈나미야....) 코지마는 스토리 자체보다는 게임성에 보다 집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PW도 2회차 이상에 대해서는 별로 메리트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모든 미션과 사이드옵스를 1회차부터 반복가능하게 꾸며놨으니 2회차가 큰 의미가 없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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