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연립주택 102동 102호, 여름
캉캉 할머니를 못 본 지 며칠이 지났다 나는 포도나무가
두어 그루 흔들리는 화단에서 베란다를 통해
한적한(캉캉 할머니의) 거실을 보고 있다 캉캉 할머니는
올 여름 강수량이 구백 밀리미터는 될 거란 뉴스에
여름보다 긴 노래를 작곡하려고 빨간 립스틱으로
손수 칠한 화장실에 며칠째 틀어박혀 있는 중이고
코흘리개 손주는 해가 저물어 가는 거실에 앉아
자꾸 갈비뼈를 뽑는다 베란다 방충망의 찢어진 구멍으로
조심스레 내다 버린다 하나씩, 하나씩…… 남은 모든
여름이 끝나도 캉캉 할머니의 콘서트는 열리지 않는다
여름이 끝나면 나는 캉캉 할머니의 콘서트에 갈 것이다
평화연립주택 102동 102호의 여름은 무척 덥고 길어
포도밭에 희고 구부러진 갈비뼈가 쌓여 간다
삼십사 밀리미터만큼
삼십오 밀리미터만큼
완벽한 개업 축하 시
강보원, 민음의 시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