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
모모와 나는 종종 희귀한
동물들을 보곤 했다.
깊은 밤 거제도 해변에서 쿵 하고 달리던 해달과 서울
덕수궁에서 엉덩이만 보였던 족제비 망원 시장에 묶여 있
던 악어 같은 것, 그리고 다른 것들도 봤다. 먼 산과 가까
운 강아지풀과 물뭉덜이 위의 희고 파란 줄무늬의 족구공
과 우리 집 처마 밑의 벌집 같은 것. 하루는 에프킬라를
뿌리고 벌집을 걷어 냈더니 다음 날부터 벌들의 전당……
생존자 벌들이 무척 화가 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
로 쏘아 댔다. 벌에 쏘인 우유 장수(아얏!)와 산책하는 연인
(아얏 아얏!)과 담장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아얏,)와 귤 따는
아이(으앙!)와 행인(아얏,)과 옆집 할아버지(아야야앗!)와 과
일 장수(아얏)와 가스 검침원(아얏 아얏)이 지나갔고…… 모
모와 나의 얼굴은 퉁퉁 부어 희귀한 동물들처럼 보였다. 하
지만 여전히 하루가 똑같아. 나는 다시 한번 에프킬라를
들고 벌들의 잔당을 소탕해 보려다 말았다(아얏!), 겨울이
오겠지 뭐. 대신 몸와 나는 집 앞 전봇대에 경고문을 한
장 뽑아 붙여 놓았다.
“벌 조심: 이 벌들은
집을 잃어서 무척 화가 나 있고
침은
아주
뾰족합니다.”
완벽한 개업 축하 시
강보원, 민음의 시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