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더 많이 대출되기를 바랍니다
뽀르뚜까 씨가 밥을 먹고 싶어 합니다 뽀르뚜까 씨가 평
상에 눕고 싶어 합니다 뽀르뚜까 씨가 오렌지 나무를 흔들
고 싶어 하고 평생 책을 읽지 않지만 문득 낭독회에 가고
싶어 합니다 태양 빛이 너무 강렬해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가야 하지만 뽀르뚜까 씨가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걸어
도서관에 갑니다 뽀르뚜까 씨가 도서관 문을 엽니다 뽀르
뚜까 씨가 배가 아픕니다 뽀르뚜까 씨가 화장실 변기에 앉
고 싶어 합니다 뽀르뚜까 씨가 가 보지 못한 많은 추운 나
라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축구를 하지 않는 나라도 하지만
뽀르뚜까 씨의 일생이 적히니 이 책에 대해 뽀르뚜까 씨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적어 내려갑니다 뿌르뚜까 씨가 이 책
을 먼 먼 나라로 배송시킨 다음 날에 뽀르뚜까 씨가 적습
니다
이 책이 자다가 깨어 커튼을 칩니다 이 책이 더 많이 대
출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 씻고 싶어 합니다 초보 볼 보이
에 불과한 이 책이 난방비를 감당하려면 훨씬 더 많은 럭
비공을 주워야 하겠지만 그게 이 책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
닙니다 이 책이 말합니다 침대 위에서 불 켜진 화장실에
서 럭비장에서 또 서문에서 이 책이 포르투칼에서 쓰였으
며 포르투칼은 덥다고 축구에 미친 사람이 많다고 이 책이
생각하기에 시를 잘 쓰는 방법은 1. 헛소리를 하지 말 것
2. 올바른 정서를 가질 것 3. 거짓말을 하지 말 것인데 그
모든 것들이 서문에 적혀 있다고 그런 것을 이 책이 졸린
눈을 비비며 말합니다 이 책이 감기와 먼지와 미래와 습기
에 시달리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에 차를 마시고 공과금을
내고 럭비공을 줍고 하다가 가끔씩만 생각합니다 이 책이
좋아하는「뽀르뚜까 씨의 일생」이라는 시에서는 뽀르뚜까
씨가 청소부 잭을 만나게 됩니다
뽀르뚜까 씨의 일생
럭비 선수: 나는 그 모든 것을 목격했습니다 청소부 잭
은 마스크를 쓰고 작업용 청바지를 입고 목장갑을 꼈고 그
래서 뽀르뚜까 씨는 뭔가가 고쳐질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
다 뽀르뚜까 씨가 물이 내려가지 않는 변기 위에 앉아 있
습니다 작은 조화가 담긴 화분이 선반에 올려져 있습니
다 꽃이 보라색입니다 대걸레가 서 있다가 눕습니다 그날
은 큰 경기가 막 끝났고 그래서 모두가 조금은 과열된 분
위기 속에 있었기에 청소부 잭이 낭독을 시작했을 때 처음
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러나 뽀르뚜까 씨가 물
이 내려가지 않는 변기 위에 앉아 낭독을 듣는 동안 하나
둘 세 사람들이 넷 다섯 모여들고 이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뽀르뚜까 씨가 물이 내려가지 않는 변기 위에 앉아 뽀르뚜
까 씨의 허리와 엉덩이를 돌이킬 수 없이 망칠 것이 뻔했
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안 울었는데요 이 책이 말합니
다 매일 밭을 갈고 돌을 고르고 여기 오는 도중에 약간 멀
미도 했지만 울지는 않았어요 감기는 누구나 걸리는 건데
요 가까운 미래에 나는 더 추운 나라로 가게 되겠지만 뽀
르뚜까 씨가 밤에 따뜻한 침대에서 잠들면 좋겠습니다 아
침에 뽀르뚜까 씨의 방 창문에 서리가 끼지 않기를 바랍니
다 뽀르뚜까 씨가 무릎을 봅니다 뽀르뚜까 씨가 물이 내려
가지 않는 변기 위에 앉아 말합니다 이 책이 말한 모든 것
은 사실입니다 이 책이 청소부 잭의 어깨를 토닥입니다 이
책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책이 아무 슬픔 없이 말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더 많이 대출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건
뽀르뚜까 씨가 물이 내려가지 않는 변기 위에 앉아 들었던
모든 낭독회가 끝난 지금도 똑같습니다 뽀르뚜까 씨가 분
명히 들었습니다
완벽한 개업 축하 시
강보원, 민음의 시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