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 베흐가의 옥탑방으로부터
다시 프랑스, 안개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만든 회
색 집의 꼭대기,
아내는 간호사고
간호사 모자를 쓴 모습이 예쁘지만 집에서는
절대 쓰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바로 밑층에는: 심술궂게 늙은 여자,
조금 가련하게 심술궂은 늙은 여자, 그러니까 여자는
두 명.
똑, 똑, 똑, 문이 열리자
희끗희끗한 머리. 파마용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두 여인의 이마를 조이는 고무줄……
한 여자가 말하면, 다른 여자가 그 말의 뒷부분을 따라
한다.
“쿵쿵거리지 말아 주세요(말아 주세요).”
“밤늦게 물 틀지 말아 주세요. 졸졸거리는 소리 때문에
(소리 때문에).”
“드드득 드드득거리는 소리 떄문에 잠을 못 자요(잠을
못 자요).”
두 여인 퇴장.
개는 기르지 않고
건방진 앵무새를 보면 기겁하고
고양이는 증오하는.
그렇군.
좁은 테라스 밖으로 눈이 내리는 풍경이 있다.
어리둥절하게
바글바글하게
설거지는 내년에 해야겠네.
샤워는 다음 달에.
테라스 물청소는, 윤년이 오면 하기로 하지.
땡땡이 무늬 파자마를 입고 파마 비닐봉지를 머리에 쓴
늙은 여인들
어떤 것 같아?
몰라. 그 비닐봉지 그대로 쓰고 잠드는 건가.
나란히 누워서?
나란히 누워서.
그런데 간호사 모자, 써 보는 거 어때?
글쎄……
불을 끄면,
거리에는
옥수수 자루를 등에 짊어지고 걸어가는 사람들 이상한
짐승들의 이상한 울음소리, 재잘거리는
두 개의 강
빨간 가시 담장에 침을 뱉으며 몰려다니는 아이들과
그 위로
밤새
내리는 눈
아래에서
다시 프랑스, 안개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만든 회
색 집의 꼭대기 층에는,
며칠째 씻지 못한 신혼부부의 침대
그리고 그 바로 밑에 층에는:
이마를 꽁꽁 졸라매고 있는, 목소리가 가늘고
푹 잠들지 못하는
어느 늙은 여자와 다른 늙은 여자의 침대
완벽한 개업 축하 시
강보원, 민음의 시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