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화
그 이야기는 어린 나이에 가출한 한 소년이 지독한 코감
기와 싸우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겠다고 결심했
을 때쯤엔 이미 너무 비대해져 버린 코 때문에 전혀 생각
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아무튼 천장 높낮이가 들쑥날쑥
하고 통로는 구불구불하게 얽혀 있어 싱글 침대 매트리스
하나를 올리기도 난감할 정도로 좁은 집 계단을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적당한 크기의 코를 유지할 실행 가능한 방법도
없었다는 내용으로 어떤 판본에서도 소년이 집에 돌아가지
는 못한다 약간의 냉기와 콧무링 누런 자국으로 남아 종이
를 딱딱하게 만들었을 뿐 소년은 얼어 죽고 말았는데
그래서 그 코는 어떻게 되었을까 소년이 죽은 뒤엔 코는
슬플 것이다 달리 할 것이 없었기에 씩씩 들이마시고 훅훅
내쉬고 소년에게 울타리란 울타리는 모조리 차 너머뜨리
며 나는 다 그만둘 거야 코가 없는 죄수들이 갇혀 있는 교
도소로 가겠어 결심하게 만든 그 코는 점차 생각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워
드르렁 드르렁 즐겁게 노래 부르지 못하는 게
약간 마음에 걸린다고 느낄 뿐 트롯 트롯 트롯
허밍이란 것을 즐기던 소년과 함께하던 시간을
하나씩 돌이켜 보았다고
허버트 씨가 이어서 썼습니다
완벽한 개업 축하 시
강보원, 민음의 시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