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품 보관 요령
바보 두 명. 잠수함. 아니 우주선, 아니 아니 아니
잠수함.
사물함과 옷장이 두 개씩 나란히 있다.
2인용 살롱 같다 함장은 바나나를 좋아하고 나는 도무지
입에 붙질 않는데 테이블에 바나나를 걸어 두는 이유나
좀 알고 싶었다.
함장이 꼭 둘이 같이 움직이자고 해서 샤워할 때 같이
가고, 바나나 샐러드 먹을 때도 같이 갔다. 함장은 불안해
서 자꾸 같은 걸 물었다. 봐 봐. 잠수함에 타기로 한 거 잘
한 거 맞지? 그래 맞아. 우리 바다 깊숙이 들어가고 있는
거 맞지? 그래 맞아. 그런데 왜 우주로 가고 있는 거 같지,
이거 우주선인가? 아니 잠수함 맞아. 아니 아니 이거 우주
선 아냐? 아니 아니 잠수함 맞아. 아니 아니 아니 진짜 이
거 우주선 아냐? 아니 아니 아니 이거 잠수함이라니까. 그
럼 바나나 샐러드 좀 먹고 오자. 샤워 좀 하고 오자. 그런
데 이거 바다 밑으로 가는 거 맞아? 아니 왜 물고기가 없
어. 아니 아니 아니…… 우리는 옷을 갈아입는다. 사물함이
붙어 있어서 옷을 갈아입을 때 함장은 내 침대에 걸터앉아
야 한다. 함장님. 저도 마취제가 필요해요.
있겠지.
물고기들 산호들 바다 돌멩이들 미끄러지는
오징어 두 마리…… 투명하다. 속이 다 보이는데
흐느적거리면서
춤추는 것 같아.
오징어 맞나 아니 오징어가 아닌가 오징어인가.
마취
“우주선 같아.”
형광등
빛 아래 테이블에는 샐러드용 바나나가 걸려 있고
작은 쪽지가 있다.
“바나나를 걸어서 보관하면 쉽게 멍들지 않아
바나나를 보다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
바보 함장 바보 선원 속옷들과 세면 바구니
싱크대 샐러드용 칼 또 바닥으로 가는 잠수함
완벽한 개업 축하 시
강보원, 민음의 시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