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어지러워질 정도의 다양한 색상의 조명이 밤을 잊은 것처럼 빛나고, 파리 한 마리 지나갈 틈도 없을 정도로 고층빌딩이 빽빽하게 늘어선 거대한 도시. 빌딩의 각 층마다 불이 훤하게 켜져 있고,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 위로는 아이돌 가수와 인기 영화배우가, 홀로그램 모니터로 하루 종일 일해도 피로를 못 느끼고 ‘기분까지 좋게 만드는 약.’의 광고 영상에 나와 떠들어대고 있었다.
“기업에게 선택 받은 축복이 가득한 여러분. 일하는 게 힘드시죠? 저희 기업에서 새로 발매한 러블리&쥬스 하나면!”
홀로그램 화면 안의 아이돌 가수는 한참 동안 떠들어대다가, 주사를 목덜미에 꽂은 뒤 눈을 위로 치켜뜨며 혀를 죽 빼문 채 다시 대사를 이어갔다.
“이,이,이, 이렇게 즐거운 기…기부부부분을 유지하면서 최대 48시간 동안 식사. 수면 등을 취하지 아아아않고서도 기업의 업무를 전부 다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숩니다. 아~행복해!”
거기까지 말한 뒤, 아이돌 가수는 얼굴을 붉히며 눈을 위로 치켜뜬 채 바닥에 쓰러졌으며. 뒤이어 섹시스타로 이름난 영화배우가 그녀를 안아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어딘가 사라지는 것으로 광고가 끝났다.
그 옆에는 예능 프로그램의 신이라고 불리는 코미디언 한 명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부랑자나 노숙자들의 습격을 대비한 ‘한 방에 다 죽이는 살충제.’ 등의 대기업의 신약 제품들을 환한 미소로 홍보하고 있었다. 그것도 살충제에 피를 토하면서 죽어가는 부랑자의 실제 영상을 배경으로 두고 있어, 괴리감이 심하게 드는 풍경이었다.
“당신의 집에도 시리즈 H 범죄.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실직자들이 언제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그 때 일일이 총이나 수류탄으로 쏴죽이면 뒤처리도 더럽고 집이 엉망이 되죠? 이 살충제만 살포하면 집도 이상 없이 해충 같은 부랑자들만 깔끔하게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코미디언은 살충제가 들어있는 통을 빈민가 골목에 던졌다. 그러자 잠시 후 살충제 통에서 연기가 확 터져 나오면서, 조잡한 컨테이너와 판자 몇 장 붙인 집집마다 돼지 멱을 따는 것 같은 비명소리와 기침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유리조각을 테이프로 적당히 발라붙인 창문을 깨고 피투성이가 된 부랑자 몇 명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피와 함께 온갖 욕설을 토해내다가, 끝내 반쯤 걸쭉하게 녹은 폐와 심장 등을 뱉어내며 그대로 바닥에 입술을 붙이고 말았다.
코미디언은 부랑자들이 핏덩어리를 토하는 모습을 보며 폭소를 터트렸다. 잠시 후 부랑자들의 시체가 뼈까지 한꺼번에 녹아내리자, 코미디언은 청소기를 들어 그 ‘쓰레기’를 전부 쓸어 담은 뒤 다시 멘트를 이었다.
“죽은 해충은 3분 만에 전부 다 녹아내리니 나머지는 청소기나 비닐봉투로 쓸어 담으면 주변 정리도 확실! 지금 이 살충제 ‘라이어트!’를 구입하시면 청소용 비닐봉투 500장과 청소기가 무료! 지금 전화주세요!”
그리고 바로 옆의 모니터에서는, 멋진 몸의 운동선수가 사설 소방업체 광고에 나왔다. 부랑자나 부랑자에게 당한 가족의 시체 처리. 사고나 재난 현장 정리 등이 깔끔하다는 것을 자랑하며, 실제 부랑자들을 진압한 후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광고 영상을 보는 지상의 행인들은 하나같이 자극적이고 원색적이며, 토막 난 시체나 여성의 알몸이 그대로 나오는데도 광고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편으로 밑에 사람들이 떠들고 자동차 경적 소리나 엔진음이 작지 않을 텐데,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서 흘러나오는 홍보영상 소리에 전부 다 묻혀버렸다. 게다가 심야시간 특유의 싸늘한 어둠마저도, 대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틀어놓는 광고 영상에 덮여 밤인지 낮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한밤중이라는 것도 인식할 수 없는 건물 숲 안에서. 마치 전갈이나 독사 머리 같은 형상의 검은 전투헬기 한 대가, 밀림 같은 건물 틈새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며 움직이고 있었다. 헬기 안에서는 알몸에 코트만 걸친 젊은 여성이, 모니터로 누군가와 대화중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알몸에 코트라는 특이한 옷차림 외에도, 허리까지 닿는 길이의 노인 같은 흰 머리카락. 이마 전체에 가로로 길게 나 있는 흉터자국에, 면도날같이 예리한 오른쪽 눈 밑에 일부러 찍어놓은 것 같은 눈물 점 한 쌍. 목 아래에서부터 음부까지 닿는 수술자국 같은 가느다란 선이 특히 눈에 띄었다. 특히 약간 근육이 잡힌 단단한 윤곽의 몸을 세로로 나눈 것 같은 이 선 때문에, 그녀는 지금 알몸이 아니라 투명한 바디슈트를 입은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흰머리의 여성은 소파에 드러누워 맥주와 함께 나초 칩이라도 씹는 것 같은 투로, 조종석 중앙의 모니터를 향해 투덜거렸다.
“이봐. 가끔 이런 취미생활 정도는 봐주면 안 돼?”
“안 됩니다. 회장님께서 이런 식으로 도시 밖에 나가서 일 크게 벌린 게 이번 달에만 몇 번이죠? 지금 시리즈 X의 정비도 애먹고 있는 중이라는 거 모르십니까?”
헬기 안의 모니터에는 세 개의 화면이 떠올라 있었다. 하나는 도시의 위쪽의 야경. 다른 하나는 바로 그 아래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나 담배 대신. 피처럼 붉은 색의 약물을 목덜미에 주사하며 바쁘게 달려가거나, 옥상 위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광고 화면을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모습. 마지막 하나는 단정한 헤어스타일에, 농담이나 욕설 같은 건 모른다는 듯 일자로 굳게 다물린 입. 얌전한 학생 같은 뿔테안경을 쓴 흑인 청년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화면이었다.
“내 병은 잘 알고 있잖아? 방 안에 처박혀서 그놈의 계약서나 월 매출표. 그리고 손익 계산서 같은 걸 보면서 살다가는 머리가 터져 죽을 걸!”
흑인 청년은 화면을 더 넓혀, 양 옆에 쌓여 있는 업무 파일들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 쉬었다.
“그래서 회장님이 업무를 내팽개칠 때마다 제가 대신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대체 뭐가 불만이라서, 그렇게 또 시리즈 X를 끌고 빠져나가는 겁니까?”
회장이라 불린 여성은 잠시 뭔가 고민하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 가볍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흑인 청년은 마른 침을 삼키며 그녀가 무슨 대답을 할지 기다렸다. 하지만 회장은 눈을 감고 한참 동안 신음소리를 흘리다가. 눈을 번쩍 뜨면서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아 미안. 엘름 시티는 전부 다 빠져나갔지만 별로 즐길 게 없어서 잠이 왔거든. 나머지 잔소리는 즐기고 온 뒤에 들어둘 테니까, 지금은 나대신 고생 좀 해줭 보너스는 금일봉에 내 몸으로 추가지불 해줄게.”
그 때 흑인 청년의 표정이 당장이라도 방금 먹은 걸 게워낼 것 같았지만, 억지로 구겨 참는 것처럼 변했다. 그와 동시에 구역질 소리가 흘러나오면서 모니터가 꺼졌다.
“에이 진짜. 이 볼륨 있고 빵빵한 몸이 어디가 싫다고 저런 반응을 보이냐. 기분 나쁘게. 확 일 년 내내 감봉해버릴까?”
회장은 통신 모니터를 끈 다음. 앨름 시티의 풍경을 한 번 더 내려다봤다.
“겉보기에만 활발해 보이고, 더 자세히 내려다보면 전부 다 배 까뒤집고 죽은 물고기밖에 없네. 역시 그게 퍼진 이후에는 도시는 그냥 수족관이야 수족관.”
그렇게 코웃음을 치며 앨름 시티 밖으로 빠져나왔다.
엘름 시티. 대규모의 화학 회사를 여러 개 끼고 있는 대기업들과 약품 생산시설. 그리고 기업 소속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여러 종류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형형색색의 불빛이 어지럽게 움직이는 번잡한 자유 합중국 소속의 기업 도시다. 고층건물 옥상에서 깜박거리고 있는 비행기 충돌 경고등. 홀로그램 모니터로 크게 띄워놓은 아이돌 가수의 광고 영상. 자유 합중국 어디서나 볼법한 한밤중의 화려한 도시였다.
하지만 그 도시에는 어떤 건물보다 더 높고 두터운 벽으로 둘러 싸여 있었고, 벽 바깥의 풍경은 다른 모습으로 밤을 잊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 여기 정말 싱싱하네. 어디 그 중에서도 제일 먹음직한 놈들 없나?”
크리스탈 레이크. 엘름 시티의 어떤 기업에도 소속되지 못하거나 소속되기 거부한 사람들. 그리고 어떤 사정으로 인해 기업에서 쫓겨난 ‘부랑자’들이 거주하는 황무지다. 그들은 오늘도 기업에서 쓰다 버린 건설용 중장비와, 사설 경찰들이 구식이라고 폐기한 인간형 보행전차 시리즈 H를 몰고. 건물 잔해와 쓰레기만 가득한 크리스탈 레이크의 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이 크리스탈 레이크에서 나오는 중장비와 시리즈 H. 그 밖의 모든 물건들은 전부 다 엘름 시티의 대기업들이나 기업 소속의 직원들이 쓰다 버린 물건이지만, 자체적인 생산 시설과 자본이 없는 크리스탈 레이크의 부랑자들에게는 귀한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회장은 그런 쓰레기더미들을 끌고 다니는 구더기 같은 부랑자들을 보며, 꼭 벌레를 손가락으로 눌러 죽이기 전의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
“으음. 그래 역시 이런 똥통 안에서 팔팔하게 움직이는 녀석들이 보이지. 싱싱해 보이고 먹음직한데. 그 중에서 가장 군침 돌게 하는 팔팔한 놈들이 잡히면 좋겠는데.”
회장은 마치 요리되기 전에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듯, 지저분한 거리를 날뛰는 부랑자들을 죽 둘러봤다. 그리고 그 중에서 한 무리의 부랑자들이 눈에 띄었다.
“다 때려 부숴!”
“이것만 뚫어내면 엘름 시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우리를 쫓아냈던 엘름 시티의 배불뚝이 돼지 새끼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단 말이야!”
그들은 공사용 중장비랑 시리즈 H의 부품을 이어 붙여 개조한 불법 기체로, 엘름 시티의 두터운 외벽을 뚫고 들어가려는 중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엘름 시티의 주민들에게 추방당한 크리스탈 레이크의 부랑자들은, 엘름 시티 사람들을 미워하고 있었고. 또한 엘름 시티의 깔끔한 물건과 상하지 않은 음식. 막 생산라인에서 출고된 시리즈 H등을 탐내고 있었다. 덕분에 이런 식으로 외벽을 뚫고 엘름 시티를 약탈하려는 이들은 늘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회장은 이런 약탈자들을 보자마자, 군침을 삼키며 희열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그녀는 조종석 천장에서 작은 케이스 하나를 꺼내, 그 안에 들어있는 새끼손가락 크기의 주사기 중 하나를 뽑아들었다.
“우와! 오늘도 싱싱한 약탈자들이네. 주님인지 뭔지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일용할 양식 감사히 먹겠습니다!”
회장은 주사기를 목덜미에 꽂은 뒤, 피스톤을 힘껏 눌렀다. 압축공기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주사기 안의 약물이 텅 비어버렸고 그녀는 빈 주사기를 조종석 바닥에 버렸다. 그 다음 헬기의 모니터를 전부 다 꺼버린 다음, 뒤에 숨겨져 있는 크고 붉은 버튼을 눌렀다.
전갈 같은 형상의 전투헬기는, 장갑판과 내부 골조 등이 이리저리 복잡하게 갈라지고 분해되더니. 순식간에 인간 형상으로 재조립된 채 지면을 향해 떨어졌다. 그것은 팔과 다리 몸체와 머리는 인간과 비슷하긴 했지만, 정확히는 인간의 골격에 사마귀와 전투 헬기를 한데 섞은 기형적이고 기괴한 형상이었다.
마치 곤충을 떠올리게 하는 가느다란 역관절 다리. 헬기의 머리 부분이 변형된 여성의 육체 같은 보디파츠. 말벌 배 같은 형상을 한 허리의 엔진. 왼쪽 어깨 장갑에는 헬기 꼬리가 그대로 붙어있고, 오른쪽 어깨는 절반 정도 접힌 프로펠러가 달려 있었다. 게다가 왼팔 하완부에는 접근전용 집게손이 하나 더 붙어있고, 오른팔은 큼직한 그레네이드 런처가 장착되어 있어. 좌우 대칭이 전혀 맞지 않았다. 여기에 다른 시리즈 H에 비해 작은 크기의 머리는 사마귀처럼 뾰족했고, 정 중앙에 붉은 빛을 내뿜는 모노아이가 하나 박혀 있었다. 게다가 뒤통수에는 머리카락 같은 굵직한 와이어 다발이 길게 늘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인간 여성을 떠올리게 하는 외장이었다. 다만 역관절로 접혀 있는 다리나 가느다란 보조 팔처럼 군데군데 벌레와 비슷한 파츠가 섞인 것이, 검은 페인트와 어우러져 불길하고 음산한 느낌까지 주는 외형이었다.
“어이쿠 이런! 이대로 떨어지면, 블랙 맨티스 녀석의 수리비 갖고 또 말 나오겠지.”
회장은 헬기가 인간형으로 변할 때 분리된 프로펠러를, 엘름 시티의 외벽에 깊게 박아 넣었다. 프로펠러는 금속제 외벽에 박히면서 마치 지옥의 사자가 달려가듯, 사정없이 불똥을 튀기며 엘름 시티의 벽에 기다란 줄을 그으며 인간형 헬기와 함께 지상을 향해 낙하했다.
“모두들 굿 이브닝!”
인간형으로 변한 전투헬기 블랙 맨티스는 막 외벽을 뚫으려는 거대한 시리즈 H를 짓밟으며 사뿐히 바닥에 내려앉았다. 블랙 맨티스의 하이힐 같은 뾰족한 발에 밟혔던 시리즈 H는, 정강이 앞부분과 어깨에 장착된 서스펜션의 반동으로 일어나려 했으나. 블랙 맨티스가 벽에 박힌 프로펠러를 뽑으면서 크게 휘두르자, 그대로 두 동강이 나 바닥에 다시 한 번 엎어져 버렸다.
막 두 동강 난 시리즈 H 뒤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누추한 몰골의 부랑자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앞에 서 있는 불길한 형상의 블랙 맨티스를 올려다봤다. 블랙 맨티스는 머리 부분의 카메라 한 쌍을 번득이며, 곤충의 입 같은 마스크를 열고 회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증폭시켜서 넓게 퍼트렸다.
“오늘도 안녕하신가? 기업에서 내쳐버린 쓰레기 떨거지 양아치 나부랭이들? 한창 재미 보려는 중에 좀 미안하지만.”
회장은 기세 좋게 외친 뒤, 다시 마스크를 닫았다. 그리고 블랙 맨티스는 서부개척시대의 총잡이처럼 자세를 낮춘 뒤, 허리춤에 채워진 두 자루의 기관단총을 뽑았다. 그리고 지면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한 발 한 발 바닥에 박힐 때마다, 그 충격에 사람들의 몸뚱이가 산산조각나면서 사방으로 튀었다. 총알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사람들은 토마토가 바닥에 떨어진 것 같은 흔적만 남겼다. 시체 파편 중 한 조각이 카메라까지 튀자, 모니터가 새빨갛게 변하면서 분리된 사람의 상반신이 화면 안에 들어왔다. 회장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먹음직한 회를 한 점 먹은 것처럼 입맛을 다시며, 총성이 묻혀버릴 정도로 크게 광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나하고도 재미 좀 봐달라고. 날 뿅 가게 해달란 말이야 이 냄새나는 부랑자 놈들아!”
무수히 바닥에 떨어지는 탄피 역시, 사방으로 마구 튀면서 벽 앞에 서 있던 수많은 부랑자들의 몸을 짓이겨댔다. 잠시 후 탄창이 전부 다 비어버렸는지, 기관단총에서는 총구의 불꽃이 순식간에 가라앉고 방아쇠 쪽에서는 빈 격철 소리만 났다. 블랙 맨티스가 새 탄창을 꺼내 장전을 하던 중, 전방에 번개가 연속으로 치는 것 같은 총성과 함께 사방에 불꽃이 번득이며 블랙 맨티스의 장갑판에 불똥이 튀겼다. 블랙 맨티스의 장갑판 곳곳이 찌그러지며, 어깨와 옆구리 등에 구멍이 났다. 블랙 맨티스는 재빨리 본체를 건물 틈에 숨기며 두 자루의 기관단총의 탄창을 갈아 끼웠다.
회장이 블랙 맨티스의 카메라 줌을 올려보니, 여기저기에 누더기를 이어 붙여 만든 것 같은 조잡한 시리즈 H 무리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회장은 다시 한 번 입맛을 다시며 입 꼬리를 귀 끝에 닿을 정도로 죽 찢어 올리며 한마디 흘렸다.
“그래 이제야 메인 디시가 오셨군.”
블랙 맨티스는 기관총을 다시 허리춤에 채운 뒤, 바닥에 대충 꽂아둔 프로펠러를 빼 들어 눈 앞의 시리즈 H 무리를 향해 힘껏 날렸다. 뒤이어 뒤로 뛰며 건물 외벽을 박차고 대각선 방향으로 높이 떠올랐다. 까마귀처럼 하늘에 떠 있는 블랙 맨티스는 두 팔을 지면 쪽으로 향한 채, 시리즈 H 무리의 머리 위로 기관단총의 방아쇠를 당겨 무쇠 우박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오늘도 모든 것이 버려진 쓰레기장. 크리스탈 레이크에서는 화약 냄새와 불타는 냄새. 폭발소리와 비명소리가 한데 섞인 축제가 벌어졌다.
써놓은지는 꽤 오래되고 이제 2권 중반부를 넘기기 시작했지만 여기에 올리는 건 처음이군요. 다른 사람들은 잘 손대지 않는 SF메카닉에 하드 디스토피아 장르인지라 조회수나 댓글은 기대 안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