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을 정하십시오. 6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 죽을 때까지.
정해진 시간 내에 벗을 수 없는 VR 시뮬레이션을 만든 제작자 노먼스키는 말했다.
신이 인간이 되는 것은 타락이다. 신은 인간이 되면서 그의 욕구 중 몇 개를 잃어버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타락해서 여기에 있다. 어쩌면 반대로 승천해서 여기에 있는 걸지도?
예를 들자면 우리는 성욕이 거세된 전자 지성체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생명체로 승격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헉슬리가 상상한 인스턴트 성관계의 쾌락 추구자에서 몰락하여 수음하는 동물로 변한 걸지도 모른다. 아니 성욕이 아니라 다른 한 차원 높은 욕구를 채우는 어떤 행위를 박탈당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우리는 우리 수명보다 긴 시뮬레이션에 갇혀 있는지 모른다. 반대로 우리 수명보다 짧은 시뮬레이션에 갇혀있을 수도 있고, 종교란 것은 우리가 우리 수명보다 짧은 시뮬레이션에 갇혀 있다고 믿고 시뮬레이션 후에는 고결한 욕구 충족 행위가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이 믿음은 위험하다.
우리가 우리 수명보다 긴 시뮬레이션을 선택했다면 깨어남은 없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우리가 수명보다 짧은 시뮬레이션을 선택했더라도 깨어난 후에 오히려 몇 가지의 욕구(식욕, 성욕, 수면욕 등)와 욕구 충족행위(식사, 수음과 성관계, 수면 등)를 잃어버린 채 깨어날 수도 있다. 이 미래가(당신이 고결한 성직자가 아니라면) 지옥이다. 깨어난 후에 한 차원 높은 욕구 충족 행위를 쉽게 행할 수 있는 미래가 천국이다.
천국에 가느냐, 지옥에 가느냐, 영원히 죽느냐는 우리가 얼마나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는지에 달려있지 않다. 우리의 본래 몸의 수명과 욕망 수준에 달려있다. 우리는 시뮬레이션 속에서는 그것들을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음 뒤의 천국을 믿기 보다는 지금 사는 곳이 천국이라 믿어야 한다.
우리가 깨어날 미래는 소일렌트 그린의 미래일수도 멋진 신세계의 미래일수도 있다. 어쩌면 유년기의 끝의 모두가 우주와 공명하는 행위를 하는 고차원 생명체로 진화한 미래일수도 있다. 어떤 미래가 천국인지는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만든 시뮬레이션은 기본적으로 멋진 신세계를 바탕으로 하여 현재 나의 욕구들을 보이지 않게 수치화 시켜 넣었고 시뮬레이션 안에서 얻을 수 있는 화폐로 욕구 충족 행위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행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나는 관대한 신으로서 내 시뮬레이션에서 깨어난 사람이 현실을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따라서 나는 절대로 내 시뮬레이션에 들어가지 않겠다. 나는 현실에 머무르면서 새롭게 발견, 발명된 욕구들을 시뮬레이션에 업데이트하고 현실의 상황에 맞게 욕구충족 행위들의 가격을 조절할 것이다. 시뮬레이션에서 깨어난 사람이 현실에 충격 받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