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을 앞둔 어느 날 이츠카 시도의 눈앞에서는 한 소녀가 나타났다.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가 낯이 익은 소녀. 이 느낌을 전에도 느낀 적이 있었다. 작년에 정령화한 오리가미를 구원하기 위해 쿠루미의 협력으로 만난 인물. 정체불명의 노이즈 <팬텀>. 그를 만났을 때에도 이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아니, 그 때와 비슷한 기분이 아니라 지금 눈앞의 소녀는 그 당시 팬텀이 변했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엮은 머리에 마치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저 상냥한 표정을 지은 저 얼굴.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혹시 눈앞에 존재하는 이 소녀가 팬텀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아니, 생각이 바뀌었다기보다 떠오르고 말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는 결코 팬텀 같은 게 아니었다.
시도는 알고 있었다. 예전에 오리가미가 정령이 되기 전서부터...나츠미와 니아 그리고 무쿠로를 만나기 전서부터 알고 있는 그 소녀는 시도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존재였다.
시도는 떨리는 입술로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린네...?”
“...오랜만이야. 시도....”
목소리...냄새...표정...분위기...잘 못 봤을 턱이 없었다. 시도는 비록 잊었음에도 그토록 어딘가에 공허함 속에서 그녀를 계속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것만은 틀림없었다.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소노가...미...린네...린네지?!”
“...헤헤. 기억해줬네. 만나서 기뻐. 시도....”
“린네!”
시도는 이성을 잃을 것만 같은 찢어지는 목소리로 곧 린네를 포옹했다.
“...꺄아아악?!”
“...크윽...!”
처음에는 난처했던 린네였지만, 시도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린네는 그저 웃으면서 시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시도는 울보네.”
“...미안하게 됐네. 울보라서....”
린네의 느긋한 목소리에 시도는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을 닦고서 그녀를 바라봤다.
“...어서와. 린네.”
“...응. 다녀왔어. 시도.”
둘이서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만남의 재회에 감동하던 그 사이, 등 뒤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시도의 가슴을 조였다.
“...봤어? 이츠카 군. 아침서부터 못 보던 미소녀를 덮쳤어.”
“정말이지, 토카나 토비이치 씨가 있음에도 전혀 만족하지 않나보네. 음마네. 아주”
“정말 깬다.”
라이젠 고교의 수다쟁이 트리오. 아이마이미이가 도끼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전의 그 장면을 목격한 모양이었다.
“자, 잠깐?! 너희들 언제서부터 거기에...!”
“꺄아아아악! 안 돼. 얼른 도망치자, 또 작년 겨울 때처럼 우리를 향해 카사노바 짓을 할 속셈이 틀림없어!”
“그건 그렇고 저 예쁜 애는 누구지? 전학생인가? 전학 첫날서부터 이츠카 군에게 순결을 빼앗기다니, 너무 불쌍해.”
“정말 깬다.”
도망치는 와중에서도 이런저런 말들을 내뱉는 세 사람을 보고서 시도는 그저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던 그 때, 방금 전에 아이마이미이 트리오가 했었던 말들을 되짚어보며 생각에 잠겼다.
‘...못 봤다고? 전학생?...방금 전에 분명 그렇게 말했지?’
의아함을 느끼면서 시도는 곧 린네를 되돌아봤다.
“...저기, 린네 방금 전에....”
“일단 시도에게 확실히 말해줄게.”
시도의 말을 끊으면서 린네는 진지한 눈빛으로 시도가 원하는 대답들을 천천히 입에서 꺼냈다.
“...시도의 생각대로 여기는 에덴이야. 그건 틀림없어.”
“...역시.”
...린네는 정령이면서 정령이 아닌, 그릇이 없는 영력이 형상화된 존재. 그런 그녀가 이 세상의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 텐구시에 자신의 결계이며 최강이라 부를만한 지고의 천사 ‘흉화낙원(에덴)<凶禍楽園>’의 내부에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린네가 보란 듯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지금 시도가 살고 있는 이 텐구시는 틀림없이 에덴에 둘러싸인 것임이 틀림없었다.
“하, 하지만 이상하잖아? 여기가 에덴이라면...저 애들이 린네를 기억하지 못 할 리가....”
그렇다. 소노가미 린네는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기에 에덴 내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이 몸이든 얼굴이든 타인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이든 간에 말이다. 시도 역시 에덴이 사라질 때마다 린네를 잊었으나 지금 이렇게 에덴의 안에서 린네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 같은 반에서 공부를 했던 저 세 사람이 린네를 기억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확실히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에덴의 힘은 매우 불안전해.”
“...뭐?!”
에덴의 힘은 무적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는 최강의 천사다. 이 안에서는 에덴의 관리자. 즉, <룰러>의 마음대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다. 그것이 시간이든 생명이든 사물이든 간에 이 안에서의 모든 윤리들을 조작할 수 있는 터무니없는 결계. 그런 에덴의 힘이 약해졌다니...차마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약해진 거라기보다는...이 에덴의 관리자이면서도 나는 모든 걸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 아마 이 에덴을 유지하는 기간도 기껏 해봐야 일주일 내 정도라 생각해.”
“...그럴 수가....”
린네의 말에 시도는 떨리는 목소리로 린네를 바라봤다.
저번에 이어서 또 린네를 잊은 채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걸 세 번이나 반복해야 한다는 것은 시도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
“...정말로...정말로...또...너랑...헤어져야 하는 거야?...또 그렇게...널 잊어야 하는 거냐고!”
시도가 또 다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묻자, 린네는 씩 웃고서 말했다.
“...괜찮아. 이 에덴은 비록 사라지지만, 나의 존재에 대한 기억은 아마 지워지지 않을 거야.”
“...하아?”
“그런 설정이야.”
“...자, 잠깐. 무슨 소리야?”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가능하다고 생각해. 실은 에덴이 발동되기 전에...적어도 시도에게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발동했는데...아마, 이 에덴이 사라져도 시도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분명...틀림없어.”
“...뭐야, 그건...근거가 없잖아?”
“...잊었어? 나는 이 에덴의 관리자야. 비록 그 권리가 약해졌을 지라도 에덴의 상세한 내용들이나 기능 같은 것은 알 수 있어. 그리고 사라진 그 이후의 일도 말이야.”
그 말에 시도의 동공이 커졌고, 차마 믿을 수 없다는 식의 표정을 지었지만 곧 다시 노성을 지르며 린네의 두 어깨를 잡았다.
“아니, 기억하든 말든 간에 이 에덴이 사라지면...너는 소멸한다고!”
시도가 그렇게 외치자, 린네는 어째 천진난만한 미소로 대답했다.
“괜찮아. 세 번이나 발동되었는데, 나중에 또 발동이 되도 이상할 건 없지...않을까나...?”
“아무리 그래도...!”
시도가 또 한 소리를 하려던 그 찰나에 린네는 얼버무리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시도. 괜찮아?”
“...헤?”
“...일단 나는 오늘 라이젠에 오는 전학생이라는 설정이라서 괜찮겠지만, 시간이 몇 시일까?”
“크으으윽...!”
마음 같아서는 지금 그게 문제냐면서 소리를 내지르고 싶었지만, 이번 주는 주번이었고 만약에 늦을 경우 어떤 트러블이 발생할지 모를 일이었다.
“이따가 나랑 둘이서 얘기하는 거야. 알았지?”
그렇게 외치고서 시도는 재빨리 학교 쪽으로 향했다.
결국 주번임에도 늦은 시도 대신에 아침 일찍 먼저 등교한 토카랑 오리가미가 대신에 칠판이며 교실 청소를 대신하고 있었고, 곧 주변에 있는 남학생들은 ‘저렇게 예쁜 여자애들이 친절을 베풀어 주다니...젠장, 이츠카는 죽어버려!’라고 대성통곡을 했고, 아이마이미이 트리오를 중심으로 몇몇 여학생들은 시도가 아침서부터 못 보던 여자애를 덮쳤다는 유언비어를 통해 시도를 매도하고 있었다.
‘...아아. 괴롭다. 진짜로...!’
시도가 침울해하면서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던 그 때, 작은 체형의 여교사 타마에. 통칭 타마짱이 싱긋싱긋 웃으면서 들어왔다.
“여러분, 오늘은 우리 반에 새로운 전학생이 왔어요!”
그녀의 말에 모두가 환호하는 목소리로 들뜨기 시작했다. 시도를 제외하고 말이다.
이번에 들어오는 학생은 틀림없이 아침에 재회했던 린네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시도는 그저 기분 좋게 웃으며, 곧 저 문을 통해 들어올 린네의 모습을 기다릴 뿐이었다.
“자아, 그럼 들어오세요!”
그렇게 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에 남학생은 물론이고 여학생들까지 두 눈을 번쩍이며 입을 모아 외쳤다.
“““귀여워어어어어어어...!”””
마치 운동회나 합창단을 할 때처럼 모두가 한 마음 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그런 환호 속에서 시도는 그저 가만히 굳은 채, 그 소녀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소개할게요. 이번에 전학온 소노가미....”
“리오야.”
“에?”
“리오는 리오라는 이름이야. 소노가미 리오. 잘 부탁해.”
작은 체구의 소녀가 그리 말하자, 타마에는 전학생의 프로필을 확인하면서 중얼거렸다.
“얼레? 이상하다. 분명 이름이 린네로 되어있는데...가만...얼굴은 닮았는데 이쪽은 좀 더 어려보이는 듯한....”
타마에가 헷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야 그럴 것이 지금 그녀의 옆에 있는 것은 소노가미 린네가 아니라, 그녀와 시도 사이에서 태어난 엄마를 빼닮은 딸 소노가미 리오였기 때문이었다.
“아아아. 너무너무 귀여워, 저렇게 귀여운 생물체는 처음 봐.”
“나 저 애 키우고 싶어!”
“근데, 너무 어리지 않아? 고등학생으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데....”
여기저기에서 수근 거리는 소리에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시도만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리오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던 그 때, 리오와 시도 두 부녀의 시선이 맞았고, 리오는 지금 이곳에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에 대해 인지했다.
시도랑 마주치고 나서 비록,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지만, 곧 리오는 기쁘기 그지없다는 식의 표정으로 시도에게 달려왔다.
“파파!”
“...리오.”
리오는 시도와 린네의 딸이면서 예전에 에덴의 2창 발동당시 린네보다 앞서서 사라진 두 사람의 딸이었다. 분명, 그 이후로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설마 이 에덴에서 다시 만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시도는 그저 힘없이 웃으며 자신의 품에 얼굴을 파묻는 리오를 쓰다듬었지만, 이 감동스러운 부녀상봉은 적어도 현재 이 장소에서만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
“.......”
“.......”
알레스카 한 가운데에 있는 것 마냥 차가운 공기가 교실에서 맴돌았고, 잠시 후 한 여학생이 떨리는 입술을 움직이며 기다란 침묵을 깨고 말았다.
“...파, 파파?!”
그 말을 선두로 해서 곧 입을 모아 외쳤다.
“지금...분명 저...귀여운 애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지...?”
“파파...분명 파파라고 했어!!”
“맙소사...! 이츠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호, 혹시 그거 아닐까? 왜 어린애를 고용해서 파파라고 부르라는 그런 아르바이트 있잖아...?”
“그런 아르바이트가 세상에 어디에 있냐고?”
아침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매도와 욕이 시도에게 고스란히 날아왔다.
“시, 시도...! 파파라니...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시도. 설명을 해줘야겠어. 설마 나랑 시도 사이에 태어난 사랑의 결정체인 거야?”
“Noooooooooooooooooo!!”
곧 옆자리에 있던 토카와 오리가미가 양쪽에서 시도를 붙들어 놓자, 시도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고함을 질렀다.
한편, 이런저런 비명이 오가는 교실 안에서 뒤늦게 이번에 전학 온 당사자가 당당하게 나타나서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이 교실에 들어온 소노가미 린네입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잘 부탁드립니다...랄까...이건 대체 무슨...소란인지...?”
린네가 그렇게 말하자 곧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린네를 바라봤다.
자애로운 성모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표정. 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벚꽃을 연상시키는 예쁜 머리카락. 토카나 오리가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그 우월한 미모에 감상에 젖었지만, 곧 이를 눈치 챈 몇몇의 학생들이 시도에게 안긴 어린 소녀와 린네를 번갈아서 바라봤다.
“...에? 에? 에?!”
“다, 닮았어!”
“정말 깬다!”
잠시 후, 아버지인 시도의 품 안에서 재회의 기쁨에 젖어있던 리오가 린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에? 리오 쨩?”
“마마!”
리오가 뱉은 그 말은 곧 봉화가 또 다시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고함을 내지르는 사태를 유발하고 말았다.
“...그러니까...다시 한 번 소개해줄게....”
“““.........................”””
“...일단, 옆에 있는 이 애 이름은 린네. 소노가미 린네야.”
“잘 부탁해...모두들...랄까...오랜만이야...라고 하는 게 좋을까나?”
“““.........................”””
“...하...하하하.”
“““.........................”””
린네가 힘없이 농담조로 말하고, 허탈하게 웃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대꾸가 없었다. 원인은 그 다음에 소개할 인물 때문이었다.
“그리고...그 옆에 있는 게 바로....”
“리오는 리오라는 이름이야, 소노가미 리오!”
“...으음...리오라는 이름이야. 모두들 앞으로 잘 부탁할게.”
“““.........................”””
토카, 오리가미, 코토리, 요시노, 카구야, 유즈루, 미쿠, 나츠미, 니아, 무쿠로.
그 누구도 대답이 없었다. 아침에 교실에서 벌어졌던 때처럼 그저 침묵만이 유지되었고, 시도는 난처한 얼굴로 볼을 긁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대충 정령들과 라타토스크 사람들에게 린네와 리오 그리고 예전에 있었던 에덴의 일까지 세세하게 설명했지만, 모두에게 전해지기야 한 건지 서부터가 의심스러웠다.
그저 한 사람. 프락시너스의 해석관인 무라사메 레이네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는 식으로 “과연....”이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아침에 텐구시 전역에 뭔가 결계 같은 것이 관측되기는 했지만, 이런 현상이 예전에 수차례나 있었다니. 놀라운 걸....”
레이네가 담담하게 그리 말하자, 통칭 CEO 미키모토가 처음으로 얘기를 꺼냈다.
“그건 그렇고. 이제는 시도 군도 애 아빠군요. 앞으로 여러모로 힘들 겁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정령들의 어깨가 ‘흠칫!’하고 떨렸다.
“...아아. 네. 뭐 그렇죠....”
그 다음으로는 차원을 넘나드는 자 나가츠가와가 안경을 고쳐 쓰면서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고 설마 애가 생겼다니, 이제 하렘 주인공은 물 건너갔네요.”
애라는 말에 또 다시 모두의 어깨가 떨렸다.
너무 충격을 먹는 바람에 아까서부터 말이 없다가 첫마디가 하나 같이 암울한 분위기를 발생시키는 말들뿐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뒤늦게 파악했다는 것을 자각한 네일노커 시이자키와 딥 러브 미노와가 남정네들의 입을 막으면서 중얼거렸다.
“지금 사령관님 일행 앞에서 무슨 말들을 하는 거예요?”
“사랑을 잃은 여성의 마음은 그 어느 지옥보다도 괴로운 법이라고요.”
마치 자신들도 똑같은 입장이었기에 잘 이해하고 있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만약에 그랬다가는 정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사람 다 입 밖으로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벌써부터 모든 게 다 끝났다는 어투로 하는 것은 좀....”
카와고에가 두 여성을 지적하자 모두들 자신들의 잘못을 뒤늦게 자각했다는 식으로 하나 같이 나가츠가와를 시작으로 입을 모아 외쳤다.
“여, 여러분! 괜찮아요. 일부 미연시에서는 보통 일부다처제 엔딩이 있으니까요!”
“그래요! 딱히 애가 생겼다는 게 별 문제겠어요?”
“중요한 것은 사랑이에요!”
“그렇습니다. 비록 유부남이든 유부녀든 간에 사랑만 있으면 문제없어요!”
“그러니까 여러분 모두들 파이팅!”
그러자 그 때, 코토리가 울분에 젖은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들 닥쳐어어어어어엇!!”
“히이익!”
어째 실패한 사랑 밖에 못한 이 다섯 명의 가치관으로 하는 위로는 어째 위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심리를 건드리는 행위였다. 코토리는 부하들 앞에서는 절대 보이질 않을 울먹이는 얼굴로 고함을 내질렀다.
“다른 건 몰라도, 새언니가 생기는 사태만큼은 평생 피하고 싶었단 말이야, 젠장! 오빠는 평생 우리 오빠라고, 그런데 갑자기 애!웃기지 마! 이건 악몽이야! 내가 대체 몇 년을 기다렸다고 생각하는 거야! 의매를 얕보지 말라고!”
코토리의 서글픈 외침에 그걸 시작으로 모두가 입을 모아 외쳤다.
“시도...린네랑 결혼한 것이냐?”
“아, 아니...딱히 결혼했다기 보다는...!”
“...시도여. 그럼 그 말은 사고를 친 거라는 의미네?”
“...그, 그거랑은 유형이 달라! 내가 말했잖아, 리오는 린네의 영력으로부터 태어난....”
“소년. 애가 딸렸음에도 이 이상 욕심내지 말라고.”
“그렇다. 딱히 무쿠들이랑 평생 보지 말자는 뜻은 아니니, 지금 자신의 가족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다오.”
“...시...시도 씨. 죄송해요....”
“...요, 요시노를 울리다니, 용서 못해!”
“경멸. 변명하는 남자는 보기 흉해요.”
“달링이 유부남이라니...흑...! 위로가 필요해요. 여러분 아무나 좋으니까 오늘 저랑 호텔에서....”
“시도. 나는 첩이라도 좋아. 시도의 뜨거운 사랑으로 애를 만들어줘.”
“아아아아악! 좀 말 좀 들어봐아아아아!!”
그 날 밤. 시도는 토카를 비롯한 모든 정령들의 영력이 역류할까 말까하는 사태와 싸우면서까지 그녀들을 설득했고 그녀들 역시,어느 정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애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는 사태로 번지고 말았다.
---------------------------------------------------------------------
다음편은 나중에나 올리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