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랑 린네는 고개를 푹 숙이채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오늘은 두 사람에게 무척 기념적인 날이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각자 멋있는 턱시도와 백색의 신부를 나타내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축복을 받는 단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식은 두 사람의 기억에서 절대로 잊혀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시도랑 린네는 오늘 밤에도 서로 잊을 수 없는 기록을 남기기로 크게 마음 먹었다.
코토리가 특별히 신경을 써준 것인지, 라타토스크가 소유하고 있는 호텔에서 신혼여행 첫날에 묵기로 한 두 사람은 호텔 입구에 발을 들이댄 순간서부터 뭔가 어른으로서 한 발자국 내민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이렇게 발을 들이대니 서로 긴장한 나머지 약 한 시간동안 말없이 이렇게 침대 위에서 앉아있기만 하는 중이었다.
"저기 시도. 너무 긴장되지 않아...?"
돌처럼 딱딱한 분위기를 깨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다름아닌 린네였다.
"뭐, 뭐가...?"
"......정말이지. 여자 입에서 나오게 만들 생각이야?"
"...윽!"
린네가 촉촉한 눈빛으로 시도를 바라보자, 시도는 그대로 얼굴이 빨개지면서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머, 먼저 씻고 올게!"
린네 역시 긴장했는지 빨개진 얼굴로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곧 욕실에서 들리는 샤워기 소리가 시도의 마음을 한층 더 깊게 긴장시켰고, 그대로 이성을 마비시킬 거 같았다.
'진정해, 나! 무슨 짐승도 아니고...!'
...잠시 후, 목욕가운을 몸에 둘린 린네가 천천히 침실로 들어왔다.
비록, 에덴에서 만들어진 거짓된 기억이지만, 어린시절에는 서로 욕실에 들어가서 즐겁게 웃고 떠들던 시절이 기억났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우아하기 그지없는 자태와 껴안으면 부서질 것만 같은 작은 허리, 무엇보다 달라진 풍만하고 부드러운 가슴까지 합쳐서 아름다운 곡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씻은 다음이라 그런지 약간 젖은 머리카락과 촉촉한 눈동자는 린네의 미모를 더 강조하는 느낌이 들었다.
"시, 시도도 씻고 오는 게 좋지 않을까...나...?"
"...으, 응!"
자신이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닥 좋은 얼굴을 하는 것은 확실했다.
시도는 그렇게 뻣뻣하게 굳은 몸을 일으키면서 그대로 샤워실로 향하려고 하던 그 순간, 발이 꼬이면서 그대로 린네가 있는 쪽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꺄아아악?!"
"헉! 미, 미안해! 린네...!"
"...시도는 엣찌(변태)...."
린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을 뚜렷하게 들은 시도는 다시 한 번 목에 침을 넘기면서 린네를 바라봤다.
사랑스럽기가 그지없는 린네의 몸과 얼굴 심지어 목소리까지 어째 평소보다 더 오감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러다가는 정말 억제되어 있던 충동이 폭주하기 될 것이다. 물론 그게 목적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랬다가는 린네의 뭔가를 더럽히는 거 같았가.
"...괜찮아."
"...에?"
자신이 뭔가를 중얼거린 걸까...?
린네는 경직된 채 그대로였지만 괜찮다는 말을 하면서 부드럽게 시도의 볼을 이루어만지고서는 곧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이 <에덴(흉악낙원)>의 지배자인 <룰러>의 모습으로 변한 상태였다.
비록, 이 에덴의 지배자는 마리나일지 몰라도 원래 그 힘의 소유자였던 린네는 어느정도 이 에덴에 간섭할 수 있었고 지금 이렇게 모습을 바꾸는 것까지 가능했다.
평소와는 전혀다른 날카롭고 뚜렷한 붉은 눈과 기다래진 머리카락을 보면서 적잖게 당황한 시도를 보면서 그녀는 다시 한 번 부드럽게 시도의 볼을 만졌다.
"...소노가미 린네와 <룰러>는 둘 다 나야. 어느쪽도 나이기 때문에 시도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
"...린네."
"...나 시도를 몇 번이고 상처입혔던 적이 있어. 그것도 수도 없이."
그렇다. 에덴에서 일어났던 루프들의 발동 조건은 다름아닌 '이츠카 시도의 죽음'이었고, 린네는 시도의 행복을 위해 수도 없이 그걸 반복하고 시도의 목숨을 앗아갔었다.
하지만 목숨을 몇 번이나 잃었음에도 시도는 지금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고, 그것들은 과거의 일이었기에 시도는 여지껏 그걸 잊고 있었음에도 린네는 아직까지 그걸 신경쓰고 있었다.
"...그건!"
시도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던 찰나, 목구멍 안에서 더 이상 소리가 흘러나오지가 않았다. 그 이유는 과거의 일이었을지언정, 없었던 내용일지라도 린네는 윤리와 생명의 가치를 조롱한 죄임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둘 다 나야."
린네는 곧 시도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처럼 작게 중얼거리고서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보여줘야 해. 시도에게 어느 쪽이든 간에 진실된 모습들을 보이지 않으면 안 돼. 뭣보다 몸과 마음을 교환하는 이런 경우에는 더 더욱...."
"...린네."
"...만약에...만약에...괜찮다면...이런 나를...또 하나의 나...<룰러>를 용서해줄 수 있어...?"
린네...아니...<룰러>의 간결함이 담긴 그 질문에 시도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고보면 오늘 결혼식에서 린네에게 맹새했지...?"
"...영원히 변치않을 사랑...."
"...그렇가면 이번에는...룰러로서...또 하나의 린네에게...말할 게...."
"......."
"...나랑 결혼해줘."
"...시도...."
"...당신은 저를 사랑합니까...?"
그렇게 묻자 린네의 두 눈에서는 기쁨의 물방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랑합니다...이츠카 시도를...그 무엇보다도...영원한 사랑을 맹새합니다...저를...당신의 아내로 삼아주세요...."
부서질 것만 같이 유태로운 그 울고 있는 목소리에 시도는 그저 조용히 린네에게 키스를 했고 린네 역시 아무말 없이 시도를 받아들었다.
"...시도...부탁할게...."
곧 린네는 입고 있던 파자마를 벗고서 웃더니 시도의 이성을 마비시킬 말을 뱉었다.
"...저 소노가미 린네와...<룰러>...이 둘의 순결을...시도가 가져가 줬으면 좋겠어...."
"...!!"
시도가 곧 실오리 하나 걸치지 않은 린네를 향해 소리없이 덮치려고 하 던 그 때....
"오오옷! 시도! 거기 있는 것이냐!"
곧 갑작스럽게 호텔의 방이 열리면서 토카가 순진무구한 얼굴로 들어왔다. 뭐 그것도 잠시 뿐이고 돌처럼 딱딱하게 석화된 얼굴로 외치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뭐, 뭐하는 것이냐?! 시도!! 린네!!"
"토, 토카...?!"
"토카 짱?!"
이어서 요시노를 비롯해서 수많은 정령들이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시도...씨이...린네...씨?"
"어이쿠! 시도 군이랑 린네 짱. 제법 진도가 빠른 걸~?"
"...그야말로 발정난 짐승이네. 바보 오빠."
"크...크크크. 그야말로 밤의 여신이 축복을 내리는 어둠의 유희를 보내는 구나. 시도여...그리고 린네여."
"감탄. 두 사람 다 의외로 대담해요."
"꺄아아아아악! 그대로 진행해 주면 안 될까요~? 네? 아! 카메라! 카메라! 카메라가 분명 가방 안에 있었는데~."
"어머어머. 두 분을 방해하고 말았네요."
"과연. 사랑이란 이런 형태로도 변할 수 있는 거군요. 이해했습니다."
"뭘 그렇게 냉정하게 분석하는 거야, 마리아는...그것보다 거기 잉꼬부부는 언제까지 그 상태로 있을 거고?"
"너, 너희드으으으을?!"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모두가 그렇게 이쪽을 바라보자. 곧 이성의 밧줄을 붙잡은 시도랑 어느 틈에선가 <룰러>가 아닌, 통상의 소꿉친구 소노가미 린네로 돌아온 린네는 이윽고 비명을 질렀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코토리!"
입고 있던 코트를 린네에게 덮어주면서 시도는 재빨리 코토리에게 뛰어왔가.
"하아? 그야 당연한 거 아냐? 시도. 설마 정령들이랑 따로 살 생각인 것은 아니겠지...?"
"뭣?!"
"토카들은 시도가 없으면 영력이 폭주할 우려가 있단 말이야. 벌써 잊은 거야?"
코토리가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귀뜸이를 하자, 시도는 진땀을 흘리며 이마를 짚기 시작했다.
이래가지고선 결혼하기 전이랑 후랑 다른 게 있을까?
...없다. 변한 게 있을지라도 일상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음에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푸념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뱉으려고 하던 그 찰나.
어느 틈에선가 시도의 바로 앞에서는 결혼식 이후 모습을 감췄던 오리가미가 인기척도 없이 알몸 상태에서 담담한 얼굴로 당당히 서있었다.
"오, 오리가미?!"
"아까 전에 이 방에서 린네에게 해줬던 거. 시도가 나한테도 해줬으면 좋겠어."
"하아아아아?!"
"내가 정부인. 소노가미 린네는 첩으로 허락할게."
"뭔 소리냐?! 오리가미! 린네가 정부인이라면 몰라도 왜 네 녀석이 그렇게 되는 것이냐! 그리고 시도의 두 번째 신부는 바로 나다!"
"넌 여전히 바보네. 괜히 시도에게 집착하지 말고 이제 그만 포기해. 시도는 오늘밤 나랑 뜨거운 둘만의 시간을 보낼 거야."
"뭐라고오옷?!"
"아기를 만들어줘. 시도."
"......."
시도는 저 멀리 침대에 누워있는 린네를 바라봤다.
여러모로 복잡한 심정이 담겨있는 거 같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모두를 바라보는 린네의 얼굴에서 나온 밝은 미소가 시도의 마음 속 깊은 곳을 따듯하게 해주고 있었다.
곧 린네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끔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고 그 입모양을 통해서 시도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정말 좋아해요. 저희 서방님.'
.
.
.
일본어로 맨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
다이스키데스. 와타시노 단나사마.
겠죠...?
그보다 부제가 첫날밤인데 왜 바라던 장면은 안 나오냐고요...?
저는 분명 첫날밤이라 적었지. 딱히 야한 걸 쓰겠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음란마귀들.
마지막은 린네랑 똑같은 포즈를 취한 리오로 마무리!
좋은 모녀다....
참고로 후방주의가 붙은 이유는 이 모녀의 짤 때문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