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으. 너무 어렵구나. 이 문제...."
"괜찮아, 토카? 정 못 풀겠으면 알려줄..."
"아, 아니다. 시도. 마지막까지는 내 힘으로 이걸 풀고 싶다."
"...뭐, 토카가 그렇게 말한다면...."
참고서를 뚤어져라 바라보는 토카의 옆에서 시도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봤고, 그 바로 옆에 있는 카구야와 유즈루 그리고 미쿠 역시 각자 자신의 머리를 쥐고서 조용히 문제를 풀고 있는 중이었지만, 그다지 진전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y=2x+10으로...아아아악! 진짜! 뭐가 먼지 전혀 모르겠어! 애초에 수학이란 게 일상에서 더하기 빼기만 알면 충분하지 않은 거냐고?!"
"동의. 수학 같은 거 장래에 써먹을 곳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요."
"...우우. 달링. 이 문제 좀 알려주세요오."
"...하하하."
"시도의 무릎배게. 시도의 무릎배게. 시도의 무릎배게."
오늘은 시도와 정령들이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여 이츠카 가에 있는 거실의 테이블에서 공부를 하는 날이었다.
평소라면, 공부는 커녕 팬을 쥐는 것도 별 관심도 보이지 않던 그녀들이 이렇게 머리를 쥐며 공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계기는 약 2주 전.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둔 2학년 3학기가 되고나서 얼마 후, 시도와 정령들이 진로상담을 받게 된 그 날서부터였다.
"이츠카 군은 진로를 정해뒀나요?"
시도의 담임선생인 타마쌤이 자리에 앉아 1:1 면담을 하던 그 때, 시도는 미리 준비해둔 것마냥 딱딱 자신의 진로를 말했다.
"일단, '아스가르드 일렉트로닉스'에 들어가기 위해서 나름 그럴사한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서요. 그런데 제 성적에 가능할런지...."
그렇다. 원래는 그럴사한 장래희망을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도는 저번에 부모님이 출장에 돌아오면서 두 분이 라티토스크 소속인 그 회사에 다녔다는 사실을 듣고 자신도 어쩌면 그 회사에 취업하면, 장래에 정령이나 프락시너스에 있는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입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일렉트로닉스는 그렇게 만만한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목표를 찾은 시도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졌다.
"솔직히 지금 이츠카 군의 성적이라면 그렇게 가능성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일만큼 좋은 편은 아니네요."
"...하하하."
"일단은 좀 더 내신성적에 분발하지 않고서는 힘들 거 같다는 것은 명심하세요. 그리고...."
곧 타마에에게서 이런저런 소리를 들으면서 시도는 한숨을 깊이 쉬면서 상담을 마쳤고, 곧 토카와 타마에의 상담이 시작되었다.
"나는 시도랑 같은 학교에 가고 싶다!"
"...에에. 야토가미 양...?"
"흠? 왜 그러느냐?"
"왜 굳이 이츠카 군이랑 같은 학교에...."
"흠. 레이네에게서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이라는 녀석에게 가야 한다고. 그렇다면 시도의 곁에 있기 위해 같은 대학에 가기로 결심한 거다."
그 대답에 타마에는 난처한 표정으로 토카의 내신 성적표를 바라보고서 곧 토카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야토가미 양은 이츠카 군보다 더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되요."
"...흐뉴?"
그렇게 진로상담이 끝나고 몇 시간이 지나면서 시도와 토카 그리고 같은 반의 오리가미와 옆반의 야마이 자매를 비롯해 모두가 이츠카 가의 거실에서 당일에 있었던 상담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일단 각자의 장래희망에 관한 얘기를 정리하자면
시도-일렉트로닉스 사의 엔지니어
토카-시도랑 같은 대학 같은 직장
오리가미-시도의 아내 그리고 시도랑 같은 대학 같은 직장
카구야-라이트 노벨 작가
유즈루-라이트 노벨 편집자
...대충 이렇게 되었다.
"저어...오리가미...?"
"왜?"
"...아니, 오리가미의 성적이라면 굳이 나하고 같은 대학에 갈 필요 없이 좀 더 좋은 쪽으로...."
"나한테 있어서 시도랑 같은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이 없어."
"아니, 그래도..."
"문제없어."
"......."
오리가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렇게 시도와 같은 대학에 다닐 거라 선언했고, 시도는 어째 여러모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흠! 나 역시 시도랑 같은 대학에 들어갈 것이다."
"토카의 성적으로는 무리야."
"흐으음? 무, 무슨 소리냐? 오리가미."
오리가미는 담담한 얼굴로 테이블에 놓여진 토카의 성적표와 시도의 성적표를 양손에 집으면서 말했다.
"일단 너랑 시도의 성적의 격차가 심해. 적어도 지금의 너로서는 그건 힘들어."
"...그, 그럴 수가!"
타마에에게서 같은 얘기를 들었지만, 오리가미에게서도 같은 얘기를 들은 토카는 마치 정수리에 돌이 떨어진 것마냥 충격먹은 얼굴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괜찮아. 내가 네 몫까지 시도랑 같은 대학 같은 학과 같은 강의실 같은 방에서 같이 있어 줄게. 성적이 우수해서 대학자유이용권을 지닌 내가 말이야."
"으으으윽...!"
토카는 분하다는 듯이 자신의 성적과 시도의 성적을 번갈아 봤고 곧 오리가미의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지 곧 자리에 일어서서 외쳤다.
"타, 타마짱이 그랬다. 좀 도 분발하면 될 거라고. 이제서부터라도 공부해서 시도랑 같은 대학에 갈 것이다!"
"공부의 기본부터가 안 되어 있는 너로서는 그건 힘들어."
"할 수 있다!"
한편 바로 옆에서 듣고 있던 카구야가 입을 열었다.
"후후훗. 이 구풍의 왕녀께서 선언하지. 시도여. 만능의 여제인 내가 너에게 축복을 내리기 위해 항상 너의 곁에 있어주겠노라."
"해석. 카구야는 시도의 곁에서 잠시라도 떨어지기 싫고 어리광부리고 싶으니까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는 거에요."
"아아앗! 틀려! 그냥 곁에 있어 주겠다는 뜻이거든?!"
"조롱. 그 성적으로요?"
"이이이이익! 그러면 유즈루도 그 성적에 어딜 갈 건데?"
"웃음. 그래도 카구야와 제 가슴의 차이만큼 제 성적이 훨씬 우월해요."
"유즈루우우우우!!"
"회피. 나 잡아봐라에요."
"거기 서!"
카구야와 유즈루가 거실의 중심에서 쫓고 쫓기는 상황이 벌어지는 그 때. 이츠카 가의 초인종이 울리더니 미쿠가 울적한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어? 미쿠?"
"...우우우우. 달링."
미쿠는 곧 힘없이 시도에게 다가오더니 곧 그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미, 미쿠.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훌쩍. 이 천하의 아이돌인 미쿠가...낙제를...."
"하아?"
듣자하니 미쿠는 이번에 출석일수도 다 채우지 않은데다가 내신성적도 엉망이라 낙제되는 바람에 올해 졸업은 물건너 갔다고 한다.
"그럴 수가...."
"매니저인 스바루 씨도 시간이 날 때, 찻집에서 여자애들 번호 같은 거 얻을 생각하지 말고 공부하라면서 당분간 스킨쉽은 금지래요~."
"하...하하하...."
어째 구실을 만들고 미쿠의 레즈비언 트러블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의심됬지만, 시도는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달링. 공부 좀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어째서어어?!"
방금전까지 울고 있던 미쿠의 얼굴에 어느새 봄이 온 것마냥 밝은 표정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말았다.
"시도. 보아하니 모르는 게 많은 거 같은데 내가 가르쳐 줄게."
"오, 오리가미....?"
"둘 만의 공부할 시간이 필요해. '금단의 공부'가."
"어째 무섭게 느껴지는데?!"
"아앗! 소년, 오리링. 나도 참여할래! 그 금단의 공부에!"
저 멀리 있던 니아가 손을 번쩍 들면서 외쳤다. 어째 이런 쪽에 대해서는 귀가 밝은 건지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나오지가 않았다.
"시도. 나도 그 금단의 공부라는 녀석을 배우고 싶다."
"크크크크. 둘 만의 어둠의 복음 속에서 지혜를 쌓겠다는 것이냐? 그럼 좋다. 이 밤의 진조인 이 몸께서도 참여해주겠다."
"동조. 마스터 오리가미의 제자로서 저 역시 참여하겠어요."
이렇게 저렇게 떠들고 있는 사이. 막대사탕을 물은 채, 코토리도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그러면 이번 기회에 다 같이 공부방을 여는 거 어때? 마침 나도 이제 3학년이니까."
"어, 어이! 코토리!"
시도가 불안한 눈빛으로 이 상황의 트러블에 대해 물으려하자 코토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마냥 그렇게 장소를 얘기했다.
"있다가 라타토스크의 임시 본부 쪽으로 건너와. 거기라면 빈 공간도 꽤 있고 서재며 자료며 많으니까. 거기보다 공부하기 좋은 곳은 없을 걸?"
"그럴 수가...."
그렇게 시간이 지나 시도를 비롯한 모두가 라타토스크의 임시 본부로 들어왔다. 참고로 요시노와 나츠미의 경우에는 내년서부터 중학교에 입학하고 싶다고 본인들도 희망했기에 나름 지식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 같이 참여하기로 했고 니아의 경우에는 자신의 만화에 쓰일만한 소재를 찾기위한 서재나 자료를 찾기 위해 방문하기로 했다.
"시도. 이 문제가 뭔지 알려주겠느냐?
"...시...시도 씨. 이게 뭐죠?"
"시도. 명색이 고등학생이라면 이 문제 한 두 개쯤은 알겠지? 오빠로서 망신을 당하기 싫다면 억지로라도 알려줘."
"시, 시도여. 이 공식을 쓰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구나."
"간청. 시도. 이 문제를 알려주세요."
"달링. 28페이지의 이 5번 문제 좀 알려주세요~."
"나...나한테도 좀 알려줘."
"시도. 보아하니 아직 삼각함수에 대해 잘 모르는 거 같은데 내가 알려줄게. 덤으로 어른이 되는 방법까지."
"후후. 소년 인기 많네~?"
"...으으으윽!"
하지만 적어도 이 공부방의 존재는 시도에게 무의미했다. 아니, 오히려 방해라고 할 수 있는게 토카를 비롯한 모두가 주변에서 유난히 시도에게만 질문했고 시도 본인 역시 모르는 것을 누군가에게 질문하고 싶어도 오리가미를 제외하곤 아무에게도 물을 수가 없었다. (정작 오리가미는 질문의 내용과는 무관계한 답변을 하면서 스킨쉽을 하려고 했다.)
"하하하. 그건 그렇고 다들 이렇게 공부방을 열었는데 모처럼 내기나 벌칙게임 같은 게 없으면 뭔가 섭섭하지 않겠어?"
"니아 또 쓸대없는 얘기를...!"
시도가 말리려고 하던 찰나. 니아의 뿔태안경의 렌즈가 빛을 발하면서 곧 의자에 일어서면서 손가락을 시도에게 가리켰다.
"하루에 한 번 씩. 다들 레이네 짱이 내는 쪽지 테스트를 풀어서 점수가 커트라인 안에 들어간 사람은 당일날 소년에게 무릎베개를 받기. 어때? 수지맞는 장사 아니야?"
""""...!!!!!""""
그 말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맹금류 같은 눈빛으로 동공을 크게 뜨더니 갑자기 하나 같이 팬을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내 동의는?!"
"으으으음. 열심히 하겠다."
"...시...시도 씨의...무릎베개."
"오빠에게 무릎베개. 오빠에게 무릎베개. 오빠에게 무릎베개. 오빠에게 무릎베개. 오빠에게 무릎베개...!!"
"에이이잇! 이대로 질까보냐? 상품은 구풍의 왕녀인 이 몸이 챙취할 것이다!"
"지적. 그렇게 선언하는 사이에 공식을 하나라도 도 외우세요. 카구야."
"이왕 무릎베개할 거라면, 시오리 씨 모드로 받고 싶은데요~."
"나...나 같이 더러운 애를 무릎베개해주면 무릎이 더러워지는데...그래도 상품이니까...괜찮겠...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확실한 목표가 생기면 공부하기 수월해."
"........"
아무래도 전원 시도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모양이었다.
"헤헤. 어때 소년? 나름 좋지 않아?"
"...너 설마. 이러기 위해서 이 공부방에 참여한 거 아니겠지?"
"글쎄에~? 무슨 소릴까나~? 니아 짱은 전혀 모르겠는데~?"
"크으으으으윽!"
그렇게 잠시후. 아무것도 모른 채, 니아에게 끌려온 레이네는 고등학생과 중학생 별 테스트를 만들고서 그걸 각자 모두에게 건내줬다.
테스트를 푸는 사이에 어째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거 같았고, 30분이 지나고서 테스트가 끝나면서 결과가 나왔다.
80점 이내에 들어간 사람만 시도에게 무릎베개를 받을 수 있게끔 정해둔 이 시험에서 통과한 사람은 만점을 맞은 오리가미. 그리고 평소부터 공부에 충실했던 코토리. 나름 이해가 빨랐던 나츠미. 이 세 사람 뿐이었다.
"시도. 무릎베개 부탁할게."
무표정한 얼굴로 그대로 시도에게 건너온 오리가미는 곧 서파에 앉아있는 시도의 무릎에 얼굴의 정면을 묻히기 시작했다.
"저, 저기 오리가미 씨...?"
"...?"
"그 자세 불편하지 않아? 숨쉬기 어려울 거 같은데?"
"문제없어. 오히려 이게 더 편해."
"그, 그래...?"
그렇게 말하던 오리가미는 곧 시도의 무릎에서 냄새를 맡는 것마냥 킁킁 거리기 시작하거나 뭔가 달아오른 것 마냥 깊은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하악거렸고 곧 시도가 그걸 거부하자 평범한 무릎베개로 끝날 수가 있었다.
다음으로는 어느새 하얀리본으로 바꾼 코토리가 신난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오빠아아아!"
"하...하하하."
"헤헤헤. 오빠의 무릎 왠지 안정되서 기분 좋아."
방금 전과는 180도 다르게 어리광을 부리는 여동생의 귀여운 모습에 시도는 나름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으으음. 오빠 좀 더 머리 쓰다듬어줘. 너무너무 좋아."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에는 나츠미의 차례가 왔다. 처음에는 뭔가 꺼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곧 자연스래 무릎베개를 하면서
"아까 코토리에게 해줬던 거. 나한테도 해줘."
그 말에 시도는 웃으면서 나츠미를 쓰다듬어줬고 나츠미는 뭔가 안정된 것마냥 작은동물처럼 귀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어째...기분이...좋아...뭔가 잠이 오는 듯한...쿠울...."
곧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토카를 비롯한 모두가 무릎베개 포상이 끝나면서 분하다는 듯이 외쳤다.
"아이잉~. 달링~. 저랑 체인지. 체인지. 저도 나츠미 씨를 귀여워해주고 싶어요."
"크으으윽! 부럽다. 나도...나도 나중에 시도한테 무릎베개를 부탁할 것이다."
"크크큭. 감히 진조의 정점에 선 이 몸에게서...크으윽! 부러워!"
"선언. 다음에는 유즈루들이 이겨서 무릎베개를 받을 거에요."
"저도...시도 씨에게...."
"냐하하하. 요시노. 나츠미 짱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내일서부터 열공이야."
"소년. 어땠어? 이 내가 준비한 '남자라면 누구나 다 부러워할 이벤트'는...?"
그렇게 당일에 있던 공부방 첫날은 무사히 끝을 맞이했고 시도 본인은 당분간 여러모로 고생이 심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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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다음주 중으로 올리겠습니다.
"괜찮아, 토카? 정 못 풀겠으면 알려줄..."
"아, 아니다. 시도. 마지막까지는 내 힘으로 이걸 풀고 싶다."
"...뭐, 토카가 그렇게 말한다면...."
참고서를 뚤어져라 바라보는 토카의 옆에서 시도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봤고, 그 바로 옆에 있는 카구야와 유즈루 그리고 미쿠 역시 각자 자신의 머리를 쥐고서 조용히 문제를 풀고 있는 중이었지만, 그다지 진전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y=2x+10으로...아아아악! 진짜! 뭐가 먼지 전혀 모르겠어! 애초에 수학이란 게 일상에서 더하기 빼기만 알면 충분하지 않은 거냐고?!"
"동의. 수학 같은 거 장래에 써먹을 곳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요."
"...우우. 달링. 이 문제 좀 알려주세요오."
"...하하하."
"시도의 무릎배게. 시도의 무릎배게. 시도의 무릎배게."
오늘은 시도와 정령들이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여 이츠카 가에 있는 거실의 테이블에서 공부를 하는 날이었다.
평소라면, 공부는 커녕 팬을 쥐는 것도 별 관심도 보이지 않던 그녀들이 이렇게 머리를 쥐며 공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계기는 약 2주 전.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둔 2학년 3학기가 되고나서 얼마 후, 시도와 정령들이 진로상담을 받게 된 그 날서부터였다.
"이츠카 군은 진로를 정해뒀나요?"
시도의 담임선생인 타마쌤이 자리에 앉아 1:1 면담을 하던 그 때, 시도는 미리 준비해둔 것마냥 딱딱 자신의 진로를 말했다.
"일단, '아스가르드 일렉트로닉스'에 들어가기 위해서 나름 그럴사한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서요. 그런데 제 성적에 가능할런지...."
그렇다. 원래는 그럴사한 장래희망을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도는 저번에 부모님이 출장에 돌아오면서 두 분이 라티토스크 소속인 그 회사에 다녔다는 사실을 듣고 자신도 어쩌면 그 회사에 취업하면, 장래에 정령이나 프락시너스에 있는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입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일렉트로닉스는 그렇게 만만한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목표를 찾은 시도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졌다.
"솔직히 지금 이츠카 군의 성적이라면 그렇게 가능성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일만큼 좋은 편은 아니네요."
"...하하하."
"일단은 좀 더 내신성적에 분발하지 않고서는 힘들 거 같다는 것은 명심하세요. 그리고...."
곧 타마에에게서 이런저런 소리를 들으면서 시도는 한숨을 깊이 쉬면서 상담을 마쳤고, 곧 토카와 타마에의 상담이 시작되었다.
"나는 시도랑 같은 학교에 가고 싶다!"
"...에에. 야토가미 양...?"
"흠? 왜 그러느냐?"
"왜 굳이 이츠카 군이랑 같은 학교에...."
"흠. 레이네에게서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이라는 녀석에게 가야 한다고. 그렇다면 시도의 곁에 있기 위해 같은 대학에 가기로 결심한 거다."
그 대답에 타마에는 난처한 표정으로 토카의 내신 성적표를 바라보고서 곧 토카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야토가미 양은 이츠카 군보다 더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되요."
"...흐뉴?"
그렇게 진로상담이 끝나고 몇 시간이 지나면서 시도와 토카 그리고 같은 반의 오리가미와 옆반의 야마이 자매를 비롯해 모두가 이츠카 가의 거실에서 당일에 있었던 상담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일단 각자의 장래희망에 관한 얘기를 정리하자면
시도-일렉트로닉스 사의 엔지니어
토카-시도랑 같은 대학 같은 직장
오리가미-시도의 아내 그리고 시도랑 같은 대학 같은 직장
카구야-라이트 노벨 작가
유즈루-라이트 노벨 편집자
...대충 이렇게 되었다.
"저어...오리가미...?"
"왜?"
"...아니, 오리가미의 성적이라면 굳이 나하고 같은 대학에 갈 필요 없이 좀 더 좋은 쪽으로...."
"나한테 있어서 시도랑 같은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이 없어."
"아니, 그래도..."
"문제없어."
"......."
오리가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렇게 시도와 같은 대학에 다닐 거라 선언했고, 시도는 어째 여러모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흠! 나 역시 시도랑 같은 대학에 들어갈 것이다."
"토카의 성적으로는 무리야."
"흐으음? 무, 무슨 소리냐? 오리가미."
오리가미는 담담한 얼굴로 테이블에 놓여진 토카의 성적표와 시도의 성적표를 양손에 집으면서 말했다.
"일단 너랑 시도의 성적의 격차가 심해. 적어도 지금의 너로서는 그건 힘들어."
"...그, 그럴 수가!"
타마에에게서 같은 얘기를 들었지만, 오리가미에게서도 같은 얘기를 들은 토카는 마치 정수리에 돌이 떨어진 것마냥 충격먹은 얼굴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괜찮아. 내가 네 몫까지 시도랑 같은 대학 같은 학과 같은 강의실 같은 방에서 같이 있어 줄게. 성적이 우수해서 대학자유이용권을 지닌 내가 말이야."
"으으으윽...!"
토카는 분하다는 듯이 자신의 성적과 시도의 성적을 번갈아 봤고 곧 오리가미의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지 곧 자리에 일어서서 외쳤다.
"타, 타마짱이 그랬다. 좀 도 분발하면 될 거라고. 이제서부터라도 공부해서 시도랑 같은 대학에 갈 것이다!"
"공부의 기본부터가 안 되어 있는 너로서는 그건 힘들어."
"할 수 있다!"
한편 바로 옆에서 듣고 있던 카구야가 입을 열었다.
"후후훗. 이 구풍의 왕녀께서 선언하지. 시도여. 만능의 여제인 내가 너에게 축복을 내리기 위해 항상 너의 곁에 있어주겠노라."
"해석. 카구야는 시도의 곁에서 잠시라도 떨어지기 싫고 어리광부리고 싶으니까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는 거에요."
"아아앗! 틀려! 그냥 곁에 있어 주겠다는 뜻이거든?!"
"조롱. 그 성적으로요?"
"이이이이익! 그러면 유즈루도 그 성적에 어딜 갈 건데?"
"웃음. 그래도 카구야와 제 가슴의 차이만큼 제 성적이 훨씬 우월해요."
"유즈루우우우우!!"
"회피. 나 잡아봐라에요."
"거기 서!"
카구야와 유즈루가 거실의 중심에서 쫓고 쫓기는 상황이 벌어지는 그 때. 이츠카 가의 초인종이 울리더니 미쿠가 울적한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어? 미쿠?"
"...우우우우. 달링."
미쿠는 곧 힘없이 시도에게 다가오더니 곧 그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미, 미쿠.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훌쩍. 이 천하의 아이돌인 미쿠가...낙제를...."
"하아?"
듣자하니 미쿠는 이번에 출석일수도 다 채우지 않은데다가 내신성적도 엉망이라 낙제되는 바람에 올해 졸업은 물건너 갔다고 한다.
"그럴 수가...."
"매니저인 스바루 씨도 시간이 날 때, 찻집에서 여자애들 번호 같은 거 얻을 생각하지 말고 공부하라면서 당분간 스킨쉽은 금지래요~."
"하...하하하...."
어째 구실을 만들고 미쿠의 레즈비언 트러블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의심됬지만, 시도는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달링. 공부 좀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어째서어어?!"
방금전까지 울고 있던 미쿠의 얼굴에 어느새 봄이 온 것마냥 밝은 표정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말았다.
"시도. 보아하니 모르는 게 많은 거 같은데 내가 가르쳐 줄게."
"오, 오리가미....?"
"둘 만의 공부할 시간이 필요해. '금단의 공부'가."
"어째 무섭게 느껴지는데?!"
"아앗! 소년, 오리링. 나도 참여할래! 그 금단의 공부에!"
저 멀리 있던 니아가 손을 번쩍 들면서 외쳤다. 어째 이런 쪽에 대해서는 귀가 밝은 건지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나오지가 않았다.
"시도. 나도 그 금단의 공부라는 녀석을 배우고 싶다."
"크크크크. 둘 만의 어둠의 복음 속에서 지혜를 쌓겠다는 것이냐? 그럼 좋다. 이 밤의 진조인 이 몸께서도 참여해주겠다."
"동조. 마스터 오리가미의 제자로서 저 역시 참여하겠어요."
이렇게 저렇게 떠들고 있는 사이. 막대사탕을 물은 채, 코토리도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그러면 이번 기회에 다 같이 공부방을 여는 거 어때? 마침 나도 이제 3학년이니까."
"어, 어이! 코토리!"
시도가 불안한 눈빛으로 이 상황의 트러블에 대해 물으려하자 코토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마냥 그렇게 장소를 얘기했다.
"있다가 라타토스크의 임시 본부 쪽으로 건너와. 거기라면 빈 공간도 꽤 있고 서재며 자료며 많으니까. 거기보다 공부하기 좋은 곳은 없을 걸?"
"그럴 수가...."
그렇게 시간이 지나 시도를 비롯한 모두가 라타토스크의 임시 본부로 들어왔다. 참고로 요시노와 나츠미의 경우에는 내년서부터 중학교에 입학하고 싶다고 본인들도 희망했기에 나름 지식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 같이 참여하기로 했고 니아의 경우에는 자신의 만화에 쓰일만한 소재를 찾기위한 서재나 자료를 찾기 위해 방문하기로 했다.
"시도. 이 문제가 뭔지 알려주겠느냐?
"...시...시도 씨. 이게 뭐죠?"
"시도. 명색이 고등학생이라면 이 문제 한 두 개쯤은 알겠지? 오빠로서 망신을 당하기 싫다면 억지로라도 알려줘."
"시, 시도여. 이 공식을 쓰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구나."
"간청. 시도. 이 문제를 알려주세요."
"달링. 28페이지의 이 5번 문제 좀 알려주세요~."
"나...나한테도 좀 알려줘."
"시도. 보아하니 아직 삼각함수에 대해 잘 모르는 거 같은데 내가 알려줄게. 덤으로 어른이 되는 방법까지."
"후후. 소년 인기 많네~?"
"...으으으윽!"
하지만 적어도 이 공부방의 존재는 시도에게 무의미했다. 아니, 오히려 방해라고 할 수 있는게 토카를 비롯한 모두가 주변에서 유난히 시도에게만 질문했고 시도 본인 역시 모르는 것을 누군가에게 질문하고 싶어도 오리가미를 제외하곤 아무에게도 물을 수가 없었다. (정작 오리가미는 질문의 내용과는 무관계한 답변을 하면서 스킨쉽을 하려고 했다.)
"하하하. 그건 그렇고 다들 이렇게 공부방을 열었는데 모처럼 내기나 벌칙게임 같은 게 없으면 뭔가 섭섭하지 않겠어?"
"니아 또 쓸대없는 얘기를...!"
시도가 말리려고 하던 찰나. 니아의 뿔태안경의 렌즈가 빛을 발하면서 곧 의자에 일어서면서 손가락을 시도에게 가리켰다.
"하루에 한 번 씩. 다들 레이네 짱이 내는 쪽지 테스트를 풀어서 점수가 커트라인 안에 들어간 사람은 당일날 소년에게 무릎베개를 받기. 어때? 수지맞는 장사 아니야?"
""""...!!!!!""""
그 말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맹금류 같은 눈빛으로 동공을 크게 뜨더니 갑자기 하나 같이 팬을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내 동의는?!"
"으으으음. 열심히 하겠다."
"...시...시도 씨의...무릎베개."
"오빠에게 무릎베개. 오빠에게 무릎베개. 오빠에게 무릎베개. 오빠에게 무릎베개. 오빠에게 무릎베개...!!"
"에이이잇! 이대로 질까보냐? 상품은 구풍의 왕녀인 이 몸이 챙취할 것이다!"
"지적. 그렇게 선언하는 사이에 공식을 하나라도 도 외우세요. 카구야."
"이왕 무릎베개할 거라면, 시오리 씨 모드로 받고 싶은데요~."
"나...나 같이 더러운 애를 무릎베개해주면 무릎이 더러워지는데...그래도 상품이니까...괜찮겠...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확실한 목표가 생기면 공부하기 수월해."
"........"
아무래도 전원 시도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모양이었다.
"헤헤. 어때 소년? 나름 좋지 않아?"
"...너 설마. 이러기 위해서 이 공부방에 참여한 거 아니겠지?"
"글쎄에~? 무슨 소릴까나~? 니아 짱은 전혀 모르겠는데~?"
"크으으으으윽!"
그렇게 잠시후. 아무것도 모른 채, 니아에게 끌려온 레이네는 고등학생과 중학생 별 테스트를 만들고서 그걸 각자 모두에게 건내줬다.
테스트를 푸는 사이에 어째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거 같았고, 30분이 지나고서 테스트가 끝나면서 결과가 나왔다.
80점 이내에 들어간 사람만 시도에게 무릎베개를 받을 수 있게끔 정해둔 이 시험에서 통과한 사람은 만점을 맞은 오리가미. 그리고 평소부터 공부에 충실했던 코토리. 나름 이해가 빨랐던 나츠미. 이 세 사람 뿐이었다.
"시도. 무릎베개 부탁할게."
무표정한 얼굴로 그대로 시도에게 건너온 오리가미는 곧 서파에 앉아있는 시도의 무릎에 얼굴의 정면을 묻히기 시작했다.
"저, 저기 오리가미 씨...?"
"...?"
"그 자세 불편하지 않아? 숨쉬기 어려울 거 같은데?"
"문제없어. 오히려 이게 더 편해."
"그, 그래...?"
그렇게 말하던 오리가미는 곧 시도의 무릎에서 냄새를 맡는 것마냥 킁킁 거리기 시작하거나 뭔가 달아오른 것 마냥 깊은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하악거렸고 곧 시도가 그걸 거부하자 평범한 무릎베개로 끝날 수가 있었다.
다음으로는 어느새 하얀리본으로 바꾼 코토리가 신난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오빠아아아!"
"하...하하하."
"헤헤헤. 오빠의 무릎 왠지 안정되서 기분 좋아."
방금 전과는 180도 다르게 어리광을 부리는 여동생의 귀여운 모습에 시도는 나름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으으음. 오빠 좀 더 머리 쓰다듬어줘. 너무너무 좋아."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에는 나츠미의 차례가 왔다. 처음에는 뭔가 꺼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곧 자연스래 무릎베개를 하면서
"아까 코토리에게 해줬던 거. 나한테도 해줘."
그 말에 시도는 웃으면서 나츠미를 쓰다듬어줬고 나츠미는 뭔가 안정된 것마냥 작은동물처럼 귀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어째...기분이...좋아...뭔가 잠이 오는 듯한...쿠울...."
곧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토카를 비롯한 모두가 무릎베개 포상이 끝나면서 분하다는 듯이 외쳤다.
"아이잉~. 달링~. 저랑 체인지. 체인지. 저도 나츠미 씨를 귀여워해주고 싶어요."
"크으으윽! 부럽다. 나도...나도 나중에 시도한테 무릎베개를 부탁할 것이다."
"크크큭. 감히 진조의 정점에 선 이 몸에게서...크으윽! 부러워!"
"선언. 다음에는 유즈루들이 이겨서 무릎베개를 받을 거에요."
"저도...시도 씨에게...."
"냐하하하. 요시노. 나츠미 짱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내일서부터 열공이야."
"소년. 어땠어? 이 내가 준비한 '남자라면 누구나 다 부러워할 이벤트'는...?"
그렇게 당일에 있던 공부방 첫날은 무사히 끝을 맞이했고 시도 본인은 당분간 여러모로 고생이 심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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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다음주 중으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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