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디렉터의 출사표, 모든 RPG 팬을 위하여
지난 수년간 뭇 게이머를 애태운 ‘로스트아크’가 이제 단 한 번의 담금질만을 남겨 놓았다. 오는 5월 23일부터 12일간 진행되는 파이널 CBT는 정식 서비스에 앞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점검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두 번의 테스트를 통해 2014년 ‘로스트아크’ 첫 공개 당시의 충격과 설렘을 현실적인 기대감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지만, 그와 함께 몇몇 부분에선 실망과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2차 CBT로부터 어느덧 7월이 흐른 가운데 ‘로스트아크’는 그간 얼마나 발전했을지, 스마일게이트 RPG 금강선 디렉터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금강선: ‘로스트아크’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게임을 설계해온 디렉터 금강선이다. 테스트를 할 때마다 기획자 갈렸냐는 분들이 있는데 쭉 잘 버티고 있다. 1, 2차 CBT 때는 골드리버라는 캐릭터로 유저분들에게 다가가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될 것이다.
● 드디어 파이널 CBT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검증할 계획인가
금강선: 1, 2차 CBT는 특정한 시스템, 콘텐츠를 실험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반면 이번 파이널 CBT는 완성형에 가까운 구조를 놓고 밸런스를 검증하는 자리다. 그간 우리가 하고싶은 것들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모았으니, 이제 그걸 잘 반영하고 정제하고자 한다.
● 테스트할 콘텐츠 분량에 비해 11일은 좀 짧지 않을까
금강선: 사실 2차 CBT도 일부러 콘텐츠 허들을 많이 낮춘 것이었다. 아마 정식 서비스 때는 지금처럼 보스 레이드가 쉽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의외로 짧은 기간 동안 절망의 베르투스를 처치하고, 베르너 저택까지 진출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남겨준 유저가 적잖다. 이번 파이널 CBT는 서버가 열려 있는 시간도 늘어날 예정이라 실제로는 더 오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나
금강선: 무력화 시스템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예 게이지바 형태로 꺼내 놓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시점에서 몬스터가 무력화될지 쉽게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또한 공격의 앞뒤 개념이 생겨서 몬스터를 후방에서 칠 경우 추가 대미지가 발생한다. 근접 클래스는 몬스터 뒤잡기를 하며 컨트롤의 재미도 느끼고 공격력도 극대화할 수 있다.
● 경직, 다운기가 많아 PvP가 재미없다는 피드백이 많았는데
금강선: ‘로스트아크’는 경직과 콤보가 존재하는 액션 게임인 동시에 스킬과 장비를 활용하는 RPG이기도 하다. PvP는 이 두 가지 부분을 적절히 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직되는 것이 짜증난다고 아예 없애면 액션 게임으로 기능할 수가 없고 반대로 너무 과하면 그냥 스펙 대결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각 기술을 사용하는 리스크를 고려해 위력을 책정해야 한다. 가령 발동이 어렵고 적중하기 어려운 공격으로 경직이 걸린다면 당하는 상대도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맞추는 기초적인 기술이라면 불쾌할 것이다. 다운기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사용하기 쉬운 기술에서는 이런 경직 효과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작업 중이다.
● 보스 레이드의 파밍 효율이 낮아 묻히는 감이 있었다
금강선: 2차 CBT는 컨트롤이 받쳐준다는 전제 하에 타워 오브 쉐도우에서 얻을 수 있는 시간당 보상이 너무 컸다. 타워나 큐브 같은 콘텐츠는 단시간에 캐릭터를 크게 성장시키고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메리트이긴 한데, 이게 너무 과해서 다른 콘텐츠를 묻어버렸다. RPG란 장르에서 보스 레이드가 갖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다른 콘텐츠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도록 조종할 예정이다.
● 루테란에 비해 애니츠 지역의 완성도가 확연히 떨어졌었다
금강선: 테스트가 끝나고 정말 많이 반성했다. 창천은 유저들에게 고통에 가까운 콘텐츠였다. 강제로 진다는 개념이 불쾌감을 유발했고 시나리오는 단시간 내에 전달하려는 정보가 중구난방이었다. 동선도 제멋대로라 스퀘어를 통해 여행을 지속하기가 원활하지 못했으며 서브 퀘스트를 하러 쓸데 없이 먼 곳을 오가기도 했다. 이미 많은 부분 개발이 완료된 지역이지만, 이대로는 문제가 크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시나리오 단계부터 완전히 갈아엎은 상태다.
● 신규 클래스 호크아이와 소울 마스터의 장단점이 궁금하다
금강선: 호크아이는 CC(군중제어)기가 많고 기동성이 굉장히 뛰어나 치고 빠지는 전투에 특화됐다. 다른 거너 상위 직종인 블래스터는 물론이고 데빌헌터보다도 날래다. 대신 평균적인 스킬 범위가 좁아 빠른 표적은 적중하기가 어렵다. 전형적으로 컨트롤 좀 한다는 한국 게이머가 좋아할 만한 클래스. 또한 실버호크라는 기계 매를 소환해 도움을 받거나 적에게 표식을 중첩해 추가 피해를 준다. 트라이포드를 어떻게 찍는가에 따라 은신형 캐릭터로 육성할 수도 있고.
소울마스터는 격투가 상위 직종 중 유일하게 기본적으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다. 따라서 배틀마스터, 인파이터에 비해 어떤 거리에서도 적을 상대하는데 능숙하고, 파티플레이에 유용한 트라이포드도 많아 지원형 캐릭터로 키울 수도 있다. 단점은 스킬의 내공 소모가 상당해서 이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제대로 화력이 나오지 않는 것. 이 클래스만의 특징으로는 금상선공이 있는데 총 세 번까지 기를 폭파시켜 공격 속도 상승과 같은 강력한 버프를 받을 수 있다. 대신 효과가 끝나고 나면 약간의 후유증을 겪게 된다.
● 앞으로 몇 종의 직업을 더 추가할 계획인가
금강선: 기획 단계부터 기본 여섯 클래스에게 상위 직종 3개씩 총 18종을 상정하고 개발했다. 앞으로 나올 두 가지 기본 클래스를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 보다 훨씬 도전적인 컨셉이니 기대해주기 바란다.
● 직업이 너무 많아지면 밸런스 조정이 어려울 텐데
금강선: 직업간 밸런스 조정은 판단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2차 CBT에서 블래스터의 선택률이 너무 떨어진다고 무작정 버프하는 것이 맞을까? 공격 속도가 느린 원거리 딜러는 마니악한 컨셉이란 점을 감안해야만 한다. 물론 그만큼 뛰어난 화력은 보장해야 하기에 이 부분은 조정을 가했다. 현재 나와있는 클래스 12종은 단순한 성능의 강약이 아니라 저마다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다르다. 누구는 PvP에서 강하고 또 누구는 레이드에서 유리한 식이다. 다만 이는 내부 테스트뿐 아니라 유저 여러분의 피드백을 통해 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배틀마스터가 PvP에서 강한 것 같아”까지는 개발 의도지만 “배틀마스터 PvP에서 X사기네”라고 한다면 당장 고쳐야 맞겠지.
● 애니츠 다음 지역으로 공개된 베른 성은 어떤 곳인가
금강선: 마법 종족 실린은 진보와 보수 세력이 있는데,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로헨델에 머물던 이들은 보수파다. 반면 자신들의 마법을 가지고 타종족과 교류하며 문화를 발전시킨 진보파의 거점이 베른 성인 것. 이러한 설정을 반영해 베른은 인간과 실린의 양식이 조화된 다채로운 건축물이 자리하고,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다민족 국가로 설계했다.
본래는 이곳이 바로 최고 레벨 이후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거점 도시인데 2차 CBT 때는 아직 공개가 되지 않아 유저 여러분이 그 동선 복잡한 슈테른에서 고생해야 했다. 여러모로 죄송할 따름이다. 정식 서비스에서는 베른 성에 도달할 때쯤 50레벨이 될 것이며 여기서부터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베른의 지도자 에아달린 여왕은 실리안과 더불어 악마 세력을 퇴치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며, 특히 이정표 시스템을 해금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 스토리에 호평이 많은데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까
금강선: 이제까지 아만과 만나고 실리안을 돕는 일련의 과정은 지극히 왕도적인 서사였다. 아무래도 이야기 전달력이 떨어지는 쿼터뷰 게임인지라 초반부터 내용을 너무 꼬아버리면 캐릭터가 묻힐 우려가 있었다. 다소 오글거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게라도 이 게임의 서사가 유저들 사이에서 회자되길 바랐다. 다만 앞으로 펼쳐질 모험은 마냥 예상한대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아, 그리고 아크를 다 모으면 ‘원피스 찾은 원피스’처럼 되는데 서비스 종료하는 거냐는 질문이 있더라. 거기에도 몇가지 방안을 준비했으니 많은 기대 바란다.
● 쿼터뷰가 이야기 전달력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개선 방안은 없을까
금강선: 그래서 페이셜 모션(표정 변화)이 들어간다. 이제는 이벤트 장면에서 캐릭터들이 대화할 때 입을 뻥긋할 것이다. 당초부터 페이셜 모션을 고려하고 개발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제와 변경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지만, 유저 여러분이 ‘로스트아크’ 이야기를 기대 이상으로 좋아해준 만큼 개발팀도 힘내서 작업 중이다.
● 신규 게임 모드 시련의 회랑은 어떤 콘텐츠인가
금강선: 앞선 타워 오브 쉐도우와 큐브보다 권장 사양이 더욱 높은 모드다. 설령 최고 레벨이라 해도 상당한 숙련도와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함부로 도전할 수 없다. 시련의 회랑에 들어서면 이제껏 쓰러트렸던 보스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각 웨이브마다 제한 시간이 존재해서 매우 능동적으로 전투를 펼쳐야 한다. 보스들은 복수로 등장하기 때문에 패턴을 동시에 대항해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게임 업계에서 보스 러쉬는 일종의 치트키로 통하는데, 그만큼 재미없기 힘든 콘텐츠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 재미없으면 어쩌지(웃음).
● 트리시온 수련장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일종의 튜토리얼인가
금강선: 비슷하다. 기존에는 캐릭터의 성장을 좌우하는 트라이포드를 고르기가 어려웠다.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는지 팝업이 뜨긴 하지만 스킬 레벨을 올려야 개방이 되는데 뭘 믿고 함부로 찍나.
그래서 유저가 마음대로 스킬을 찍어보고 적과 싸울 수도 있는 ‘트리시온 수련장’을 도입했다. 이걸로 다양한 육성 방식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 슈테른 투기장은 명칭 그대로 PvP를 위한 장소인가
금강선: 새롭게 지역과 함께 추가되는 콜로세움 전장이다. 일단 공간적인 넓이는 루테란 콜로세움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하 투기장이라는 컨셉에 맞게 재미있는 요소가 추가됐다. 예를 들어 관중석에서 던지는 음식으로 체력을 회복하거나 날아드는 화염병을 피해야 하는 식이다. 실제로 복싱 경기를 볼 때 비싼 돈 주고 들어갔더니 서로 간만 보고있으면 짜증나지 않나. 그처럼 제대로 된 싸움이 벌어지지 않으면 관객이 화염병을 던져 교전을 유도하는 아이디어도 고려 중이다.
● 가디언을 토벌할 수 있는 붉은 모래사막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금강선: 붉은 모래사막은 세 번째 레이드 전장으로 이전과 달리 중앙에서 각 지역으로 트랙 이동이 되는 방사형 구조다. 따라서 가디언을 추적하는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오직 전투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시야를 가릴 정도로 엄청난 모래바람이 불어 이에 맞는 전략을 요할 것이다.
● 새롭게 추가되는 레이드 보스는 몇 종이며 어떤 특징이 있나
금강선: 새로운 레이드 보스 즉 가디언은 아카테스, 칼엘리고스, 흑야의 요호다. 여기에 ‘몬스터 헌터’ 아종처럼 바리에이션 몬스터가 하나씩 있어서 실제로는 총 6종인 셈이다. 이 녀석들은 공격 패턴을 짤 때 기존 보스들과는 접근 방식 자체를 달리했으므로 다른 감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 인벤토리만 잡아먹던 몬스터 카드에도 활용처가 생길까
금강선: 사실 몬스터 카드를 만든 것은 콜렉팅의 의도가 컸다. 보통 판타지 게임은 한 번 만든 몬스터를 재탕, 삼탕하는데 ‘로스트아크’는 대륙별로 컨셉이 너무 달라서 죽어라 새로 디자인했다. 이렇다 보니 흘러가버린 몬스터들이 아까워 카드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고, 자연스레 카드 배틀을 넣자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러니까 이게 막 엄청난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이다. 카드 5장으로 덱을 구성하고 첫 번째 장부터 차례로 꺼내 승부하는데 같은 속성이 몇 장 있으면 어떤 효과를 발휘한다는 식으로 약간의 전략성이 있다.
● 파이널 CBT에서 영광의 벽, 광기의 축제와 같은 대규모 전투를 기대해도 좋을까
금강선: 시네마틱 이벤트는 우리의 시그니처 콘텐츠가 된 감이 있다. 당연히 영광의 벽이나 광기의 축제를 뛰어넘는 대규모 전투를 준비 중이며, 새로운 기술적 시도가 도입된 시네마틱 던전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파이널 CBT는 이제까지 공개된 콘텐츠를 정제하는 단계이기에 이런 것들 것 당장 투입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로스트아크’가 나이를 먹으며 트랜드도 바뀌어 갈 텐데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정식 서비스가 코앞인데 수익화 구조(BM)은 어떻게 짜여있나
금강선: 무슨 무슨 상품을 판다고 나열하기 보다 우리의 BM 철학을 얘기하겠다. 기본적으로 돈을 내지 않았다고 게임 접근을 원천 봉쇄해서는 안되고, 최고 레벨 콘텐츠를 돈만으로 정복할 수 있어도 안되며, 유저의 당연한 권리를 빼앗고는 돈을 내라고 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게임이란 결국 서비스 지역이 협소할수록 유저들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전제하고 있어 이런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 조금 이르지만 시류에 발맞춘 모바일화 계획은 없나
금강선: 모바일 게임은 접근하기 용이하고 퀄리티 또한 나날이 상승하는 추세다. 게이머 입장에서 보다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더 많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면 무조건 찬성이다. 다만 각 디바이스마다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지 않나. PC 게임은 비록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훨씬 정교하고 편안한 조작이 가능하다. 모바일이 대세라지만 여전히 직접 모험을 즐기고 전투를 펼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당장은 이런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을 위해 맥시멈 파워를 내고 싶다.
● 그러면 반대로 콘솔 이식, 적어도 패드 지원은
금강선: 나 스스로 콘솔을 엄청나게 좋아하는지라 그러고픈 바람은 있다. 패드는 곧 지원할 예정이고.
● 새삼스럽지만 ‘로스트아크’에 깃든 개발 철학이 듣고 싶다
금강선: 어느 개발자나 자기 철학과 욕심 그리고 진정성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한국에서 개발된 게임들이 글로벌하게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외국은 지금 ‘호라이즌 제로 던’, ‘갓 오브 워’, ‘에디스 핀치’ 같은 게임이 나오고 있고 일본 업계도 ‘몬스터 헌터’, ‘젤다의 전설’ 등 여러 명작과 함께 완전히 부활했다. 그런 게임들을 해보면서 ‘우리는 아직 부족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물론 ‘로스트아크’도 해외와 경쟁하기는 많이 부족한 도전자의 입장이지만, 이 게임이 우리 업계에 조그마한 변화나마 일으킬 수 있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봤을 때 한국 게임도 이만큼 따라왔구나 평가받고 싶다. 그리고 안 해본 RPG가 없는 마니아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장르를 떠나간 이들이 ‘그래 RPG는 이런 재미였지’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더할 나위 없겠다. 우리 게임 모토가 ‘For all RPG fans’이기도 하고.
● 쿼터뷰를 고른 것도 그러한 철학과 관련이 있는 건가
금강선: 무엇보다 전투가 재미있는 RPG를 만들고 싶었다. 과거 ‘데빌 메이 크라이’나 ‘갓 오브 워’같은 명작은 자동 시점 변환으로 액션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반면 MMORPG에서 많이 쓰는 백뷰는 후방에 적은 포착하기도 힘들고 파티원이 뭐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플레이 패턴이 전방에 적을 최대한 모아 놓고 스킬로 쓸어버리는 것뿐이다. 결국 카메라 조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전투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반면 쿼터뷰는 시야가 넓고 적과 아군이 어디 있는지 명확히 인지할 수 있으며 PvP를 할 때 옆에서 누가 구경하기도 좋다. 즉 전투의 가독성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로스트아크’를 처음 만들 당시만해도 쿼터뷰는 양산형 게임이란 인식이 팽배해서 격이 떨어져 보이더라. 그렇다면 쿼터뷰 본연의 매력은 살리면서 블록버스터 색채를 입혀보자고 도입한 것이 바로 지금의 바로 시네마틱 던전과 대규모 전투 연출이다. 그리고 만들면서 알게 된 쿼터뷰의 또다른 장점이 있는데, 고정 시점이라 개발자가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연출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 끝으로 파이널 CBT를 찾아줄 유저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금강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거 같아 마음이 무겁다. 항상 애정을 갖고 ‘로스트아크’를 지켜봐주는 유저 여러분에게 죄송함과 더불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부족한 점도 많고 가야할 길이 먼 게임이지만, 매출 성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RPG 팬 여러분에게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