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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듀얼리스트에서 백수로 전직하였습니다 1부 -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 완결]
듀얼리스트가 된 걸 죽을 만큼 후회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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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하아...
시야가 팽이처럼 돈다.
귓속에서 무언가가 계속 붕붕 소리를 내며 울린다.
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럽다고!!
“챔피언!!! 시작하자마자 역전패로 1세트를 내주었다! 설마 개벽 전 역시 예선 탈락인가, 대위기다!! 챔피언!!!”
진 거야...? 어떻게 그렇게 됐지?
분명...상대가 엑링을 걸었던가.
근데...분명 내가 선공을 잡았는데? 어쩌다가 내줬지?
전사링크로 추정되는 덱을 쓰는 상대 프로를 쳐다본다.
스타디움의 반대편, 저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기세를 탄 것이 틀림없다.
사이드...사이드 교체하지 않으면...
쓰고 있는 VR 스크린에 남은 사이드 교환 시간이 표시된다.
침착하게...생각하자...
하아...하아...
온 몸이 마치 물에 빠진 것 마냥 땀에 젖어있다.
뭘...넣지...
패에 잡힌 첫 카드를 본다. 지명자...상대가 트로이메어 고블린 2기를 썼다면 엑링 당했을 때 묘지의 고블린에 박아넣고 위도우 앵커를 날릴텐데...
침착하게 기억해보자... 방금 전 상대의 전개시 나왔던 건...트로이메어 피닉스 2체였다.
지명자는 안된다. 피닉스에 박아봤자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아니 애초에 지명자가 왜 사이드 덱에 들어가 있지.
교체하는 걸 잊었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럼...
머리 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다.
손이 덜덜덜 떨린다.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폐가 터질 것처럼 팽창한다.
그럼...어떡하지.
판크라톱스도 도움이 안된다.
우선 사이드에 들어있던 라의 익신룡 -스피어 모드 2장을 넣고 생각하자.
그리고 포영도 2장 전부 넣는다.
뭐야 내 사이드...하하, 완전 얼터 죽이겠으맨이잖아.
지금 분기에 얼터가 더 많을 거라 생각하고 엑링에 대한 준비를 개을리 했다.
레드 리부트 3장 마법족의 마을 저격용 타이푼 3장 판크라톱스 3장, 링크1 몬스터인 복화술사 클라라&루시카 1장.
총 10장, 사이드덱의 무려 66%를 대 얼터전에 소비한 것이다.
최근 얼터가이스트를 사용하는 듀얼리스트들에게 겪은 3연패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어쩔 수 없잖아! 분하잖아! 다들 약속한 것처럼 마법족의 마을 3장을 메인에 박고 나오는데!
마술사도 멀쩡한데 뭐하는 짓이야! 나만 잡으면 나머지 매치는 다 내줘도 괜찮다는 거야?
순간 내가 우승한 직후 내 담당 코치인 한스가 내게 해준 말이 생각난다.
“레이, 네가 챔피언이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 지금 이 순간 전세계의 모든 듀얼리스트가 네 적이 된 거라고.”
“이 순간부터 1년간 모든 프로 듀얼리스트의 견제 1순위는 너다. 지금부터 너만 덱을 만 천하에 까발리고 경기를 하는 거야.”
“우승자가 된다는 건, 챔피언이 된다는 건, 세상 모두를 적으로 돌리고도 고독하게 싸워가야 한다는 소리다. 그 무게를 너는 곧 알게 되겠지. 하지만...그럼에도 이겨나가는 게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걸 잊지 마라. 너는 나의 일생의 자랑이니까.”
한스...
웅성웅성 거리는 관객석을 둘러본다.
어디에도 코치의 모습은...보이지 않는다.
이게...챔피언의 싸움...
이게 우승자의 고독.
그 아저씨는 이런 무게를 짊어지고, 이런 압박감 속에서 3년이란 세월을 싸웠다는 건가.
거짓말이지...?
숨을 쉴 수가 없다.
사이드 교체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다.
아...그제서야 덱 매수가 44장인 걸 눈치챈다.
4장 들어갔으니 4장 빼야하는데...
눈 앞이 멍해진다, 뭘 빼지.
침착해지자...
상대가 선공인가...선공 맞지?
그렇다면 엑링을 해올 것이다.
무엇이 필요 없는가.
하피의 깃털...허큘리스 베이스...트윈 트위스터 2장.
정했다.
듀얼디스크에 꼽혀있던 메인 덱을 꺼내 빠르게 넘긴다.
깃털...베이스...트윈 트위스터 1장째.
찾았다. 마지막 트윈 트위스터.
이걸로...끝인가.
그렇게 마지막 트윈 트위스터를 빼려는 순간, 손이 미끄러진다.
41장의 카드가 내가 서 있는 스타디움의 바닥에 흩어진다.
나는...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남은 시간을 확인한다 23초.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카드를 줍는다.
최악이다. 창피해서 죽을 것 같다.
관객석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엇! 챔피언!! 사이드 교체 도중 트러블인가!!!!”
이를 악물고 카드를 줍는다.
앞으로 5장...!
주저앉은 채로 겨우겨우 다 모은 카드를 듀얼디스크에 쑤셔넣는다.
카운트 다운은 1초를 남겨놓고 있었다.
결국 덱을 줍는데 급해서 트윈 트위스터 한 장은 빼지 못했다.
프로 듀얼의 룰 상 사이드 덱에서 넣은 카드 만큼 메인 덱에서 빼야하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첫패에 트윈 트위스터가 잡힌다면...멘탈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동시에 회장에 큰 목소리가 울린다
“사이드 교체 종료! 개벽 전 예선 진출이 걸린 매치, 2세트, 시작이다!! 과연 여기서 결과가 나올 것인가!!!!”
동시에 축구장만한 사이즈의 스타디움의 곳곳에 설치된 솔리드비전 장치에 전원이 들어온다.
관객석을 제외한 스타디움의 중앙 부분이 솔리드비전이 생성해낸 특수 입자에 채워져가는 게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이 장소에서 만큼은, 카드가 질량을 만들어낸다.
무겁다...너무나 무겁다...
폐까지 입자가 들어가 질식사 할 것 같다.
그런데도...정신은 이미 다 포기한 상태인데도...
몸이 움직인다.
“드로!”
“두 선수가 모두 동시에 드로!!!!!!!!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 짓는가!!!!!!!!!!!”
패를 확인한다.
[섬도기 - 호넷비트], [하루 우라라], [어리석은 부장], [섬도기 - 샤크 캐논], [테라포밍]
나쁘지 않은 패다.
하지만...지금 뽑은 5장중...나의 승리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건 단 한장
하루 우라라.
이 카드의 사용에 따라 지금 여기서 꼴사납게 2연패 당하고 탈락할지 아닐지가 결정된다.
어디서 던져야 하지? 정석대로 소서리스? 하리파? 종말 일소? 히어로 얼라이브?
당연 답은 상대 패에 따라서다. 패에 따라 어디에 던져도 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금 진짜 문제는 어디다 던지냐가 아니다.
내 판단을 내가 믿을 수 있느냐의 문제.
드로한 패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린다.
틀렸다고 이미 인식하고 있는 건가.
얼른 편해지고 싶다. 빨리 패배하고 호텔방에 돌아가서 불을 끄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들고 싶다.
그래, 그걸로 좋은 거야.
내일 아침이 되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겠지.
기왕 이렇게 지방까지 내려 온 거 여행 분위기를 내며 혼자서 인스타에 지역 맛집탐방 사진이라도 올리면 어떨까.
정했다. 그렇게 하자.
“아아아아! 도전자, 시작부터 패에서 마법카드를 발동?!”
얼라이브인가?!
하지만 순간 스타디움 중앙에 너무나 흉칙하고 탐욕스러운 두 얼굴이 드리운다.
[욕망과 탐욕의 항아리]...라고?
상대는 전사 링크다. 전사 링크라고...?
욕탐을 쓰다니 들어본 적도 없다.
욕탐은 덱의 카드를 위에서 10장 뒷면으로 제외하고 2장 드로우를 하는 카드.
필연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덱의 키 카드가 갈려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전사링크 덱에 갈리면 안되는 파츠가 도대체 몇개나 있다고 생각 하는 거야?!
장착 마법 카드, 만지록, 타케톰보그, 디아볼릭 가이, 비전 히어로 바이온, 디스트로이메어 이브리스
무엇 하나가 갈려도 타격이 들어간다.
특히 디아볼릭 가이를 제외하고는 딱 한 장 들어가는 수준이다.
도대체 무슨 바보 같은 짓을...
설마 긴장해서 탐욕 넣고 꽁승이라도 하길 바랬던 건가? 그렇게 자신이 운이 좋다고 자부하고 있는 건가?
그런 바보가 상대라면 다행이다.
욕탐에 우라라를 던지는 건 상식중의 상식.
거기다 평상시에 얼터라던가가 쓰는 욕탐에 우라라를 쓰는 것보다 효과는 배 이상 좋다.
욕탐까지 막는데다가 상대 덱의 전개용 필수 카드까지 제외시켜버리면 이거 이상 바라는 전개가 없으니까.
자폭하고 싶으면 맘대로 해! 이쪽은 이 기회를 잡아서 이겨줄테니까!
패에 우라라를 집어들고 발동을 외치....려던 순간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욕탐을 쓰고 싶다면 쓸 수야 있다. 갈리면 안되는 필수 카드의 매수를 늘린다면 패말림은 심해지겠지만 리스크는 줄어들테니까.
당연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럴 바에 그냥 욕탐을 안 넣는 게 이득이겠지만 말이다.
진짜 문제는 왜 욕탐을 쓰냐가 아니다.
덱을 짜는 건 듀얼리스트 본인의 자유니까.
진짜 문제는...
왜 욕탐을 지금 타이밍에 쓰지?
상식적으로 미리 전개를 해서 이졸데로 만지록등과 피닉스 블레이드등의 필수 파츠를 덱으로부터 꺼낸 다음 쓰는 게 좋지 않은가?
그러다가 패트렙을 맞으면 그제서야 욕탐을 써서 소울차지라던가 추가 전개파츠를 드로우 하길 바라면 되는 것이다.
그게 필수파츠가 덱에서 갈릴 일도 없고 훨씬 안정적인데 어째서 가장 첫 행동을 욕탐에 쓴 걸까.
이유는...뻔하다.
욕탐을 쓴 목표는 단 하나.
드로우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우라라를 빼내기 위해.
그에겐 확신이 있는 거다.
내 패에 우라라가 없다면 이 판은 이미 이겼다고.
그렇다면 그의 패에는 분명 초동 전개를 할 수 있는 패가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이건 과대해석이다.
패가 좋으면 전개를 하지 뭐하러 필요 파츠가 다 갈릴 걸 각오하고 욕탐을 쓰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전개할 패가 안되니까 눈물 흘리면서 겨자먹기로 욕탐을 쓴 거다.
욕탐을 써서 파츠를 갈아버리는 리스크를 택하지 않으면 전개를 할 수 없을 만큼 몰려있는 것이다.
상대는 패가 심하게 말렸다.
그래, 답은 정해져 있어.
상대가 욕탐을 썼으면 우라라를 박는다. 그게 정석이다. 그게 답이다.
그렇지? 그걸로 좋은 거지...?
그 순간, 몸이 굳어버린다.
마치 영면에 들어가는 것 처럼 뇌가 활동을 멈춘다.
모르겠다. 나는 모르겠다.
어느 내가 맞는 거지.
두 명의 내가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이럴 경우 어느 나를 믿어야 하지? 둘 다 나 자신이 아닌가.
“아...! 챔피언!!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욕망과 탐욕의 항아리의 발동에 반응해서 체인이 가능한 시간은 앞으로 30초!”
무리다. 결정하라니 무리다.
기회는 단 한 번.
모른다.
나는 더 이상...답을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순간 MC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이, 잠깐 너 여기에 올라오면 안...설마, 너...?!”
뭐야?
MC가 서있는 장소를 올려다본다.
어째서...
어째서 당신이...
아저씨가 왜 거기서 나와?
“아...아...마이크 테스트.”
그가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듯 차분하게 말했다.
“후우...잠시 숨 좀 고르고. 중간에 막혀서 여기까지 뛰어 왔거든.”
관객들도 기가 막힌지 웅성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후우...잘 들어 꼬맹이. 시간이 없으니까 요점만 말한다.”
그가 망설임 없이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심해. 정말 한심한 경기들이었어.”
아저씨...오늘 나의 경기를 본 건가.
꼴 사나운 0:2의 매치 2연패.
왜 하필...오늘이야!
왜 내가 우승할 때는 봐주지 않은 거야!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런 나의 심정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아저씨는 말을 계속했다.
“그건 네가 오늘 치룬 모든 듀얼에서 패배했기 때문이 아냐...이런 운빨 망겜 패배해도 부끄러울 것 하나 없기 때문이지.”
아저씨...보통 프로가 공석에서 협회 얼굴에 대고 그런 말 할까...
아 그렇지...아저씨는 확실히...
백수였다.
“우승자는, 챔피언은, 항상 이기니까 챔피언이 아니야. 질 때도 이길 때도 챔피언 다운 듀얼을 하니까 챔피언인 거다. 오늘 네 듀얼은 전부 한심하기 짝이 없었어, 단지 경기 결과가 네가 졌기 때문이 아니라.”
...챔피언 답지 않았으니까 인가.
우승하고 부터 어느 샌가 패배가 두려워져있었다.
내가 1패를 하면 뉴스에 크게 난다.
역시 역대급 뽀록 우승자네, 환경이 쉬웠네, 작년의 우승자가 더 강했네,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던진다.
그게 두려워서 참을 수 없었다.
그게 싫어서 참을 수 없었다.
우승자니까, 챔피언이니까,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기는 수 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기는게 챔피언이니까.
“그러니까 기억해내도록 해. 이런 운빨 망겜인데도 우승자가 나오는 건...우승자를 위협하는 강한 듀얼리스트들이 등장하는 건...”
“우리들은, 듀얼리스트들은, 그런 운 조차 뛰어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잠시 뜸을 들이고는 그가 나를 쳐다본다.
멀리 있어서 콩알만하게 보이지만 알 수 있다.
그가 지금 엄청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그리고 특히 꼬맹이, 너는 지금 모든 듀얼리스트들의 정점에 선 챔피언이다. 그런 네가 가지고 있지 않을 리 없잖아?”
손의 떨림이 멈춘다.
거칠던 숨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요동 치고 있던 마음이 고요해진다.
나는 알고 있다.
듀얼리스트가 가지는 운을, 운명을 뛰어 넘는 무언가를.
이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12년 전, 제22회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그의, 정복왕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내가 가지고 있다고 해주었다.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
내게 그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까.
“어이, 이거 놓으라고! 내려 간다니까, 내려가!”
아저씨가 스타디움의 경비들에게 끌려간다.
내가 패배해도 적어도 내일 뉴스의 헤드라인에 오르는 걱정은 안 해도 될지도.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욕탐에 발동에 아무런 체인도 걸지 않는다.
“덱에서 10장을 제외하고 2장을 드로우!”
상대의 패가 6장으로 늘어난다.
“패에서 [정크 포워드]를 특수 소환! 이 카드는 자신 필드에 몬스터가 없을 때 패에서 특수소환 할 수 있다!”
상대가 외친다.
“그리고 패에서 [엘리멘탈 히어로 스트라토스]를 일반 소환, 소환 시 효과 발동! 덱에서 [비전 히어로 바이론]을 패로 가져온다!”
역시 전개 패가 갖춰져있었나.
아니, 전개 패 따윈 없었는데 욕탐으로 드로 한 걸 수도 있다.
뭐, 아무래도 좋아. 나는 나의 듀얼을, 챔피언의 듀얼을 할 뿐이니까.
“[엘리멘탈 히어로 스트라토스]와 [정크 포워드]로 링크 소환, [성기사의 추상 이졸데]를 엑스트라 덱에서 특수 소환!”
“[이졸데]의 특수소환에 효과 발동! 덱에서 펜듈럼 몬스터인 [마장전사드라고녹스]를 패에 넣는다!”
[유령 토끼]가 많이 들어가는 환경이 아니라 망설임도 없이 링크 소환시 효과를 발동인가.
살판 났구만.
“[성기사의 추상 이졸데]의 효과를 발동! 덱에서 장착카드 1장을 묘지로 보내고 1레벨의 전사족 몬스터를 덱에서 특수소환 한다!”
여기다.
여기가 갈림판이다.
이졸데에 우라라를 날리냐 안 날리느냐.
마음 같아선 피닉스 블레이드를 덤핑하게 두고 싶지 않다.
만약 [서몬 소서리스]가 금지였다면 여기서 던졌겠지...
하지만 [서몬 소서리스]가 살아있는 프로 금제에서는...참아야 한다.
[엘리멘탈 히어로 스트라토스] 대신 일반 소환된게 [강귀] 몬스터여서 만약 여기서 [강귀 만지록]이 특수소환되서 묘지로 가는 것으로 묘지의 [강귀] 몬스터가 2마리가 되어버리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던졌겠지만, 지금 그의 묘지에 [강귀] 몬스터는 없다.
만약 강귀 몬스터가 2체 갖춰져있고 만지록으로 [강귀 재전]을 서치해왔을 경위 [서몬 소서리스]에 우라라를 던져도 [강귀 재전]으로 추가 전개를 해서 엑링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강귀로 추가 전개도 가능한 상황이 아닌데다가 여기서 막아도 패에 [신수의 파라디온] 같은 추가 전개 몬스터를 가지고 있으면 결국 [서몬 소서리스]가 나와버리니까.
여기는...참는다!
“덱의 [신검-피닉스 블레이드]를 묘지로 덤핑, 덱의 [강귀 만지록]을 필드에 특수 소환!”
“그리고 [강귀 만지록]과 [이졸데]로 링크 소환, [서몬 소서리스]!”
“묘지로 간 [강귀 만지록]의 효과를 발동, 덱에서 [강귀 스플렉스]를 패로 서치한다! 그리고 체인2로 [서몬 소서리스]의 링크소환시 효과를 발동, 패에서 [데스티니 히어로 디아볼릭 가이]를 [서몬 소서리스]의 링크마커 앞인 상대의 필드에 특수 소환!”
그렇게 왔는가.
그건 그렇고 [서몬 소서리스] 체인2라니, 토끼가 없으니 진짜 살맛 났구만.
[욕망과 탐욕의 항아리]를 넣는 것도 그렇고, [서몬 소서리스]를 체인2에 내놓는 것도 그렇고 배짱이 엄청나다고 해야 할지...보통 듀얼리스트는 아니다.
내 스타디움에 [데스티니 히어로 디아볼릭 가이]가 허공을 가르며 등장한다.
그나저나 디아볼릭 가이를 던져준 건가. 역시 욕탐을 썼던 건 패가 꽤 말렸던 모양이다.
물론 섬도희덱을 쓰는 내 입장에서 내 메인 몬스터존에 몬스터가 자리 잡고 있는 건 심하게 귀찮지만 말이다.
“[서몬 소서리스]의 효과를 발동! 링크 마커가 가리키고 있는 종족의 몬스터 1장을 덱에서 필드에 효과를 무효로 해서 특수소환 한다. 난 상대 필드의 [데스티니 히어로 디아볼릭 가이]를 대상으로 덱에서 전사족 몬스터 1체를 특수 소환!”
왔다. 기다렸던 타이밍이.
이 플레이 하나로 패배냐 승리냐가 결정된다.
하지만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나는 챔피언 다운 경기를 할 뿐! 그걸 아저씨에게 보여주고 싶을 뿐이니까!
“체인! 패의 [하루 우라라]를 묘지로 보내고 효과 발동! [서몬 소서리스]의 효과 발동을 무효로 한다!”
“!!”
정적이 스타디움을 감싼다.
자 어때, 무언가 있어?
소울차지? 어리석은 매장? 죽은자 소생?
올테면 와라!
상대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외쳤다.
“패에서 [마장전사드라고녹스]를 펜듈럼 존에 발동하고 턴 엔드.”
후우...살짝 미소를 짓는다.
뺨을 타고 땀이 흘러내린다.
넘겼다. 마의 첫 턴을 넘겼다.
하지만 웃을 수는 없다.
[마장전사드라고녹스] 때문에 턴킬은...무리일 것이다.
상대는 선턴을 잡았음에도 패에 아직 5장이 남아있다.
이번에 결판을 못 내면 다음 턴에도 거세게 밀고 들어오겠지.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번 턴에 이기는 수 밖에 없다.
순간적으로 지금 덱에 들어있는 모든 카드를 떠올려 계산한다.
없다. 이번 턴에 턴킬을 내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카드를 창조해내지 않는 이상 답은 없는 것이다.
“드로”
“어...?”
나도 모르게 억 소리가 나온다.
드로우로 패에 들어온 건..
“[트윈 트위스터]...”
아까 덱을 떨어뜨렸을 때 시간이 모자라서 차마 빼지 못했던 카드.
그래, 이게 덱에 들어있었어.
갖춰졌다.
킬각이다.
듀얼리스트가 가지고 있는 운을 뛰어넘는 무언가.
그런게 있다면, 나는 지금 그걸 찾은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그 때의 아저씨 처럼.
“패에서 [테라포밍]을 발동. [섬도공역-에리어 제로]를 서치.”
“그리고 [섬도공역-에리어 제로]를 발동! 자신 필드의 다른 카드 1장을 대상으로 하고 덱위의 3장을 넘겨 [섬도] 카드가 넘겨졌을 경우 임의로 패에 넣고 추가로 대상의 카드를 묘지로 보낸다!”
덱 위에서 3장을 넘긴다.
[라의 익신룡 -스피어 모드-] [섬도술식-재밍웨이브] [이팩트 뷀러]
좋아!
“[섬도술식-재밍웨이브]를 패에 넣고 자신 필드의 [데스티니 히어로 디아볼릭 가이]를 묘지로 보낸다!”
디아볼릭 가이가 치워지는 걸로 [섬도] 마법카드를 발동할 수 있게 됐다. 자신 메인 몬스터 필드에 몬스터가 존재하면 발동할 수 없으니까.
이걸로 지금 내 패는 [섬도술식-재밍웨이브], [어리석은 부장], [트윈 트위스터], [섬도기-호넷비트],[섬도기-샤크캐논]이 되었다.
“패의 [어리석은 부장]을 발동, 덱에서 [섬도기동-인게이지]를 묘지에 보낸다!”
“그리고 패의 [섬도기-호넷비트]를 발동! 필드에 섬도희 토큰을 특수소환! 특수소환된 토큰으로 [섬도희-카가리]를 엑스트라 덱에서 링크 소환! 링크 소환된 [카가리]의 효과로 묘지에 덤핑된 [섬도기동-인게이지]를 패로 가져온다!”
“[섬도기동-인게이지]를 발동! 덱에서 [섬도기-호넷비트]를 서치하고 묘지에 마법 카드 3장, [섬도기-호넷비트], [테라포밍], [어리석은 부장]이 있는 것으로 덱에서 1장 드로우!”
드로우한 카드를 확인한다. [증식의 G]
오는 게 늦다고...
하지만, 상관 없다. 이미 이겼으니까.
이걸로...피날레다!!!
“패에서 [섬도술식-재밍웨이브]를 버리고 [트윈 트위스터]를 발동!”
계속해서 외친다.
“[트윈 트위스터]의 발동에 체인! 패에서 [섬도기-샤크 캐논]을 발동! 상대 묘지의 [성기사의 추상 이졸데]를 자신 필드 위에 특수 소환한다!”
“[섬도기-샤크 캐논]의 발동에 체인! 패의 [섬도기-호넷비트]를 발동! 필드에 섬도희 토큰 1체를 특수소환”
[섬도기-샤크캐논]과 [섬도기-호넷비트]는 둘다 자신의 메인 필드에 몬스터가 존재하면 사용할 수 없으나 체인해서 사용하면 아직 메인 필드에 몬스터가 특수소환되지 않은 상태라 동시 사용이 가능하다.
체인3인 섬도기 호넷비트의 효과로 섬도희 토큰이 필드에 나타난다.
체인2인 섬도기 샤크캐논의 효과로 이졸데가 내 필드에 소환된다.
체인1인 트윈 트위스터의 발동.
대상은...
[섬도공역-에리어 제로]와 [마장전사드라고녹스]!
상대의 팬듈럼 존에 세팅되어있던 [마장전사드라고녹스]가 파괴되어 묘지로 보내진다.
상대의 몬스터가 공격해올 경우 파괴되는 것으로 베틀페이즈를 종료 가능한 카드로, 이게 존재했다면 이번 턴에 결판을 내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때, 필드에서 묘지로 보내진 걸로 [섬도공역-에리어 제로]의 효과가 발동! 덱에서 [섬도희-레이]를 필드에 특수소환한다!”
“나는 공격 표시로 [섬도희-레이]를 특수소환!”
자, 끝내러 가자!
“엑스트라 존의 [섬도희-카가리]를 소재로 [섬도희-하야테]를 링크 소환!”
“좌측 하단 링크마커를 가지는 [섬도희-하야테]가 특수소환 된 걸로 자신 몬스터존을 향하는 링크 마커가 생성!”
“하야테로 뚫어진 링크마커의 앞에 내 필드의 섬도희 토큰을 소재로 [섬도희-카이나]를 링크 소환!”
“링크2의 [성기사의 추상 이졸데], 링크1의 [섬도희-카이나]와 [섬도희-하야테]를 소재로 링크 소환!
“링크4! [바렐스워드 드래곤]!”
스타디움에 설치된 솔리드 비전 발생 장치가 빛난다.
별하늘이 비치는 아름다운 스타디움의 중앙의 공간을 예리하게 잘라내며 거대한 용이 나타난다, 아니 그건 용이라기보단 거대한 검에 가깝다.
관객석에서 환호가 터져나온다.
“끝이다! [바렐스워드 드래곤]으로 [서몬 소서리스]를 공격!”
“이 때, [바렐스워드 드래곤]의 효과 발동! [서몬 소서리스]의 공격력을 반으로 내리고 [바렐스워드 드래곤]의 공격력을 그 수치 만큼 올린다!”
서몬 소서리스의 공격력은 2400. 서몬 소서리스의 공격력은 1200으로 떨어지고 바렐스워드의 공격력이 3000에서 4200으로 올라간다.
배틀 데미지는 3000!
상대의 라이프 포인트는 5000까지 떨어진다.
“이번엔 [섬도희-레이]로 직접 공격!”
상대의 라이프가 1500만큼 떨어져 3500이 된다.
“이걸로 끝이다! [바렐스워드 드래곤]의 효과 발동! 공격 표시 몬스터 1장을 대상으로 해 수비 표시로 하고 추가로 공격이 가능해진다! 나는 공격을 끝마친 [섬도희-레이]를 대상으로 하고 수비 표시로 전환!”
“전광의 바렐소드 슬래시!!!!”
공격력 4200의 바렐스워드 드래곤이 밤하늘을 한바퀴 돌아 상대에게 곧장 전진한다.
온 몸으로 그의 라이프를 절단하기 위해.
“승리!!!!!!챔피언의 멋진승리!!!!!!!!!!!!!!!!!!!!!!!!!”
MC 열정의 “G”의 벅찬 목소리가 스타디움을 꽉 채운다.
그리고 그것에 이어 사방에서 환호가 밤하늘의 공기를 울린다.
얼마만일까. 이런 기분으로 듀얼을 할 수 있던 게...
듀얼이란 건 이런 거였나.
잊고 있었다.
우승하고 부터 쭉.
환호가 쏟아져 나오는 관중석을 둘러본다.
아...있다...한스...
가장 아랫쪽의 관중석에서 근처의 누구보다 기뻐해주고 있었다.
가슴이 벅차다.
우승한 것도 아니고 아닌데 세트 1승, 그것도 개벽의 예선전일 뿐인데...
어째서...어째서 모두 그렇게 기뻐해 주는 거야.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자, 챔피언!!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완전 부활인가!!!!!!!!!!이대로 기세를 타서 제3세트까지 가져갈 것인가!!!!!!!!!!!!”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듀얼은 많이 남아있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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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멋지게 3세트도 제압!! 내년 1월에 열리는 개벽 타이틀 전의 예선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대기실의 티비에서 MC 열정의 “G”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어찌어찌 정신을 차린건가.
협회 사람들한테 끌려가서 엄청 혼나느라 그녀의 듀얼은 대부분 보지 못했지만, 뭐 결과는 잘 된 것 같다.
순간, 뒤에서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당신인가요, 그녀가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든 건.”
뒤를 돌려다보자 대학생 쯤으로 보이는 초초초초초 미녀가 있었다.
한 올 한 올 빛날 것 같은 그림 같은 긴 레이어드 컷을 한 흑발, 보석을 빼다 박은 것 같은 적안.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먼저 말을 걸어온 걸 보면 이거 그린라이트지? 전화번호 따볼까?
아니, 잠깐...어디서 본 것 같은...
“어머, 설마 저를 못알아보시는 건가요, 정복왕.”
그녀가 마치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으로 쳐다본다.
윽! 더러운 걸 보는 시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한데 사진 찍어서 밤에 자기 전에 한 번 보고 자도 될까요.
“저, 세이아 입니다만.”
“응?”
“...”
“그러니까...세이아 메이거스 입니다만. 오랜만이네요 유우 오빠.”
“아!!!!!!!!!!!!!!!!!!!!!!!”
육성으로 외쳤다.
“너가, 설마, 꼬마 메이라고?!”
『세계』 메이 메이거스의 5살 어린 여동생, 세이아 메이거스.
항상 언니인 메이의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기 좋아했기 때문에
메이가 듀얼을 할 동안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던 그녀를 돌봐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싸가지가 없다고 해야하나...건방진 녀석이었지만
내가 하는 말은 신기하게도 고분고분하게 들었었지.
그녀는 외동인 나에게 있어 유일한 여동생과 같은 존재다.
그 메이의 여동생이니 기대를 많이 했긴 했었지만
상상한 것 이상 미인으로 자라주었구나...
이건 나의 기준으로는 이미 언니를 초월했다.
그녀의 곁으로 가서 머리에 한손을 올리고 마구 쓰다듬는다.
“크~~! 나는 알고 있었어! 네가 언니 이상의 포텐셜이 있었다는 걸! 근데 진짜 너무 신기하다! 그 싸가지 없던 꼬맹이가 이렇게 어엿한 성인 되었단 말이야?”
마치 어린 강아지를 입양하자마자 외지의 대학에서 4년간 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다 커버린 강아지를 보는 기분이라고 할까.
진짜 너무 신기하다. 이래서 오래 살고 볼 일이구나.
그녀가 여전히 나를 쓰레기 같이 쳐다보며 한숨을 쉰다.
“오빠, 10년이에요...저도 당연히 크죠...그리고 이거 성희롱이니까 적당히 해요.”
“에이~ 가족끼리 성희롱이 어딨어~”
“그거 문제 발언이에요...오빠.”
“와, 너 어릴 때는 크면 오빠 아니면 아무랑도 결혼 안 한다고 했으면서.”
“...그런 기억 없습니다만.”
“했거든~메이가 『종언』 타이틀전 8강 토너먼트 치룰 때였던 것 까지 기억나거든~”
“아...아니거든요...”
“아니, 맞거든요~ 그 때 광고에 웨딩드레스 나오는 거 보고 니가 저건 언제 입는 거 냐고 물어서 결혼할 때 입는 거라고 했더니 니가 그렇게 말했거든~”
“읏...거기까지...잘도 기억하네요, 정말.”
그녀가 분한지 이를 악문다.
“어찌됐든...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지금 오빠를 봐주세요, 10년동안 아무런 연락 없이 잠수나 하고, 저런 막무가네 짓이나 하고. 말 그대로 한심 그 자체입니다만! 빵점 신랑이네요! 빵점!”
윽...아픈 곳을 직공으로 바로 찌르네.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그 때 협회 스태프 한 명이 다가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세이아 프로, 곧 듀얼이 시작합니다만, 준비해주실 수 있나요?”
그녀가 꽁한 표정으로 스태프를 쳐다본다.
“규정상 기권패까지 앞으로 15분. 그 안에는 알아서 갈테니까 방해하지 말아주시겠어요?”
스태프는 깜짝 놀랐는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부럽다...나도 저렇게 차갑게 대해줘...꼬마 메이.
“제가 금방 보낼테니까 걱정 말아주세요 하하”
스태프에게 그렇게 말하자 그도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꾸벅 하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다.
“너 말야...협회 스태프들한테 차갑게 굴면 나중에 힘들다고...”
그녀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네요. 그래도 오빠처럼 경기 도중에 난입해서 마이크를 빼앗지는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크흡...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오빠가 되어서 좋은 모범이 되지 못했구나...
“하아, 알았어요, 대화는 나중에 하죠. 자.”
그녀가 핸드폰을 내민다.
내가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그녀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오빠 번호랑 주소, 찍어요.”
너무 무섭다...꼬마 메이.
“네...넵...”
고분고분하게 연락처를 타이핑한다.
“저는 경기가 있어서 이만. 곧 찾아갈테니까요.”
“으...응...될 수 있으면 밖에서 만나면 안 될까...”
“싫은데요.”
“그...그래, 놀러오렴...”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한숨을 쉬고는 떠나기 전에 나지막하게 말했다.
“언니를...너무 미워하진 말아주세요, 오빠.”
그녀가 대기실 저편으로 사라진다.
나도 알고 있어.
그나저나 방금 뭐라고 했지...경기가 있다고?
“아저씨이이이이이!!!”
순간 대기실의 저편에서 꼬맹이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순간 엄청난 충격과 함께 눈 앞이 캄캄하게 변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대기실의 바닥에 나자빠져있고,
위에는 꼬맹이가 올라타고 있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뭐냐 꼬맹이. 너 지금 나한테 선빵 친 거냐.”
그녀가 당황하며 대답한다.
“응? 아...아니 갑자기 뭐라고 할까...감정이 벅차올라서...아...”
“넌 감정이 벅차 오르면 사람에게 체중을 전부 실어서 태클을 거냐? 위험한 애네 이거.”
“...미...미안.”
“미안하면 우선 비켜...깔려죽겠다.”
“그렇게 안 무겁거든!”
그녀가 화를 버럭내며 일어난다.
어디 부러진데 없나 조심하며 일어선다.
“나처럼 아직 젊으면 괜찮은데 진짜 아저씨들은 어디 하나 부러질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아저씨도 충분히 걱정돼...”
그녀가 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나저나, 아저씨 방금 말하던 사람이랑 아는 사이?”
“아, 꼬마 메이 말이지. 당연하지.”
“아. 확실히 메이 씨를 아니까 당연한가.”
그녀가 양손을 탁 친다.
“근데 방금 들은 걸로는 그녀도 프로 듀얼리스트라는데 사실이야?”
그런 나를 꼬맹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아저씨 설마 나 뿐만 아니라 그녀도 모르는 거야? 친분까지 있으면서?”
그녀의 놀란 표정이 질색에 가까운 것으로 바뀐다.
“질렸다 정말...『ARC』 세이아 메이거스, 제33회 세계대회 우승자이자 『오시리스』의 타이틀 홀더라고. 지인이잖아? 관심이 없어도 이 정도는 알라고...이 백수 아저씨야...”
뭐...? 꼬마 메이가 우승자에 삼환신 타이틀 홀더라고?
그럴리가...
그녀에게 듀얼을 처음 가르쳐준 건 나다.
메이가 듀얼을 준비할 때 심심풀이로 그녀에게 조금씩 가르쳤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절대로 그녀가 듀얼에 소질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거기다 그녀가 처음 듀얼을 둔 건 11세 때.
이미 다른 프로들은 이 나이 때 아마추어로서 프로 데뷔를 준비하는 시기다.
남들보다 최소 3~5년은 늦게 배우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런 그녀가...어떻게...
“꼬르륵~”
순간 내 배가 울린다.
“아저씨...”
꼬맹이가 한심한 듯 나를 쳐다본다.
“어쩔 수 없잖아! 일어나서 티비 틀자마자 니가 눈 썩는 경기를 보여주니까 달려올 수 밖에 없었다고!”
“눈이 썩...그, 그렇게 까지 말할 거 없잖아! 나는 최선을 다한 거라고!”
그렇게 잠시간 말다툼을 계속하니 결국 꼬맹이가 지친 듯 말했다.
“나도 슬슬 배고파 졌을지도. 그럼 뭐 먹으러 가자. 이 지방이 아구찜으로 유명하니까 아구찜 어때, 아저씨.”
“콜!”
그렇게 꼬르륵 거리는 배를 움켜주고 선수 대기실을 나갔을 때였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마치 폴리곤 쇼크를 떠올릴만한 빛의 폭발.
기자들이 최소 50명은 대기하고 있었다.
결국 다음날 아침의 신문의 1면은 볼만한 것이 되었다.
“정복왕, 프로 듀얼 대회 도중 난입해 마이크 강탈! 이후 “아구찜”을 외치며 기자들을 거칠게 밀쳐내며 자취를 감춰...”
그리고 신문의 아래 쪽에 작게 난 기사도 있었다.
“챔피언, 레이 오스프레이, 아슬아슬하게 『개벽』 예선 돌파! 첫 타이틀을 향해 큰 한걸음을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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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딱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쓰고 싶던 프롤로그까지의 이야기입니다!
1부의 마무리 라고 할 수 있겠네요.
2부부터는 스토리를 팍팍 진행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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