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까지 끝난 강당은 학생들이 계속 모이고 있었다. 다들 매년 한 번 있는 학교 축제인 금천제의 핵심인 금천제전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 실기 1등은 다르네.”
남해가 배정받은 자리는 가장 명당으로 꼽히는 중앙 약간 앞. 무대에서 보기에도, 무대를 보기에도 좋은 자리.
남해의 실기 성적뿐 아니라 그동안 거둬온 성과들에 대한 교장의 선물이었다.
바로 옆에는 지민이 앉았다. 약간 옆에 보이는 윤수도 그렇고 성적 좀 잘 나오는 애들이 아마 이쪽에 몰린 모양이다.
“그러면…”
남해는 뒤를 봤고, 생각대로 준오와 원형은 저 멀리에 앉아있었다. 미안해 얘들아. 근데 내가 작년에 못 봤으니까 한번만 이해해 줘.
그렇게 생각하며 남해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동안 형님은 어떻게 지냈습니까?”
그러는 동안, 무대 뒤에서는 채은월 교장과 나의주 목사가 커피를 홀짝이며 못다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는 중이었다.
“잘 지냈지. 뭐 애들도 키우고 강연도 나가고… 식구가 갑자기 하나 더 느니까 바쁘더라.”
“그러게요. 남해 데려오고서 형님 여기저기 자주 나간다고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자주 하던데. 그렇지, 김수지 씨 만나봤…”
김수지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목사의 눈동자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교장도 아차 싶었다.
목사의 전성기도 벌써 한참 전이지만 여전히 그 이야기는 피하고 싶었다. 채은월 교장은 잽싸게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아 그렇지. 낙랑이? 걔도 교사들한테 평가 엄청 좋더라구요. 형님 걱정이랑 다르게 학교에 적응도 빨리 하고 배우는 것도 빠르고.”
올해 목사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단언코 낙랑이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다.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런 애를 교회에 방치하기도, 다른 학교에 보내기도 난처했다. 결국 본인 희망도 있긴 했지만… 남해와 금선이 이미 다니던 듀얼 아카데미에 넣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낙랑이 적응도 잘 하고 공부도 잘 하고 있다고 하니, 기다리던 희소식이다.
“다른 애들 보는 것도 그렇게 간만은 아니죠?”
무대 뒤편에서 보이는, 오늘 게스트로 온 여러 이름 좀 날린다는 프로 듀얼리스트 및 방송인들은 대부분이 둘의 인맥으로 초대된 사람들.
교장 말마따나 목사와도 최근에 얼굴을 본 적 있던 사람들도 많았다.
“찬휘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목사는 그렇게 말을 듣고 문 밖을 슥 쳐다봤다.
“맞다. 너 이번에는 LT 유스도 넣었다면서.”
“올해 교대표는 춘계하고서 하계 건너뛰고 추계로 바로 넘어가잖아요? 사이 시간 너무 남길래 넣었죠. 교대표 떨어진 애는 거기로 보내주려고요.”
“남해는 못 가겠네.”
“올해는 지민이 걔 기세가 매서워서 또 몰라요. 그리고… 형 혹시 미월이 기억해요? 오미월.”
“아 모기?”
“걔 처음 1군 데뷔하던 시절 완~전 미쳤잖아요. 양대 로얄로더에 팀 내 다승왕에. 아직도 기억나네 걔 8월달에 3주간 23연승 찍는 거 보고 다들 어떻게 저게 되냐 그랬는데. 그때 걔 별명이 아이디에서 따와서 흡혈귀랬는데…”
목사와 교장은 옛날에 있던 일을 떠올려봤다. 의외로 둘의 분위기는 굉장한 것보단, 우습고 일상적인 것을 떠올린 듯 가벼운 분위기였다.
교장은 옆에 놓아둔 커피를 한모금 홀짝이고 말을 이었다.
“근데 형도 그렇게 부르잖아요? ‘모기’. 딱 그해 여름 끝나니까 뭐 흔한 B급 됐잖아요.”
“크흐흐. 그랬지. 근데?”
“남해 보고 있으면 걔가 자꾸 떠올라요.”
막 데뷔한 선수는 두려울 것이 없다. 지옥 같은 2군을 뚫고 꿈에 그리던 데뷔를 한 그들은 더 이상 세상이 두렵지 않다. 그런 그들만큼 패기 넘치는 선수들도 몇 없다.
하지만 꼭 한번은 넘기 어려울 벽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겐 목사가 그 벽이었다.
“그런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저 사람에게 23연승을 달리던 루키가 무너졌다.
결국 목사가 은퇴하던 그 날을 기준으로 상대전적은 1:6. 세상을 집어삼킬 것 같은 유망주는 끝내 벽을 넘지 못했다.
교장의 표정은 어느새 굉장히 진지해졌다.
“남해 쟤는 아직 그런 ‘인생의 벽’은 못 만났어요. 그 벽을 만났을 때… 그땐 잘 모르겠어요. 넘을 수 있으면, 쟨 나보다 높이도 갈 걸.”
“못 넘으면?”
“뭘 가정까지 해요? 그럼 거기서 끝이지. 그냥 흔하디 흔한 소포모어 징크스 극복 실패한 범재.”
교장은 문득 그 이야길 듣고서 남해의 미래를 생각해봤다.
가장 가까운 대형 공인대회는 추계 학교대항전이 있다. 만일 떨어져도 LT 유스가 있다. 남해라면 둘 중 하나에는 반드시 붙을 능력이 있다.
그런데 만일 둘 다 떨어진다면? 그때 남해가 혼자 다시 일어날 능력이 있을까?
“흐으음…”
“누가보면 아들인 줄 알겠어. 하긴, 그때 김수지 씨랑-”
교장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나의주 목사의 손날이 교장의 목을 힘껏 내리쳤다.
고통스러워하는 교장이 아무 말도 못하고 켁켁거리는 사이 바깥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둘이 떠드는 동안 생각 외로 많은 이벤트가 지나간 모양이었다.
…
“자 이곳! 금천제의 메인 이벤트!! 금천제전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팡-!! 금천제의 메인 MC 노찬휘가 목청껏 소리쳤다. 때맞춰 터진 폭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남해도 교대표 결승전 같은 큰 방송 이벤트마다 꼬박꼬박 TV에서 보이던 사람이 진짜로 MC로 왔다는 데에서 꽤 충격을 받았다.
“앞서 소개해드린 아홉 분의 듀얼리스트들, 그리고!오랫만에 뵙죠? 듀얼 전문가 최 두 진 씨 모시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듀얼 전문가 최두진입니다!!”
객석에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박수치던 남해는 많이 놀란 표정으로 슬쩍 지민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매년 온다고?”
“응. 너네 목사님이랑 우리 교장님이 길바닥 출신 하나 주워서 억대연봉 만들어준 은인이라고 매년 무조건 여기부터 와.”
뿐만 아니다. 같이 서있는 다른 사람들도 어디서 얼굴 한번은 본 사람들 뿐. 무명인 사람은 어째 한손으로 꼽기도 어려웠다.
다른 의미로 목사님도 교장 선생님도 한때의 전설이었다는 것이 실감났다.
“많은 학생들이 이 자리를 지켜봐주시는 가운데…”
MC의 말이 이어지고, 행사의 순서가 하나둘 이어졌다.
이름난 듀얼리스트들이 생각치 못한 덱을 가지고 우스꽝스러운 승부를 벌였다.
한번은 객석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선물을 뿌리기도 했다.
또 한번은 듀얼 도중 특정 플레이가 일어날 때마다 패널티를 주는 듀얼도 있었다.
중간 중간 비는 곳이나 어색한 곳도 MC와 캐스터가 적절하게 메워주며 흐름을 잘 이어갔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남해는 행사를 집중해서 보게 됐다.
“어느새 마지막 차례가 되었는데, 그러면! 마지막 순서는! 시니어 대 주니어, 주니어 대 시니어 태그매치입니다!”
MC의 말에 지민의 눈이 엄청나게 반짝거렸다.
말 그대로 성인 둘이 학생 둘과 승부하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컨텐츠. 듀얼이라면 져도 즐겁다는 지민에겐 천금 같은 기회였다.
MC가 옆에 놓인 빙고 머신을 가동시킨 다음 객석을 쭉 살폈다.
“자! 그럼, 시니어 팀을 선별하는 동안 주니어 팀을 구성해보겠습니다!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 손 들어주세요!”
그 말을 기다린 듯 지민이 누구보다 잽싸게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남해의 손목을 잡고.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답게, 무대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서 손을 든 지민과 남해에게 MC도 자연스레 눈이 갔다.
“앞에 두 학생! 패기 좋습니다! 어서 올라오세요!”
“넵!”
지민이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났다. 눈치를 살피던 남해의 어깨를 누군가 툭툭 두드렸다. 뒷자리의 윤수였다. 어서 가보라는 눈치였다.
“너 아님 누가 가냐?”
“그… 렇지.”
남해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향했다. 남해가 무대로 딱 올라올 즈음 빙고머신이 캡슐 하나를 토해냈다.
“맨 처음 올라온 학생께선 이름이?”
“네! 유지민입니다!”
“유지민 학생! 자신 있습니까!”
“자신 있습니다!!”
“오오오오오오~!!”
“지민이다 역시!”
“그래놓고 지면 개쪽인 거 알지!”
MC가 이야기를 진행하는 동안 두번째 캡슐이 퐁, 하고 뽑혀나왔다. 옆의 캐스터가 두 캡슐을 뽑아 확인하자 강당 화면에 숫자가 떠올랐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잠시 뒤를 돌아본 남해는 대충 숫자만 보고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상함을 느꼈다.
‘응?’
화면에 떠오른 숫자는 각각 10, 그리고 13이었다. 그런데 초청된 듀얼리스트는 9명.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두번째로 올라온 학생은 강남해 학생 맞습니까?”
“아, 예!”
“그럼 이제 시니어 팀은… 오, 이런.”
숫자를 확인한 MC는 배시시 웃으며 뒷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참 전부터 마치 장식품처럼 서있던 목사와 교장 역시 강당 화면을 확인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목사의 가슴팍에 달린 뱃지에는 10, 교장의 뱃지에는 13이 적혀있었다.
“너, 너 이러려고…!”
“선배님들! 덱은 항상 들고다니시죠?”
“나, 나 오늘은 덱 안들고왔어!”
한참 당황한 채은월 교장에게 나의주 목사가 덱 케이스를 품 안에서 꺼내 턱, 손 위에 얹어주었다.
채은월 교장의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 분명한 자신의 덱 케이스였다.
“안 그래도 아까 제수씨가 전해주더라.”
“걱정 마시죠 선배님! 디스크 여벌 준비해왔으니까!”
빙고머신이 놓인 단상 아래에서 캐스터가 꺼내준 듀얼 디스크를 받아, MC가 은월의 손에 쥐어주었다.
목사가 힘껏 팔을 뻗자 왼팔에서 신형 듀얼 디스크가 푸른 빛을 발하며 전개됐다.
“형은 이럴 줄 알았어…?”
“아니. 근데 그냥 아침에 그럴 거 같더라고.”
얼떨결에 교장과 목사가 자리로 가는 동안 MC와 캐스터는 계속 진행을 이어갔다.
“아무리 전직이라도 프로는 프로! 두 팀의 승부가 공평할 순 없겠죠? 그래서! 기본적인 태그 듀얼의 룰에 이런 차이점들이 추가됩니다!”
“첫 번째! [주니어 팀]은 별개의 라이프 8000으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한번 라이프 8000이 깎이면 땡인 시니어 팀과 달리, 주니어 팀은 8000 + 8000으로 구성됐다는 이야기.
사실상 목숨 하나를 더 들고 시작하는 셈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게임이 시작하면 [시니어 팀]은 덱 맨 아래에서 카드 다섯 장을 제외하고 시작하게 됩니다!”
“이건 좀 센데요?”
“음, 만일 핵심 파츠가 제외되면 어떻게 됩니까 MC 양반?”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죠 선배님! 듀얼리스트잖아요!”
“야 네가 안한다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냐!”
욱한 교장이 장난스레 MC를 걷어차자 좌중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MC는 웃는 얼굴로 금새 자세를 회복하고 해설을 이어갔다.
“마지막! 주니어 팀에서 아웃된 한 명은 아웃되더라도 카드의 발동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야?”
“세트 카드나 패트랩 있는 채로 죽어도 쓸 수 있는 타이밍엔 발동할 수 있다는 거 아냐?”
원형은 준오의 설명을 납득하고 고갤 끄덕였다. 설명이 끝나자 필드의 조명이 밝아지며 솔리드 비전의 구동음이 울렸다.
기본 설비에 행사를 위해 빌려온 추가 설비까지 더해져, 평소보다 훨씬 묵직하면서도 가슴 떨리게 하는 소리가 강당을 메웠다.
아무리 은퇴했어도, 다른 길을 걷게 되어도 둘은 한때 프로였다. 둘의 심장도 같이 떨려왔다.
“이야… 얼마만이지? 같이 듀얼 디스크 차고 오르는 거.”
“그러게요. 아, 그때 기억나요 나형? 형 혼자 하루에 3승한 날.”
“응? 아~ 기억난다. LZ랑 할 때 맞지? 1경기, 팀플 2경기, 에결 5경기까지 혼자 3승한 거.”
“벌써 몇 년 전이야. 상욱이 와이프 만나기도 전이니까…”
나의주 목사와 채은월 교장 사이에는 완전 아저씨들의 대화가 오갔다. 둘은 익숙하고 편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올라가 듀얼 디스크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구동음과 함께 블루투스 연결이 끝나고, 듀얼 디스크의 렌즈가 빛났다.
그와 함께 두 중년의 눈빛도 빛났다.
“대충 봐줄건 아니지?”
“덱에서 나사 뺐다고 승부욕까지 뺐겠어?”
채은월 교장에게 두 학생 다 정말 아끼고 아끼는 제자들이고, 학교를 빛내준 잊기 어려운 학생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봐줄 수는 없다. 오히려 아끼는 제자들이기에 진심을 보고 싶다.
“와. 두 분 다 눈에 시동 걸렸어.”
“나도 알겠다.”
자리에 선 남해는 예전의 듀얼이 떠올랐다. 남해는 교장 선생님을 이긴 적 있었다.
그렇지만 그 듀얼이 교장 선생님의 진심, 전력이었을까? 그건 모른다.
“내가 선 가져간다. 네 덱 견제능력 바닥이잖냐.”
“하긴… 형님이 선 가져가쇼. 나형만 믿습니다.”
“네 앞가림은 네가 해라 나이가 몇이냐.”
…최소한 이 듀얼에 임하는 자세가 진심인 것은 확실하지만.
목사와 교장이 덱에서 카드를 뽑자, 맨 아래의 다섯 장이 더 뽑혀 나왔다. 그 카드들은 그대로 제외 존에 뒷면 표시 그대로 들어가 버렸다.
-[블루투스 연결…]
-[연결이 확인되었습니다.]
-[매칭 완료]
-[룰 :태그 매치]
““듀얼!””
듀얼이 시작하자마자 목사는 제외된 카드 다섯 장의 정보부터 확인했다. 잠깐 그의 눈썹이 씰룩거리는 걸 채은월 교장은 놓치지 않았다.
‘하필…’
제외당한 카드 중 하나는 덱의 핵심이 될 에이스 몬스터. 이 카드가 없어도 공격권은 더 있지만 이 카드가 제외된 건 뼈아프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먼저 갑니다! 패에서[사운드 워리어 기타스]를 펜듈럼 존에 세팅, 그리고 패를 버리고 기타스의 효과 발동!”
“체인, [하루 우라라]의 효과 발동.”
지민의 필드에 나타난 기타스가 짧게 리프를 연주했다. 빛의 기둥을 어딘가에서 날아온 벚꽃잎이 감싸며 어린 여자애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뇨, 당하지 않아요! [무덤의 지명자] 발동!”
“누구 맘대로. 패에서 [저택 와라시]의 효과 발동.”
지민의 표정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벚꽃잎이 걷히며 기타스는 마비된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고 교장은 목사를 돌아보며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나이스 형님!”
“벌써 패가 둘이나 줄었네.”
“그렇다면… 패의 [양철 금붕어]를 일반 소환, 패의 [레드 가제트]를 특수 소환해서 덱의 [그린 가제트]를 패에 넣고, 두 장의 몬스터를 오버레이!
오늘은 휴일, 푹 쉬고싶어라! [No.41 이수마수 바구스카]를 엑시즈 소환!”
[No.41 이수마수 바구스카/Rk4/2100/2000]
“턴 종료!”
-유지민/패 1장/LP 8000
“그럼 어디…”
태그 매치에서 공격권과 드로우 기회는 첫 차례를 가져가는 듀얼리스트 이후부터 가져가게 된다. 이 듀얼은 지민-목사-남해-교장의 순서.
목사는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하며 패를 천천히 살폈다. 그 옆에서 듀얼 디스크를 몇 번 조작한 교장의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형 이대로 괜찮나.’
나의주 목사가 게임에서 제외시킨 다섯 장의 카드는 다들 덱의 핵심이 되는 카드. 에이스는 물론이고 주력이 되는 카드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패에서 [천저의 사도]를 발동. [구신 누토스]를 묘지로 보내고 덱에서 [드래그마의 성녀 에클레시아]를 패에 넣은 다음 누토스의 효과를 발동.”
꽈릉-!! 갑작스레 내리친 벼락에 바구스카는 몸을 파르르 떨다가 바스라졌다. 나의주 목사는 계속 패에서 카드를 꺼내들었다.
목사의 필드에 은빛 갑옷을 입은 금발 소녀가 나타났다. 남해도 아는 카드였다.
“그 다음 에클레시아를 일반 소환. 효과로 덱에서 [드래그마의 기사 플루르드리스]를 패에 넣고 카드를 한 장 세트하고 상대를 직접 공격한다.”
에클레시아는 목사의 지시에 지민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도도도 달려와 있는 힘껏 지민을 망치로 내리쳤다.
살짝 빗겨 맞추긴 했지만 꽤 커다란 충돌음이 지민의 발 앞에서 울렸다.
웃샤, 하고 망치를 들어올린 에클레시아는 다시 도도도도 바쁘게 달려가 목사의 필드로 돌아갔다.
-유지민/LP 8000 → 6500
“턴 종료.”
-나의주/LP 8000/패 2장
“이야 선배님! 너무 싱겁게 끝내시는데요!”
“얌마 패 셋 들고 이거면 할 만큼 했지!”
목사님이 MC와 가볍게 대화를 하는 동안 남해는 턴을 받고 패를 살폈다.
무난하다. 좋다. 아직 공격권은 돌아오지 않았으니 준비를 하고 돌아오는 턴을 버텨야 한다.
“패에서 [상검사-막야]를 일반 소환합니다. 그리고 막야의 효과를 발동, 패의 [상검사-태아]를 공개하겠어요.”
“그럼 [증식의 G]를 발동.”
남해의 손이 멈칫했다. 이렇게 되면 확정적으로 1장 드로우. 여기서 정석적으로 승영까지 낸다면 5장은 내줘야 한다. 그럼 적당한 선에서 멈출까?
‘하지만 공격권이 제일 먼저 돌아오는 건 교장님이고.’
교장선생님의 앤틱 기어는 타점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게 특기.
지민이 제대로 필드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마저 제대로 필드를 세우지 못한다면 불 보듯 뻔하다.
어드밴티지를 주더라도 여기서 멈췄다간 죽도 밥도 되지 못한다. 오히려 목사님의 차례까진 앞으로 두 번은 더 남았으니 뭐라도 세우는 것이 훨씬 이득일 터.
“그럼 상검 토큰을 소환합니다.”
“한 장을 드로우.”
“이제 레벨 4 막야를 상검 토큰에 튜닝! 영봉의 대사형, 레벨 8 [상검대사-적소]를 싱크로 소환!”
[상검대사-적소/Lv8/2800/1000]
최소한의 소환으로 구축할 수 있는 필드라면 무조건 이거지. 남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D-패드를 계속 조작했다.
“적소와 막야의 몬스터 효과 발동! 덱에서 카드 한 장을 드로우한 다음, [상검] 카드 한 장을 패에 넣거나 게임에서 제외할 수 있습니다! 패에 넣을 카드는 [상검암전]!”
“이것으로 두 장째 드로우.”
-나의주/패 2장 → 4장
“그리고 배틀! 적소로 에클레시아를 공격!”
적소가 대검을 고쳐쥐고 힘껏 휘둘렀다. 커다란 금빛 검기가 소녀와 충돌했지만 소녀는 공격을 버텨냈고 빛 속에서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그 자리에 우뚝 버티고 서있었다.
“어? 안 파괴됐어?”
“조건부 전투내성 있잖아.”
-시니어 팀/LP 8000 → 6700
“카드를 두 장 세트하고 턴을 마칩니다!”
“그럼 나도 몬스터 효과를 발동, 패에서 [드래그마의 기사 플루르드리스]를 특수 소환. 거기에 세트 카드 [모래 먼지의 태풍]을 발동.
기타스와 네 왼쪽 세트 카드를 파괴한다.”
슈와아앗-!! 남해와 지민의 필드에 일어난 돌풍이 기타스와 세트 카드를 휩쓸고 지나갔다. 남해가 잃은 카드는 방금 패로 가져왔던 [상검암전].
남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게 흘러간다는 것 정도는 자신도 알 수 있었다.
-강남해/LP 8000/패 4장
“오래 기다렸다고. 드디어 내 차례다! 드로우!”
결국 와버린 교장님의 차례. 덱에서 카드를 한 장 뽑은 채은월 교장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개운해보였다.
지금이야 양복을 입고 카드보다 서류와, 듀얼보다 회의와 친해진 교장이지만 엄연히 그의 출신은 듀얼리스트.
아무리 제자라도, 아무리 패널티가 있대도, 승리를 그렇게 쉽게 양보할 사람이 아니다.
“패에서 [기어 타운] 발동!”
끼기긱… 끼긱… 채은월 교장의 주변에서 스팀펑크 풍의 거대한 금속 구조물들이 부착된 건물들이 솟아올랐다.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교장은 두 번째 패를 뽑아들었다.
“에클레시아를 릴리스하고 패에서 [앤틱 기어 골렘]을 어드밴스 소환한다!”
기어 타운에서 빠져나온 부품들이 순식간에 커다란 뼈대를 이뤘다. 뼈대의 조립이 끝나고 외장이 하나씩 붙는 모습에 남해는 그 때가 떠올랐다.
저걸 어떻게 잊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기억. 분명히 기억나는 바로 그 카드. 붉은 안광을 빛내며 기계 거인이 몸을 움직였다.
[앤틱 기어 골렘/Lv8/3000/3000]
“그리고, 패에서 [앤틱 기어 퓨전]을 발동! 필드의 앤틱 기어 골렘, 그리고 덱에서 [앤틱 기어 박스]와 [앤틱 기어 나이트], 그리고 [앤틱 기어 가젤 드래곤]을 소재로 융합 소환! [앤틱 기어 카오스 자이언트]!”
[앤틱 기어 카오스 자이언트/Lv10/4500/3000]
“아.”
남해보다 지민의 머리가 먼저 멈췄다. 두 몬스터의 공격력 합계가 지민의 라이프보다 많았다. 지민을 잠깐 돌아본 남해도 비슷했다.
남해의 손이 빨라졌다. 손 끝이 적소에 한 번 닿았다.
“적소의 몬스터 효과를 발동합니다! 묘지의 막야를 제외해서 카오스 자이언트의 효과를 무효로 하겠어요!”
팡-!! 적소가 힘껏 팔을 뻗어 손바닥에서 노란 파동을 쐈다. 파장에 맞은 카오스 자이언트의 톱니바퀴 몇 개가 멈췄다.
이 정도로 공격이 멈추지 않겠지만, 남해도 생각이 있었다.
이어서 넷의 패드에 [Battle Phase]라는 문구가 떠올랐고 카오스 자이언트는 왼손의 포문을 지민에게로 향했다.
“발사!”
콰아앙-!! 남해와 지민을 무대 밖으로 날려버릴듯 폭음과 함께 강렬한 충격파가 필드를 휩쓸었다.
플루르드리스가 뒤를 이어 지민을 완전히 끝장내려는 그때, 폭연을 뚫고 카오스 자이언트를 향해 포격이 날아왔다.
쾅-!! 카오스 자이언트에게 반격탄이 명중했다. 비틀거리던 카오스 자이언트는 자리에 주저앉아 수비 태세로 돌아섰다.
“뭐, 뭐야?”
“교장 선생님!”
자신만만하게 교장을 부른 남해. 그 손에 패에서 방금 뽑아든 카드 한 장이 들려있었다. 목사는 그 카드가 흥미로운 듯 눈썹을 씰룩거렸다.
걷혀가는 폭연 한가운데, [크리보르]가 지민의 앞을 막아서서 앤틱 기어 카오스 자이언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지… 소환하면 몬스터, 내면 마법, 쥐고 있다면… 패트랩. 카오스 자이언트가 있으면 저걸 못 던지니 적소부터 쓴 거고…”
“아깝네. 남은 몬스터로 상대를 직접 공격한다!”
“이때 플루르드리스의 효과도 발동.”
-드래그마의 기사 플루르드리스/A 2500 → 3000
플루르드리스가 검을 크게 휘두르며 지민을 베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치명타는 피했다. 애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교장은 패를 한참 살피다 두 장을 뽑아들었다.
“카드를 둘 세트. 턴을 마친다.
-유지민/LP 6500 → 3500
-채은월/패 1장
드디어 돌아온 지민의 턴. 남해는 지민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결국 어딜 막으면 게임 터질지가 뻔히 보이는 자신과 달리, 지민은 내밀 수 있는 수가 다양하다.
남해는 지민과 눈을 마주쳤다. 지민의 눈빛이 흔들렸다.
용연은 대충 망했다고 파악했다.
“패에서 [그린 가제트]를 일반 소환합니다! 이때 그린 가제트의 효과로-”
“[이펙트 뵐러].”
몸의 톱니를 차칵차칵 돌리던 그린 가제트를 반투명한 베일이 칭칭 감았다. 지민은 눈을 괜히 깜빡거리다 드로우한 카드를 필드에 세트했다.
“카드 하나를 세트하고 턴 종료입니다.”
-유지민/LP 3500/패 없음
지민은 그래도 괜찮아 보였다. 지민을 보고 있는 남해 쪽이 더 문제였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지민은 대답 대신 아주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손 놔버린 자의 표정이었다.
“드로우, 메인, 카오스 자이언트를 공격 표시로 전환하고 상대 플레이어를 직접 공격.”
“힝?!”
쾅-!! 카오스 자이언트의 왼팔에 장비된 주포가 불을 뿜었다. 그 한방으로 지민의 라이프가 모조리 사라졌다.
이어서 카오스 자이언트는 시선을 남해에게 돌리고 몸을 조금 움직였다. 이번에는 왼팔 대신 오른팔이었다.
남해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깨달은 후 곧 그렇게 되었다. 적소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압도적인 화력 앞에 잿가루로 변해버렸다.
“지민이 아웃됐다!!”
“남해 너 어쩌냐!”
“오오오오오오오~~”
“여기에 플루르드리스로 직접공격. 메인 페이즈 2에는 [드래그마타]를 발동.”
-유지민/LP 3500 → 0
-강남해/LP 8000 → 2800
목사의 머리 위에 마름모꼴의 홀이 열렸다. 목사의 ‘필살기’는 아쉽게도 게임 시작과 함께 제외됐으니 아니겠지만… 그 카드가 아니라도 전력은 충분하다.
“엑스트라 덱에서 레벨 8 그랑기뇰을 소재로, 강림해라. [드래그마의 알버스 나이트].”
홀 안에서 삐걱거리는 쇳소리와 함께 살아있는 갑옷 한 벌이 뛰어내렸다. 목사가 마치 맹견의 목줄을 당기듯 주먹을 쥐고 팔을 움직였다. 갑옷은 그 손짓을 이해한 것처럼 목사를 지키듯 자세를 잡았다.
[드래그마의 알버스 나이트/Lv8/500/2500]
“턴을 마치마.”
-나의주/패 1장
“와.”
남해는 할 말이 없었다. 전혀 예상도 못한 상황인데도 교장님과 목사님의 연계는 훌륭했다.
한 명이 전적으로 공세를 떠맡고, 한 명은 견제만 떠맡으면서 둘의 연합이란 특징을 잘 살렸다.
이길 수 있나? 남해는 잠시 고민하며 드로우 하기를 망설였다. 남해는 슥 옆을 한번 봤다. 지민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지민은 남해를 믿는다는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남해는 덱을 한번 보고는 가슴팍에 성호를 긋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번 심호흡을 했다.
“저런 것까지 형이랑 똑같네. 기자들이 아들 아니냐고 묻는 이유도 알겠다.”
“너까지 그러냐?”
교장과 목사가 만담을 나누는 사이 남해는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했다. 남해는 패를 보다가 한 장을 뽑았다.
해결책을 찾았다.
“패에서 [상검사-태아]를 일반 소환! 그리고-”
빠찌직-!! 알버스 나이트가 갑자기 방전됐다. 한참을 비틀거리던 간신히 자세를 잡고는 알버스 나이트는 남해를 정면으로 노려봤고, 남해의 필드에 소환됐던 태아도 뭉게구름처럼 스으윽 사라졌다.
“태아를 묘지로 보내 패에서 [금지된 일적] 발동!”
-드래그마의 알버스 나이트/A 500 → 250
이번 턴을 넘기면 뒤가 없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이번 차례 안으로 끝을 본다!
남해는 그 심정으로 계속해서 카드를 패에서 거침없이 뽑아냈다.
“이어서 [욕망과 탐욕의 항아리]를 발동합니다! 덱 맨 위의 10장을 제외하고 두 장을 드로우!!”
남해의 덱 맨 위에서 카드가 한뭉치 뽑혔다. 그 카드를 제외 존 안에 넣고 남해는 다시 카드를 드로우했다. 남해가 카드를 드로우하자 마치 기다린 양 남해의 필드 한복판에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얼음 덩어리를 반으로 쪼개며, 안에서 용연이 나타났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얼음 가루가 불티의 빛을 반사해 반짝였다. 마치 개선식을 알리는 콘페티-confeti- 같았다.
“패에서 [대령봉상검문]을 버리고 용연을 특수 소환하고, 용연의 효과를 발동합니다!”
용연이 눈 앞에 나타난 칼자루를 왼손으로 쥐고 잡아당기자 푸른 상검이 눈 앞에서 만들어졌다. 두 검이 챙-!! 소리와 함께 부딪혔다. 용연은 불꽃으로 변해 사라졌고 커다란 물보라가 남해의 필드에서 일었다.
“이제 레벨 6 용연을 레벨 4 상검 토큰에 튜닝! 영봉의 통치자! 레벨 10 [상검대공-승영]을 싱크로 소환!!”
[상검대공-승영/Lv10/3000/3000]
“아하, 그렇군.”
목사는 승영을 보자 남해의 의도를 파악했다. 이건 생각 못하고 있었다. 채은월 교장은 목사를 슥 보며 자신에게도 말해달라고 눈치를 줬다.
나의주 목사는 교장을 한번 봤다. 하지만 작은 의문이 하나 남아있었다. 카드가 모자라다. 믿는 구석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게 뭘까?
“용연이 소재로 사용되었으므로, 먼저 1200의 데미지를 상대에게 줍니다!”
-시니어 팀/LP 6700 → 5500
“여기에 게임에서 제외된 카드가…”
“욕탐으로 열 장, 적소로 하나니까 1100점?”
“그리고 게임 시작할 때 한 분이 다섯 장씩 해서 10장 더…!”
애리의 말대로였다. 그래도 이 턴 안에 승부를 보기에는 조금 모자란 수치였다. 알버스 나이트는 수비 표시였고 카오스 자이언트는 그럼에도 공격력이 2400에 달했다.
목사는 어떻게 하겠냐는 것처럼 남해를 지긋이 바라봤다. 남해는 이번엔 세트된 카드로 손을 옮겼다.
“그리고 세트해둔 [서상검구]를 발동! 묘지의 용연, 적소, 태아, 상검문을 제외해서 승영의 공격력을 1200 올립니다!”
“제외된 카드가 넷 늘었으니 승영의 공격력은 또 올라가!”
“카오스 자이언트의 공격력은 또 내려가고…”
-상검대공-승영/A 5100 → 6700
-앤틱 기어 카오스 자이언트/A 4500 → 2000
“아아아! 아깝다! 한 1000점만 더 있다면!”
원형이 두 몬스터의 공격력을 비교하며 탄식했다. 남해는 그 탄식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패널을 눌렀다. [Battle Phase] 패널에 불이 들어왔다.
승영은 검을 고쳐쥐고 카오스 자이언트를 향해 뛰쳐올랐다.
“이때, 세트 카드 발동!”
이번엔 남해가 아니었다. 지민이었다. 모두가 지민에게로 시선이 쏠린 그 순간 엎어져있던 세트 카드가 올라왔다.
[허영거영]이었다.
“공격선언한 승영의 공격력을 1000 올려요!”
-상검대공-승영/A 6700 → 7700
승영의 검이 오색찬란하게 빛났다. 채은월 교장은 헛웃음을 지었고 나의주 목사는 만족한 듯 옅은 미소를 짓고 고갤 끄덕였다.
“체란지참!!”
승영의 대검이 카오스 자이언트의 왼쪽 어깨를 내리쳤다. 그리고는 그대로 가속을 붙여서 깔끔하게 오른쪽 골반까지 베어내려, 두 토막으로 잘라버렸다.
끼이이익… 끽… 치이익… 칙. 서서히 두 조각으로 무너지는 카오스 자이언트에게서 망가진 기어 소리와 증기 새는 소리가 났다.
콰아앙-!! 그리고 그 소리는 폭음과 섬광에 묻혀 더는 들리지 않았다. 사방으로 쇳조각이 휘날렸다. 마치 축제의 마무리를 알리는 폭죽처럼 환한 빛에 객석이 열광했다.
-시니어 팀/LP 5500 → …0
“아이고. 이게 무슨 망신이람.”
“즐거웠음 됐잖냐?”
교장은 대답 대신 고갤 끄덕였다.
…
모든 일정이 끝나고 강당은 무대를 해체하는 인력들로 소란스러웠다. 친구들과 같이 하교하던 남해는 문득 열린 문 틈으로 무대 위를 봤다.
생각해보면 방금 전까지 저 위에서 한참 불태우고 있었는데. 운도 좋았다 정말.
“뭐해?”
“응? 아냐.”
원형이 준오와 남해 사이로 슥 끼어들었다. 남해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반응했다.
그때 우다다다 누군가 달려와 남해에게 몸통박치기를 했다.
“악!!!”
“야 아까 완전 대박이었지!!”
지민이었다. 뒤에서 지민과 같이 오던 애리도 오고 있었다. 뒤에서 누군가 수군대는 소리도 들렸다. 금선이었다.
남해는 낙랑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자세를 회복했다. 아직도 옆구리가 얼얼했다.
“하여튼 너넨 참…”
“서니 안녕!” “안녕 서니!”
“그래 안녕.”
아프긴 했지만… 문득 이렇게 다 모이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돌아갈 필요가 없는 건 아닐까. 이 세상도 괜찮은 곳이고 자신이… 여기에 남아도 괜찮지 않을까?
“분식집 갈 딱창 구함!!”
“준오야 내가 오늘 돈이 없는데-”
“잘됐다 굶어 걍”
“낙랑 손!”
“오케이 낙랑이 손! 다음!”
“여기 윤수도 손.”
남해는 더 생각하는 대신 다 내려놓고 일단은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남해 손!”
“좋아! 어서 가자!”
…
학교 생활 이야기는 어떠셨습니까? 사족이 너무 길었다고요?
흠, 흠!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원래 높이 올라갈수록 추락할 때의 충격이 강렬해지는 법입니다.
그리고 추락한 후… 다시 위를 향해 올라가는 이야기 또한 그 나름의 맛이 있는 법이지요.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올라가는 구간이었으니 이 앞부터는 그대로 내리꽂는 구간이다. 그런 말이외다.
무엇이 되었든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고,
자부심이 산산조각나는 경험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가진 기회들이 모조리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일화는 어떻겠소이까?
재능을 잃고 흔히 널린 범재로 주저앉는 이야기는?
어쩌면… 전부 다 일어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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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작가입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5달만에 투고하는 글이네요.
일이야 뭐 다들 하시는 거고, 오히려 휴일 자체는 전 직장보다 늘었고 근무 시간도 줄었습니다. 업무 강도도 버틸만 합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큰일이에요 와우가 너무 재밌습니다.
아니 진짜로 용군단 아십니까? 진짜 갓장팩입니다 부기돌이도 강추하는 짱재밋는 확팩이에요
날탈도 줍고 알렉스트라자도 타고 리치왕도 조지고 요그사론 뚝배기도 깨고 아제로스 생활이 너무 즐거웠스빈다. 3시즌은 처음으로 해당 시즌 보스도 공격대 달려서 조져봤슴다.
크으 이게 용이지 하는 그 기분에 발드라켄 평판작 졸라게 달려서 아나크로노스도 좀 재현해보고 크으으으
둘째는… 2시즌 흐름이 영 굳혀지질 않았고요.
사실, 1시즌의 이사와 대회는 원래 2시즌에서 다뤄질 내용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도 몇명은 2시즌에서 땡겨온 애들이었고 말입니다.
그래서 다른 내용을 다룰 수밖에 없었는데, 이야기가 텅 비고 끊기면서 여길 메울 내용이 영 나오질 않더라구요 으으윽흑흑
셋째. 제가 글에 흥미가 예전같질 않습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이거에요. 글을 쓰는게 처음엔 즐거웠어요. 근데 어느 순간 글을 의무감으로 쓰고 있더라구요.
가장 그게 씨게 왔던 게 조회수를 본 순간이었어요.
조회수를 1시즌 쓸 때는 전혀 신경을 안 썼는데, 2시즌 쓰다가 어느 에피소드를 개인적으로 정말 힘 빡주고 썼는데 생각한 숫자에 미치지 못했어요.
나는 글을 즐겁게 쓰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생각한 이야기를 잘 써내리고 있는가?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잘 묘사하고 있을까?
내가 생각한 파트조차 쓰고서 올린 다음에 보면 아뿔싸, 이걸 안 넣었네. 어? 이게 왜 들어갔지? 하는 파트가 한둘이 아닌데?
늦었지만, 그래도 다시 이어가보렵니다.
이 글은 어떻게든 끝내고 싶습니다. 몇년이 걸려도 2시즌, 3시즌 마치고 깔끔하게 완결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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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영 증지 맞아봤으니 다음은 토끼 뵐러 둘 중 하나를 맞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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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비슈다로 권승 뽑고 막야 적소 용연 승영 뽑아서 8000 딱뎀 턴킬하는 듀얼로그는 재미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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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뵐러같은 평범한 것보다는 역시 너를 위해 준비했어 킹튼갈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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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아갑니다. 다들 힘냅시다! | 23.12.08 00: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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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영 증지 맞아봤으니 다음은 토끼 뵐러 둘 중 하나를 맞는 것으로 | 23.12.07 22: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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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2.07 22: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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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비슈다로 권승 뽑고 막야 적소 용연 승영 뽑아서 8000 딱뎀 턴킬하는 듀얼로그는 재미 없잖아요... | 23.12.07 23: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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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땐 약속된 승리의 니비루를 | 23.12.07 23: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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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탈의 수행사제
토끼 뵐러같은 평범한 것보다는 역시 너를 위해 준비했어 킹튼갈렉터 | 23.12.08 00:17 | |
(IP보기클릭)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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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와우는 중대 문제입니다. 간만에 삼대욕구를 모두 이기는 게임을 만났습니다. 2. 결국 시즌 하나가 구멍 숭숭 뚫린 채로 시작하면 여파가 없을 수가 없네요. 3. 자신과의 싸움만큼 힘든게 없지만 그래도 잘 이겨내야죠! | 23.12.07 23: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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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다들 겪는 문제네요. 저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있거든요 흐어... 1은 전 마듀 신팩때문에 낙인류 굴리는 게 재미있고 2는 저는 아예 노선을 틀어버렸고 3은 전 의무감 같은건 딱히 없긴했지만 예전부터 걱정하던게 폭발해서 멘탈이 무너졌거든요. 그때 몸이 아프기도 했고... 글을 적긴 해야하는데 오늘내일안엔 올라올 수 있으려나 일찍 일어나야하긴하는데 | 23.12.08 00: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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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전 진지한 장편보다는 단편 개그물이 더 취향인거 같은데 이 생각을 계속하기도 했고.... | 23.12.08 00: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