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이 있다.
한 번 일어난 커다란 일은 우연일 수 있다고.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커다란 일은 반드시 세 번째가 있다고.
LT유스 최종예선. 지금까지 살아남은 금천 학생은 두 명이었다. 한 명은 E조의 최금선,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이 G조의 강남해였다.
빠아아아앙-!!
“후, 하...”
물랭레이스의 솔리드 비전이 스르르 투명해지며 연기처럼 걷혔다.
듀얼이 끝나고 남해는 G조의 남은 대진을 확인했다. 결국 조 1위 한명만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 예선.
이미 다른 7명의 경쟁자 중 5명의 탈락이 확정된 상황. 지금쯤...
“다음 상대는... 권성균...”
6명째의 탈락 확정이 정해졌고, 남해의 다음 상대 또한 결정됐다.
딱 한 번 만났을 뿐이지만 그 이름을 남해는 기억하고 있다. 올해 초, 목사님과 함께 갔던 그곳에서 만났던 듀얼리스트.
전직 프로 김윤열의 조카. 그리고 자신이 한 번 꺾었던 상대.
용연이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까, 자만하지 말라고? 그럴지도 몰라. 저번에 승부한 덱은 누가 봐도 그 애의 본래 덱이 아니었으니까.
남해는 대충 복도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덱부터 갈았다.
앞서 6명과 치룬 경기는 모조리 해황 덱. 최대한 빠르고 간결하게 승부를 낼 수 있는, 이런 예선전에 특화된 덱. 하지만 결국 차례를 받고 딱 한 자루의 장창으로 딱 한 번의 공세를 펼쳐 승부를 보는 소위 ‘원툴’ 덱.
이쯤에서는 다른 덱을 꺼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렇다 저렇다 해도, 이 상황에서 믿을 덱이라면...
‘돌고 돌아 가이저도 없고 용연도 떠난 이 덱이라니...’
결국엔 환룡GS 뿐이었다.
이미 남해는 이 덱을 들고 며칠간 두 번의 참패를 겪었다. 하지만 해황에는 이 정도의 선후공 밸런스가 없다. 사이버스에게는 이 수준의 운영 능력이 없다.
결국 남해에겐 이 덱이 지금 최선의 수다.
하지만 이길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교대표도 그렇다. 1학기 봄 교대표 당시에도 결국 이 덱을 들고 교대표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가을도 마찬가지.
띠링-! 남해의 D-패드로 알림이 도착했다. G조 예선 결승 순서를 알리는 메세지였다.
G조 예선 최종전이 있을 듀얼링으로 이동하며 남해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딱 한 발짝이다. 이 한 발짝만 잘 내디디면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다...
“후우우우우... 하.”
성균은 심호흡하던 남해를 한번 쳐다봤다.
성균 또한 남해를 기억하고 있었다. 사는 지역이 멀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직접 붙은 적은 없긴 했다. 그래도 남해가 나의주의 후계자로써 이런저런 이야기가 도는 것처럼, 자신 또한 김윤열의 후계자라며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도는 위치.
저번 패배를 갚아주고 싶었고, 그런 위치의 비슷한 또래라는 점에서 온 라이벌리도 있었고, 여러모로 성균은 속으로 승부욕을 한창 태우고 있었다.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남해는 듀얼링의 홍코너에 올랐고, 성균 또한 청코너로 올랐다. 웅웅거리며 솔리드 비전 준비를 마친 기계의 구동음이 다시 울렸다. 앞선 듀얼로 이미 달아오른 기계로 인해 공기도 후끈해졌다.
둘은 눈이 마주쳤지만 굳이 대화하진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듀얼!””
D-패드가 남해의 선제공격권을 알렸다. 서로의 D-패드에서 첫 패 다섯 장이 뽑혀나왔다.
남해는 제일 먼저 초동이 될 카드를 확인했다. 있다. 좋다.
“패에서 [상검사-막야]를 일반 소환! 그 후 패의 [광룡성-리훈]을 공개하고 상검 토큰을 필드에 특수 소환하겠어!”
체인이 없다. 막야가 통과된 것만으로 청신호가 온 셈이다. 남해는 계속해서 D-패드를 조작했다.
“레벨 4 막야를 상검 토큰에 튜닝! 영봉의 대사형, 레벨 8 [상검대사-적소]를 싱크로 소환! 막야의 효과로 덱에서 카드 한 장을 드로우한 다음 적소의 효과로 [상검군사-용연]을 패에 넣고, 리훈을 버려 특수 소환한다!”
적소가 필드에 소환된 직후, 용연 또한 카드 위에서 스으윽 소환됐다. 그리고 두 몬스터의 옆으로 얼음박쥐 하나가 포르르 날아왔다.
“이제 용연의 효과로 상검 토큰을...”
“그거로 다섯 장째 소환이지?”
남해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소환 횟수를 왜 물어본 거지?
그리고 남해의 머리 위에서 굉음과 함께 무언가 나타났다. 남해가 그 물체에게 시선을 옮긴 순간-
콰아앙-!!
[원시생명체 니비루/Lv11/3000/600]
귀가 아픈 폭음, 눈이 멀 것 같은 섬광과 함께 운석이 필드에 작렬했다. 남해가 눈을 떴을 때 남해의 필드에는 적소도 용연도 온데간데가 없었고 대신 그 운석 안에서 나온 듯한 괴생물체만 꿈틀거리고 있었다.
[원시생명체 토큰/Lv11/4000/3300]
“뭐... 뭐야...”
남해는 당황한 얼굴로 그 몬스터를 쳐다보면서 손으로 D-패드를 눌러 그 카드의 정보를 확인했다. 이곳에서 처음 보는 카드의 등장으로 놀랄 일은 작년 이후 졸업했다고 생각했건만 그건 아직 이른 모양이었다.
“카드... 한 장을 세트하고 턴 종료.”
-강남해/LP 8000/패 3장
성균은 콧잔등을 한 번 검지로 문지르고 덱에서 카드를 뽑았다. 저 덱은 초동만 어그러트려도 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덱. 지금부터가 자신의 몫이다.
“드로우. 먼저 [번개]를 발동.”
꽈릉-! 하늘에서 내리친 번개가 토큰을 불태웠다. 필드에 소환될 때의 임팩트가 무색하게 순식간에 잿가루로 변해 사라지는 그 모습에 남해는 할 말을 잃었다.
성균은 카드를 하나 더 뽑았다. 이쪽이 진짜다.
“그리고 패의 [소환사 알레이스터]를 일반 소환. 효과로 [소환마술]을 패에 넣고 발동, 적소와 알레이스터를 소재로 [소환수 메르카바]를 융합 소환.”
[소환사 알레이스터/Lv4/1000/1800]
[소환수 메르카바/Lv9/2500/2100]
“배틀! 두 장의 몬스터로 상대를 직접 공격!”
메르카바의 칼끝이 번뜩였다. 남해를 향해 광선이 두 번 쇄도했다. 남해는 어금니를 꽉 물고 한 팔로 얼굴을 가렸다.
-강남해/LP 8000 → 2500
“이제 소환마술의 효과로 알레이스터를 패로 되돌린 다음... 패에서 [제너레이드 스테이지]를 발동하고 차례를 마친다.”
성균의 등 뒤에 흰 구체들로 이뤄진 물체가 생성됐다. 그 모습은 꼭 나무 같기도 하고 지도 같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남해에겐 달갑지 않았지만.
-권성균/LP 8000/패 3장
“드로우.”
퍼미션 몬스터의 등장. 공격권이 적은 상검에게는 확실히 까다로운 상대다. 그래도 메르카바 단독이라면 뚫을 수단은 있다. 듀얼은 이제 시작이다.
“상대가 덱에서 카드를 패에 넣었으므로 [제너레이드 스테이지]의 효과 발동. 덱에서 제너레이드 몬스터를 특수 소환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성균도 비슷했다. 성균 뒤의 구체 나무가 밝은 빛을 내며 파장을 일으켰다. 성균의 필드에 불꽃이 일었다.
남해는 지금 드로우한 카드를 다시 확인했다. 마침 필요했던 그 카드다.
“패의 [하루 우라라] 효과 발동!”
“메르카바의 효과 발동, 패의 몬스터 하나를 버리고 그 효과를 무효로 한다.”
불꽃의 위에서 하루 우라라가 벚꽃잎을 뿌리며 빙글, 자리를 한바퀴 돌았다. 그런 우라라를 메르카바의 칼끝이 가리키자, 우라라의 몸에서 빠찍-!! 하는 방전이 일어나며 우라라는 그대로 추락해버렸다.
저 효과는 막지 못했지만 일단 메르카바의 효과는 뺐다. 남해는 이제 일어날 일을 기다렸다. 성균의 필드에 불꽃이 일었고 불꽃이 걷히며 그 자리에서 흰 옷을 차려입은 사제가 나타났다.
“이제 [제너레이드 섀도우 로프톨]을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하겠어. 여기에 스테이지의 두 번째 효과 격발, 내 필드를 공격 표시의 [제너레이드 토큰]으로 가득 채운다.”
“그럼, 이제 메인-”
남해의 패드에 [Main Phase]라는 글자가 떠오르자 로프톨이 한 팔을 뻗어 성균 뒤의 빛나는 나무를 가리켰다. 로프톨 옆의 토큰이 맨 위의 가장 크고 밝은 구체로 들어가자 붉게 변해서 깜빡깜빡거리며 점멸했다.
“메인 페이즈에 로프톨의 효과 발동. 토큰 하나를 릴리스하고 덱에서 [포효의 제너레이드 하르]를 특수 소환한다.”
[포효의 제너레이드 하르/Lv9/3000/3000]
왕이 호령하는 듯한 포효와 함께, 새카만 망토를 쓴 거인이 성균의 필드로 소환됐다. 특히나 후드 안의 붉은 눈동자는 하나만이 번뜩이는 모습이 꽤나 무시무시했다.
남해가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하르의 효과였다. 메르카바를 밀쳤더니 능선이 하나가 더 나왔다.
“그렇다면... 패에서 [블랙홀] 발동.”
“하르의 효과 발동, 토큰 둘을 릴리스해서 그 발동과 효과를 무효로 하고 파괴한다.”
두 토큰이 하르에게 흡수되고 하르가 삼지창을 휘둘렀다. 창에서 뻗어온 벼락이 블랙홀의 카드를 강타했고 방금 전의 토큰처럼 블랙홀 카드 또한 잿가루로 변해 파스스 흩날렸다.
강한 카드가 둘이나 허무하게 소모됐지만 그래도 퍼미션을 모두 뺐다. 세트 카드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뭔가 하나 더 나오면 어차피 게임 닫아야 한다.
“이제 패에서 두 번째 막야를 소환! 패의 [천위룡-아슈나]를 공개하고 필드에 상검 토큰을 특수 소환한다! 그리고 레벨 4 상검 토큰에 막야를 튜닝, 레벨 8 [화이트 아우라 웨일]을 싱크로 소환!”
[화이트 아우라 웨일/Lv8/2800/2000]
남해의 등 뒤에서 파도를 일으키며 백경 한 마리가 뛰어올랐다. 백경이 착수하며 일으킨 파도가 성균의 필드를 휩쓸었다. 혼자 작은 불꽃 방벽을 친 로프톨을 제외한 모든 몬스터가 전부 쓸려나갔다.
“화이트 아우라 웨일이 싱크로 소환에 성공했을 때, 상대 필드의 공격표시 몬스터를 모두 파괴할 수 있어! 여기에 막야의 효과로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한 다음 배틀!!”
-제너레이드 섀도우 로프톨/D 1500 → 2500
화이트 아우라 웨일이 발사한 물대포가 로프톨에게 명중했다. 로프톨의 작은 화염 방벽은 공격을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그 뒤의 주인에게 공격을 보내버렸다.
-권성균/LP 8000 → 7700
“턴 종료!”
-강남해/LP 2500/패 2장
“드로우. 그렇다면 패에서 다시 알레이스터를 일반 소환.”
생각 이상으로 이렇게 필드가 쉽게 걷힐 줄은 몰랐지만 성균도 아직 자신 있었다.
차근차근 자원이 떨어져가는 남해와 달리 자신은 필드도 건재하고, 알레이스터도 아직 있다.
“알레이스터로 소환마술 가져온다. 체인 있어?”
“없어.”
“그러면 소환마술을 가져온 다음... 묘지의 메르카바와 알레이스터를 융합, [소환수 아우고에이데스]를 융합 소환!”
[소환수 아우고에이데스/Lv8/2000/2800]
“아우고에이데스가 소환에 성공했을 때, 상대 필드의 몬스터 하나를 대상으로 파괴할 수 있어!”
아우고에이데스의 몸에서 광탄이 마구 빗발쳤다. 화이트 아우라 웨일은 광탄 폭격을 맞고 파도를 일으키며 물 속으로 가라앉았지만 이내 상처를 회복하며 다시 머리를 필드 위로 들어올렸다.
“화이트 아우라 웨일의 효과로 묘지의 막야를 제외하고 소생.”
“두 번은 못 하겠지! 아우고에이데스의 효과 발동, 묘지의 메르카바를 제외하고 공격력을 그 수치만큼 올린다! 아우고에이데스로 화이트 웨일을 공격!”
-소환수 아우고에이데스/A 2000 → 4500
이번에는 아우고에이데스의 몸 곳곳에서 쏘아진 광선의 창끝이 화이트 아우라 웨일을 난도질했다. 다시 화이트 아우라 웨일은 처참한 몰골로 가라앉았고, 성균의 말대로 화이트 아우라 웨일은 두 번이나 필드로 부상하진 못했다.
“소환마술의 효과로 알레이스터를 패로 되돌리고 턴 종료.”
-권성균/LP 7700/패 3장
“드로우.”
“여기서 제너레이드 스테이지의 효과가 다시 격발. 덱에서 [죽음의 제너레이드 헬]을 특수 소환한다. 메인 페이즈에는 토큰을 내 필드에 가득 채우고, 헬의 효과로 토큰 하나를 릴리스해서 하르를 부활시킨다.”
[죽음의 제너레이드 헬/Lv9/800/2800]
“또...”
이번에는 나무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구체가 어둡게 점멸했다. 그리곤 등장한 몬스터는 양손이 피부 하나 없이 뼈로만 된 창백한 여인. 여인이 지팡이로 바닥을 툭툭 두드리자 마치 저승에서 되살아나듯 하르의 몸이 바닥에 열린 홀에서부터 올라왔다.
꼭 온라인 게임의 보스 몬스터처럼 차례가 올 때마다 필드에 나타나 진로를 가로막는다. 인간적으로 이러면 보상으로 뭐라도 하나 떨어트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그때, 돌풍과 함께 갈댓잎이 성균의 필드를 뒤덮었다. 하르가 마치 덫에 걸린 짐승처럼 포효하자 하르의 머리 위에서 한바퀴 빙글, 돈 소녀는 잽싸게 자리를 피했다.
“그렇다면 사요 시구레의 효과 발동.”
“그렇게 둘 줄 알고? 토큰 두장을 릴리스하고 시구레를 무효로!”
하르는 몸에 붙은 갈댓잎을 거칠게 떼어내곤 도망치던 시구레를 향해 벼락을 쏘았다. 사요 시구레는 그 공격을 맞고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그렇다면... 패에서 [천위룡-아슈나]의 효과 발동. 아슈나를 특수 소환하겠어.”
이미 효과를 발동한 하르의 삼지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우고에이데스 또한 아슈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결국 아슈나 자체로는 억지력 하나 없는 몬스터에 불과하니까.
결국 상검의 특성상 앞으로 나올 토큰이나 권승을 요격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했겠지.
“아슈나, 아우고에이데스, 하르를 대상으로 세트 카드 발동, [상검암전]!”
쾅-!! 푸른 폭발이 아슈나, 하르, 아우고에이데스를 전부 덮어버렸다. 남은 것은 이제 효과를 다 쓴 헬과 공격 표시의 무방비한 토큰뿐. 폭발에 휩쓸려 저 멀리 날아가는 아우고에이데스의 파편을 보며 성균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패에서 [상검사-태아]를 일반 소환하고 효과 발동! 묘지의 상검암전을 제외해서 토큰을 특수 소환하고, 상검암전의 효과로 하나를 더 소환한다!”
[아다마시아 라이즈-드라가이트/Lv8/3000/2200]
[천위의 용귀신/Lv8/3000/0]
제일 먼저 용귀신이 그 주먹을 헬에게 휘둘렀다. 헬이 한방에 나가떨어지자 용귀신은 분이 덜 풀린 듯 그 옆의 토큰 또한 주먹질 한방에 산산조각냈다.
이제 필드가 완전히 비어버린 성균을 향해 드라가이트의 수정 소나기가 몰아쳤다.
-권성균/LP 7700 → 2400
“턴 종료.”
-강남해/LP 2500/패 없음
남해는 승리를 반 정도 확신했다. 반이었다.
그 듀얼에서도 다 이겼다고 생각한 순간 마지막에 발목을 붙잡혔다. 교대표 결정전도 승리를 한발짝 앞에 두고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다를까? 이번에야말로 패배를 떨쳐낼 수 있을까? 그 말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듀얼은 마지막까지 모른다. 자신도 자주 겪어본 이야기니까.
“드로우.”
성균은 콧잔등을 한 번 검지로 문지르고 카드를 드로우했다. 그러곤 드로우한 카드를 흘끔 살피고 남해의 필드를 주시했다.
그렇단 말이지, 그렇단 말이지.
용귀신이 스르륵 바닥으로 가라앉고, 용귀신의 자리로 쿵-!! 하는 폭음을 울리며 거대괴수 한 마리가 착지했다. 남해도 기억하는 몬스터. 가메시엘이었다.
“용권승을 릴리스해서 가메시엘을 소환. 그리고 패에서 소환마술을 발동.”
“드라가이트로 그 소환마술을 무효로 하겠어!”
남해는 무효로 한다고 했지만, 그 의미가 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아직도 성균은 일반 소환을 하지 않았고 패에는 알레이스터도 있다. 그렇다면...
“그럼 알레이스터를 일반 소환하고 두 번째 소환마술을 패에 넣고 발동. 네 묘지의 용연과 내 필드의 알레이스터로 레벨 7 [소환수 푸르가트리오]를 융합 소환.”
남해의 필드에 있는 카드는 가메시엘과 드라가이트 두 장. 아직 푸르가트리오의 공격력은 드라가이트에 미치지 못하지만 남해도 알레이스터는 원래 세계에 있을 때 봤던 카드라 기억하고 있다.
그 효과는...
“소환마술을 덱으로 되돌리고 패에 넣은 알레이스터의 효과 발동! 푸르가트리오의 공격력을 1000 포인트 올린다!”
-소환수 푸르가트리오/A 2300 → 3700
-“이히, 이히! 이히히히힛!!”
세 마리 악령들이 기분 나쁜 웃음소리와 함께 이리저리 춤추듯 따로 놀다가 이내 동시에 멈춰서며 드라가이트를 쳐다봤다. 새파란 옥염이 드라가이트를 집어삼켰고, 드라가이트가 순식간에 녹아내린 다음엔 드라가이트의 주윌 멤돌던 악령들은 이번엔 가메시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가메시엘 또한 세 악령의 연이은 공격에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박살나버리고 말았다.
-강남해/LP 2500 → 500
“턴 종료.”
-권성균/LP 2400/패 1장
남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직이다. 아직 진 건 아니다. 아직 드로우할 카드가 남았다.
눈을 감고 한참이나 심호흡하던 남해가 눈을 떴을 때 문득 성균의 푸르가트리오가 눈에 들어왔다. 세 몬스터의 기분 나쁘고 혼란스러운 몸짓이 꼭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뽑을 수 있겠어?
이길 수 있겠어?
두 번이나 미끄러졌잖아, 세 번이라고 아닐 거 같아?
남해는 도로 눈을 질끈 감고 덱에서 카드를 뽑았다.
“드로우!”
드로우한 카드는 [욕망과 탐욕의 항아리]였다. 아직이다. 아직 라이프가 남았다. 카드도 있다.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패에서 몬스터 효과 발동.”
남해의 허리로 무언가 세게 날아와 꽂혔다.
금빛 창이었다.
“[아티팩트-롱기누스]의 효과로, 이번 턴 너는 카드를 제외할 수 없어.”
남해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손에 들린 카드를 하염없이 쳐다봤다. 쓸 수 없는 카드라는 걸 아는데도 도저히 미련이 사라지지 않았다. 패드는 카드를 인식하지 않았다. 사용할 수 없는 카드였으니 당연한 일.
넋이 나간 사람처럼 카드를 자꾸 D-패드에 대던 남해의 손에서 카드가 떨어졌다. 카드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남해의 손도 패드의 화면을 덮었다.
-[Surrender]
남해의 D-패드에 떠오른 메시지였다.
빠아아아아앙-!! 승부 종료를 알리는 버저음과 함께 성균도 그제야 긴장이 풀려, 무릎에 손을 얹고 몸을 숙였다.
남해는 링을 내려와 대기실로 도망치듯 달려갔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가 코너에서 나와 옆으로 스치듯 지나간 사람을 본 순간 정신이 확 돌아왔다.
급하게 그 사람을 붙들기 위해 달려갔지만... 미아는 온데간데가 없었다. 미아를 더 쫓는 대신 남해가 찾아간 곳은 대진표가 걸려있는 1층 로비였다.
그리고 I조 본선 진출자 목록에 분명히 미아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남해야! 나 본선 진출인데 너는...”
뒤에서 나타난 금선의 목소리도 남해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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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남해는 초동에 뵐러-포영-토끼-증지-니비루를 모두 맞아봤습니다.
이야 완전 타노스네요 패트랩 스톤을 다 모아 승률을 절반만 남긴다니.
네, 그리고 설마설마한 바닥까지 내리꽂는 3연패입니다.
남해는 소중한 것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자부심은 산산이 조각났습니다. 가진 기회는 모조리 연기처럼 사라졌고 흔히 널린 범부로 주저앉았습니다.
전부 다 일어나고 만 겁니다.
이제 어떻게 되냐구요? 21화에 공개됩니다!
제일 중요한 사실. 21화는 2월 6일 투고 예정입니다. 더 일찍 투고할 수도 있고요.
21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들 좋은 설 되세요.
(IP보기클릭)121.149.***.***
이제 이러다 기어이 한 번 죽어서 바닥찍고 그러다 나중에 되살아나긴 하는데 '듀얼리스트'라는 정체성 이외에는 인연도 추억도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는 그런 거군요 왜 있잖아요 칠전팔기하는 애를 만들어서 여덟번이고 아홉번이고 죽이라던가 뭐 그런거요
(IP보기클릭)121.173.***.***
곤란한 상황에 내기 적당한 테마군인건 맞죠 적절히 필드도 컨트롤하고 상대하기 싫은 몬스터도 가볍게 치울 수 있고...
(IP보기클릭)119.67.***.***
화이트 아우라 웨일/A 2800 → 1800 이 부분 이거 로프톨 효과면 로프톨 공/수가 오르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중간에 상검 토큰이 천위 토큰으로 오타난 것 같습니다...!
(IP보기클릭)121.149.***.***
그림자의 제너레이드와 헷갈린 것 같습니다(그림자 쪽이 공수 1000을 까는 효과)
(IP보기클릭)121.149.***.***
이제 이러다 기어이 한 번 죽어서 바닥찍고 그러다 나중에 되살아나긴 하는데 '듀얼리스트'라는 정체성 이외에는 인연도 추억도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는 그런 거군요 왜 있잖아요 칠전팔기하는 애를 만들어서 여덟번이고 아홉번이고 죽이라던가 뭐 그런거요
(IP보기클릭)121.173.***.***
죽... 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 만화는 아직 유희왕을 추구합니다. 아니 유희왕을 추구하면 죽는게 맞나 | 24.02.04 19:59 | |
(IP보기클릭)121.149.***.***
| 24.02.04 20:55 | |
(IP보기클릭)58.143.***.***
(IP보기클릭)58.143.***.***
두번이나 져놓고 세번째에서 털리는 것은 분명 그것이겠지요 두번이나 져놓고 세번째에서 털리는 것은 분명 그것이겠지요 | 24.02.04 20:00 | |
(IP보기클릭)121.173.***.***
곤란한 상황에 내기 적당한 테마군인건 맞죠 적절히 필드도 컨트롤하고 상대하기 싫은 몬스터도 가볍게 치울 수 있고... | 24.02.04 20:00 | |
(IP보기클릭)1.238.***.***
(IP보기클릭)121.149.***.***
현실은 그저 공사 다 망한 남해 | 24.02.04 21:37 | |
(IP보기클릭)119.67.***.***
화이트 아우라 웨일/A 2800 → 1800 이 부분 이거 로프톨 효과면 로프톨 공/수가 오르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중간에 상검 토큰이 천위 토큰으로 오타난 것 같습니다...!
(IP보기클릭)121.149.***.***
플라스마단 조무래기
그림자의 제너레이드와 헷갈린 것 같습니다(그림자 쪽이 공수 1000을 까는 효과) | 24.02.05 00:36 | |
(IP보기클릭)121.173.***.***
지적 감사합니다. 로그 오류 고친줄 알았더니 아직도 남아있었네요 | 24.02.05 10: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