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한 주였다. 정확히는, 서문유진의 입학일 이래로 딱히 바뀐 것은 없을 그저 그런 나날이었다.
주말이 언제 오나 하고 넘겨왔을 평일의 일상조차도, 생각해보면 나름 즐거운 일은 있었다고 되짚게 되는 순간.
그 바뀌지 않은 일상을 유진은 새롭게 받아들이며 누릴 수가 있다.
온라인 대전으로 밤을 새느라 다음 날 등교 시간내내 정신없이 뛰어도, 체육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각종 구기 종목을 몇 판씩 뛰어도, 몸은 전보다 크게 지치는 일이 없었다.
수업도 전보다는 집중이 잘 되는 것도 같다. 차라리 잠이라도 들어버리고 싶은 순간이었지만.
그 정도로 지금의 유진은 전보다 더 기운이 남아돌고 있었다.
이런 일이 다 디젠이 흡수해 온 에너지 덕분이라 생각하면 매우 꺼림칙한 일이지만, 그 에너지를 공급해오는 디젠을 유진은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받아들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하다못해 이런 기운을 얻겠다고 어둠의 듀얼을 자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은 모처럼 나눈 약속을 배신하는 셈이니까.
그런 것 없어도 어차피 이런 일상은 변함없이 지낼 수 있다. 듀얼리스트의 길에도 이런 것 따윈 굳이 필요없다. 언제 고갈되더라도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순간 이 힘에 허덕이게 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가 없다.
점심 시간이 끝나갈 무렵, 유진은 교실로 돌아오자 마자 가져온 덱으로 또다시 타다노 세이토와 테이블 듀얼을 펼치고 있었다.
이번엔 타다노가 직접 들고나온 덱과 승부를 겨룬다.
"'에어로그린'으로 세트한 카드를 바운스. 그리고 '에어로그린'의 링크 앞에 '신수의 파라디온'을 특수 소환. 둘을 소재로 '유니콘'을 링크 소환. '유니콘'의 효과로 이것도 바운스."
"앗."
"'유니콘'하고 '링크 스파이더'를 소재로 '아스트람'을 링크 소환. 그럼 배틀."
"아아……."
턴을 받는대로 역공에 들어갈 생각이었는지, 패를 들고서 기대에 찬 눈치를 보이던 타다노가 탄식을 내뱉는다.
이번에도 운이 걸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어렵지 않게 이겼다.
"밤새 듀얼했다더만, 트레이닝 빡세게 했나 보네."
"뭐, 그렇지."
틀린 추론은 아니기에 유진은 긍정하고 본다.
"난 언제 대회 문턱이라도 찾아가 보냐. 뭔 수로 실력 쌓았는지 알아도 돼?"
"목숨 걸고 하면 돼."
유진은 말 그대로의 의미로서 대답한다.
"목숨씩이나 걸어?"
"그럴 일이 있으면. 근데 추천은 안 해."
"그래?"
"응, 사람이 할 게 못 되더라."
"으음, 그럼 다른 수는?"
"센 카드를 구하면 되지."
"역시 돈 문제냐, 에휴."
타다노가 또다시 탄식한다.
덱의 강화에 크게 공헌한 많고 많은 카드들이, 사실은 돈 말고 다른 수단으로 구한 것이라는 것을 털어놓아도 될까. 유진은 잠시 생각한다.
그렇게 구한 센 카드들이라고 해도, 아직까지 제대로 써보일 기회는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이번에 간단히 치른 듀얼만 해도 거의 원래 가지고 있던 카드들만으로 승부를 본 것이니까.
앞으로 마땅한 대회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요 며칠 간 어둠의 듀얼이 치뤄진 적도 없다.
아쉬워할 것 없이 그 동안 손에 익는대로 차근차근 써보면 되는 일이다.
또한, 어차피 그의 덱에 중심이 될 카드들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으니까.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걔네는 어디서 구한 거야?"
"아빠 선물."
"아ー…, 알았어. 어쨌든 잘 됐네. 걔네 이제 쉽게 꺼내게 됐잖아."
"그런가?"
"이렇게 보니까 그럭저럭 센 것 같기도 하고."
"드디어 내가 얘네를 컨트롤할 역량이 됐다 이거지."
유진은 한결 뿌듯한 마음으로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필드에 있던 카드를 집어든다. 그리고 방금 타다노가 가리켰던 카드에 잠시 눈길을 주었다.
'ET레인저'. 이 카드를 드디어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딱히 그 전후로 이상한 느낌은 없었다.
그 때처럼 이상한 전율이 찾아오는 일도, 목소리가 들려오는 일도 없다. 마치 그 순간은 순수한 환각에 불과했다는 듯이. 그 사건조차 기분나쁜 꿈이었을 뿐이라는 듯이.
하지만 카드는 이렇게 현실에 남아있기에, 결코 꿈이라고 넘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 유진은 잊지 않는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불안을.
'코스모화이트'의 발언을 사실이라고 친다면, 'ET레인저'는 그런 불안한 일을 위해 준비된 것이니까.
그의 아버지는 그 사태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럼 시간 남았으니까…, 사이드 교체하고 한 판 더?"
"콜."
물론 그런 카드라도 평범한 듀얼에 쓰지 않을 이유는 없으리라.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는 듀얼의 즐거움을, 오늘도 유진은 마음의 평온과 함께 체감한다.
어김없이 울리는 수업 종은 그런 즐거움을 오래 누릴 시간을 주지 않았다.
딱히 수업이 일찍 끝나는 일정은 없었지만, 다음 시험 기간을 맞이해야된다는 부담감이 슬슬 찾아오고 있었지만, 교문을 나서는 유진의 발걸음은 한 결 홀가분해져 있었다.
다음날이 다름아닌 주말이니까. 즉, 주말을 맞이하기 직전인 이 순간이야말로 자유 중의 자유의 시간.
이제부터가 인생의 시작이구나 하는 느낌이 몸에 조금이나마 생기를 불어넣는 느낌이었다. 이 감각은 힘이 들어온 뒤로도 여전한 모양이다.
하교 시간의 학교 앞 거리는 늘 시끌벅적하다.
노래방이든 게임 센터든 하루 몫의 학업을 마친 이들에게는 유흥을 충족시킬 곳이 필요한 법.
무심히 지나치는 풍경은 여전히 활기를 북돋워주고 있었다.
'매장 가본지 얼마나 됐더라. 아, 한 주 조금 넘었던가.'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을 거치고서, 여전히 서문유진에게는 그 전의 과거가 더더욱 전의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 정도로 잊기 힘든 일이 무더기로 있었다는 뜻이리라.
평소에도 하루하루의 스케줄이 주어진 그였지만, 며칠의 시차를 경험한 것만으로 살짝 시간 감각이 뒤틀린 듯한 느낌이었다.
한동안 잠깐 거리로 나오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그였으나, 이내 슬슬 깨달은 것이 있었다.
적어도 이 곳 큐브 시에서는 위험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을.
재버워키가 개최한 배틀 시티 짝퉁에 참가한 어둠의 듀얼리스트들이 더 빠르게 서로를 해치워 나간 끝에, 어둠의 듀얼리스트라는 족속은 그만큼 더 빠르게 사라졌을 것이다.
아예 나오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어도, 확연히 줄었을 것이라는 확신은 가능했다. 또 어느 새에 그런 인간들이 늘어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동안만큼은 한 결 평온해진 일상을 즐겨도 되는 것이리라.
지극히 안일한 생각이었지만, 유노와 리퍼의 보호 외에는 마땅한 대책을 여전히 떠올리지 못한 입장으로서 그 정도의 생각이 고작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꾸준히 덱 점검이라도 해놓을 수밖에.
'그러고 보니, 요새 걔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한 편, 어느 샌가 자신을 졸졸 따라다닐 기세였던 유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엄밀히는, 여전히 교내에서 드문드문 마주치기는 하지만 기껏해야 짧게 인사나 보내는 선에서 끝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본인 일 때문에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할 수는 없다고 했으니 바쁜 일이라도 있는 모양이겠지.
일단 메신저 주소를 교환해두기는 했지만 무사 확인 이외의 용도로 연락을 보낸 적은 없다. 애초에 그것말고 무슨 메시지를 보낼지부터가 떠오르지를 않는다.
그 정도로 그녀와의 거리가 남아있다는 뜻이리라.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런 그녀의 보호가 필요없을 정도로 지금은 안전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잘 지내겠지, 뭐.'
허전한 듯, 혹은 홀가분한 듯한 마음으로 유진은 저녁거리를 마련하러 돌아간다.
집에 도착한 후, 여느 때처럼 사온 도시락을 뜯기 전에 유진은 D-패드를 킨다.
주기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절차에 들어갈 차례였다.
"유진이?"
"어, 엄마. 나야."
"집 왔어?"
"방금 막. 지금 밥 차리려고."
"또 편의점 갔겠지. 차릴 게 뭐 있다고…."
"끼니만 제 때 챙기면 됐지, 뭐."
"기껏 반찬 해놓고 간 거 또 쉬어서 버리는 일만 있어 봐."
"안 남겨, 걱정 마."
적당히 넘어가던 식생활을 얼버무리면서 유진은 냉장고를 슬쩍 곁눈질한다. 조만간 상태를 살펴볼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불안을 품었다.
"근데 엄마 언제 와?"
"글쎄…. 또 일정이 잡히냐 마냐에 달려서."
"아직도 안 끝나? 울 엄마 집에도 못 돌아오고 어떡해."
"혼자 지낸다고 신이 났어, 아주. 시험 준비 하고는 있니?"
"그럼, 학생인데."
학교를 빠지지 않고 나온 것만으로 학생의 본분은 다 하고 있다. 성적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런 학생이 혼자 지내려면 여유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생활비만 좀 더 보태주시면."
"절약하세요, 절, 약. 카드 사는 데 쓰는 거 누가 모를줄 알아?"
"아니, 그것도 장래에 관한 투자인데…."
"학교에서 기회 비용이라는 거 안 가르쳐주니?"
"아, 째째하게. 호텔 좋은 데 잡았을 거면서."
"엄마는 일을 해야지."
이것이 집안 경제를 책임지는 자의 특권이란 것인가.
그래도 먼 데 가서 고생하는 처지라는 것은 유진도 알고 있었기에 부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몇 마디 주고받고서야 드디어 전화가 끊긴다.
이전까지와는 비할 수도 없는 일이 있었음에도, 그 뒤로 나누는 연락은 이전과 별 다를 것이 없다. 통화 내내 그런 일에 관한 언급을 유진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설명할 수 있을리가 없다.
대회라고 할 수도 없는 그런 게임에 나갔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승했다는 사실을.
이 자리에 그걸 증명해줄 수 있는 자는 없는 것이다.
곧이 곧대로 설명하면 무슨 반응이 돌아올까. 생활에 또 어떤 지장이 생길까.
멍청한 선택일지 몰라도, 그런 걸 감수할 각오가 유진에게는 여전히 없다.
그러니 아직은 단 둘, 어쩌면 셋만이 알고있는 비밀로 유지해 두는 수밖에 없었다.
전기 밥솥 뚜껑을 열어 본다. 아직 찬밥이 한 주먹 정도 남아있으니 아침 때 챙겨먹으면 그만. 그 때까지는 다행히도 새로 밥을 할 필요는 없다.
그 다음은 어김없이 아린에게 메신저로 연락을 보낼 차례였다.
-eugeneS: 집?
-Arin: ㅇㅇ
-Arin: 방금 막 왔어
귀찮아할지 모르니 최대한 간결하게.
연락할 때마다 정말로 그녀가 맞을지 의심을 떨칠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하고 유진은 아쉬움을 느낀다.
-eugeneS: 저녁은?
-Arin: 차려야지
-Arin: 너도 직접 차리지
-eugeneS: 그러고 있어
곧 있으면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탁자에 차릴 예정이니 이번에도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
-eugeneS: 벌써 졸립거나 하진 않냐
-Arin: 안 졸려
-Arin: 그리고 슬슬 시험인데
-Arin: 잠 아껴서라도 대비는 해야지
'윽…….'
유진의 마음이 다른 의미로 불편해진다. 저번 시험도 죽을 쒀놨지만 듀얼 대회를 핑계로 어찌저찌 무마라도 됐던 것인데, 그 이하의 성적을 내버린다면 어떤 소리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용돈이 끊기지는 않을지 고민해야 될지도 모르는 지경이기에, 역시 이러는 동안에도 공부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Arin: 그래도 그 전에
-Arin: 잠깐의 여유는 있으니까
-Arin: 마침 주말이고
-Arin: 매장 같이 갈래?
유진의 귀, 아니, 눈이 솔깃해지는 메시지가 돌아온다.
-eugeneS: 그래도 돼?
-Arin: ㅇㅇ
-Arin: 덱 좀 새로 맞추게
-eugeneS: 언제?
-Arin: 내일 바로 가자
-eugeneS: ㅇㅋ
듀얼에 다시 입문한다는 결심이 끊기지 않은 것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어둠의 듀얼만 아니라면야 함께 듀얼을 할 사람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Arin: 근데 지갑 사정 괜찮아?
-Arin: 저번에 또 지르지 않았어?
-eugeneS: 노 프로그램
-Arin: 프로블럼
-eugeneS: 어쨌든
자고로 의식주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한다면 듀얼리스트로서의 삶은 조금이나마 더 윤택해질 수 있다.
그런 논리로 자신을 설득하며 아린의 제안을 적극 찬성하는 유진이었다.
문득 매장에서의 인연으로 유노와 처음 말을 트기 시작했다는 것을 떠올린다. 내일 거기서 또 마주칠 수 있을까.
잘하면 아린과 유노가 서로 듀얼하는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떠오른 김에 유진은 이어서 유노에게 메신저를 보내본다.
-eugeneS: 별일 없냐
-Juno: 바빠
-Juno: 내일은 더
어김없이 간결한 대답이 돌아온다.
어쨌든 유진의 추론은 사실인 모양이었기에 고생이 많구나,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래서야 기대를 품을 수는 없겠지.
이윽고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한다.
확인해 보니 그의 어머니가 통장에 또다시 입금을 해준 것이었다. 호텔 1박 정도는 할 수 있을 법한 금액이니 생활비라 하기에 모자람은 없다.
자기가 졸랐다지만, 어디에 쓰일지 뻔히 알고 있을 텐데도 용돈을 더 보태준 것에 유진은 일종의 왠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물론 보내준 것은 고맙게 쓰기로 했다.
"자, 그럼…."
조촐한 저녁을 마친 후 유진은 문제집을 펼친다. 접어놓은 페이지 뒤를 들춰서 공식을 다시 훑어보고서야 문제라는 것을 풀어볼 수가 있었다.
정신은 여전히 쓸데없이 멀쩡했기에 흰 종이에 검은 글씨를 덧씌워나가는 동안에도 바로 잠에 들지는 못했다.
◈
"야, 깡통!"
주말 아침부터 한창 외출 준비 중이던 캔필드를 시건방진 말투가 불러세운다.
그가 고개를 돌리니 아지트의 식객으로 자리잡은 여자의 모습이 있었다.
얼굴이나 체구나 꼬마 소리를 듣기 충분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몸의 맵시, 특히 상체의 굴곡 만큼은 어느 정도 성장한 나잇대임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후줄근한 옷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머리도 풀어헤친 모습은 영락없이 집에서 뛰노는 건방진 꼬맹이 그 자체다. 친동생이 있었다면 딱 저런 느낌이었을까.
어엿하게 부를 만한 이름을 알려줬음에도 호칭은 매번 저런 식이었기에, 캔필드 역시 반쯤 포기한 심정이었다.
저런 여자라도 처음에는 잠깐이나마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환영했던 것을 캔필드는 떠올렸다. 편하게 있으라고 함부로 말한 대가를 계속해서 치르고 있는 참이다.
역시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을 겉만 봐서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음을 깨닫는다.
"또 어딜 나가?"
"기분 전환."
"저번에도 나갔잖아? 그냥 문 잠그고 알아서 해결하지?"
"그런 저속한 목적이 아니거든. 이건 외부 사회와의 교류도 겸하는 거야."
"교류?"
"그래. 내 전문이잖아."
여자 쪽은 절로 코웃음이 나온다.
"말은 잘하네. 네가 가는 데가 거기서 거기인 거 누가 몰라?"
"왜 그래? 거기도 새로운 만남이라는 게 있어. 그런 게 여태까지 쌓아놓은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거든."
여자는 그가 챙기던 빈 가방들을 살펴보았다. 어차피 저런 걸 들고나가는 시점에서 목적이야 뻔할 뻔자였거늘.
"진짜 중요한 교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할려나 모르겠네."
"'진짜' 중요한 교류야 많지. 당신이 여기 있는 이유도 그 중 하나일 거고."
퍽이나, 라고 여자는 속으로 쏘아붙인다.
"그래? 네가 말했잖아. 어떤 놈인지 확인했다고. 남은 건 걔 정체하고 동선 파악해놓는 거라며? 금방이라고 하지 않았나?"
"얼마 안 지났잖아. 그리고, 나같은 사람이라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뚝딱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흐음. 그렇겠네. 적어도 핑계나 대고 쳐 놀러나갈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데."
"놀러나간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네."
가볍게 한숨. 그것은 머릿속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 열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것을 유념하고서 조금조금씩 열을 빼내는 선택을 해왔던 그였다.
"잘 들어. 시대가 정보화 사회니 뭐니 해도, 결국 정보라는 걸 차지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수단은 발이야. 눈과 귀를 옮겨줄 발이라는 게 필요하다니까. 나가서 체험하는 건 앉아서 기록을 접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거지.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런 놈이 여태까지 틀어박혀 있었냐, 라고 여자는 속으로 디스했다.
"그러니까 그 놈도 직접 제 발로 돌아다니는 거지. 원하는 건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법이니까. 뭐, 당신이야 그게 안 되니까 여기 온 거겠고?"
따가운 시선이 교차한다.
"…그래, 너네 잘났다. 역시 그 놈을 찾아갔어야 됐는데."
"후회할걸? 이번에 그 놈 혼자 돌아왔다고 말 안 했던가?"
당장 쏟아내고 싶은 화가 목 너머까지 치밀어오르지만 억누른다.
"잊지 마. 내가 왜 여기 와있는지. 왜 당신을 믿고 기다리는 건지."
"나도 잊은 건 아니니까, 당신도 잊지 말았으면 해. 원하는 걸 이뤄줄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올바른 태도가 뭔지."
"……"
대꾸도 못하고 억울한 듯 노려보기만 하는 꼬라지 역시 꼬맹이다.
캔필드는 한숨을 팍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서로 기분 더럽히지 말자. 웃는 얼굴로 대하자고."
현관문을 살포시 닫고 나간다.
바깥의 환한 햇살이 불쾌하게 눈을 자극해왔기에 저절로 눈이 찌푸려진다.
초장부터 망쳐버린 기분에 구겨진 인상을,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과정에서 겨우내 펴낸다.
부디 이번 일과가 제대로 된 기분 전환이 되어주기를.
◇
토요일 오전부터, 시내 매장이 위치한 건물 앞에서 유진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한 두번 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갑자기 멈춰 선 것이 의아한 아린이 옆에서 묻는다.
소매가 손바닥까지 내려오는 셔츠에 멜빵바지. 오늘 그녀가 입고 나온 인상착의에서 굳이 유진의 눈에 띄는 것을 꼽자면 그러했다.
익숙한 차림새라 잊을 뻔 했지만, 저번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패션이었기에 그제서야 유진은 떠올렸다. 자신과 함께 나갈 때라고는 해도, 그녀는 외출 때마다 옷차림에 신경을 쓴다는 것을.
편한 느낌으로 나온 것이니 역시 편한 느낌으로 고른 패션이리라.
평소에 비하면 제법 캐주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진짜 '캐주얼'하게 입고 나온 유진과 비교하면 여전히 꾸밀 것은 꾸민 셈이었다.
편의점에 들를 때보다야 나름 챙겨입고 나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비교가 되니 유진은 어쩐지 쑥쓰러워진다.
시선을 피하듯 유진은 매장 건물로 시선을 되돌리며 대답했다.
"그거야 그런데, 최근에 들어온 신 카드 성능이 말도 안 된다는 소식을 들었단 말이지."
"최근?"
"응, 근데 그럴 만한 걸 아직 못 뽑았어."
그렇게 대답하는 유진도 좋은 카드야 구하기는 많이 구했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성능을 가진 카드가 나온 것은 아니다.
도펠코프라는 인물이 써보인 카드들의 성능에 일일이 경악하던 것을 기억한다.
그 중에서도 '비스테드'라는 카드들은 분명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테마였을 터. 그 자체만으로도 전력이 되어줄 수 있는 카드들이 간단히 튀어나오는 것도 모자라 상대의 전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은 유진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재버워키도 같은 카드를 써보였기에 그 편린을 유진은 체감할 수 있었다. 그의 덱이 빛이나 어둠 속성 비중이 높지 않았기에 그나마 타격이 적었다는 것이 다행이었을까.
도펠코프가 남긴 카드는 어쩌다 보니 유노와 나눠 갖기는 했지만, 더 필요한 카드를 얻기 위해서라면 유진은 역시 새로 뽑을 필요가 있었다.
한 편, 그 상대였던 리퍼의 카드들 역시 처음 보는 카드들이 많았던 것을 떠올린다.
유노에게 직접 들은 바, 그것은 'ET레인저'처럼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특수한 레어 카드들이라고 했다. 그런 카드를 두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에 그녀는 카드를 사러 매장에 왔겠지.
그러니, 마찬가지로 둘도 없을 레어 카드를 가진 자신 역시 카드는 더 필요하다. 쓰던 안 쓰던 많을 수록 좋다.
견문을 더 넓혀야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중요한 듀얼의 승패 역시 좌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역시 이렇게 매장에 들락날락 거리는 것이라고 틀린 선택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면 누가 더 좋은 거 뽑는지 내기할래?"
"솔직히 자신은 없는데…."
"혹시 몰라. 그럼 저녁 내기로 갈까? 좋은 거 뽑은 쪽이 사주는 걸로."
"차라리 그게 합리적이긴 하네."
한숨을 내쉬고 마음을 다진 겸, 그는 아린을 데리고 입구로 들어갔다.
팩 뜯기냐, 자판기냐, 아니면 직구냐.
매장에 들어서자 유진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이번에도 그러했다.
"자판기는 저번에도 뽑았으니까, 이번엔 팩으로 갈까."
결정을 내린 유진은 제품 진열대로 향한다.
저번에 갔을 때만 해도 없었던 제품이 그새 새로 들어와 있었다.
'요거구만. 어디…….'
가장 새로운 시리즈를 발견하고는 어떤 팩을 고를지부터 고민에 들어간다.
수단이 어떻든 카드를 뽑는 순간은 두근대지 않을 수가 없다.
설레임 반, 불안 반.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용돈을 투자하는 일에 대한 심정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전에 특정 팩을 고르면 높은 확률로 레어 카드를 뽑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돈 적이 있었다.
일반 카드와 레어 카드를 완전 동일하게 봉합할 수는 없기에 처리 과정에서 티가 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령 한 통 안에 특정 순서에 자리잡은 팩이라거나, 뜯는 부분의 표식에 차이가 있다거나, 봉합면이 조금 더 부풀어있다거나 하는 등의 구별 방법이라는 것이 입소문, 또는 온라인 루머로 돌아다녔다.
그걸 믿고 따라 본 적이 있는 유진이었지만 결과는 그냥 막 뽑았을 때와 별 차이가 없었기에, 어차피 소문은 소문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따를 뿐이었다.
결국 고민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며 팩이 든 통 하나를 통째로 집어들었다.
"저번에 질렀다더니 또 통 뜯기야?"
"낱개 팩으로 뜯어도 결국은 통 단위로 사게 돼있더라고. 이번엔 딱 이걸로 참아야지."
"그럼 다른 팩은 못 사잖아?"
"그런 식으로 유혹하지 마. 기껏 인내를 발휘하고 있는데."
"평소에도 카드 안 나왔다고 우는 소리 내더니."
어차피 통 하나에 최고 레어 카드가 최소 1장 이상은 들어가게 되어 있기에 유진은 나름대로 안전빵을 선택한 것이다. 레어 카드를 뽑았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활용도를 가지고 있을지는 또 별개의 이야기었지만.
"으음, 그럼…. 나도 통으로 뜯어볼까."
아린이 아직도 고민에 들어가는 사이 유진 역시 지금이라도 바꿔둘지 고민에 편승해본다.
계산이 끝나고 또다시 한숨. 이제 하나하나 확인에 들어갈 차례다.
유진은 빈 테이블 하나를 잡아 팩을 차례대로 뜯기 시작한다.
'첫번째는…, 으음…, 뭐 첫번째니까. 다음은….'
팩을 뜯다 보면 대부분은 기대한 만큼의 결과가 나와주지 않는 법이다.
그렇게 자신을 설득하면서 다음 팩, 또 다음 팩을 뜯어나간다.
슬슬 본 카드가 또 보이는 것을 확인하면서, 방금 전까지 무를 수도 있었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려는 찰나였다.
빛깔부터 다른 낯선 카드의 모습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이건…, 와, 뭐야?'
새로 뽑혀나온 카드들의 성능을 확인한 유진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소문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1장만으로도 제몫을 하는데, 거기서 다른 카드들이 활약할 견제 역할까지 해내는 강력한 카드들이었다.
그냥 내지른 선택이 당첨을 부른 것이다.
한 순간 소리를 칠 뻔한 것을 참으며 카드의 성능을 다시금 확인한다. 역시 써있는 대로 해석하면 되는 모양이다.
즉, 의심할 여지 없이 좋은 카드다.
'그래, 이거지! 이런 게 나와야지! 더 빨리 뜯어봤으면 좋았을걸.'
이런 카드가 ABC 전에 뽑혔더라면, 그 목숨을 건 듀얼들도 한 결 더 수월해졌을까.
유진은 바로 그런 생각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재버워키가 게임 참여를 권유한 시점을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런 카드를 쥐고서 들여보낼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도 뒤따랐다.
어찌 됐든 지금 이 자리의 수확은 기뻐해도 되는 것이 맞으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제의 카드는 딱 한 장씩밖에 나와주지 않았다. 건진 것만으로도 충분한 행운이겠지만 막상 더 없다는 것은 아쉬움을 줄 수밖에 없었다.
'안 돼, 참아 참아. 이 정도면 언제 금지 먹어도 이상할 게 없잖아.'
일단 당장 투입해도 모자랄 것 없는 성능인 것은 사실. 빠르게 카드를 간추리고는 가지고 나온 덱과 함께 조율해서 D-패드의 새 덱 리스트에 등록한다.
어차피 어둠의 듀얼에서는 의미없는 기능이라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은 듀얼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듀얼에 온 정신을 임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찾아와줄까. 다시 비관적으로 돌아가려는 사고를 붙잡고는, 순수히 카드를 얻은 기쁨으로 돌아오기로 한다.
그런 기분을, 어떤 기척이 갑자기 건드린다.
그 방향으로 힐끗 주변을 돌아보니, 인상이 유달리 눈에 띄는 사람 한 명이 테이블에 앉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막대사탕마냥 염색한 머리에 산뜻한 배색의 차림새 등, 이런 자리에서는 척 봐도 눈길을 끄는 화려한 남성이었다. 턱선도 갸름한 것이 대충 봐도 평균 이상이 되는 용모인 것이 짐작은 간다.
아이돌일까, 스트리머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유진의 기억에는 없는 인물이다.
그런 남성이 어딘가 심란한 표정으로 카드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분명 낯선 사람이거늘 뭔가 낯익은 상황. 유진은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 상황과 비교했을 때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라면, 남성이 훑어보고 있는 카드들 중에서는 충분히 쓸만한 성능을 가진 카드들이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남성은 확인을 마친 카드들을 3종류로 분류하고 있었다. 하나는 일반적인 레어 카드나 준수한 성능의 카드들. 또 하나는 그렇지 못해보이는 카드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미형으로 디자인된 여성 캐릭터가 그려져있는 카드들.
'설마… 아이돌 카드?'
레어도나 실용성과는 관계없이 단순 수집을 위한 카드. 그 중에서도 현실의 팬들이 아이돌에게 마음을 쏟듯이, 굳이 듀얼에 쓰지 않더라도 아끼고 애정을 베풀기 위한 것들.
그것은 듀얼리스트들 사이에서 '아이돌 카드'라는 표현으로 불리고 있다.
딱히 이상하게 쳐다볼 것까지는 아니다. 이쁜 카드라면야 모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유진도 들고 있으니까.
더구나 어떤 사람이 관심을 갖던 남한테 떠들고 다니지는 않는 이상 남이 상관할 바는 아닐 터. 중요한 건 자기가 뭘 뽑았느냐다.
계속 쳐다보는 것은 실례일 테니 그 이상 시선을 주지는 않기로 한다.
뽑을 건 다 뽑았으니 유진은 슬슬 자리를 나왔다.
어느새 기척이 날아간 것인지, 혹은 냄새가 익숙해진 탓인지, 더이상의 별다른 위화감은 없다. 기분 탓이었을까.
◇
"이거 봐, 이거 봐! 이것도 새로 나온 테마 맞지?"
"잘 됐네."
카드를 뽑고 나온 아린은 방방 날뛸 기세로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곧 주변의 시선이 날아들고서야 그녀는 바로 움츠러들 듯 진정했다.
그녀가 뽑은 것은 딱 본인 취향에 딱 걸맞을 법한 귀여운 마스코트가 메인인 테마 카드. 그것도 성능 역시 만만찮다고 소문이 돌고 있는 카드들을 구한 것이다.
"그러니까, 서로 원하는 레어 카드를 뽑았다는 뜻이 되는데…."
"그러네?"
"그럼, 음…, 무승부… 로 해야겠지?"
지금 뜯은 카드들로 덱을 짜서 승부를 한다고 해도 무승부일까. 말을 꺼낸 유진 본인이 생각해본다.
저번에 듀얼로 복귀한 아린에게 패배한 입장으로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럼 누가 밥 사줘?"
"더치 페이 가야지. 또 피자라도 사갈까?"
"에~? 외식으로 가고 싶었는데."
"그럼 먹고 가면 되겠네. 그게 외식이지."
"나 한 판 해치울 자신 없는데. 그리고 한 판을 둘이 먹기는 모자랄 것 아냐."
"사이드 메뉴 시키면 되지. 아니면 버거월드는?"
"저번에 갔어."
그 순간 밝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기다렸다뿅!"
특이한 말투에 무심코 유진과 아린은 고개를 돌렸다.
"모두모두 주인님 여러분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신다뿅."
핑크빛 가발을 뒤집어 쓰고 요란하게 어레인지된 메이드복을 차려입은 여성이 전단지를 돌리며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땡그랗게 뜬 눈이 자아내는 밝은 미소, 그리고 여전히 특이한 말투는 유진에게 부담을 팍팍 안긴다.
이런 낯선 사람이 이러는 이유를 유진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근처의 메이드 카페에서 파견을 보낸 아르바이트생들의 호객 행위가 한창인 모양이었다.
부끄러움 따위 무릅쓰고서 주어진 캐릭터에 이입하는 모습은 근면하다 못해 대견할 따름이지만, 유진에게 박힌 인상은 결국 매장 가는 길에 가끔씩 지나치게 되어있는 요란스런 호객꾼 정도가 끝이다.
그러니 오늘 역시 그렇게 지나칠 생각이었다.
"마침 잘됐다, 가보자!"
하지만 아린의 생각은 달랐는지 유진을 멈춰세운다.
"무, 뭐!?'
"왜? 귀엽잖아. 저런 귀여운 옷 입은 언니들이 해주는 서비스를 언제 또 같이 경험해 봐?"
토끼 귀 장식이 달린 새하얀 카츄샤와 앞치마. 그리고 하얀 프릴이 장식된 검은 제복. 그리고 캐릭터 어필의 일환인지 한 팔에 끼고 있는 전단지를 담아놓았을 바구니. 은근한 화려함이 가미된 것이 정석적인 하우스메이드 제복과는 차이가 많은 디자인이기는 하지만, 아린의 취향 범위에는 들고도 남을 법한 패션이다.
충분히 귀엽다고 평하고도 남는 수준임은 유진도 인정했다. 그러니 관심이 아주 없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직접 다가가자니 꺼려지는 것이 현실.
"아니, 슬슬 돌아가서 저녁거리도 챙겨야…"
"더 잘됐지. 거기서 저녁도 해결할 수 있으니까 일석이조 아냐? 비싸면 내가 보태줄게."
아직 자신이 한 턱을 내줘야 마땅할 처지임에도 태연히 식사비를 빌려주겠다니.
그 정도로 아린은 이미 들어갈 생각으로 가득해보였다. 이를 말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차마 들지 못하는 것이었다.
"뭐, 한 번 쯤 경험해봐서 나쁠 건 없겠지."
전단지를 받아든 아린에게 이끌려 도착한 곳은, 동물 마스코트의 실루엣들이 간판에서부터 그려져 있는 '테일즈 테일 2호점'.
제법 이름이 있는 가게인지 문 밖으로 세워져 있는 줄을 기다리고서야 가게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아가씨 한 분, 주인님 한 분 입장하시겠다멍!"
"다녀오셨냥, 주인님!"
"다녀오셨츄, 아가씨!"
각각의 동물귀와 앞발, 꼬리 장식 등을 달고 있는 메이드들이 그 동물 컨셉에 맞춘 듯한 말투로 인사해왔다.
큰소리로 전해지는 환영 멘트에 유진은 당황, 아린은 화색의 반응을 보낸다.
매장 내부 역시 고양이를 비롯한 각종 동물 캐릭터를 테마로 한 듯한 장식이 곳곳에 보인다.
여기에 일상물 애니메이션 배경음악을 연상시키는 활기찬 배경음악, 그리고 종업원들의 각종 애교섞인 목소리들을 제외한다면 의외로 매우 정돈되어 있는 분위기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냥, 주인님!"
테이블에 앉고나서 잠시 후 마찬가지로 메이드복을 차려입은 종업원 한 명이 찾아와 2명분의 메뉴판을 가져온다. 그리고 메뉴판을 펼치기에 앞서 종업원이 한가득 기교가 들어간 하이톤의 목소리로 주의사항을 전한다.
이용시간은 1시간(그 이상은 추가요금 부과, 2시간 이후 지속 불가), 사적 접촉 금지, 연락처 교환 금지, 허락 없이 촬영 금지, 외부 음식 반입 금지 등의 사항을 다 듣고서야 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음식의 사진이 함께 실려있는 메뉴판에는 생각보다 평범한 레스토랑 다운 메뉴 구성, 그리고 평균보다 다소 비싼 가격이 눈에 들어온다.
"와, 파르페 너무 귀엽다. 근데 비싸네."
"식사만 시켜. 오, 칵테일 같은 것도 파는구나."
"못 시키잖아."
"그냥 그렇다고."
가격이야 음식과는 별개로 서비스를 대접하는 곳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 하며 넘어가기로 한다.
그나마 무난한 메뉴를 정하려던 찰나, 중 또다시 출입문으로부터 메이드들의 활기찬 인사 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오셨냥, 주인님!"
"어, 다녀왔어!"
그에 뒤질세라 들어온 손님은 상큼한 목소리로 인사를 받아준다. 소리를 듣고 무심코 확인해본 유진은 잠시 정색할 수밖에 없었다.
매장에서 봤던 그 남자가 아닌가. 제 집에 들어온 것마냥 편한 걸음걸이로 태연히 인사를 받아주는 것을 보면 아마도 단골인 모양이다.
어쩐지 마주쳐서 좋을 것은 없겠다 싶었던 유진은 무심코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이윽고,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에 2인분의 오므라이스가 도착한다. 유진 몫으로 나온 것은 데미그라스 소스가 얹어진 오므라이스. 그리고 아린 몫으로 나온 것은 어린이 런치 세트처럼 깃발이 꽂힌 플레인 오므라이스. 그리고 양쪽 모두 메론 소다 1잔씩.
서빙 직후 종업원은 케첩병을 들고서 아린에게 묻는다.
"그려줬으면 하는 것이 있냥?"
종업원의 컨셉이 고양이인 영향인지 아린은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역시 고양이!"
"탁월한 선택인 것이냥."
아린의 오므라이스에 종업원이 케첩으로 능숙하게 뭔가를 그려넣는다. 그것은 '메르피 캣시'를 형상화한 고양이 얼굴 무늬의 시그니처. 제법 그럴싸하게 구현한 퀄리티에 유진 역시 감탄한다. 분명 한 두 번 연습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리라.
"이런 훌륭한 주인님들께는, 특별히 더 맛있어지는 주문을 알려줄 수밖에 없겠냥."
"아니, 저는 괜찮…"
"알려주세요!"
종업원이 알려준 주문이라는 것은, 복잡할 것은 없어도 과연 이것을 남들 앞에서 자신있게 입밖으로 꺼낼 수 있을지 창피해질 법한 멘트였다.
그러나 다 듣고난 아린은, 한 번 자신있게 끄덕이고는 바로 종업원과 함께 실전에 들어가보였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냥냥, 모에모에 큥큥 큐루룽!""
"…큐루룽."
마지못해 손동작이라도 흉내내는 유진이 낯부끄러운 감정과 씨름하는 사이, 아린 쪽은 처음 따라하는 것일 텐데도 주문 외우는 템포부터 하트를 그리는 손동작까지 호흡이 척척 맞아 떨어진다.
종업원은 아주 만족스러웠는지 한 층 더 흐뭇한 미소로 박수를 보낸다.
"완벽하다냥! 역시 아가씨도 메이도(道)를 정진할 재능이 엿보이는 것 같다냥."
"에헤헤…"
칭찬을 들은 아린이 멋쩍은 듯 웃음을 흘린다.
이후 사전에 허락을 구한 아린은 D-패드로 자신이 고른 메뉴의 사진을 찍고는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보니까 먹기 아깝다."
"아끼면 음식한테 실례야."
유진은 내온 음식을 별 기대 없이 바로 숟가락으로 떠서 한 입 맛보았다.
"어때?"
"음, 괜찮네."
기성품인 것이 틀림없는 소스가 맛 전체를 지배해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딱 기대했던 만큼의 오므라이스다. 이런 부류의 가게가 음식의 퀄리티는 별로라는 소문을 언뜻 들은 기억이 있는 유진이었으나, 충분히 '맛있다'는 말이 나올 수는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 무난한 맛에 안심하면서 유진은 안심하고 식사를 때워나가기로 한다.
한 편 아린 쪽은 여전히 아쉬운 듯이 케첩 그림을 최대한 피해가며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뜨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식사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종업원은, 슬슬 그릇을 다 비워나갈 무렵에 유진 쪽에게 말을 걸어온다.
"혹시 주인님은 듀얼리스트냥?"
D-패드와 덱 케이스를 그새 알아보고 유추해낸 모양이었다.
"네? 아, 뭐, 일단은…"
"흐흠, 역시 이벤트가 목적인 것이냥?"
"이벤트?"
"이럴 수냥, 모르고 있었냥! 그럼 설명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냥."
종업원이 캐릭터에 이입한 듯 경악한 시늉을 보이더니, 귓속말을 전하는 제스처로 다가와 설명해주었다.
"마침 가게에서 듀얼리스트 주인님들을 위한 이벤트를 열고 있는 것이냥. 메이드 씨와의 듀얼에서 승리만 하신다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추첨권으로 본점에서 준비한 상품도 타가실 수가 있는 것이냥."
"설마, 상품은 카드?"
"물론이냥!"
듀얼이 끝나고 손바닥으로 5장의 카드가 내려오던 순간을 무심코 떠올린다.
그런 자신의 앞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기억해내려는 찰나, 갑자기 울컥할 뻔한 유진은 바로 고개를 휘저으며 떨쳐냈다.
그것은 현실 세계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 그러니, 현실의 여가를 즐기는 순간에 그 기억으로 기분을 망칠 이유 따위는 없다.
좋은(달콤한) 결과만을 생각하자. 살아남은 자신이 이렇게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결과에 잠시라도 안심해보도록 하자.
"왜 그러냥, 주인님?"
"…아니, 아뇨. 어디서 하는데요?"
"바로 저쪽이냥."
듀얼, 그리고 상품이라는 말은 충분히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다.
메이드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불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묘하게 시끌벅적 해보이는 별실이 있음을 깨닫는다.
본래부터 충분히 시끌벅적했던 가게 내부였지만, 귀를 기울이니 문 너머에는 확실히 다른 소음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잘 됐네. 듀얼도 할 수 있다니."
"훗훗후…, 하지만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냥. 저쪽은 이미 평화로운 이곳과는 격리된 이세계의 고전장. 최근에 들어온 메이드 씨들이 유달리 만만찮은 상대인 것이냥."
만만찮은 상대라는 말에 유진은 한층 더 흥미를 품을 뻔했으나, 패배한다면 상품이 물건너간다는 것을 이내 떠올린다. 그리고 또 하나, 무심코 제안에 걸려들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있었다.
"근데, 혹시 저기도 별도 요금 받나요?"
"이벤트 중이라 특별히! 500엔밖에 안 된다냥."
"에에…"
카드 2팩은 뜯을 수 있는 가격. 누군가에겐 푼돈일지 몰라도 여기까지 온 유진 입장으로서는 이것마저 슬슬 부담이 되고 있었다.
어쨌든 이색적인 서비스인만큼 속는 셈 치고 딱 한 번 도전해보기로 한다.
"뭐, 상품 준다니까. 아린아, 혹시 더 꿔줄 수 있냐?"
"안 들려."
"그래."
더치 페이라고 약속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듀얼을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카페 공간만큼이나 넓은 공간이 차지하고 있었다.
내부에는 메이드와 고객들의 듀얼 승부가 한창. 주위에는 유진처럼 대기 중인 듀얼리스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트라이히하트'의 ③의 효과로 '라이히하트'를 특수 소환, 그리고 '아스트라'를 가져온다멍."
"'재카로프'를 특수 소환하고 드로우하겠다뿅."
"'드란시아'의 오버레이 유닛을 1개 써서, 그 카드를 파괴하겠다찍."
"'그랑=샤리오'로 다이렉트 어택이다곰!"
아직 뉴런즈 기어로 접속하지 않아 듀얼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어도, 외치는 카드들의 이름을 들어보자 하니 메이드들이 사용하는 덱은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딱히 지정된 것은 없는 모양이다. 적어도 컨셉에 지나치게 치중한 것이 아니라 나름 본격적인 듀얼이 치뤄지고 있을 것이다.
어쩐지 매장 주변의 듀얼 필드와 별 다를 것 없는 풍경이 아닌가 싶지만, 그 상대가 메이드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이세계는 이세계네. 분위기가 딴판이야…."
"그게 듀얼이란 거거든."
진짜 '이세계'를 경험한 유진 입장으로서는 코웃음이 나올 뿐인 비유이기는 하지만 기대감이 부푸는 것은 사실.
실내를 슥 둘러보고 나니 구경꾼이 유난히 더 모여있는 곳을 발견한다.
가까이 접근하면서 구경꾼 중 대전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 일부 사람들끼리 주절거리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어떻게 다 하나같이 장난이 없냐? 접대가 아니라 유린 아니냐고."
"못보던 얼굴들이 있잖냐. 보나마나 이 이벤 열겠다고 진짜배기 듀얼리스트들도 모셔왔겠지."
"열정적인 듀얼리스트 동물귀 메이드라니 실화냐고. 진짜 이세계였냐고. 그런 메이드 씨가 방금 전에 엉망진창 유린해줬다고 생각하면 나쁘지만은 않은데, 아니, 오히려 좋은가…."
"좋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센 덱이나 챙겨올걸."
"그것도 메이드 씨한테 본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맞춘 거 아님?"
"전력이라고는 안 했다."
유진으로서는 뭐가 나쁘지 않다는 건지는 이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만큼 만만찮다고 받아들이면 될 것이었다.
'여기 있구나. 그 만만찮은 상대가.'
이제 얼굴을 확인할 차례다. 그러나 유진은 문득 그곳에 서있는 메이드에게 석연찮은 기분을 느꼈다.
자신과 비슷한 체구, 즉 또래 여자애 치고는 키가 큰 편에 속하는 단발머리 소녀가 서 있다.
그녀 역시 메이드복은 물론 개과의 동물을 표현한 듯한 뾰족한 귀가 달린 카츄샤와 복실복실한 꼬리를 달고 있었다.
그 얼굴을 유진은 즉시 알아볼 수가 있는 것이었다.
"어, 유노다!"
"…여기서 뭐하냐?"
익숙한 목소리에 아이바 유노 역시 휙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시선이 마주치자 잠시 정적.
"너…, 아니, 주인도 오신 것이멍."
나름 인사라고 꺼내는 유노의 멘트는 어색하다 못해 영혼조차 실려있지 않다.
"유노도 여기서 일했구나. 의외다."
"온지 얼마 안 됐어. 사정이 있어서."
"혹시 태스크 포스인가 뭔가 하는 데 본부가 여기라거나."
"그건 아니라고 단언한다멍."
"아니구나. 어쨌든 옷은 어울리네. 강아지귀도."
"늑대야. 아무튼 고맙다멍."
"응, 귀여워!"
"고맙습니다멍, 주인님."
늑대. 따지고 보면 그녀와 제법 이미지가 맞지 않나 하며 유진은 생각해본다. 그 이미지가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것과 맞는지는 둘째치고서.
제복이 제법 어울리는 것과는 별개로 말투에서는 접객에 대한 별다른 열의가 보이지 않았다.
"유노멍! 주인님을 기다리게 하면 어떡하는 것이냐퐁!"
"죄송합니다멍."
옆에 있는 너구리귀 종업원의 태클에 유노가 황급히 업무로 돌아간다. 그 대답에도 역시 영혼이라고는 담겨있지 않았다.
"유노멍…"
"조용히 해라멍."
역시 본인도 방금 전의 예명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은 모양이다.
듀얼로 돌아간 유노는, 턴을 받자마자 바로 그 듀얼의 종지부를 찍어버리는 것이었다.
"수고했어멍."
"아~, 역시나. 어쩔 수 없나."
패배를 맞이했음에도 고객은 만족스럽다는 한결 가벼운 반응을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헤실헤실거리는 미소가 묘하게 기분이 나쁘기는 하지만 만족한 모양이니 다행일 뿐.
"혹시 주인도 이벤트에 참여하러 오신것이냐멍?"
"당연하지. 요금까지 냈는데."
"좋은 자세멍."
유노가 엄지를 내밀어보인다. 듀얼 실력을 갈고닦을 겸 용돈도 챙길 수 있다.
그녀에게 나쁘지만은 않은 아르바이트자리일 것이다.
그러다 유진은 문득 생각을 바꾸고 물러나기로 했다.
"아니, 근데 딴 사람하고 붙을래."
"왜?"
"연전연승 중이신 신흥강자님께 함부로 붙었다가 상품 날아가면 어쩌려고."
"흐음, 현명한 판단이다멍."
분명 유진은 한 번 그녀에게서 승리했다. 하지만 유노는 동시에 많은 듀얼리스트들을 쓰러뜨린 리퍼를 다른 인격으로 두고 있는 몸. 실력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리는 없다.
더구나 몇 연승이나 한 화제의 인물이니 만큼 섣불리 도전했다가는 당첨 확률이 더 낮아질지 모른다. 기껏 낸 요금은 아까우니까.
굳이 누구와 붙어야 한다는 룰은 없었기에, 유진은 안전빵을 택해보기로 한 것이다.
한 편 두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트고 있는 모습에 아린은 의문을 가진 듯 물어온다.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저번에 매장에서 봤는데 같이 듀얼해 달래. 입문한지 얼마 안 됐으니까 테스트 좀 하겠다고."
"얼마 안 됐다고? 잘하는 것 같던데?"
"어…"
또 뭐라 변명하지, 하며 유진이 고민하려던 순간, 아린 쪽에서 싱거울 정도로 알아서 납득했다.
"하긴 뭐, 나도 저번에 너 이겼으니까. 네가 졌겠네."
"이겼거든!"
아무리 그래도 승패를 곡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러니 유진으로서는 제대로 정정할 필요가 있었다.
"근데 태스크 포스는 또 뭐야?"
"어, 그러니까… 게임 길드?"
"아하."
이번에도 쉽게 납득해주니 다행이다. 아주 틀린 대답은 아닐 테니 거짓도 아니리라.
그렇게 아린과의 가벼운 문답을 마치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내가 도전해도 될까?"
기억에 있는 가벼운 목소리에 흠칫해보니, 어느새 그 남자가 들어와서 대기 중이었음을 깨닫는다.
설마하니 자신을 따라왔나 하는 의심이 엄습하지만, 그의 눈길은 어디까지나 눈앞의 메이드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었기에 이내 제쳐둔다.
역시 카드 매장에서도 본 사람인 만큼, 듀얼 이벤트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리는 없을 터.
"못보던 메이드가 귀여운 시베리안 허스키씨라니, 거기다 화제의 듀얼리스트! 안 찾아가면 손해지."
"늑대다멍. 아무튼 지명해주셔서 감사해멍. 이름은?"
"칸노 모토미(管野 本見). '못찌'라고 불러줘. 잘 부탁해, 유노멍."
"잘 부탁해, 칸노 주인님."
이렇게까지 여러 의미로 비즈니스적인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신선한 일이었지만, 유진은 시선을 피하듯 서둘러 상대를 찾으러 자리를 뜨기로 한다.
그저 시선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은 낯선 사람 앞에서 왜 이러는지, 유진 본인도 긴가민가한 채.
한편 유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멈춰있다가, 이내 듀얼 디스크 세팅을 완료하면서 연전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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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전편을 올리고 세달이 지나서야 올리네요
기왕이면 듀얼하는 분량까지 올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듀얼로그가 완성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분량을 여기서 끊습니다
그래도 손톱만큼이나마 나오니까 듀없 편은 아닌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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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멍 귀엽다멍 듀얼로그가 없으니 그 부분은 넘어가고... 레어 카드는 기대하겠스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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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없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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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멍 귀엽다멍 듀얼로그가 없으니 그 부분은 넘어가고... 레어 카드는 기대하겠스비니다
(IP보기클릭)58.143.***.***
| 24.03.01 19:18 | |
(IP보기클릭)21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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