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듀얼로부터, 약 사흘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사흘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있는 하준은, 그 날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다.
[방계] 덱을 사용하는 의문의 남자, 그리고 그가 소환했던 몬스터.
비록 복제된 가짜라고 하나, 그 모습은 틀림없는 [오벨리스크의 거신병]이었다.
그 가짜 [오벨리스크의 거신병] 앞에서, 자신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 때 [오벨리스크]의 묵직한 일격이 들어갔다면, 자신은 아마 한 줌의 먼지가 되어,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신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날로부터 사흘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 켄 브라운이라고 하는 그 희대의 살인마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켄 브라운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짜 삼환신의 힘으로 사람들을 습격하고 다니거나, 마음 속에서 그동안 자신의 손으로 무참히 살해한 사람들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무딘 칼을 갈며, 자신에게 찾아올 복수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그 날의 기억을 되새기던 하준은, 가녀린 몸을 일으켜 책상에 놓여있는 덱 케이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켄 브라운과의 듀얼이 있었던 그 날, 가짜 [오벨리스크]가 자신을 향해 거대하고 묵직한 주먹을 지르던 그 순간.
마치 가짜 신에게서 하준을 보호하듯이 하얀 섬광이 번쩍였고, 환한 빛 속에서 진짜 삼환신이 하준의 눈 앞에 나타났다.
삼환신은 자신들을 복제한 카드를 사용하는 켄 브라운이라고 하는 희대의 살인마를 향해, 내면에서부터 끓어 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고, 섬광에 휘말린 하준과 키벨레우스를 향해, 켄 브라운이라고 하는 희대의 살인마이자, 가짜 삼환신을 사용하는 희대의 사기꾼을 반드시 심판하고야 말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섬광이 걷힌 뒤, 자신과 듀얼을 하던 의문의 남성, 켄 브라운은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진 상태였다.
켄 브라운. 그는 가짜 [오벨리스크]의 일격이 막혀버린 그 날의 듀얼 이후 과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의 행적을 찾기 위해, 시점을 조금 돌려 보도록 하겠다.
하준 가족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황혼의 대도시, 트와일라잇 시티 어딘가에 위치한 뒷골목.
오늘도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서, 어두컴컴한 뒷골목에 몸을 숨긴 한 남자가 있다.
오랜 도주 생활로 인해 입고 있는 옷 여기저기에 흙먼지가 묻어있고, 아마 몸을 보호하는 기능만 유지하면 다행인 상태까지 떨어진 의상을 입은 이 남자는, 바로 로엔그린 시티 박물관에서 듀얼 몬스터즈의 역사를 소개하는 구간에 전시용으로 쓰일 복제 삼환신 카드를 절도해, 수많은 듀얼리스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희대의 살인마, 켄 브라운이라고 하는 남자이다.
그의 손에 해를 입거나,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만 해도, 두 개의 손, 열 개의 손가락으로는 다 세지도 못 할 정도로 많다.
어쩌면 생명체의 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포들과, 그들과 공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균까지 모두 동원해야, 그가 해를 끼친 이들을 세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켄 브라운이 복제 삼환신을 사용해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자신이 모시던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를 다시 이 세상에 강림시키고, 그가 강림한 순간 멸망을 맞이할 이 세상을 마음껏 비웃고, 그 속에서 황홀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애프터라이프"부터 "암흑 날개"까지,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들 모두, 어둠의 신을 다시 이 세상에 강림케 하려 하였으나, 운명이라고 하는 게 어둠의 신에게 저주를 퍼붓는 것처럼, "아스트라이모나드"를 온전히 이 세상에 강림케 하는 데에 모조리 실패하고, 자신들이 하찮은 미물처럼 보며 비웃던 자들의 손에 꼴 사나운 모습으로 멸망하는 운명을 맞이하였다.
신의 일곱 눈, 세 심장, 그리고 암흑 날개의 장로들.
한 때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를 향해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충성을 바쳤던 자들이, 이제는 그토록 역겨워하던 미물들 틈에 섞여 살고 있거나, 지옥이라고 하는 저승의 공간에서, 이승이라고 하는 공간에 있을 때 자신들이 저지른 수없이 많은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악의 축이 모두 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고, 악의 길을 걷는 이들 중 남은 사람이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켄의 마음 속에는, 어둠의 신이 하는 짓을 두고 보지 못하고,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를 따르는 모든 자들을 사라지게 한, 빌어먹을 세상을 향한 저주만이 남아 있었다.
"하하하... 그 분이 이 세상에 강림케 하기 위해 온갖 더러운 수를 다 썼건만... 그것에 대한 대가가 이런 엿 같은 도주 생활이라니."
"참으로 얄궂군. 그 분의 의지가 이 세상에는 맞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 해도, 이대로 물러날 순 없지. 위대한 그 분을 반드시 이 세상에 모시어, 그 분의 의지를 방해하는 자들이 처절하게 외치는 절규를 들으며 죽음을 맞이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흐하하하... 누구도 날 방해할 수 없어. 빛의 신이건, 운명이건, 미물들이건, 그 무엇도! 난 반드시 이 세상이 그 분의 발 아래 짓밟히는 광경을 두 눈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절규가 가져다 주는 쾌락 속에서, 내 마른 몸을 타고 흐르는 황홀한 느낌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리라."
어둠이 내려앉은 뒷골목에서 구역질나는 사악함이 풀풀 풍겨오는 비릿한 미소를 짓는, 켄 브라운의 독백은 조용히 퍼져 나간다.
켄 브라운의 이 구역질나는 사악함이 가득한 계획을 막기 위해, 우주 연방국 특수 경찰 팀, "시큐리티 포스"는 오늘도 그의 행방을 추적한다.
"켄 브라운은?"
"못 찾았어. 오늘도 어디 짱박혀 있는 건지, 준이 이후로 놈을 봤다는 사람도 없고, 놈이 여기에 있었던 흔적 하나도 나오지 않아."
"하... 진짜 돌아가시겠네. 열몇 개 도시를 이 잡듯이 뒤졌는데, 그 한 놈이 그림자도 안 보이는 게 말이나 돼?"
"그러게 말이다. 켄 브라운을 잡아야 놈한테 당한 철수 선배랑 후우리 선배한테 자랑할텐데."
전시용으로 쓰여야 했던 복제 삼환신 카드를 켄 브라운에게 빼앗긴 박물관이 위치한 로엔그린 시티를 이 잡듯이 샅샅이 수색하나, 마땅한 단서 하나도 나오는 것이 없어 골머리를 앓는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
그들 입장에서 켄 브라운은 사람들에게 희대의 살인마라 불리며, 그 악명에 걸맞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고, 그에 따라 법의 심판대 앞에 세워 죗값을 받게 해야 마땅할 극악무도한 범죄자이다.
그 한 명의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체포하기 위해, 오늘도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은 발에 불이 나도록 뛰고 있으나, 켄 브라운이라는 자에 대한 이렇다 할 정보 하나를 찾지 못하고, 그저 골머리만 앓고 있는 상황이다.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의 뜨거운 열정에도, 켄 브라운은 어디에 처박혀서 두문불출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정보가 좀체 드러나지 않는 게, 바로 지금의 상황.
황혼의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도시 내에서 켄 브라운을 봤다는 이는 하준과 키벨을 제외하면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악마 같은 자가 자신이 가진 힘으로 무슨 요술이라도 부리는 것인지, 켄 브라운의 모습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우주 본부에서도 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온갖 합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그를 추적하고 있지만, 그의 흔적이 나오지 않아 난처함에 빠진 상황.
과연 "시큐리티 포스"를 비롯한 선의 길을 걷는 이들은, 켄 브라운이라고 하는 악마를 잡아 심판대 앞에 세울 수 있을 것인가.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까지,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인가.
시계의 분침과 초침은 조용히 자신이 가야 할 곳으로 흐르며, 켄 브라운이라고 하는 희대의 살인마와 결투를 벌일 날을 향한다.
"켄 브라운... 당신이 무슨 이유로 사람들을 해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난 당신을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사람들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빼앗고, 전설의 신을 모독하고 있는 당신만큼은, 절대로!!!"
"오너라, 위대하신 그 분의 뜻에 저항하는 어리석은 자들아. 그 분께서 이 세상에 강림하는 순간, 네놈들은 모두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니."
"그 누구에게나, 생명은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거야. 그 소중한 생명을 장난감 가지고 놀듯 하는 켄 브라운...!!! 당신은 반드시 우리가 잡겠어!!!"
"그 분이 이 세상에 강림하신 순간, 난 이 세상에 있는 어리석은 자들이 외치는 피로 물든 절규 소리를 들으며, 내 몸에 흐르는 황홀함이라는 감각 속에서 편안히 눈을 감으리라."
"모두가 행복하게 미소 짓는 세상을 위해, 켄 브라운을 반드시 잡겠어!!!"
"이 세상에서 구역질나는 사악함이 승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마. 얼간이 같은 놈들아."
하준과 켄 브라운.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두 사람은, 이제 격돌할 날을 기다리며 마음 속에 품은 칼을 갈기 시작한다.
황금의 정신과 구역질나는 사악함이 벌이는 운명의 대결에서,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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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연재 완료!!!!
이번 화 쓰기까지 또 오랜 기간을 탱자탱자 놀다가 이제야 21화를 씁니다...ㅠㅠ
과연 황금의 정신과 구역질나는 사악함이 맞붙을 때, 승리는 누구에게 주어질 것인가...!!!
이번 편도 내용 길이가 짧은 것 같은데, 무능한 저를 부디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ㅠㅠ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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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저 세계관의 신의 카드가 진짜로 VFD, 론고미언트, 골프공 진짜로 이거지 않을까요. 아니 근데 골프공은 종종 출장갔는데 대충 선택받았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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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탈의 수행사제
아니면 저 세계관의 신의 카드가 진짜로 VFD, 론고미언트, 골프공 진짜로 이거지 않을까요. 아니 근데 골프공은 종종 출장갔는데 대충 선택받았다고 하죠 | 24.03.10 21: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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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환신 서포트 카드 같은 경우는, 이 팬픽 세계관 안에선 복제 삼환신과 함께 박물관 전시용으로 생산되었다는 설정입니다. 그걸 켄 브라운이 훔쳐서 자기 멋대로 사용 중인 것이죠. | 24.03.10 21: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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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혼자 지원카드가 드글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면 많이 측은하군요 | 24.03.10 21: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