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작은 어머니는 꿈을 잘 꾸시는 편인데요.. 예지몽이랄까? 신기한 꿈을 잘 꾸십니다.
거기에 얽힌 이야기 두가지를 해볼까 합니다.
첫번째 이야기.
시골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동네가 친정인 작은어머니는 집안의 중매로
작은아버지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후닥닥 결혼을 치른 사이 십니다.
유교문화가 강한 저희 동네의 분위기에, 군인출신 아버지를 두신 다복한 형제지간의 작은 어머니는
나름 도시에서 일을 하고 계시던 신여성이셨는데, 갑자기 시골로 소환되어 맞선 비슷한걸 보게 되셨다네요.
도시물 좀 드셨던 작은어머니는 이 강제적인 집안의 화합(?)에 강한 반감을 가지셨고.
당연히 보지도 못한 작은아버지가 그렇게 밉고 싫을수 없었는데...
첫만남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순응 하셨다고 합니다.
이유인즉슨,
몇일 전 꿈속에서 왠 남의 집 장고방(시골에선 그렇게 불렀습니다)에서 세수를 하던 남자에게 수건을 건네는 꿈을 꾸셨는데..
맞선을 보러 온 미래의 시댁(저희 시골집) 안마당을 들어서자마자 똑같은 모습으로 자리잡은 장독대며 수도펌프의 모습에 설마 설마 햇는데..
남편자리라고 나선 분이 꿈속에 그남자였답니다.
오래된 감나무 밑에 수도펌프, 장독의 모습까지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쫙 끼치고 아, 내가 이사람한테 시집을 가야하는구나 하셧답니다.
그래서 결국은 저희 작은 엄마가 되셨고 딸하나 아들하나 낳고 잘 살고 계십니다.ㅋ
지금도 가끔 그때 그 꿈 안꿨으면 니네 작은아빠랑 결혼 안하고 도망갔을 거라며 농담을 하곤 하시죠.
두번째 이야기.
어린시절부터 집에서 일해주시던 아재가 한분 계셨는데요...
할아버지의 친척 동생이신가.. 그랬는데 지능이 좀 많이 안좋으셔서 저희가 모시고 살았었더랬습니다.
젊은 시절 결혼도 하시고 아이도 있긴 한데 정신이 점점 오락가락 하셔서 결국 저희가 모시게 됐고,돌아가실때까지 저희가 보살펴드렸었죠.
돌아가실때도 급작스럽게 돌아가셔서 가족분들께 연락해도 나는 상관없다는 식이라 저희가 제사까지 모셔야 할 상황...
근데 막상 첫 제사때, 할머니가 몸이 갑자기 안좋아지셔서 어머니가 그만 기일을 깜빡하고 놓치신 겁니다.
근데 그 다음날 작은어머니가 전화가 오셨더라구요.
"성님 어제가 아재 제사 아니에요?"
"아 맞다! 깜빡했네! 아이고야 어짜노..."
"어제 밤새 꿈에 아제가 나와서 낫을 들고 니년 죽여버린다고 쫒아오는데 깨고나서 생각하니 어제가 아제 제사더라구요"
"아이고... 제사상 안차려준다고 서운했는갑다. 알았다 오늘 저녁에라도 당장 차려야겠다"
결국 부랴부랴 제사상을 차려드리고나니 그날밤에는 다행이 찾아오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첫제사를 안챙겨준 조카 질부가 얼마나 미우셨으면 꿈에 낫을 들고 찾아오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더라며 씁쓸하게 웃으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