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춤·영상·디제잉까지, 팬을 위한 꿈의 무대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
항간에 여기 음반 샀더니 게임도 되더라~ 는 우스개가 도는 개발사가 몇 있다. 결코 본업인 게임 개발을 못해서가 아니라 수록 곡이 너무 좋은지라 듣는 찬사 섞인 농담이다. 작년부로 전세계 누적 판매량 2,200만 장을 돌파한 쥬브나일 판타지 RPG ‘페르소나’의 아틀러스 역시 꾸준히 음반사 의혹(?)에 휩싸이는 대표적인 곳이다. ‘페르소나’ 시리즈 팬치고 나름의 Best OST를 꼽지 못할 이가 누구 있으랴. 혹자는 ‘Burn My Dread’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キミの記憶’와 함께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 또 누군가는 ‘Wake Up, Get Up, Get Out There’로 매일 아침을 연다. 모두 명작 게임에 더없이 어울리는 명곡이다.
이에 아틀러스는 일찍이 ‘페르소나’ OST를 활용하여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해왔다. 도쿄 아카사카 BLITZ서 열린 ‘페르소나 뮤직 라이브 2008 -벨벳 룸-’이 벌써 17년 전이니 사람으로 치면 어지간한 중견 가수나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페르소나 5’처럼 새로운 흥행작과 더 많은 OST, 무대화 경험까지 축적되며 공연은 나날이 풍성해졌다. 그리고 바로 그 정점이 작년부터 이어진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 -모어 어헤드-‘인 것. 마침 ‘페르소나 5: 더 팬텀 X’ 1주년 인터뷰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필자에게 춤과 노래, 게임과 현실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무대를 관람할 기회가 닿았다. 글줄로나마 공연의 감동을 전하겠다.
해외 전개에 박차를 가하여,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이틀씩 공연했다
노래, 춤, 디제잉, 영상까지 그야말로 '페르소나' 팬을 위한 꿈의 무대다
줄곧 일본 국내 공연만 고수하던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는 작년 10월 대만을 시작으로 올해 4월 19, 20일 중국 상하이 그리고 23, 24일 베이징서 무대를 올렸다. 필자의 경우 양일 중 첫날인 23일 공연을 관람했으며 장소는 베이징 전람관(北京展览馆)이었다. 1954년 설립 당시 마오쩌둥이 직접 현판의 글씨를 남겼을 만큼 중국 근현대서 의미가 깊은 장소라고. 특히 2,700여 석 규모에 달하는 대극장은 원형 구조가 돋보이는데 이날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를 맞아 수많은 ‘페르소나’ 팬덤이 그 내부를 가득 채웠다. 사립 슈진이나 월광관 교복을 걸친 본격적인 코스프레부터 작은 키링 하나까지 저마다 ‘덕’심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해외 IP의 큰 공연이 열릴 때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 굿즈샵이다.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만을 위한 한정 기념품을 파는 데다, 그게 아니라도 평소 일본 밖에서 ‘페르소나’ 공식 굿즈를 쉬이 접하기 어려우니까. 금번 ‘모어 어헤드’ 투어의 키 비주얼이 그려진 티셔츠부터 토드백, 실리콘 팔찌, 배지, 아크릴 스탠드 등 수많은 굿즈가 뭇 팬의 지갑을 열어젖혔다. 다만 아쉽게도 필자는 일정상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에야 도착해 수많은 굿즈…가 아닌 수많은 매진 스티커를 봐야 했다. 다행히 관객 전원에게 제공되는-미리 좌석에 놓인- 응원봉과 엽서가 있어 쓸쓸히 빈손으로 돌아가는 불상사는 모면했지만 말이다.
공연 무대는 베이징 전람관, 저 마오쩌둥이 직접 현판의 글씨를 남겼다고
무려 2,700여 석 규모로 천장이 무척 높으며 원형 구조의 내부가 독특하다
공연은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시작됐지만 굿즈는 그보다 훨씬 일찍부터…
그래도 좌석에 비치된 응원봉과 엽서세가스토어광고가 아쉬움을 달래준다
중앙 무대의 뒷배경은 각각 ‘페르소나 3’와 ‘페르소나 5’를 상징하는 시계, 붉은 궤적이 그려졌고 수직적인 공간 활용을 위한 2단 구조다. 그 전면은 안쪽이 반쯤 비치는 성긴 막을 두는데 거기 어떤 조명을 쏘는지에 따라 선명한 영상이 보이기도, 각종 시각 효과가 덧씌워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단일 스크린처럼 보이지만 이걸 좌우로 나눠 옮겨 비교적 큰 수고 없이도 다채로운 무대를 연출한다. 매번 장소가 바뀌니 완전히 똑같을 순 없겠으나 필자가 요코하마나 상하이 공연 영상을 살폈을 때 이 구성은 대동소이한 듯하다. 베이징에서의 현장 촬영은 불허됐지만 앞서 공개된 영상으로도 어느 정도 참고가 될 터다.
뭇 팬에게는 이미 유명하지만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연주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상술했듯 무대 그 자체를 스크린 삼아 화려한 시각 효과를 주는가 하면 원작 속 애니메이션 컷신도 틀고, 아예 3D 캐릭터가 등장해 관객에게 말을 건네고 춤을 춘다. 이따금씩 이와토다이 역 상점가나 카페 르블랑 같이 상징적인 배경을 그대로 재현하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페르소나 3’와 ‘페르소나 5’ 주역들로 분장한 댄서 팀이 압권인데, 코스튬만 갖춰 입은 게 아니라 진짜 그 캐릭터 자체를 연기한다. 요컨대 콘서트라기 보다 흔히 무대화라 부르는 애니컬(2.5次元ミュージカル)에 가까운 공연이다.
응원봉 색을 변경 가능. 'P5', 'P3' 그리고 'キミの記憶' 전용인 노란색까지
이렇게 뒤가 비치는 성긴 막이 이동, 분리, 합쳐지며 스크린 노릇을 한다
방금 전까지 푸르게 불타오르던 무대가 순식간에 카페 르블랑이 되기도
세트 리스트는 매번 조금씩 바뀌는데 보통 박자감이 튀고 힘이 넘치는 ‘페르소나 5’ OST, 가령 ‘Colors Flying High’나 ‘Wake Up, Get Up, Get Out There’로 막을 열고 뭇 팬의 눈물샘을 적실 ‘페르소나 3’의 ‘キミの記憶’로 마무리된다. 따라서 이나이즈미 린이 먼저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끌어올린 후 타카하시 아즈미가 자연스레 이어받는 식. 여기에 ‘페르소나 3’ OST는 대부분 로터스 주스가 랩을 더하고 DJ 바바를 위한 디제잉 파트 역시 따로 존재한다. 작곡가 코니시 토시키 또한 내내 기타를 치며 은은히 존재감을 빛낸다. 공연 시간은 앵콜까지 총 2시간, 인터루드 없이 30곡 이상을 내리 소화하는 상당한 강행군이었다.
이나이즈미 린과 타카하시 아즈미는 어느덧 긴 경력에 걸맞은 원숙한 음색, 가사 전달, 호소력은 물론이고 라이브서 꼭 필요한 폭발적인 성량 역시 전혀 녹슬지 않았다. 로터스 주스도 속사포처럼 랩을 쏘는 와중에 어느 정도 댄스를 소화하며 만능 엔터테이너스러운 활약을 펼쳤다. 댄서 팀이 가수와 완전히 별개로 춤추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종종 다가가 함께 연기하고 안무를 맞추기도 한다. 그 와중에 절대 주머니서 손을 빼지 않는 유키 마코토라든지 훤칠하니 춤선이 멋진 아마미야 렌, 생기발랄 타카마키 안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수들 노래 들으러 갔다가 댄서 팀에 홀려버렸다는 감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셈.
이나이즈미 린과 타카하시 아즈미 둘 다, 2시간 내내 발군의 라이브였다
랩이면 랩,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은근히 못하는 게 없는 로터스 주스
DJ 바바의 디제잉 역시 창졸간 클럽에 온 듯 흥겨운 기분을 불러일으켰고
공연의 또다른 주역 댄서 팀, 단순한 코스프레가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다
도중에 린과 아즈미, 로터스 주스의 코멘트가 조금씩 있었으나 대체로 일본 공연보다 짧았다. 아무래도 통역이 따로 없는지라 긴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모양. 다만 ‘페르소나’ 유저 행사가 대저 그렇듯 관객 모두가 일본어를 곧잘 알아듣고 호응했다. 두 도시의 라이벌 의식을 잘 몰랐는지 앞서 공연한 상하이에 대해 칭찬하다 농담 섞인 야유를 듣기도. 과연 중국의 ‘페르소나’ 팬덤은 어떨까 내심 궁금했는데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들 참 친숙한 면면인 게 역시 서브컬처 좋아하는 열띤 마음은 만국 공통이구나 싶고. 게임, 애니메, 노래와 춤이 현장의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어준다고 느꼈다.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 하이라이트는 자신이 ‘페르소나 3’와 ‘페르소나 5’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느냐에 따라 다를 텐데, 개인적으로 결국 눈물을 쏟고 만 ‘キミの記憶’에 한 표 던진다. 다만 댄서 팀 퍼포먼스까지 포함한다면 공연 중반쯤 유키 마코토와 아마미야 렌이 손뼉을 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원작에선 아마도 영원히 성사되지 못할 꿈의 만남이니까. 그런데 이제 ‘페르소나 5: 더 팬텀 X’로 눈을 돌리면 진짜 두 주인공이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비스 1주년을 맞아 곧 ‘P3R’ 콜라보 업데이트가 진행되기 때문. 보다 자세한 사항은 모쪼록 앞서 발행한 PD 인터뷰 기사를 확인하시라.
중국 '페르소나' 팬덤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역시 '덕'심은 만국공통이더라
역시 게임, 노래, 춤 같은 문화 콘텐츠는 모두를 하나로 묶는 힘을 지녔다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서나 가능하던 꿈의 만남이 곧 게임으로 구현될 예정
'너의 기억(キミの記憶)' 라이브 감상하며 여러분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시라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 -모어 어헤드- 베이징 공연, 첫날 세트리스트>
Colors Flying High (Opening Movie Version)
Wake Up, Get Up, Get Out There
Full Moon Full Life (Opening Movie Version)
When The Moon's Reaching Out Stars -Reload-
Take Over
Last Surprise
Keeper of Lust
Mass Destruction -Reload-
It's Going Down Now
Phantom
Tokyo Emergency
Tension
時価ネットたなか
DJ Solo Ver.1 Remixed by VaVa
Will Power
Master of Shadow -Reload-
Tokyo Daylight
深層心理 -Reload-
No More What Ifs
厳戸台分寮 -Reload-
Beneath the Mask
Color Your Night
Throw Away Your Mask
I believe
The Meaning of Armbands
全ての人の魂の戦い
Burn My Dread -Reload-
キミの記憶 -Reload-
星と僕らと
Want to Be Close -Reload-
Changing Seasons -Reload-
Ambitions and Visions
Life Will Change
Deep Breath Deep Breath -Reincarnation Reload-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