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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신작 ‘배틀크러쉬’ 가 지난주 얼리액세스에 들어갔다. PC 스팀, 닌텐도 스위치, 모바일 플랫폼으로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를 진행하는 이 게임은 쿼터뷰 난투를 표방한 배틀로얄 게임이다.

게임 방식의 쉬운 이해를 위해서는 전투는 대난투의 로직에 일반적인 쿼터뷰 액션을 섞고, 그리고 그걸 배틀로얄로 풀어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줄어들면서 아예 바닥이 사라지는 맵이 키 포인트고, 낙사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기본 조작은 매우 쉽고, 약공/강공/특수기술/대쉬 같은 모든 동작에 스태미나가 들어간다. 체력바가 모두 깎이면 회색으로 바뀌고 캐릭터의 움직임이 매우 제한되는데, 일종의 기절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 때 맞으면 아주 잘 날아가고, 완전히 죽게 된다. 낙사의 위험이 생기면 대쉬가 점프로 바뀌어서 살아나올 수 있다. 때문에 이 무빙 컨트롤이 상당히 중요하다.

며칠 간의 플레이 후, 스팀 PC 버전과 닌텐도 스위치 버전의 경험을 토대로 간략한 소감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 낙사의 룰은 재미있지만, 속도감과 밸런스의 문제
이 게임의 핵심은 역시 전투다. 배틀로얄 특유의 줄어드는 존이나 파밍 요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투가 재미있어야 하는 타입이다.
이 게임의 전투는 캐주얼을 지향하지만 노하우에 따른 숙련이 꽤 중요하다. 조작은 매우 단순하면서, 심지어 오토 락온도 지원하기 때문에 그냥 막 눌러도 어느정도 싸우는 느낌이 난다. 물론 제대로 잘 싸우기 위해서는 생각하면서 스킬을 분배하고 회피해야 하지만 기본적인 조작 자체는 쉬운 편이다.

스태미나가 모든 행동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관리가 중요한 편이다. 다만 일반적인 수준에 비해서 스태미나가 상당히 빨리 닳는 편이기 때문에 관리를 잘 못하면 애써 대쉬로 붙었는데도 스태미나가 없어서 공격을 못하거나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결국 중요한건 그렇게 해서 전투가 재미있냐 하는 부분인데, 개인적으로는 반반이었다. 타격의 호쾌함 같은 느낌적인 부분은 나쁘지 않았지만, 조작에서 스태미나 같은 요소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낙사로 적을 날려버리는 쾌감 자체는 굉장히 좋은데, 애초에 상대를 날려서 낙사시켜서 탈락시키는게 재미없을 수는 없는데 뭔가 답답함이 항상 들었다.

낙사도 점프로 피하는 게임에서 이 벽을 못넘는다고?
전투나 액션 조작에서 가장 난해한 포인트는 바로 점프와 대쉬의 통합이다. 일단, 사실상 이 게임에는 점프가 없다. 점프 비슷한 모션은 낙사의 위험이 있을 때 대쉬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점프, 그리고 일부 캐릭터의 기술에 있다. 안그래도 느린 기본 이동속도와 점프가 없는 점, 그리고 낮은 스태미나 최대치는 이 게임의 템포를 굉장히 낮춘다. 눈 앞에 있는 낮은 장벽도 넘을 수 없고, 하나하나 돌아가야 하며, 매 전투마다 스태미나에 계속 제약 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분명 호쾌하고 민첩해야 할 게임 감각이 너무 억제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징들이 답답한 조작감으로 이어지다보니 TTK 가 그렇게까지 긴 게임이 아닌데도 전투가 항상 생각보다 길다. 자동 조준까지 지원하니 전투를 하는 것 자체는 굉장히 쉽다. 하지만 뭔가 항상 내 의도대로 빠릿빠릿하게 싸우는 느낌은 부족하다.

강공으로 궁극기를 튕겨내는 사기 캐릭이 있다?
한편으로 밸런스 측면에서도 너무 큰 편차를 보인다. 현재 대체적인 평가는 일부 근접 칼릭서들이 최고 티어에, 그리고 대부분의 원거리 칼릭서가 그 바로 아래에, 그리고 폐급 칼릭서 몇몇이 최하에 깔려있다. 예를 들어 단디 같은 경우는 현재 최상급 칼릭서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유는 한방한방의 위력이 강한데다 상대를 멀리 날리는 강공도 있으며, 그리고 우클릭 일반 공격에 반사가, 특수기로 패링까지 가지고 있어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패링기가 있는 랜슬롯도 일단 붙으면 원딜들이 대처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롭스 같은 칼릭서는 근접이지만 최하급의 평가를 받고 있다. 디아나나 메두사 같은 원거리 칼릭서에게 너무나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

이처럼 캐릭터 밸런스가 너무 극단적으로 나뉘는 이유는 칼릭서의 기본 기술 외의 변수가 너무나 적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주문서 등 소모품이 있지만 컨트롤 변수가 다른 게임에 비해 적은 편이어서 몇몇 캐릭터의 기본 능력으로 그 성능이나 승패가 크게 갈린다. 앞서 언급한 패링 스킬이 있는 칼릭서들이 고평가 받는 이유는 이게 이 게임에서 굉장히 유의미한 컨트롤 변수인데다, 다른 칼릭서는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롭스나 킹아서는 모션이 끔찍하게 느리고, 원거리 캐릭터들에게 기동성이나 방어에서 우위를 가져갈 부분이 없기 때문에 아주 쉽게 카이팅 당하는 칼릭서들이다. 이런 칼릭서는 동일한 스태미나, 동일한 소모품이라고 가정했을 때 원거리에게 너무 무력하다.
물론 밸런스라는게 아직 다 파훼가 되지 않아서 언제든 평가가 뒤집힐 수는 있겠지만, 게임 자체가 캐주얼을 지향하다보니 변수를 줄여버려 좀 경직된 느낌을 주는건 사실이다.

게임의 진행도 조금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는데, 이를테면 개인적으로는 맵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파밍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파밍을 6파츠나 해야하는데 상자 한두개 까면 바로 존이 줄어들고, 상자 안에서 무기만 3개 나오거나 해버리면 파밍은 망하는거고, 또 소모품 3슬롯도 원하는대로 채워야하고, 존이 엄청 빨리 줄어들다보니 파밍할 시간보다 싸우게 되는 시간이 더 많고, 또 이 게임의 전투는 굉장히 오래 끌리는 편이다. 그래서 뭔가 파밍을 만족스럽게 한 적이 많지는 않고, 가끔 전설 무기를 먹으면 기쁘긴 했지만 뭔가 전략적으로 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파밍을 해야겠다 하는 그런 목적을 달성한 적은 거의 없었다.
존이 좁혀드는게 빠른 부분도 기본 이동이 매우 느린 것과 맞물려서 맵 전체를 잘 활용한다는 느낌보다는 좀 둘러보려고 하면 좁아진다는 느낌이었다.

정리하자면, 이 게임의 전반적인 플레이는 캐주얼화를 위해서 여러모로 단순화하거나 변수를 줄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언제나 말했듯, 너무 변수가 줄어들면 오히려 고수들의 플레이에 저숙련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가짓수도 줄어들게 된다. 지금은 패리를 잘하는 플레이어들에게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너무 미약한 편이다. 모든 캐릭터에게 패리를 장착하는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 누굴 타겟으로 한 게임인가? 에 대한 고민
게임의 전반적인 상품성에 대한 고민은 이 게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저런 게임 내 요소는 조정될 수 있고 캐주얼하고 템포가 느린 싸움이 취향일 수도 있겠으나 외형이나 게임 전반의 컨셉, 분위기는 쉬이 바꿀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

기자는 개인적으로 그리스 시대의 문화나 예술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리스로마 신화라는 소재 자체가 현재의 게임 주 소비층에게 특별히 더 매력적인 소재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림체도 전형적인 서구형 chibi 스타일인데, 동양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유형이다. 개인적으로는 롭스의 디자인을 보고 이걸 누가 좋아해…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뭐 외모로 누구 지적할 입장은 아니지만 롭스야 너는
물론, 모두 예쁘고 멋지고 일본 서브컬쳐식 외형을 가져야하는건 아니다. 기자도 굳이 따지자면 둠슬레이어나 마스터치프 파다. 그러나 지적하고 싶은 바는 게임 전체의 컨셉이나 어떤 소비자층을 공략하겠다 라는 그런 의도나 컨셉의 뾰족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귀여운 치비 스타일 지향은 어떻게든 보편적으로 거부감이 없는 동글동글한 디자인을 지향하다보니 오히려 무색무취해졌고, 동시에 그리스로마 신화라고 하면서 단디, 쌔리가 나오니 물음표가 가득 차버린다.
그래서 게임 전체의 컨셉이 뭔가 플레이어에 맞춰 뾰족하게 깎였다기 보다는 개발회사, 개발팀 입장에서 고른 방향성을 따라가는 그런 느낌이다. 사실 “이거 단디, 쌔리 넣으려고 전체 컨셉이 이렇게 된거 아니야?”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기에 신규 유저를 힘들게 하는 시스템도 들어가 있다. 일단 열개 남짓한 칼릭서들 중에서 일단 기본적으로 주어지는건 단 한 개, 그나마 튜토리얼을 마치면 두개를 더 지급하지만 하필 그게 지금 최하위 칼릭서로 평가받는 롭스이며, 다른 칼릭서를 하려면 구입을 하거나 지급되는 체험권을 써야하지만 체험권을 쓰면 보상이 반만 들어온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을까? 게임의 첫인상은 너무나 중요한데, 이 게임은 처음부터 “절대로 무과금이 과금 유저와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하겠다” 라는 의도가 너무 뻔하게 보인다.

칼릭서 해금의 경우에도 보통 이런 게임에 으레 있을 법한 몇몇 칼릭서를 파는 입문 패키지는 없고 칼릭서마다 650재화를 내거나 2600재화 짜리 컴플리트 칼릭서 팩만 있다. 한편으로 재화는 500개 단위로 구매할 수 있는데 500개에 5달러다. 컴플리트 칼릭서 팩이 10개를 2600에 주는데, 이걸 각각 사면 6500이다. 차이가 엄청 큰데 그만큼 컴플리트 팩의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겠지만,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25달러짜리 패키지를 선뜻 구입할 플레이어가 얼마나 될까. 오늘(2일) 기준 25달러는 3만 5천원 정도 된다. 게임 하나로 납득을 못할 가격대는 아니나, 그 중간에 해당하는 상품이 없는게 아쉽다.

또 지적하고 싶은 이 게임의 또다른 문제로 시장성, 그리고 스팀이라는 플랫폼과 그 유저층의 경향에 대한 몰이해가 있다. 물론 이 게임은 어딜봐도 서양 모바일 게이머들을 겨냥한, ‘브롤스타즈’ 같은 게임과 경쟁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일단은 스팀 서비스에서 아쉬움이 크다.
과거 스팀에 게임을 출시하는 한국 개발자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스팀 게이머들이 가장 첫번째로 싫어하고, 개발자가 절대로 지양해야하는 부분은 바로 본 게임을 모바일 게임의 컨버팅 수준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국내는 몰라도 해외시장, 특히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며 단지 게임에 모바일 게임식 UI 나 요소를 집어넣었다고 평점 테러를 가하는 경우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PC 버전에서 찍은 스크린샷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너무나 모바일 게임스럽다. 실제로 스팀, 모바일, 스위치의 멀티플랫폼 게임이니 공통된 부분은 있을 터이지만 문제는 기준이 스팀이 아닌, 모바일에 있다는 점이다. 게임의 다른 부분도 아니고 켜자마자 보이는 메인 화면 로딩창에서부터 ‘Touch to Start’ 라는 문구가 있고, 게임의 UI 도 모바일 게임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리고 게임 내 곳곳에서 ‘이건 모바일로 내기 위해서 조정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들게 하는 부분이 꽤 있다. 이를테면 앞서 언급한 점프와 대시의 통합 같은 부분이나 아이템 조작이 그렇다.

21대9 모니터에서 하면 나오는
이 특유의 UI 와 게임이 따로 노는 화면비도 뭔가 신기하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는 있을 것이다. 멀티플랫폼으로 게임을 만들 땐 메인 플랫폼을 정하고 만들고나서 다른 플랫폼에 이식하는 식으로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너무 ‘모바일이 우리 메인 플랫폼이에요.’ 라는 티를 내고 있다. 이 부분은 스팀 흥행에는 분명히 악재로 작용한다.
그 때문인지, 스팀에서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심지어 첫날부터 스팀 평가를 모니터링 했는데, 프로필은 비공개에 기본 프사, 성의없는 닉네임에 남긴 평가가 이 게임 단 하나인 일명 깡계의 한줄짜리 긍정 평가가 많았음에도 현재 스팀의 평가는 복합적이다. 아시다시피 스팀은 이런 평가 부스팅에 굉장히 민감한 플랫폼인데 이런 평가들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이 게임, 그리고 엔씨소프트가 스팀이라는 플랫폼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게임을 하는 내내 받았다. 전체적인 상품성을 고려해서 패키징되었다기 보다는 그런 부분과는 무관하게 이미 게임의 방향성이 정해졌고, 그 안에서 개발진이 고군분투한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 새로운 도전은 좋지만, 갈길이 멀다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게임 전체가 다소 무색무취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게임의 기본 룰은 분명 재미있다는 점이다. 낙사가 중요한 대난투식 전투의 룰을 가지고 배틀로얄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분명 빠른 템포로 휘몰아치는 게임이었다면 호쾌하게 재미있는 게임이 되었을 것 같은데, 게임 전체가 다소 굼뜨고 조작감이 느린 경향과 맞물리니 룰의 장점보다는 액션 공방의 느린점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

시장성의 경우에도 확실히 서구권 모바일 게이머를 노린 점이 엿보이기에 다른 지역, 다른 플랫폼에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실제로 스팀에서의 성적은 다소 저조한 편인데, 미국 모바일 앱 스토어에서도 200위권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경쟁전이 열리고 그 이후의 업데이트 플랜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 조정이 가장 시급해보인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MMORPG 가 아닌 신규 프로젝트인 만큼 성과를 거두면 좋겠지만, 앞으로의 길이 멀어보인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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