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귀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 체험기
서로가 낯선 조엘과 엘리가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며 차츰 유대감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그들에게 몰입하게 되는 명작 '라스트 오브 어스'는 2013년 6월 PS3로 첫 출시되었으며, 2014년에는 PS4로 리마스터 버전이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는 2022년 9월 2일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이 PS5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번 파트 1은 네이티브 4K 30 FPS 혹은 다이내믹 4K 60 FPS 지원, 3D 오디오, 햅틱 피드백 및 적응형 트리거, 60종 이상의 접근성 옵션 등 여러 향상점들이 있겠지만 스토리의 변화나 큰틀에서의 시스템 변형은 없는 원작 그대로의 구성이라는 점에서 결국 그래픽 향상에 초점을 둔 리메이크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토리에 대한 감상이나 게임 콘텐츠에 대한 설명보다는 파트 1이 이전 버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해 체험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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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 리마스터(PS4): 화면 해상도 모드(1800p 가변 60fps) / PS5 로 플레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PS5): 성능 모드(다이내믹 4k 60fps) 로 플레이
리마스터 | 파트 1 |
게임 플레이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요소는 비주얼입니다. 오리지널과 리마스터 버전 간의 그래픽 향상이 해상도 및 프레임을 약간 개선했던 정도라면, 이번 파트 1은 뼈대만 남기고 그 살이 되는 텍스처를 아예 갈아엎은 수준이라는 걸 단번에 알 정도로 배경이나 건물, 광원, 캐릭터 모델링 등 굵직한 요소부터 디테일한 요소까지 전반적인 그래픽 품질의 향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너티독이 선보이던 기기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미친 수준의 그래픽이라고 할만큼 PS5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올렸다 볼 수는 없으나 충분히 현세대기에 걸맞는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또한, 시네마틱 컷씬과 실제 게임 플레이간 매끄럽게 이뤄지는 심리스 전환과 PS5라는 기기의 성능을 활용한 물리 엔진을 통해 선보이는 다양한 물리 효과는 게임 속 세상을 보다 현실감있게 느껴지게 해주며 충분히 만족할만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해줍니다.
리마스터 | 파트 1 |
다만 몇몇 주요 인물 모델링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전반적인 인물 모델링이 홍채, 주근깨, 주름 등 여러 디테일한 부분들이 좀더 강조되거나 추가되고 표정 애니메이션도 다양하면서 자연스러워져 좀더 실사에 가깝게 변했다는 점은 분명 나쁘게 바라볼 요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오히려 단순하게 표현되었던 얼굴 텍스쳐로 인해 캐릭터가 좀더 미형으로 느껴졌던 기존과는 다르게 현재의 파트 1 캐릭터들은 우리의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이미지와 사뭇 달라졌다는 점에서 다소의 아쉬움이 새어나옵니다. 단적으로, 엘리는 여전히 귀엽지만 덜 귀여워 보이고, 앳되었던 느낌보단 좀더 성숙해보입니다. 테스는 좀더 늙어보이구요.
물론 빌처럼 훨씬 멋있어진 케이스가 있기도 하고, 파트 2 회상씬에서 시작된 파트 1이기에, 그리고 파트 2와의 연결성을 위해 파트 2의 모델링을 계승해 유사할 거라는 점에서 미리 예상이 가능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게임의 핵심 캐릭터인 엘리가 덜 귀엽게 보인다는 점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파트 1의 전투는 파트 2 전투의 느낌이라기보단 여전히 기존 라스트 오브 어스의 전투를 답습한 느낌입니다. 물론 때때로 강제적으로 모션이 연결되는 듯 했던 기존 리마스터 버전과는 달리 전반적인 모션 애니메이션이 개선되고 몇몇 모션이 추가되어 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줌에 따라 어색한 모션으로 인해 느껴질 수 있는 이질감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파트 2 의 회피, 포복, 무기를 뺏는 연출 등 전투를 좀더 역동적으로 이끌어갈 요인이 추가되지 않아 파트 2의 전투에 비해선 단조로운 편입니다.
동료 AI 의 경우엔 리마스터 버전에서 시도때도 없이 길을 막던 동료 AI 가 개선되어 길을 막는 등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경우가 드물어졌습니다. 파트 2의 AI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였기에 파트 1의 동료 AI 수준도 파트 2+@ 정도로 느껴집니다. 난이도에 따라 AI 의 전투 적극성에 차이가 있고 세세히 살펴보며 비교한 건 아닙니다만 생존자 난이도 기준 전투에 대한 도움 수준도 나쁘지 않았고, 플레이하면서 크게 거슬리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없었습니다.
반면, 리마스터보단 확실히 나아졌지만 개인적인 체감상으론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온다거나 측면이나 배후를 잡으려는 등 적 AI의 짜임새있는 움직임이 파트 2에 비해선 덜하다고 느껴지는 몇몇 구간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파트 1은 파트 2의 AI 시스템을 계승했고, 파트 2처럼 짜임새있는 움직임을 보이는 구간들도 있었으니 이는 필자 개인의 착각에 불과할 따름일 겁니다. 다만, 파트 1과 파트 2의 구조적인 레벨 디자인의 차이, 혹은 필자가 짠 전투의 구도, 적 유형(파트 2의 개, 덩치 등) 이라는 요인으로 인해 이러한 체감상의 차이가 생긴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임 시작전 옵션 항목을 살펴 향상된 듣기 모드 와 같은 유용한 옵션들을 미리 설정하는 편이 좋다.
듀얼센스 항목에서는 진동 강도나 트리거 저항력을 설정할 수 있다.
파트 1은 파트 2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접근성 옵션을 제공합니다. 아이템 찾기에 유용한 향상된 듣기 모드 등 파트 2에서 선보였던 기존 접근성 옵션 외에도 시네마틱 묘사, PS5 기기에 대응하는 듀얼센스 항목 등이 추가되었습니다.
파트 1에서 새롭게 추가된 시네마틱 묘사는 컷씬에서 상황을 오디오로 설명해주는 기능인데, 각 장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눈을 감고 들어도 게임의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만큼 구체적이라 마치 오디오북을 듣는 느낌이며, 비장애인인 한사람으로선 상세한 묘사로 인해 오히려 약간 과도하게 느껴지기도 하나 시각 장애인분들 입장에선 충분히 좋아할만한 기능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정식 발매 전 리뷰 버전 기준으론 영어 음성으로만 내레이션이 제공되었습니다. 만약 추후 한국어 음성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결국 한국 유저 입장에선 활용할 수 없는 옵션이라 보여집니다.
듀얼센스 항목에서는 플레이어 행동, 근접 공격 및 총격시, 적 공격에 피격 당했을 시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진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조준, 무기 발사, 재장전, 빠른 투척, 또는 아이템 사용시에 저항감을 느낄 수 있는 적응형 트리거를 활성 또는 비활성할 수 있습니다.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로 인해 화살을 시위에 걸고 당길때, 펌프 액션 샷건의 사격 후 반동이나 재장전시에 좀더 실감나는 손맛을 느낄 수 있고, 말을 타고 달리거나 비를 맞을때 등의 상황에서 전달되는 진동을 통해 현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음성 진동 기능은 캐릭터의 음성에 따라 진동을 전달하는 기능으로, 어조에 따른 진동의 강약이 잘 구현된 편이며 햅틱 피드백을 통해 섬세하게 전달되어 음소거를 한 상태로 체험해본 바, 확실히 시각적으로 자막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동의 속도와 강약을 통해 입체적으로 대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물론 소리에 따른 진동 전달이나 햅틱 피드백을 통한 전달력의 차이는 이미 다른 부분에서 적용되어왔고 익히 경험해온 부분이기에 신선한 요소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이러한 음성 진동 기능을 선보인 여타 게임이 없었다는 점, 햅틱 피드백의 활용을 좀더 확장해 게임을 보다 다채롭게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청각 장애인 입장이라면 흔쾌히 반길만한 기능이라는 점에서 꽤 의의가 있는 기능이 아닐까 합니다.
파트 1은 영구적 죽음 모드를 챕터/액트/게임 전체 3개의 부분으로 활성화가 가능하며, 1회차를 완료하면 스피드런 모드를 활성화할 수 있고,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획득한 포인트로 스킨, 그래픽 필터, 무한 탄약 등 수많은 잠금해제 요소들을 해제할 수 있어 싱글 플레이 게임으로서 반복 플레이를 할만한 동기요소를 충분히 제공한다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엔드 컨텐츠 요소라고도 볼 수 있는데, 사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진정한 엔드 컨텐츠는 멀티 플레이 라 할 수 있고, 이번 파트 1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이 멀티 플레이가 제외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추후 발매될 예정인 라스트 오브 어스 세계관의 독립형 멀티 플레이어 게임 때문에 제외된 것일거라 미루어 짐작은 됩니다만 여전히 라스트 오브 어스 멀티를 하는 유저가 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멀티플레이가 배제되었다는 건 무척 아쉬운 부분입니다.
라오어 리마스터 멀티는 여전히 매칭이 잘 잡히는 편이다.
오랜만의 재회. 그때의 감동이 듀얼센스로 한층 더 살아난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은 명작의 귀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잘 짜여진 스토리와 연출, 충분한 재미의 전투 파트, 입체적인 캐릭터 등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며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기에 명작이 되었고, 그러한 명작이기에 많은 이들이 플레이하고 기억하고 있는 게임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트 1은 보다 나은 그래픽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귀환할 만한 당위성을 가진다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직 라스트 오브 어스를 플레이하지 못한 이들에겐 두 손들고 반길만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트 1이 신작 풀프라이스 가격을 받을만한 가치를 가지는가에 대해선 라오어 팬인 필자로서도 살짝 의구심이 듭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1편과 2편을 모두 플레이 해본 입장에서 바라본 파트 1은 전반적인 비주얼 향상, 다양한 접근성 옵션, 3D 오디오, 햅틱 피드백 등을 통해 보다 나은 경험을 선사하지만 획기적이라고 느껴지진 않으며, 몇번이나 봐왔던 스토리를 또다시 플레이 하는 것이라 이야기에 신선함을 느낀다기 보단 되새김에 가깝고, 전투는 파트 2라는 좀더 진일보한 전투 대체재가 있으며, 라스트 오브 어스의 나머지 반쪽 멀티 플레이도 제외되었기에 풀프라이스라는 가격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너티독의 장인정신을 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여타 요인을 배제하고 게임 자체만을 놓고 봤을땐 역시 명작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정도로 훌륭하고, 현세대기에 맞춰 재구축하여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보다 생동감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다회차를 꺼림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과 리마스터 통틀어 5회차 이상 플레이해본 필자 또한 조엘과 엘리의 여정에 다시금 빠져들었다는 건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미 많은 이들이 수차례 플레이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가격이라는 요소는 충분히 방해요인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되며, 가격이 조금 더 저렴했으면 필자와 같이 가격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이들의 허들을 보다 쉽게 허물지 않았을까 합니다.
유동식 기자 press@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