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닌자가이덴 작품들은 DOA의 제작사답게 공방이 가위-바위-보 관계를 이루는 식이었습니다. 가드는 공격을 이기고, 잡기는 가드를 이기고, 공격이 잡기를 이기는 식이었죠. 잡기는 일반 공격으로 무시가 안되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싶으신 분도 있을 텐데, 적의 잡기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적기들이 공격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풍로처럼 단순하게 이동만 보장하는 기술도 있지만, 비연이라던가 강공격 차지, 벽타고 내려치기 등은 공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다보니 적의 턴을 가로챌 수 있는 상황이 많았고, 반대로 그러려다가 큰 빈틈을 주어서 적에게 호되게 당하는 것도 많은 게 닌가 시리지였습니다.
가드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자면 소울즈나 여타 액션 게임에 비해 닌자가이덴은 가드가 엄청나게 강한 게임이었습니다. 비록 적의 잡기에 이길 순 없지만, 가드만 올리고 있으면 전방위 가드인 데다가 가드 크러시가 나도 바로 다시 가드 키를 누르면 가드를 이어갈 수 있었고, 심지어 내가 공격 턴일 때도 약공격이라면 도중에 가드가 가능했습니다. 적들의 가드도 강하긴 마찬가지라 비연이나 길로틴 스로우가 삑사리 나는 경우도 꽤 있었죠. 그리고 닌자가이덴 2에서는 아예 그런 기술들을 강요하거나 삑사리가 나면 처벌하기 위해서 폭발수리검을 쏟아붓고는 했죠;
그런데 이번 작품은 음-양 관계처럼 이원화가 되었습니다. 메인 메커니즘인 마귀의 자세가 가드크러시로 기능하면서, 네 가드크러시(빨간 공격)가 쎄냐 내 가드크러시(마귀의 자세)가 쎄냐 같은 느낌으로 변화한 겁니다. 명계 파트를 제외하면 잡기를 꾸준히 쓰는 적이 별로 없는데다가, 사실 자폭도 하긴 하지만 그렇게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빨간 오브를 흡수하지 않은 강공격 차지는 빨간 공격을 이길 수가 없다던가, 기존의 회피나 비연의 파괴력이 상당히 약해졌습니다. 예외적으로 길로틴 스로우만 아주 강력한 공격이긴 합니다. 즉, 가드와 가드크러시, 거기에 가드크러시로 대응하는 방식이 되버린 겁니다.
그러다보니 공방에 있어서 가드는 강력하지만 계속 가드를 올리고 있으면 잡기에 당하니까 계속 움직이면서 공격한다... 란 기존 느낌이 좀 퇴색되었습니다. 이런 점은 다대일 싸움이 아닌 보스전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특히 텐구/산의 신... 완전히 소울식으로 적 턴 동안 가드 올리고 기다렸다가 내 턴 오면 때리고 이런 식이죠. 이 부분이 아무래도 기존 메커니즘을 활용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겠습니다.
그런데 또 닌자가이덴에서 많이 벗어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메탈기어 라이징하고 비교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메탈기어 라이징보다 게임양상이 훨씬 적극적, 공격적인 편입니다. 메탈기어 라이징의 메인 메커니즘은 역시 반격인데요, 기본적으로 가드가 계속 지속되는게 아니라 (널럴하긴 합니다만) ↑공격을 써서 적의 패턴을 계속 봐줘야 했고, 적의 숫자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수동적, 반응적인 게임양상이 이어지는 편입니다.
제가 닌자가이덴 4 초반에 영상공개될 때 걱정했던 게 적 배치방식이었는데요... 이 부분은 오히려 닌자가이덴스럽게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닌자가이덴 시리즈는 대대로 많은 적들이 한꺼번에 나올 때 전투가 재밌는 게임입니다. 닌자가이덴 1도 미션모드에서 한 번에 여섯~여덟 명 튀어나올 때 재밌어지죠. 적들도 포지션에 따라서 금방금방 원거리 지원을 했다가 근거리 공격을 했다가 하는 등, 좀 더 역동적이었죠.
반면 플래티넘 게임즈는 좀 정석적인, 체스처럼 계급과 역할이 정해진 느낌입니다. 대형급 적(탱커, 피돼지) 하나~둘, 원거리 적 하나, 소형급 적 세 명 뭐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믹스하는 편이고, 이런 적들 사이에서 어떤 적을 먼저 처치하느냐가 중요하죠. 이를 테면 원거리 적을 제초하고 대형 적에게 조금씩 데미지를 주면서 전투를 이끌어가는 방식이었습니다. 메기라도 비슷했고요. 이번 닌자가이덴 4에도 대형급 적들이 나오기는 한데, 대체로 중형급 적이 중심이 되어 여러마리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놈 락온 잡아놓고 빙빙돌면서 플레이하기보다는 내 포지셔닝에 따라서 전술을 순간마다 바꿔야하는 닌자가이덴다운 전투양상을 보여줍니다. ...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번 락온 시스템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특히나 가까운 몹부터가 아니라 큰 몹부터 락온을 잡으려고 드는데 오히려 방해만 됩니다.
덧붙이자면 닌자가이덴 3 re에서도 플레이어는 좀 방어적으로 플레이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3 re의 단골은 잡기의 카운터로 기능하고, 새롭게 생긴 특수기인 명상이나 공선도 적의 행동에 내가 반응을 한다는 양상을 이끄는 편입니다. 명상을 통해서 단골을 유도하거나, 가드 도중에 게이지를 이용해서 공선으로 반격을 노린다던가 하는 식이거든요. 그에 비하면 닌자가이덴 4는 훨씬 적극적으로 플레이어가 플레이를 이끌어나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암튼 닌자가이덴 2 해보겠다고 엑박 시리즈 엑스 산 사람의 소감은 이렇습니다. 기존 닌자가이덴들하고 비교하면 영 캐릭터 다루는 방식이 다르긴 한데, 그렇다고 닌자가이덴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뭐한... 그런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스핀오프로 나오면 제일 좋았겠지만 이만큼 관심을 끌기 어려웠겠죠. 야이바로 폭삭망해서 또 외전을 내놓기를 싫어했을만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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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실 닌자가이덴 2가 여전히 제일 좋긴 합니다 ㅋㅋ 그렇지만 시그마 2는 정말 너무했죠... | 25.10.25 10: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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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도 어느정도는 그 공방을 지키고 있어서, 여전히 플래티넘 게임즈의 향취는 남아있지만 그렇다고 닌자가이덴이 아니라고 하기엔 뭐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니 좀 원판 가수가 아니라 남이 만든 리믹스 앨범 듣는 위화감같은 게 있진 하죠. | 25.10.25 10: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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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적은 것처럼 이번 작의 아이덴티티는 가드 크러시 = 마귀의 자세에 있고, 따라서 일관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류 하야부사도 가드크러시를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겠죠. 개인적으론 이 시스템이 독특해서, 왜 류가 아니라 새 캐릭터를 만들었는지도 이해가 갑니다. 다만 류에게도 무기를 좀 줬으면 좋았으려만 싶긴 하고요. 덧붙이면 마귀의 자세는 전반적으로 DmC 데빌메이크라이(*리부트)의 엔젤무기, 데빌무기를 연상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 25.10.25 10: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