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전투 조합으로 즐기는 액션, ‘발키리 엘리시움’ 체험기
최근 일본 게임업계, 그 중에서도 스퀘어에닉스가 고전 IP를 되살리거나 옛 감성을 계승한 뉴트로풍 작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어떤 게임은 기존 에셋을 리마스터링하는 수준에 그치는 반면, HD-2D 그래픽으로 리메이크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십수 년만에 정식 속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는 9월 29일 한국어화 정식 발매되는 ‘발키리 엘리시움(Valkyrie Elysium)’은 후자에 속하는 작품으로, 30대가 넘은 콘솔 게이머라면 대부분 기억할 ‘발키리’ 시리즈의 계승자다.
한때 뭇 게이머의 남심을 자극한 레나스라지만 전작 ‘발키리 프로파일: 죄를 짊어진 자’가 나오고 무려 14년이 흘렀다. 모바일 게임 ‘발키리 아나토미아: 디 오리진’부터 세어도 6년 만이다. 개발사는 트라이에이스서 솔레유로 변경되었고 장르는 시류에 맞춰 실시간 액션 RPG가 됐다. 어디 그뿐이랴. 시리즈의 얼굴마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레나스, 아니 발큐리아 자매 전부 등장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모처럼의 신작에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이들도 적잖을 터이다.
14년 만에 부활하는 전설, 그러나 레나스와 바레스는 없는 '발키리 엘리시움'
※ 레나스 발큐리아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프로듀서 인터뷰(링크)서 확인 가능하다.
북유럽 신화, 그러나 또다른 이야기
과연 ‘발키리 엘리시움’은 여러 불안한 전조에도 불구하고 이 해묵은 IP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을까. 어릴 적 ‘발키리 프로파일’을(…정확히는 레나스를) 무척 좋아했던 필자로선 운 좋게도, 정식 발매에 앞서 ‘발키리 엘리시움’ 극초반부를 잠시나마 체험할 기회가 주어졌다. 플레이 분량은 게임 시작부터 약 1시간 가량. 북유럽 신화의 주신 오딘이 세계의 종말을 저지하고자 신생 발키리를 창조하고, 그녀가 미드가르드로 내려가 첫 임무를 수행하는 부분까지다.
상기 링크한 프로듀서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발키리 엘리시움’은 기존 시리즈와 서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얼마 전 공개된 오딘의 일러스트가 옛 모습과 너무 달라 어느 정도 체념한 상태였는데, 역시나 별다른 이변 없이 독자 세계관으로 드러났다. 필자처럼 ‘발키리 프로파일’과 발큐리아 자매를 추억하는 올드 게이머라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정이나, IP 확장과 신규 유입을 고려했다는 프로듀서의 변도 이해는 간다. 독자 여러분도 구매 결정에 참고하기 바란다.
원점 회귀를 모토로 삼으면서도 리부트를 선택했다. 기반은 여전히 북유럽 신화지만.
오딘의 남은 힘에서 탄생한 신생 발키리가 되어, 진상을 떠도는 영혼들을 정화하자.
아름다운 발큐리아 자매도 스토커이자 로리콘인 레자드 바레스도 없지만 이야기 자체는 북유럽 신화 기반이라 비슷하게 흐른다. 다만 여기선 늑대신 펜리르가 신계 전쟁을 일으켜 온세상이 혼란에 빠진 와중에 그 흉포한 어금니에 주신 오딘조차 큰 부상을 입은 상황이다. 결국 종말을 고하는 뿔피리 걀라르호른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오딘은 남은 힘을 그러모아 한 명의 발키리를 창조한다. 그녀의 사명은 미드가르드서 떠도는 영혼들을 정화하여 종말을 최대한 늦추는 것.
향후 본편에선 더 많이 등장할지 모르지만 일단 도입부에서 언급되는 신은 오딘과 펜리르 뿐이다. 실제로 휑한 발할라에 NPC는 오딘 밖에 없고. 구원의 사도로서 임무를 부여 받은 발키리는 전단 중앙에 자리한 천구의를 통해 미드가르드로 내려간다. 챕터 1 무대 베에르제령은 무너진 고성과 초목이 무성한 땅으로, 전란에 휩쓸린 사람들의 영혼은 불사자가 되어 떠돈다. 영혼의 정화란 그냥 불사자를 베어 죽이는 것. 이들의 사연은 곳곳에 핀 흠혼화라는 꽃이 들려준다.
지상의 사람들은 영혼이 타락하여 불사자라는 괴물이 됐다. 정화란 괴물을 타도하는 것.
곳곳에 피어난 흠혼화를 통해 서사의 공백이 좀 더 채워진다. 수집요소기도 하고.
전투 일변도, 스테이지 방식의 액션 RPG
‘발키리 엘리시움’은 익히 알려졌던 3인칭 실시간 액션 RPG다. PS5 듀얼센스 기준으로 아날로그 스틱 L 이동, R 시점, □ 일반기, △ 변화기, ○ 회피, X 점프, L1 가드, R3 록온이라는 익숙한 조작체계. L2 소울 체인이 조금 독특한데, 채찍처럼 얇고 긴 사슬을 뻗어 적에게 신속히 접근하거나 점프로 넘기 힘든 지형을 돌파할 수 있다. R2는 액티브 스킬에 해당하는 디바인 아츠 팔레트이고, R1은 소환수 혹은 일정 시간 동안 함께 싸우는 동료 개념인 에인헤랴르 팔레트다.
게임 자체는 전투 일변도의 담백한 구성이다. 발할라서 천구의로 스테이지를 고른 다음, 스토리 전개에 따라 쭉 진행하며 불사자를 쓰러트리고 마지막 보스를 꺾으면 임무 완수. 공략에 소요된 시간과 획득 아이템, 총 피해량, 죽은 횟수를 종합하여 점수 및 등급을 매겨준다. 발할라와 스테이지 여기저기 위치한 기억방진에서 진행 상황을 저장하고 무기를 강화할 수 있는데, 일각의 우려와 달리 평범하게 인게임 재화를 소모하는 방식이다(F2P스러운 시스템은 전혀 없다).
일반적인 3인칭 액션 게임의 조작체계를 따르고 있어서, 잠깐이면 익숙해진다.
발할라서 스테이지를 선택해 공략한 만큼 점수 및 등급을 받는 담백한 구성이다.
발키리의 스펙은 물리 공격력과 마법 공격력으로 심플하게 표시되며 공격, 방어, 보조의 세 가지 스킬트리가 존재한다. 무기 강화다 달리 스킬은 언제든 옵션 UI를 열어 해금할 수 있고, 레벨업을 통해 쌓이는 CP와 인게임 재화를 함께 소모한다. 스킬은 단순히 공격력이나 체력이 오르기도 것도 있지만 2단 점프, 저스트 회피, 저스트 가드 및 리버설, 레인지 어택처럼 점차 액션의 폭이 넓어지도록 구성됐다. 장비는 기존 것을 계속 강화하며 쓰는지라 파밍 요소는 아닌 듯하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메인 스토리 도중에 서브 퀘스트를 수주하되 완료할 순 없다는 점이다. 가령 챕터 1 진행 와중에 어린 영혼에게 어머니의 반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치자. 그러면 우선 챕터 1을 끝마친 뒤 발할라로 나왔다가 천구의서 다시금 해당 서브 퀘스트로 진입해야 한다. 스테이지는 같은 베에르제령이지만 일부 구간이 제한되거나 변경된다. 이처럼 ‘발키리 엘리시움’은 전투 일변도의, 완전히 선형적인, 스테이지 병렬 구조로 된 게임이다.
무기는 종류별로 하나만 딱 얻고, 그걸 계속 강화해서 쓰는 방식으로 보인다.
스킬은 2단 점프, 저스트 가드 및 리버설, 레인지 어택 등 액션의 폭을 넓히는 식.
에인헤랴르와 디바인 아츠, 속성, 무기까지
약 1시간의 체험으로도 전체 구조가 보일 만큼 ‘발키리 엘리시움’은 전투 일변도의 게임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액션 하나는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 우선 모델링이나 애니메이션 품질은 차치하고서 전투의 호흡이 퍽 부드럽고 경쾌하다. 발키리는 빠르게 뛰어다니며 휘두르는 검격은 가볍고 점프와 회피는 민첩하다. 소울 체인으로 적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기 때문에 스타일리시하고 스피디한 액션을 선호한다면 기본 조작만으로도 꽤나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다.
여기에 챕터 클리어 보상으로 새로운 무기를 획득하면 발키리의 액션 스타일이 그에 맞춰 바뀐다. 금번 체험의 경우 평범한 장검인 알포르드를 쓰다 챕터 1를 완료하며 세검 볼베르크를 얻었는데, 재빠른 찌르기 위주의 전투 운용이 또다른 재미를 줬다. 알포르드와 볼베르크는 둘 다 가벼운 무기라 경쾌함이 부각되는 반면 묵직한 타격감은 부족한 편이다. 짧은 체험에선 확인할 수 없었지만 후에 거대한 망치나 도끼 같은 무기가 추가되어 이러한 아쉬움을 채워주면 좋겠다.
소울 체인은 적에게 신속히 접근하거나 장애물을 돌파할 때 유용하며, 손맛이 뛰어나다.
챕터 1을 끝마치면 세검을 얻게 되며, 재빨리 찌르고 빠지는 액션 스타일로 변화한다.
다음으로 디바인 아츠는 그야말로 액션 RPG서 익히 접하는 액티브 스킬 혹은 마법이다. 1시간 체험으로 네 개를 얻을 정도라 실제 가짓수는 훨씬 많을 듯하다. 현재 공개된 디바인 아츠는 스스로 체력을 회복하는 큐어 플람스, 대상의 발치에 성스러운 검이 솟아하는 보이드 익스트림, 주위 적들을 끌어당기는 모탈 서프레션, 번개가 다수를 꿰뚫는 라이트닝 볼트 등등. 한 번에 장착 가능한 슬롯은 네 개뿐이라 어떤 무기, 어떤 디바인 아츠를 조합하느냐가 전투의 핵심이겠다.
끝으로 ‘발키리 엘리시움’, 나아가 ‘발키리’ 시리즈의 특징인 에인헤랴르다. 턴제 RPG 시절이야 평범한 파티원이었지만 실시간 액션 RPG로 장르가 바뀐 만큼 그 역할도 변화가 찾아왔다. 에인헤랴르는 고유한 조형과 서사를 갖춘 정식 동료로 메인 스토리 진행에 따라 합류한다. 전투 시 소환하면 발키리의 곁을 지키며 적을 격퇴하고, 그 속성은 발키리가 지닌 무기에도 입혀져 적의 양점을 노릴 수 있다. 오는 29일 찾아올 발키리와 에인헤랴르 일행의 모험담을 기대하시라.
디바인 아츠는 여느 게임에서 익히 접하는 액티브 스킬 또는 마법이다. 종류가 꽤 많다.
끝으로 에인헤랴르는 전투에서는 일종의 소환수로, 서사적인 역할 또한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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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