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이 개발 중인 신작 수집형 RPG '테르비스'는 그간 장르와 게임명 이외에 게임에 대한 정보를 밝힌 바 없었다. 대체 어떤 게임일 지 궁금하던 차, 이번 지스타 2023에 시연 빌드를 들고 나오면서 드디어 어떤 게임일 지 확인할 수 있었다.

테르비스의 만듦새는 꽤 나쁘지 않았다. 수집형 RPG에서 흔히 쓰이는 액티브 타임 배틀 시스템을 테르비스의 문법으로 재구성했는데 테르비스만의 특별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색다른 시스템은 없었지만 적어도 허술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기본기는 탄탄하다는 느낌이다.

테르비스의 기본적인 전투는 클래스/진형/속성 등 3요소로 결정된다. 아군을 보호해줄 탱커 캐릭터를 전열에 배치하고, 중열과 후열에는 아군을 돕는 서포터나 강력한 공격 스킬을 가진 딜러를 배치하면 된다. 속성을 맞춰서 파티를 짤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 속성까지 고려해볼 수 있겠다.

각 캐릭터는 특정 조건 하에 자동으로 발동되는 오토 스킬, 적당히 강한 공격으로 적을 저지하는 일반 스킬 '메뉴얼 스킬', 특별한 애니메이션 연출과 함께 화려하게 적을 공격하는 필살기 '스페셜 스킬' 등 3가지 스킬을 가지고 있다. 이 스킬들은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파티 조합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순서를 정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냥 써도 강력하지만 다른 캐릭터와 연계해 사용하면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태이상 면역인 몬스터가 있다면 미셸의 스페셜 스킬로 '현기증' 상태로 만들어 면역을 제거하고 에노아의 스페셜 스킬을 쓰면 원래 걸리지 않는 화상에 걸리게 된다. 그 상태에서 디나의 스페셜 스킬을 사용하면 더 큰 화상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캐릭터의 스킬을 연계해 더 강력한 효과를 만들어 내는 체인 스킬 시스템 덕분에 전략을 연구하는 재미가 있었다.

테르비스의 연출력은 꽤 뛰어난 편이다. 스킬 전용 컷씬도 존재하지 않고 스탠딩 일러스트 한 장에 눈과 입모양만 조금씩 바뀌면서 심하면 캐릭터 보이스 조차 입히지 않는 그런 수집형 RPG도 많은데, 테르비스는 스킬 연출도 화려하고 스토리를 풀어 나갈 때도 라이브2D를 적극 활용하고 캐릭터 보이스도 입혀 대화 맥락에 따른 캐릭터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는 흔히 말하는 '분재 게임' 특유의 지루함을 효과적으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만 정작 게임을 애정하기 위한 세계관과 캐릭터 디테일 면에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집형 RPG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 세계관과 캐릭터성이다. 캐릭터 뽑기가 주력 상품이 되는 이상 캐릭터의 가치와 그를 뒷받침하는 매력적인 세계관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이번 지스타 2023에서 체험한 테르비스에서 만난 캐릭터들은 꼭 가지고 싶다, 애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가벼움을 추구한 느낌이었는데, 좋게 말해서 취향을 덜 타고 나쁘게 말해서 개성이 부족해 보인다.

이는 테르비스의 세계관이 다중우주인 점도 크다. 캐릭터를 보면 어떤 캐릭터는 원시인처럼 생겼고, 어떤 캐릭터는 현대 사회인처럼 생겼고, 어떤 캐릭터는 판타지 이종족처럼 생겼고, 어떤 캐릭터는 중세 기사처럼 생겼고... 캐릭터를 구성하는 배경 요소가 통일되지 않고 각양각색인데, 그래서 그런지 좀처럼 게임 세계관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마침 부스에서 안내를 하고 있던 관계자에게 게임에 몰입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 시연 빌드는 순수하게 지스타 2023 시연을 위해 따로 제작한 빌드라 세계관 묘사나 캐릭터성 부각이 조금 부족할 수 있다고 하며, 출시를 위한 빌드에서는 세계관과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서 개발 중이라고 한다.

테르비스를 기대할 만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연출 면에서 어떻게 캐릭터를 돋보이게 할까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기본 만듦새는 나쁘지 않으니 부디 부족한 세계관 묘사와 캐릭터 설정을 보충해 나가면서 캐릭터 게임으로서 완성도를 높여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테르비스는 2024년 출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