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 스팀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 '데이브 더 다이버'가 걸어온 길
2018년 최초 선보인 데이브 더 다이버는 당시 빌드 기준으로는 지금과 다른 형태였다. 네셔널지오그래픽과 협업을 하게 되면서 형태가 바뀌기도 했다. 물고기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제약도 있었으며, 이후 스튜디오가 정리되며 프로젝트는 접히게 됐다. 이후 다시금 기회를 받아 부활한 것이 현재의 데이브 더 다이버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현재는 200만 장 이상 판매가 된 상태이며, 메타크리틱 90점, 머스트-플레이 딱지까지 국내 게임 최초로 받았다. 더불어 스팀 기준 5만 명의 플레이어와 압도적 긍정적 리뷰를 받기도 했으며,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에 후보로 오르는 한편, 웹진이 선정한 역대 PC 게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힘을 넣었지만, 그 이상의 성취를 얻은 것에 대해서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따라서 이게 왜 됐는지. 차분히 생각하고 이에 대해서 경험을 전달하며, 얼리 액세스를 앞두고 있는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전하고자 했다.
때로는 자체 추천 알고리즘이 모든 마케팅을 압도하기도 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2억이 안되는 자금을 마케팅에 사용했지만, 스팀 내 유입이 92%를 차지하는 것으로 데이터가 집계됐다. 대부분이 스팀이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신뢰하여 움직이고 있다. 특정 태그의 상위 포지션을 확보하지 않으면 노출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그렇기에 특정 게임과 유사한 경우 노출에서 밀리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노출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개발 과정을 설명하며, 강연자는 데이브 더 다이버가 끊임없는 피드백의 산물이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후 이어진 결과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커뮤니티 관리와 소통을 통한 업데이트 등 게임을 다듬는 과정과 방식이 적절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지금의 데이브 더 다이버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2020 년 당시 초기 버전을 보면, 기본적인 원형만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가장 코어 플레이만이 존재하여 대부분의 요소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태와 같았다.
이렇게 많은 테스트를 진행한 이유는 ‘불안해서’다.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없었기에 판단에 자신이 없어서다. 개발자 스스로 언급하길 ‘돌이켜보면 망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라는 평을 내릴 정도였다. 처음 싱글 게임을 만드는 개발팀 / 스팀에 처음 출시하는 사업팀 / 글로벌 목표라면서 한국 사람으로 구성된 점 등에서 ‘되겠냐?’라는 물음이 나왔지만, 이를 민트로켓을 총괄하는 김대훤 부사장의 드라이브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이르렀다.
이 전략 하에 데이브 더 다이버는 많은 테스트를 거친 다음, 2022년 6월 진행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데모를 공개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여 게임에 대한 설명을 직접 전했다. 이와 함께 게임 내 설문 조사 시스템을 삽입하여 플레이어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이 때부터 디스코드를 개설하여 직접 대화를 진행하거나 피드백을 받는 작업에 착수했다. 초기에는 디스코드를 대행사에서 담당했으나, 이후 대행사를 빼고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그리고 데모를 재미있게 해준 스트리머 들에게 감사의 메일을 전하는 활동을 진행하며 관계를 쌓아나갔다.
하지만 초밥집은 초반보다 개선되기는 했음에도 여전히 게임의 약점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콘텐츠의 완성와 별개로 초밥과 타이쿤이라는 소재가 높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설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개발팀은 데모 이후 수정 작업을 거쳤다. 스토리 측면과 함께 스시집을 강화하는 작업의 일환이었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나라마다 문화 차이로 인해서 뚱뚱한 캐릭터에 대한 농담을 축소했으며, 초기 필리핀으로 명시되었던 구체적인 지역 언급을 제거했다. 필리핀이 배경인데 이러한 문화가 없다는 피드백을 받아서, 제거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와 함께 초밥집에 대한 노출을 증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프로모션 영상에 초밥집을 반영하는 한편, 스팀 상점 페이지에 초밥집 관련 스크린샷과 GIF를 앞쪽에 추가적으로 배치했다. 이외에도 타이쿤과 같은 관련 태그를 적극적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네 달 정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얼리 액세스에 돌입했다. 얼리 액세스의 초기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압도적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4일만에 달성하는 한편, 약 20일 만에 10만 장의 판매량을 달성했다. 개발팀은 이 때에 데모를 공개하길 잘했다는 감정에 도달했다. 잠재적인 리스크와 소구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얼리 액세스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고민했다. 오픈 베타와 같이 봐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라이브로 봐야 하는 것인지 등 다양한 고민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오해처럼 다뤄지는 인식을 분석했다. 예를 들면, 미완성 제품이기 때문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한이 다가와 얼리 액세스로 게임을 내놓는 것을 지양하고자 했다. 만들어진 부분에 대한 완성도가 담보가 되어 있어야 하며, 거기에 대해서 추가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
더불어 라이브 운영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으며, 여기에 투명한 소통을 통한 개선을 핵심으로 삼았다. 소통이 바쁘다고 끊기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플레이어들과 이야기를 지속하면서 소통이 유지되도록 하는 데에 힘을 썼다. 아무리 바쁜 날이라도 한 마디를 남겼으며, 정 안되면 좋아요라도 찍는 작업을 지속했다. 얼리 액세스는 결국 미완성을 내놓고 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개선하고 소통하는 단계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
얼리 액세스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는 약 8개월 동안 25회의 개선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더불어 콘텐츠 업데이트는 의도적으로 진행하지 않았으며, 큰 업데이트의 경우 한국어와 영어 유튜브 방송으로 전달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벤트나 마케팅 등은 되도록 진행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플레이어를 모으는 과정 없이 콘텐츠 개발에 매진하고자 했다.
더불어 스트리머들과의 관계도 쌓아나갔다. 자발적으로 플레이한 사람들에게 굿즈를 발송하는 한편, 열성적인 스트리머의 경우 초밥집 직원이나 미션 NPC로 배치하여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목소리도 받아서 녹음을 진행하는 과정도 거쳤다.
결과적으로 개발팀은 얼리 액세스를 통해 충성 커뮤니티 확보 / 게임 편의성 향상 / 게임 인지도 확보라는 결과를 거머쥘 수 있었다. 복잡하고 낯선 시스템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한편, 런칭 시점에서 이슈가 될 수 있는 인지도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어서 강연자는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데이브 더 다이버를 작업하면 ‘닌텐도는 미친 듯이 대단한 회사다’라는 말을 전했다. 얼리 액세스도 없이 게임을 내는데, 신선함도 가지고 버그도 없는 대단한 회사라는 점에서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경우 정식 런칭 이후에도 버그가 많아서 핫픽스를 진행했는데, 어떻게 이런 것을 다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움이다.
하지만 민트로켓은 닌텐도가 아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이 없고 인사이트도 부족하다. 넥슨은 라이브 운영이나 모바일에서 강점이 있지만, 싱글 타이틀이나 콘솔에는 경험이 없다. 비단 이러한 것은 다른 회사들도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개발진이 같이 들어와서 이야기를 직접 듣는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기가 보내주는 의견이 게임에 반영이 되면서 자발적인 홍보 대사가 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더불어 안정적인 환경이라면, 충분히 만족했을 때 정식 서비스에 돌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을 전했다.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황재호 디렉터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전했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성공적인 출시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운이 더 작용했다는 의미다. 출시 했을 때에 다른 좋은 게임이 나왔으면 이슈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나오는 결론이다. 결국, 그는 게임 출시와 성공에는 운이 많이 따른다는 설명을 전했다. 그러나 운이 전부는 아니다.사람의 노력이 영향을 미치는 나머지 30%. 기술 측면에서는 이번 강연을 통해 전달한 경험을 따르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