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하고 그라인딩만 있다고 다가 아닐 것인데, '퀀텀 나이츠' 체험기
퀀텀 나이츠는 초기 프로젝트 NM 시기와 2021년 라인 게임즈 신작 발표회 등에서 게임 플레이를 공개하며 루터 슈터 플레이어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캐릭터들이 총기를 사용하며 건슈팅 플레이를 진행한다는 점. 그리고 오픈월드에서 이리저리 움직며 전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가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체험판을 통해 공개된 퀀텀 나이츠는 초기 플레이 영상 혹은 기대치와는 전혀 다른 타이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TPS와 RPG의 조합에서 나올 수 있는 경험과 플레이 양상이 아니라,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이 플레이 과정에 자리합니다.
동종 장르의 팬이라면, 퀀텀 나이츠를 플레이하면서 끊임없이 드는 생각이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다름아닌 ‘왜?’라는 질문이죠. 이는 퀀텀 나이츠의 게임 플레이를 구축하는 대부분의 것들에 이 ‘왜?’라는 질문을 던질만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근본적인 플레이 구조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한 물음일 수 있고 때로는 작업 중이던 것을 너무 날것으로 선보인 최소한의 성의가 없음에 대한 지적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질문 속에서 때로는 본질적인 요소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개발 편의적인. 혹은 모바일과 PC 크로스 플랫폼을 노리던 흔적들이 역력하며, 이 모든 요소들이 근본적인 지점에서 질문을 꺼내게 합니다.
● 무엇이 루터-슈터를 만드는가?
그렇기에 이번 퀀텀 나이츠의 체험기는 쓴소리로 시작합니다. 슈팅이 먼저가 되지 않고 MMORPG 기반에 슈팅을 붙인 모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게임 디자인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RPG이기 때문에, 칼 대신 총을 든 느낌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슈팅 플레이가 온전하지 못해 발생하는 기묘한 문제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루터 슈터 장르의 타이틀을 만들기 어려운 것도 여기서 기인합니다. 근본적으로는 화기로 전투를 한다는 특징이 바탕이 된 다음, RPG의 요소들을 접목한 것이 장르의 문법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노하우 측면에서는 FPS 혹은 TPS의 문법이 먼저 앞에 나옵니다. 그 다음 RPG에서 보여줬던 장기적인 플레이를 만들기 위한 흐름이 더해지는 구조입니다.
작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인 경향이 그러합니다. 여기서 TPS 형태로 들어가 액션의 요소를 더 강조할 것인지. FPS의 형태로 레벨 디자인이나 총기 디자인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가 작품마다 도드라지는 지점이 됩니다. 파밍 측면에서는 독특한 총기의 메커닉을 더하거나. 레이드 / 던전과 같은 지점에서 기믹을 더하거나. 스킬의 메커닉이나 빌드 구성을 더하기도 하죠.
퀀텀 나이츠는 총기 + 캐릭터가 사용하는 스킬의 구조인 셈
복합적인 장르인 만큼, 이 모든 요소들 사이를 잘 어우러지게 조절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더 나아가 라이브 서비스로 게임을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현재까지 롱런하고 있는 멀티 플레이 기반 루터-슈터 장르의 타이틀은 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아이템을 줍고 활용하는 것도 근본적인 지점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측면에서 퀀텀 나이츠는 근본적인 지점이 슈팅보다는 MMORPG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전투력이 기반이 되는 모바일 수집형 RPG의 문법에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 캐릭터의 능력치 / 강화 상태 / 전투력으로 취합되는 강함의 척도가 먼저 고개를 내밉니다. 공격 방식은 총을 쏘는 것이지만, 슈팅의 건플레이가 기반이 되지 않았기에 기묘한 지점들도 나옵니다.
여기서 문제는 시점이 하늘을 향했을 때, 지면에 있는 모든 것을 비춘다는 점입니다. 즉, 카메라에 지면에 돋아난 풀과 초목들이 그대로 비춰집니다. 던전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필드 플레이에서는 무지막지한 문제가 됩니다. 하늘을 조준할 때마다 풀과 나무가 화면을 가려서 조준조차 힘들어지는 상황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슈팅이 베이스였다면. 혹은 조금만 생각을 했다면 이러한 구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카메라 앞에서 초목을 투명하게 처리한다거나. 카메라를 조절하면 되었을 부분이니까요.
공중에 있는 적을 정조준한 상태
카메라와 캐릭터의 총구. 그리고 조준원점과 타격점의 정렬이 제대로 되지 않은 느낌에 가까운데, 특히나 적이 캐릭터의 측면에 자리하고 플레이어와 적이 모두 움직이고 있을 때 + 카메라를 이동할 때가 문제가 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조준을 잘 못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투사체가 발사되는 방향과 조준점 / 캐릭터의 움직임이 일치되지 않아 발생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이 조건들이 겹쳐질 때, 투사체의 움직임이 커브나 슬라이더처럼 표현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실제로는 아주 순간이지만, 조준이나 타격점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런처 계열의 무기를 들어도 근거리 교전을 하는 상황이 나옵니다. 조준원점과 타격점이 조준선과 일치하지 않기에, 화기를 사용함에도 차라리 근접해 전투하는 것이 나은 상황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런처형 무기의 경우는 궤적이 이해하기 어렵게 표현된다. 마치 커브나 슬라이더 수준
여기서 더 나아가면, 던전의 레벨 디자인으로도 이어집니다. 단적으로 은엄폐나 체력 회복 수단의 부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파밍의 주요 장소가 던전 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치명적인 부분입니다. 체력 회복 수단이 적다는 것은 던전의 주안점이 플레이어의 건플레이에 있지 않고 스펙 측면에 치중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게임 내에 체력을 회복하는 소모품도 존재하지 않기에 체력을 회복하는 수단은 체력 회복 스킬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볼란트) 정도가 전부입니다. 회피나 구르기 같은 요소도 무적 시간이 없기에 적의 공격을 대부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적들이 연속해서 등장할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집니다. 결국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스펙을 올리거나. 상성을 맞추거나. 버프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는 합니다.
아니면 던전 방 입구에서 적을 공격하거나
전체적인 디자인도 허술한 측면을 보여줍니다. 대표적으로 구조물 위에 올라간 적들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발판을 쏴서 아래로 떨어뜨리거나. 점프를 해서 올라가는 방법. 또는 아래에서 위로 공격하는 방법 등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파괴할 수 없는 발판에 적들이 올라가 있는 경우도 있고 총기가 수평으로만 발사되어 고지대를 노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처리에 무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불어 일부 미션과 같은 콘텐츠에서 적의 패턴 또한 파티 플레이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거나, 플레이어가 적의 패턴을 보고 피하기도 어렵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솔로 플레이 보다는 파티 플레이에 더 초점을 맞춘 모양세인데,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도 제대로 매칭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몬스터는 쉽고 보스는 아주 어렵게 느껴지는 등 전반적인 경험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최소한 둘이서라도 하면 어려움이 크게 줄어드는 수준이고 네 명이 전부 채워졌을 때에는 보스의 패턴을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에 보스가 녹아내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혼자 잡았을 때에는 계속 실패하다가, 4명이 모이는 순간 패턴을 다 보지도 못하고 1분 컷이 되는 보스
하지만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회피 액션에 무적 타이밍이 없고 적들이 사방 팔방에서 근거리 / 원거리 공격을 진행하는 게임 구조상, 이 아드레날린 수치를 제대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또한 제대로 활용되는 것은 적의 어그로가 플레이어를 벗어날 수 있는 파티 플레이 시점이며, 다수의 적이 등장하고 복합적으로 공격을 해오는 솔로 플레이에서는 1단~2단 정도에만 머무르게 됩니다.
계속해서 공격을 할 때에 쾌감을 주는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퀀텀 나이츠의 플레이는 플레이가 누적될수록 슈터보다는 RPG. 그것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모바일 수집형의 플레이 양상에 가까워집니다. 슈팅 측면의 건플레이는 문제가 산적하여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대신 전투력으로 대표되는 스펙적인 측면이 게임 플레이를 지배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빌드의 구성이나 무기와의 시너지를 노리고 육성한다는 측면보다, 강화에 기반한 전투력이라는 측면이 먼저 고개를 듭니다. 전반적인 구성도 캐릭터와 무기를 강화하는 것에 치중되어 있기도 하고요. 바로 이러한 특징이 퀀텀 나이츠의 플레이와 맞물리면서 일장일단이 크게 갈리는 플레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회피에 무적이나 적 통과 기능도 없어 큰 의미가 없기도 하다. 일부 캐릭터는 회피도 없고
● 오픈월드 + 태그 전투 + 강화와 전투력 = 퀀텀 나이츠의 플레이 구조
슈팅 플레이보다 RPG의 형태가 먼저 자리하고 있는 퀀텀 나이츠. 그렇기에 RPG 측면에서는 눈여겨볼 지점도 있습니다. 특히 오픈 월드의 콘텐츠 배치는 퀀텀 나이츠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퀀텀 나이츠는 거대한 필드를 플레이어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해뒀습니다. 필드에 던전이나 콘텐츠들을 배치하고 시나리오 등으로 이를 마주할 수 있게 해둔 형태입니다.
플레이어는 가장 처음부터 주어지는 시나리오 퀘스트를 통해서 필드 곳곳을 누비게 됩니다. 새로운 NPC를 마주하는 한편, 이동 과정에서 리젠되는 적들을 제거하거나. 필드에 숨겨진 유적 조각 / 보물 상자 / 미믹 / 필드 보스 등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플레이가 이어집니다. 긍정적인 측면은 이 필드 구성에서 비어있는 공간을 최소화하고자 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활동보다는 몬스터의 밀도를 늘리는 한편, 파밍을 위한 장소인 던전으로 플레이어들을 유도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퀘스트는 마을과 마을로 플레이어를 이동시키고 전투력이라는 지표로 플레이어의 동선을 구분합니다. 적들이 존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건을 설정한 셈입니다. 사실, 파밍이나 그라인딩 측면에서 필드는 큰 의미가 없기는 합니다. 하지만 필드에서 그저 이동만을 하지 않고 플레이어들이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것들을 촘촘하게 배치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넓은 오픈 월드 그리고 많은 마커와 콘텐츠 / 던전들
실제 플레이를 보면, 필드에 자리한 수많은 마커를 향해서 움직이는 것이 우선됩니다. 해당 장소로 가면 던전이나 일일 퀘스트 / 필드 보스등이 자리하므로 보상과 경험치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먼저가 됩니다. 이동을 하면 플레이어의 전투력이 충분하다는 가정 하에, 할 것들이 많습니다. 던전을 방해서 장신구를 파밍할 수도 있고 필드 사냥으로 재료를 모은다거나. 퀘스트를 받아 필드 보스를 잡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또한 완전한 파밍과 그라인딩은 아닙니다. 퀀텀 나이츠의 주력 파밍 장소는 결국 미션 / 던전으로 구분되는 한정된 공간에서 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필드라는 개념 자체는 이벤트와 이동을 위한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필드 던전을 가는 길에 마주하며, 리젠 포인트에서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몬스터 정도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설명을 안 해줬지만, 필드 보스의 경우 현실 시간이 아닌 '게임 내 시간'으로 등장 시점이 정해진다
미션의 경우 시나리오 과정에서 만날 수 있으며, 정해진 흐름에 따라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최종적으로는 보스를 상대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특정 지점으로 이동하거나 등장하는 적들을 잡아나가면서 최종적으로는 보스를 마주한다는 흐름입니다.
도전 모드의 경우에는 조금 더 어려운 대신, 보상권을 이용해서 추가 보상을 획득하는 구조입니다. 후술할 무기 그라인딩과 관련해서 무척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 분명하므로 특정한 무기를 노리는 사람들에게는 유의미한 콘텐츠가 됩니다.
무기와 일부 자원의 파밍은 미션이 중심이 된다
따라서 반복 플레이는 미션을 반복하거나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것. 그리고 필드 곳곳에 있는 던전을 주파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필드 던전의 쿨타임이 있기에 비어있는 시간이 발생한다면, 이는 필드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부가적인 콘텐츠인 네임드 사냥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채웁니다.
다수의 적을 좁은 장소에서 상대하는 필드 던전. 일부 던전은 플랫폼 점프도 해야 한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필드를 중심으로 제대로 짜여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꼬박꼬박 필드를 탐험하고 재화를 누적해야 하며, 하루 입장 횟수가 정해진 던전과 콘텐츠들을 이용해야 플레이어 캐릭터의 육성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는 퀀텀 나이츠가 세 명의 캐릭터를 하나로 묶어서 활용하는 태그 방식(게임 내에서 스쿼드로 표현)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퀀텀 나이츠는 하나의 캐릭터가 몇 개의 총기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캐릭터가 하나의 스킬셋 / 하나의 총기를 사용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스킬과 성별 / 외형이 고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서 각자 고유한 플레이 방식을 가집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은 각자 하나의 속성을 갖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캐릭터마다 스쿼드 보너스를 가지고 있는 구조
퀀텀 나이츠의 전투는 각자 캐릭터가 보유한 스킬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한편, 캐릭터를 계속해서 순환하며 전투하는 것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를 반영하여 설치형 스킬 (보호막) 등은 교체 이후에도 남아있고 이를 이용해 시너지를 낼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 개별 스킬 트리로 들어가면, 각 스킬의 효과를 더하거나 조정하는 형태로 강화가 이루어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캐릭터의 속성과 관계없이 착용할 수 있는 다양한 총기들은 각자가 고유한 발사 방식과 보너스를 보유하고 있어 플레이의 변주를 가합니다. 플레이어는 이러한 캐릭터의 스킬과 총기의 시너지를 고민하는 한편, 스쿼드의 완성도를 신경 쓰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즉, 최소한 캐릭터 세 개를 키워야만 한다는 이야깁니다.
캐릭터 하나에 총기 하나. 그러니까 최소 3개는 키워야 한다는 의미
이 자리에서 개발사 스페이스 다이브 게임즈의 소현호 대표는 퀀텀 나이츠의 플레이 방식을 ‘정해진 클래스 없이 장비의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플레이 스타일’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개성있는 무기와 유니크한 방어구의 조합을 통해 플레이어의 고유한 장비셋이 만들어지는 구조라고 말입니다. 실제로 당시의 플레이 영상이나 스팀 상점 페이지의 GIF 등을 보면, 초기 구상한 플레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시의 설명은 이제 그냥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금은 초기 기획과 꽤 달라진 형태가 됐습니다. 개성있는 무기는 유지가 되었지만, 방어구는 캐릭터마다 고정이라서 유니크하지 않습니다. 캐릭터의 속성과 스킬셋이 고정되었기에 플레이어가 변화를 경험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나만의 장비셋이라는 개념은 소실되었고 이 과정에서 스쿼드가 자리하게 됐습니다.
초기 기획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 속에서 유지되는 것은 ‘새로운 장비를 획득하고 성장시키는 것’만이 남습니다. 발사 방식이나 플레이가 달라지는 개성있는 무기 / 캐릭터마다 고정된 방어구 / 등급을 올릴 수 없는 장신구가 플레이어가 시간을 투여하고 성장 시키는 개념으로 자리합니다.
따라서 퀀텀 나이츠의 파밍이나 그라인딩은 새로운 장비를 얻는다는 의미보다는 플레이어가 마음에 드는 장비를 선택하고 이를 높은 등급까지 끌어올리는 것. 그리고 모드나 옵션 개조와 같이 세부적인 사양들을 조정하는 것에 주목합니다. 장비 그 자체보다는 재료와 재화. 확률적으로 돌아가는 강화 성공을 노리며 이를 채우고 소비하는 플레이가 퀀텀 나이츠의 그라인딩이 됩니다.
그것도 확률을 더한
●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도록 할 것인가? - 수집형 MMO와 같은 강화와 성장구조
결국 파밍 혹은 그라인딩이라는 요소가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콘텐츠의 소비를 조율하는 한편, 콘텐츠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도록 할 것인지. 얼마나 반복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할 것인지라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자면 플레이어들이 시간을 얼마나 쓰게 만들 것인가?라는 가치에 귀결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퀀텀 나이츠의 파밍과 그라인딩은 무척이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무기의 육성을 한 번 살펴보죠. 마음에 드는 무기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강화 그리고 등급 상승을 해야만 합니다. 강화야 재료와 재화가 있다면 확률적으로 가능합니다. 강화 최대 단계에 도달하면, 이제 등급을 올리는 승급으로 더 강력한 무기를 얻는 구조입니다. 승급을 위해서는 ‘같은 등급의 무기’ 2종이 필요합니다.
수집형 RPG에서 자주 사용하는 그 구조 되시겠다
무기마다 발사 방식이 다른데다, 옵션으로 추가적인 효과가 붙기도 합니다. 여기에 무작위로 붙는 옵션들이나 개조 등까지 생각하면 진정으로 원하는 무기를 획득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입니다. 당연히 세부적인 옵션까지 다 조정하고 강화하는 데에는 현재 기준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대신 그 결과물은 전투력 측면이나 성능 면에서 그만한 가치를 보여주기 마련일 테고요.
총기 자체는 흥미롭다. 정조준 유무에 따라서 발사 방식이 달라지는 총도 있고
자,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퀀텀 나이츠는 하나의 캐릭터만 육성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세 개의 캐릭터’를 육성해야 하는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무기를 하나 완성하는 과정을 최소 세 번은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성장시킨 장비나 캐릭터의 경험치 등은 회수할 수도 없습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획득하면 레벨 1부터 시작이니, 그간 진행했던 작업들을 다시금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육성을 해야하는 것들이 다수. 그리고 무작위로 옵션이 붙는 요소들을 정제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상성이 있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다른 캐릭터들을 키울 필요가 있으므로 전체 강화 요소는 무기 + 장신구 4종 (추후 하나 더 개방될 것으로 보임) + 방어구 4종까지 전체 9개의 부위를 강화해야 합니다. 스쿼드에 캐릭터가 세 명 들어가니, 곱하기 3을 하면 되겠습니다. 애초에 약점 속성을 노리도록 설계되어 있는 만큼, 하나의 캐릭터에 다수의 무기만을 육성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기도 합니다.
새 캐릭터? 1레벨부터 다시 시작이다. 방어구도 마찬가지
이 모든 과정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과정과 같습니다. 필드에 있는 던전들을 주파하는 한편, 다른 사람과 팀을 맺어 미션을 반복하고. 여기서 얻는 선택 보상과 재화 등으로 하나의 캐릭터의 강화를 마친 다음, 스쿼드 내의 다른 캐릭터를 육성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현재 시점으로는 이벤트 등으로 재화가 충분히 주어지지만, 이벤트가 없다고 가정하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들어갈 것이 분명합니다.
이벤트가 없었다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 빡센 그라인딩을 BM으로 보완하기
그라인딩이란 측면에서 퀀텀 나이츠는 무지막지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캐릭터를 획득하는 것 또한 3만이라는 지역 화폐를 모아서 개방하는 구조인데, 이벤트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에는 하나의 캐릭터를 개방하는 데에 빠르면 5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무기를 강화하는 데도 꽤 많은 골드가 들어가며, 등급이 올라갈수록 강화 비용과 재료들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강화가 확률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운이 없다면 그간 모은 골드를 한 번에 다 털어넣고도 한 부위를 최대치까지 강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그나마 장신구는 게이지 형식이라 다행이지만, 무기와 방어구까지 다섯 부위를 강화하는 데에 확률 + 많은 재화가 들어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재수가 없다면 2강을 하는데 10만이 소비되기도
그리고 이 시점에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캐릭터마다 구매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성장 보상이 대표적인 요소입니다. 여기서는 캐릭터의 레벨업이나 방어구 강화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지급하며, 레벨에 따라서 각종 보상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무료 / 유료 트랙으로 구분된 배틀 패스 형식의 성장 보상의 경우 패키지를 구매해서 이용하는 프리미엄이 압도적일 정도의 성능 차이를 유발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단적으로 보면, 강화 재화와 함께 무기까지 지급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성장 보상은 캐릭터별로 개별 구매를 할 수 있다
무기에 메리트가 없다고 하더라도 50만에 이르는 재화를 지급한다는 점과 코어 모드를 지급한다는 점 등은 충분한 메리트이기도 합니다. 이벤트 등으로 재화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세 개의 캐릭터를 키우면서 지속적으로 재화 부족에 시달렸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무료 트랙 제일 끝에 있는 50만이라는 재화를 유료 트랙의 처음부터 지급하고 있기에, 이를 구매하면 숨통이 트이기는 합니다. 물론 그것도 강화를 하다 보면 쉽게 없어지지만요.
사실, 다른 것보다 방어구 승급 재료가 모자랄 것 같다
경험치 보너스 정도가 아니라 직접적인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볼란트(캐릭터)를 영입했을 때 0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구매로 주어지는 그 자체가 플레이어들에게 아주 큰 메리트를 부여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던전 콘텐츠도 배틀 패스 형태의 상품이 마련되어 있다. 경험치 교본은 여기서 수급하는 구조
여기서는 일반적인 개조 소자(옵션)와 함께 총기의 발사나 성능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증폭 소자’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이게 있다면 조금 더 나은 발사 성능과 능력을 보유하는 구조이고요. 그런데 뭐가 문제인지는 몰라도 태생 무기 등급에 따라서 나오는 소자의 등급이 정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유료 재화가 들어가기에 더 많은 실험을 해볼 수는 없었으나, 흰색 태생의 무기에서는 일반 등급의 소자가 나오고 녹색으로 드랍되는 무기의 경우 녹색 소자만이 나오는 경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유료 재화가 들어가고 횟수 제한도 있는 시스템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유료 재화가 들어가지만 문제가 있는 개조와 증폭 소자 시스템
이렇게 제한이 많은 콘텐츠 구성은 필연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충당됩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주 간단하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옆에 마련해 둔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이를 이용하는 것은 반 필수적인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육성과 레벨업이 꽤 시간이 필요한데, 그걸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까...
이 과정에서 그라인딩은 유료 재화를 사용하는 보상 체계에 덮어 씌워집니다. 그라인딩을 할 것이면 막대한 시간을 들이도록 했기에 그러합니다. 퀀텀 나이츠의 파밍과 그라인딩은 이렇게 영역을 다소 침범당한 상태에서 의미가 퇴색됩니다. 콘텐츠를 상대적으로 넓은 필드에 분배를 해뒀음에도 육성과 파밍. 그라인딩 전반에 시간과 자원이 소모되기에 더 빠른 길을 택할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경험치를 주는 교본은 직접 파밍 장소가 초중반까지 나오지 않는다
● TPS + RPG 였는데, 결과물은 총을 든 MMORPG가 된 건에 대해서
정리하자면, 퀀텀 나이츠는 초기 기획과 완전히 멀어진 형태로 마감된 것처럼 보입니다. 공개 당시부터 ‘루터 슈터(혹은 루트 슈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TPS와 RPG를 더한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가질 만한 시스템은 게임 내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초기 구성이 필드에서 전투와 플레이를 진행한다고 했던 것과 달리, 필드가 아닌 던전이 파밍의 주요 무대가 됐습니다.
심지어 플레이의 양상도 달라졌습니다. 공개 당시에 언급한 장점들은 테스트 빌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스팀 상점 페이지의 소개 내용과도 차이를 보입니다. 더 진행을 하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명백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보입니다. 초기에는 캐릭터가 아닌 무기와 방어구 중심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캐릭터의 고유 스킬셋과 함께 속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별 플레이 스타일을 고정시키는 선택을 가져갔습니다.
스킬과 플레이 자체가 캐릭터에 고정되어 있는 형태가 됐다
그러므로 일일이 드랍되는 장비를 F키를 눌러 주워야 하는 것과 같은 플레이의 불편함은 사소한 문제가 됩니다. 루터 슈터를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MMORPG의 정체성 혹은 모바일 수집형 RPG의 문법을 가져온 퀀텀 나이츠의 뼈대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구색을 갖춰야 하는 건플레이 측면의 시스템과 레벨 디자인은 흐릿하며, 플레이의 변주를 가하지도 못합니다.
일부 콘텐츠는 기믹이나 스테이지 구성을 잘 했음에도 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2023년 출시가 목표였던 것으로 발표되었기에, 전반적인 방향성이 바뀔 것이란 기대보다는 다른 방식의 기대를 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적어도 루터 슈터의 형태는 아닐 것이란 예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구성이나 성장 구조를 감안하면, 퀀텀 나이츠의 MMO적 플레이 경험이 나쁘게만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번 테스트를 통해서 피드백을 수집하고 적절한 그라인딩과 BM의 조화를 보여줄 건플레이를 더한 MMORPG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할 따름입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