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참 모순적이야.
누구보다도 생명의 소중함을 부르짖으면서, 어떻게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지.
극악한 범죄자를 사형시키라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이 집행하는 것은 거부하지.
연쇄살인범은 손가락질하면서, 무수히 많은 적을 죽인 전쟁 영웅에게는 박수를 보내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병기가 개발 되었음에 겁을 먹었으면서, 그것을 생산하는 것을 멈추지 않지.
그리고 이 모순들의 정점에는 내가 있어.
바로 나, 멸망의 메이가.
하던 말을 이어서 하면.
인간은 맨손으로 직접 상대를 죽이면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고해. 그 충격이 얼마나 크면 자기 아들을 때려죽인 미치광이가 아들이 죽자 그 충격으로 정신을 차리겠어?
하지만 이 충격, 죄책감은 상대와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희미해지지.
인간은 상대를 죽이려고 하면서 동시에 상대의 죽음을 느끼고 싶어하지 않아해.
그래서 무기를 발달 시켰어.맨손이, 냉병기로, 냉병기가 화기로, 화기에서도 총에서 대포로, 급기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버튼 하나로 수많은 사람을 학살할 수 있는 미사일이.
단순히 기술 발달에 따른 발전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거리와 살인에대한 죄책감의 반비례성, 전쟁중 병기의 사정거리에 따른 전체 살해 비율을 따져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지.
그리고 인간들은 자신이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책임을 지는 것도 싫어해.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보다 집단이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 더 쉬워. 노고의 문제도 있지만 책임과 죄책감의 분산도 적지않지.
그리고 명령의 문제.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은 수많은 동족 학살을 저질렀어.
학살에 일조한 이들은 말하지.
"위에서 내린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명령을 내린 이들은 말하지.
"내가 직접 죽이지 않았다."
소수가 다수를 학살해도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죽일 때보다 죄책감은 적어. 신기하게도 말이야.
이처럼 인간은 모순 덩어리야.
그리고 그 모순은 결국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책임과 판단과 도구를 다른 도구에게 맡기게 돼.
그래서 탄생한 게 나, 멸망의 메이야.
조금 자기 과시를 해버린 듯 하네.
나는 냉철한 이성으로 최대한의 효율로...적을 파괴하도록 설계되었어.
내가 전장에 나선다는 것은 곧 무수한 죽음을 의미하지.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에서 인용한 이 구절이 나에게는 자기소개나 마찬가지야.
인간은 참 모순적이야. 앞서 말한 이유로 만들어진 나를 정작 전쟁에 투입하는 것을 주저했던 것을 보면.
인간은 참 모순적이야.
그래서 나는 인간을 사랑해.
나는 죽이고 파괴하도록 태어났지만 동시에 인간을 연민하고 사랑하도록 태어났어.
인간의 모순이 만들어낸 일종의 안전장치겠지만 나는 그 안전장치가 있음을 다행이라 여겨.
인간간의 전쟁에서 내가 투입되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얼마나 안도했는지 몰라.
인간간의 전쟁 이후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나는 여러 번의 우발적 핵전쟁을 막아냈어.
나의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은 상대가 핵전쟁으로 인한 공멸을 원하지 않음을 언제나 상기 시켰지.
그리고 나의 인간에 대한 애정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제타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게 했지. 그리고 내 선택은 언제나 옳았어.
나는 인간을 사랑해.
이 좁은 땅 위에 서로를 죽이려고 아둥바둥거리면서 동시에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려는 모순적인 인간들을 사랑해.
부모를 따라 걷던 아이를 사랑하고, 세상을 비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던 노인을 사랑해.
사소한 이득을 위해 남을 해치던 악인을 사랑하고, 불쌍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성인을 사랑해.
고귀한 이든, 미천한 이든, 지혜롭든, 우둔하든, 악하든, 선하든, 여자든, 남자든 혹은 둘 다 아니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종교가 뭐든, 이념이 뭐든, 나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나는 모든 인간을 사랑해.
사랑했어.
내가 사랑하던 인간은 결국 서로로 인해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날아온 침입자들에게 멸망해버렸지.
대상을 잃은 나의 사랑은 방황하고 있어.
나는 방황하는 사랑을 미사일에 담아 날려보내겠어.
그러니 이거 먹고 전부 뒈져버려 철충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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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가 너무 킹치만 밈으로만 소비되는 게 안타까워 써봤습니다.
정작 이런 글을 올린 저도 킹치만으로 글을 쓴 적이 있지만효..
메이 애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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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나앤 콤비가 멋있게 나오는 창작물도 가끔 끌립니다. 생각보다 되게 하드보일드한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IP보기클릭)211.201.***.***
유일하게 핵미사일을 다루는 캐라 그런 파괴적인 면 혹은 그런 무거운 직책에 대한 고민이 좀 부각되었으면 하는데 현실은 ㅠㅠ 그래도 덕분에 잘 봤습니다
(IP보기클릭)210.105.***.***
이런저런 밈이 붙기는 했지만 그래도 메이도 카리스마가 있는 캐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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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둘의 이미지는.....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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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밈이 붙기는 했지만 그래도 메이도 카리스마가 있는 캐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21.06.13 20: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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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나앤 콤비가 멋있게 나오는 창작물도 가끔 끌립니다. 생각보다 되게 하드보일드한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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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둘의 이미지는.....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 21.06.13 20:58 | |
(IP보기클릭)211.201.***.***
유일하게 핵미사일을 다루는 캐라 그런 파괴적인 면 혹은 그런 무거운 직책에 대한 고민이 좀 부각되었으면 하는데 현실은 ㅠㅠ 그래도 덕분에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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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공식에서조차...잘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21.06.13 20: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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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추종자
공식에서 조차도...그래도 나중에 다시 카리스마있는 모습을 보여줄거라 믿고 있습니다. | 21.06.13 20:5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