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차.
주군께 섬을 개발하라는 명을 받았다.
주군께선 부탁이라고 말씀하셨으나 주군의 모든 말이 나에게는 신탁이나 마찬가지일진대.
또한 나의 과업이 자매들의 평안으로 이어지니 어찌 이를 가벼이 여길 수 있을까.
나와 자매들이 상륙한 섬은 넓고 기후는 온난하여 차차 우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었으나, 우리에게 적대적인 철충이 남아 있었고, 지금 당장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조차 없었으니 앞으로 얼마나 험난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고난 또한 더 큰 영광으로 이어질지니.
비록 발아래 가시밭길을 두더라도 나의 두 눈은 광명의 별을 쫓으리라.
9일 차.
드디어 안정적인 거점을 마련했다.
철충의 습격을 막아내며 간신히 완성한 장벽을 보니 이 어찌 든든하지 않겠는가.
주군은 나의 성일지니! 하하! 그러면 이 성벽 또한 우리의 주군이 아니겠는가.
너무 들뜬 나머지 불충한 말을 하고 말았군. 그러나 이 성벽은 우리의 과업의 큰 도움이 될 것은 확실하다.
그 동안 고생한 자매들을 위해 조촐한 연회를 열었다.
성벽 위에서 자매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자매들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것이 느껴진다.
주군을 위하여. 자매들을 위하여. 이 과업을 완성시키리라.
13일 차
수경농장이 완성되었다. 안정적인 식량원을 확보하게 되니 자매들이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철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식량문제는 덜었으나 다른 물자들이 불안하다.
지금 막 돌아온 순찰대가 철충의 습격을 미리 파악했다.
이 고난 또한 다 지나가리라.
26일 차.
간신히 지었던 수경재배농장이 철충에 의해 파괴되었다.
벌써 나흘째 철충들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다.
후송되는 자매들이 늘고 있다.
비품들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본대 또한 철충의 공세를 막아내느라 우리를 지원해줄 여력이 없다.
인력, 자원, 사기, 시간 모든 것이 부족하다.
힘들다.
그러나 더 힘든 것은 자매들이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주군이시여 우리에게 힘을 주소ㅅ……아니.
무턱대고 주군께 기댈 수는 없다.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의지도 의지지만 이 사태를 해결할 방안이다.
수경재배가 안되면 직접 토양에 재배하면 된다.
우선적으로 자원을 확보한다.
안타깝지만 자매들에게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철충들은 내가 막겠다.
주군이시여 저의 의지는 굳건하니 부디 지켜봐주소서.
41일 차.
씨앗이 발아하지 않았다.
의약품이 전부 떨어졌다. 병세가 깊은 자매를 위해 냉동포트를 건설했다.
파괴된 장벽을 수복할 자재도 떨어져서 급한 대로 나무와 돌로 틈을 메꿨다.
검날이 나가고, 방패에 금이 갔
43일 차.
이틀에 걸친 대규모 철충의 습격을 막아낸 후 이제야 일어났다.
거점은 폐허가 되었고, 죽은 자매는 없으나 멀쩡한 자매도 없다.
간신히 모았던 자재들도 전부 못 쓰게 되었다.
나의 의지는 여전히 굳건하나 자매들은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나의 의지가 자매들에게는 독이 되고 있다.
나의 의지가 자매들을 사지에 붙들고 있다.
미래의 영광이 현실을 좀 먹고 있다.
모든 자매를 후송하기로 했다.
미래가 아무리 찬란하다 하더라도 그 찬란함이 자매의 피로 쓰여진 것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남기로 했다.
나는 프레스터 요안나.
프레스터 존과 요안나 여왕의 그림자.
굳건한 의지로 자신의 신앙을 지킨 이들의 이름을 물려받은 메아리로서 어찌 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주의 의지에 따라 행한 것처럼 나 또한 주께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리라.
46일 차.
해안동굴에 거점을 마련했다.
좁았으나 나 홀로 지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 옛날 주군들께서도 맨몸으로 모든 땅을 개척하셨다 하니 감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나의 주이시여, 그리고 앞으로 다시 돌아오실 주군들이시여 당신들을 경배하나이다.
59일 차.
땅을 개간하고, 씨앗을 심었다.
섬의 지도를 갱신하고, 철충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새 거점을 지을 장소를 물색하고, 나의 생존에 필요한 물자들도 확보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나날이나 그만큼 충실한 나날이다.
나를 죽이지 못한 모든 시련은 나를 한층 더 강하게 만든다. 살아있는 한, 나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71일 차.
생명이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다.
손톱보다 작은 씨앗이 물과 보이지 않는 영양분으로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나무로 자라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하! 그렇다! 심었던 씨앗이 드디어 발아한 것이다!
아! 이 가련한 새싹이 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나의 처지도 잊고 한참을 그 새싹을 바라보았다.
이 작은 새싹이 나에게는 큰 발걸음일지니!
96일 차.
습격을 받았다.
철충이 아닌 야생동물의.
야생동물이 자라나던 작물을 뜯어먹었다. 야생동물 또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은 알고 있으나 나 또한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짊어지고 있다.
덫을 놓았다.
삶은 투쟁의 연속이니 이 또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리라.
101일 차.
드디어 작물을 수확했다. 이 섬에서의 첫 수확이다. 날짜를 보니 어제가 100일째였으나 수확이 바빠 신경 쓰지 못했다.
작물을 먹었다. 세상에 이보다 맛난 것이 또 존재할 수 있을까? 혼자서 이 맛을 느끼는 것에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다른 모든 이들에게 먹여주고 싶다.
114일 차.
2차 개척단이 도착했다.
그들을 미리 봐둔 거점후보로 그들을 인도하고 물자와 인원을 파악했다.
나는 이미 한 번 쓰러졌으나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다시 일어설 때에 무언가를 들고 일어났다.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그러한 끈기는 희망을 낳는 법이다.
이번에야 말로 주께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리라.
* * *
“응. 요안나. 이번 물자 잘 받았어. 언제나 수고가 많아.”
“하하하. 나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무슨 수고라고 할 것이 있겠는가? 언제나 기쁠 따름일세.”
“그래도 고마움은 표시하게 해줘. 요안나의 보급과 지원이 없었으면 오르카 호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을 거야. 정말로 고마워.”
“흠! 흠! 주군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내 어찌 거절하겠는가.”
사령관의 치하를 듣고 난 후 요안나는 통신시설을 나섰다.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는 통신시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잘 정비된 길로 이어진 공장과 농장이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힘들었고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멀었다.
그러나 그 광경 속에서 요안나는 이루말할 수 없는 감회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나야말로 언제나 고맙다네, 주군. 나에게 이런 풍경을 보여주어서. 그리고 그대가 앞으로 보여줄 미래 또한 기대하고 있다네. 그대와 함께한 매일매순간이 언제나 아름다우니. 나는 언제나 그대의 검일지니, 그대가 바란다면 내 모든 것을 바쳐 이루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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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그럴싸한 문구는 대부분 다른 데에서 따온 것들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글에 녹여내지 못해 좀 붕 뜨는 느낌이라 씁쓸하군요.
쨌든...스마조는 빨리 요안나 스킨과 승급, 요안나 아일랜드를 내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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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멋진 캐릭이 7-1에서 마리랑 같이 만담하는 바람에... | 21.06.06 12: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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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안나 아일랜드와 함께 떡상할 거라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 21.06.06 14: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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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마십쇼...일상입니다... | 21.06.06 14: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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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의 두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이니 그 만큼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요안나 아일랜드가 업데이트 되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21.06.07 00:4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