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게임 쇼는 매년 도쿄 인근, 치바 현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규모의 게임 박람회입니다. 처음으로 개최되었던 96년도 이후로 몇 차례의 변경이 있었고, 그 때마다 게이머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지요. 비록 일본 게임계가 하드웨어를 맡고 있는 소니를 제외하고는 이전만큼 세계 시장을 주름잡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주요 제작사와 IP에 힘입어 상당한 양의 파이를 차지하고 있기에 도쿄 게임 쇼는 열릴 때마다 일본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주목을 받곤 합니다.
이번 도쿄 게임 쇼의 캐치프레이즈는 ‘Reality Unlocked’, 직역하자면 ‘잠금해제된 현실’ 인데요. 일본어 캐치프레이즈를 번역하자면 ‘자, 현실을 뛰어넘은 체험으로’ 정도가 됩니다. 최근 트렌드로 주목받는 VR/AR을 고려할 때,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을 염두에 둔 표어라고 볼 여지도 있는데요. 일본 게임 업계에서는 어떤 신작들이 선을 보였는지, 또 어떤 하드웨어와 플랫폼들이 출품되었는지 확인해 볼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CircuitBoard는 업계 및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데이에 참석하여 게임사와 관련 기기 제조사들의 부스를 탐방해 볼 수 있었는데요. 어떤 내용들이 주로 등장했는지, 지금부터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쇼 첫 날, 전시장은 아침부터 몰려든 각국의 취재진들로 북적였는데요. 저마다 촬영장비나 수첩을 쥐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시장 전경입니다. 이와 같은 굉장히 넓은 홀을 10개까지 사용하는, 굉장히 큰 행사죠. G-STAR나 PlayX4가 과거에 비해 굉장히 많은 발전을 이룩하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규모 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래부터는 각 브랜드의 부스별로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도쿄 게임 쇼의 주관사인 CESA(사단법인 컴퓨터엔터테인먼트 협회, COMPUTER ENTERTAINMENT SUPPLIER’S ASSOCIATION)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SIE(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인 만큼, 이번 TGS2017에서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존재감은 여지없이 압도적으로 드러났습니다.
SIE가 올해 보인 행보들 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다양한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들과의 제휴가 있습니다. 아마존, 훌루(Hulu),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트위치 등의 기업과 제휴하여 PS4 등 자사 게임기로 생산한 콘텐츠를 방송하거나, 거꾸로 이들 플랫폼의 동영상 콘텐츠를 PS4를 통해 재생하고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가 되었습니다. 이는 홈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의 PS4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며, PS3 초창기에 SACD 재생 기능 등의 오프라인 콘텐츠를 메인으로 삼는 전략이 실패로 끝나고 온라인 스트리밍 콘텐츠가 주류가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행사 당일 업계 관계자들 위주로 PS4를 통한 콘텐츠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게이머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것은 단연코 VR이었습니다. 특히나 작년 10월 PS VR이 발매된 지 1년이 되어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PS VR의 뒷심을 보강할 다양한 전용 콘텐츠들이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세간의 기대를 의식한 듯 SIE는 다양한 VR 콘텐츠를 시연할 수 있는 공간을 전시장 내에 따로 마련했습니다. 이 곳에서는 E3 때 이미 공개된 바 있는 그란 투리스모 스포츠, 엘더스크롤 : 스카이림 VR, 몬스터 오브 더 딥 : 파이널 판타지 XV, V!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 R가 다시 모습을 보였고, 이외에도 세간의 관심을 여러 가지 의미로 한 몸에 받은 서머 레슨의 3편에 해당하는 서머 레슨 : 신조 치사토 등이 시연할 수 있는 버전으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연하지만 기자들은 물론이고 업계 관계자들까지 대기열에 기꺼이 서 버리는 바람에 비즈니스 데이임에도 모든 게임을 체험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였는데요. 체험했던 게임인 엘더스크롤 : 스카이림 VR의 경우 하드웨어의 한계로 인한 모기장 현상 등으로 인해 현장감이 다소 저하됨에도 불구하고, VR의 특성에 맞추어 손의 움직임에 맞추어 움직이는 조준점, 검과 방패를 장비했을 때의 유기적인 공격과 방어 덕택에 굉장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연에서 단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역시 그란 투리스모 스포츠였습니다. 다음 달 17일로 발매 예정된 그란 투리스모 스포츠는 일찍이 PS VR 지원을 예고한 바 있었는데요. 시연에 나선 취재진들이 조금 비틀거리며 시연기기를 빠져나온 것으로 봐서는 퀄리티… 기대해도 되는 거겠죠?
이번엔 업계의 이슈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충격을 가져왔던 부스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바로 Quantic Dream에서 제작하고 SIE를 통해 퍼블리싱되는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입니다. 사실 게임 시연 자체는 이전에 공개된 것과 유사했고 그나마도 사진 촬영이 허가되지 않았지만, 미래의 안드로이드를 묘사한 판매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안드로이드(?)를 전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신형 모델이라고 입간판에 광고까지 해 놓아 취재진들이 한동안 벙찌고 사진만 찍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정밀하게 제작된 구체관절인형인 줄만 알았습니다. 움직임들이 상당히 딱딱해서 도저히 사람의 움직임이라고는 봐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역시나 진짜 안드로이드가 아닌 안드로이드인 척 연기하는 배우들이었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사이버라이프 사에서 제작된 것으로 묘사되는 안드로이드들은 스토리의 중심에 서 있는데요. 이를 상징적으로, 또 파격적으로 보여준 모습은 TGS2017 전체를 통틀어 가장 주목받은 부스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합니다.
언젠가는 이런 안드로이드를 8천 달러에 살 수 있는 날이 오겠죠? 30일의 반품 기한과, 5년의 무상 A/S 기간과, 교환 정책과 함께 말이죠
물론 이런 진중한 작품뿐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간단한 게임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 PS4의 장점이죠. 태고의 달인 모두 함께 쿵딱쿵! 또한 다음 달에 한국어화된 상태로 발매되는 타이틀 가운데 하나죠. 시연장에는 타타콘까지 준비되어 있어 부담없이 두들길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 외에 MARVEL vs CAPCOM 등의 히어로 대전 액션도 시연해 볼 수 있었는데요. 아이언맨과 록맨이 대결한다는 긴장감과 재미를 잘 살렸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액티비전은 플레이스테이션 부스 한가운데를 빌려 자사의 최신작 콜 오브 듀티 : WWII 시연장을 꾸몄습니다. 태평양 전쟁도 다룬 전작이었던 콜 오브 듀티 : 월드 앳 워와는 달리 유럽 서부전선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 게임인 만큼 일본 내에서의 성과도 기대해 볼 만해 보입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싱글플레이 위주의 다른 시연들과는 다르게, 멀티플레이 시연을 위주로 했다는 점인데요. 이것은 콜 오브 듀티 : WWII가 멀티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소니가 새롭게 개발한 광 인터넷 서비스인 NURO光(뉴로히카리)의 2Gbps에 달하는 고대역폭 및 저지연(low-latency) 특성을 홍보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강합니다
또, 부스 오른편에는 한정판 PS4와 컨트롤러가 전시되어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한정판 마케팅이 잘 통하는 일본에서는 꽤나 인기가 있을 것 같은 모델.
코에이 테크모 부스는 진삼국무쌍 8 공개로 어느 때보다 사람이 많은 분위기였습니다. 비록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금지된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 볼 수 있었고, 2018년 발매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 걸맞게 상당한 진척을 이룬 시연용 데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복무장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점은 아쉽습니다.
이외에도 발매시 한정판 패키지와 구성품 일러스트들이 전시되어 있어 콜렉터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캡콤은 이번 TGS2017에서 굉장히 많은 작품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톱은 역시 몬스터 헌터 시리즈였죠. 이번 TGS2017에서는 몬스터 헌터 월드가 그 주인공이었는데요. PS4용으로 한국어화 발매가 확정된 바 있어 국내에서도 콘솔 유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아예 시연장 전체를 정글과 원시인 부락 느낌이 혼재된 테마파크로 만들어버린 스케일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포토존도 있었는데, 그 유명한 만화고기를 구울 수 있는 코너가….?!
한편 맞은편에서는 마벨 vs 캡콤 인피니트 소개와 대전이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일본 내 실력 있는 게이머들끼리 대전을 벌이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네요.
반대편에서는 바이오하자드 7 : 레지던트 이블의 시연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정말로 ‘매우 많은’ 종류의 모형 총기들이 마치 북미의 건샵처럼 전시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는데요. 서바이벌 게이머들에게는 유명한 BB탄 총기 제작사 도쿄마루이와의 콜라보를 통해 한층 더 실감나는 바이오하자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연말 발매가 예정된 데드 라이징 4 스페셜 에디션 등 캡콤의 대표 타이틀들이 부스를 꽉 채우고 있는 것이 장관이었죠.
이번에는 스퀘어 에닉스 차례입니다. 스퀘어 에닉스는 이번 TGS에서 파이널 판타지 프랜차이즈를 위주로 홍보에 나섰는데요.
먼저 파이널 판타지 15 : 새로운 제국입니다. 작년에 발매된 콘솔용 파이널 판타지 15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인데요. 발적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행사 당일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갖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파이널 판타지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본편에 해당하는 정식 넘버링 타이틀의 콘솔 게임이겠죠. 오는 10월 31일에 공개되는 ‘Comrade’, 최대 3명의 다른 유저와 코옵(Co-Op)형식으로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내용이 주가 되는 멀티플레이어 DLC도 있지만, 그 외에도 ‘에피소드 이그니스(Episode Ignis)’ DLC의 새로운 트레일러 또한 공개가 되었습니다.
에피소드 이그니스는 그간 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FFXV의 스토리라인을 좀 더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정리할 DLC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일지, FFXV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무마할 수 있을지는 이 DLC가 발매되는 오는 12월께가 되어야 확인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편 파이널 판타지의 격투게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 NT가 시연 가능한 버전으로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본래 아케이드로 2015년경 발매되었지만, 이번 PS4판에서는 스토리 모드가 보강되었고 3:3 팀 대전 시스템을 채택하여 발매됩니다. 따라서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PSP판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에서 어떻게 스토리가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 신작인 LEFT ALIVE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아머드 코어 시리즈 제작에 전념해 오던 나베시마 토시후미 프로듀서의 합류로 주목을 받은 게임인데, 장르는 ‘서바이벌 액션 슈터’ 라고 합니다.
아직 프리-렌더 영상 위주의 트레일러만이 공개되어 있는 상황이라 게임의 분위기 외에 상세한 것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아머드 코어 팬이라면 뉴스피드에 넣을 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아마존의 트위치 또한 구석에 넓은 부스를 차려 놓았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로컬 서비스인 니코니코 동화(ニコニコ動画)의 점유율과 영향력이 훨씬 크기에 일본인들의 관심은 적은 편이었고,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기현상마저 일어났습니다. 트위치, 과연 일본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을까요?
한편 올해 도쿄 게임쇼의 특징이라면, 이전에 비해 PC게이밍 관련 업체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글로벌 경쟁력에서는 뒤쳐지는 로컬 브랜드가 아니라, 델의 에일리언웨어와 같은 티어 1급의 메이저 브랜드가 참가했기 때문에 높은 콘솔 시장 점유율과는 별개로 방문객들의 관심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런 점을 의식한 듯, 이번 게임쇼에서는 단지 자사제품뿐만 아니라 일본 내 유명 온라인 게임들의 테마에 맞추어 개조된 Area 51 데스크톱도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내부 구조도 공개되어 있는데요. 마니아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바 있는 특이한 구조의 기판 배치가 특징이며, 인텔 i9과 X299 플랫폼 기반으로 VR 게이밍에 특화된 버전으로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 가격은 46만 엔에 달한다고합니다.
부스에는 곧 국내에도 출시될 델의 최신형 34인치 커브드 모니터, AW3418DW도 전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WQHD(3440×1440) 해상도, 1900R 곡률, 120Hz 오버클럭 주사율, 4ms 응답속도에 NVIDIA G-SYNC를 지원합니다.
한편 데스크톱 PC는 Area 51뿐 아니라 하위 기종인 Aurora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CircuitBoard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것은 이미 정보가 많이 공개되어 있던 PC나 모니터가 아니라 바로 이 VR 헤드셋이었습니다. 언론에는 ‘Reality Visor’ 로도 알려져 있는 제품인데요. 오는 10월경 미국을 시작으로 발매된다고 합니다(헤드셋 단품 $349.99, 컨트롤러를 포함한 번들 $449.99).
현장에 있었던 델 홍보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MS의 Windows Mixed Reality 플랫폼 기반이며 여기에 따른 대응을 위해 좌안과 우안 부분에 카메라를 1개씩 설치했고, 완전한 인-하우스(In-House, 사내 개발을 뜻하는 용어) 기술들만을 활용하여 제작했다고 합니다.
에일리언웨어 노트북과 세트를 이루어 사용하기에 적합하도록, HTC Vive와는 달리 베이스 스테이션 없이도 모션 트래킹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전체적인 형상은 HTC Vive나 Oculus Rift보다는 앞머리와 뒷머리를 이어주는 헤드밴드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Sony의 HMZ-T3를 닮았습니다. 다만 HMZ-T3 시리즈도 장력 유지를 위해 앞/뒷머리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우수한 수준으로 인체공학적 설계를 해냈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네요.
광학적 구조는 여타 헤드셋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코와 안면을 받치는 패드, 그리고 내부의 스크린에서 나오는 빛을 전달하는 한 쌍의 프레넬 렌즈(Fresnel Lenses).
신호 입력은 HDMI x 1, USB 3.0 x 1, 그리고 헤드셋을 위한 3.5mm 단자 1개로 이루어집니다.
Windows Mixed Reality 기술이 적용된 만큼, 버튼에 Windows 로고가 마킹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작 체계는 해당 버튼 외에도 한 쌍의 조이스틱과 트리거, 트랙패드로 추정되는 원형 판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정확히 어떠한 방식으로 조작이 가능한지는 불명.
이외에도 Dell의 32인치 모니터와 PC를 활용한 포르자 체험 기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OMEN의 경우 HP에서 런칭한 게이밍 기기 브랜드인데요. 이번 도쿄 게임쇼에서는 콜로세움을 테마로 한 듯한 위압감 넘치는 부스로 시선을 단숨에 붙잡았습니다.
처음 부스에 들어섯 본 것은 굉장히 작은, 공유기같이 생긴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PC라는군요. 정식 명칭은 OMEN X Compact Desktop. 그냥 데스크톱도 아니고 GTX 1080과 i7-7820HK가 탑재된, 오버클럭이 가능한 데스크톱입니다. 물론 CPU가 노트북용이니 가능한 얘기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PS4만한 크기에 이 정도 사양이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음은 OMEN 브랜드 제품 중에서 제법 잘 알려져 있는 OMEN X Desktop입니다. 일체형 수랭 쿨러가 내장되어 있으며, 45도 각도로 기판이 들려 있어 부품 교체가 용이한데다가 특이하게도 케이스만 따로 판매합니다.
또 4개의 핫스왑 가능한 하드베이가 있기에 영상작업용으로도 꽤 괜찮아 보입니다.
그 오른쪽에는 15인치 OMEN X 노트북이 있습니다. 후방과 좌우로 각각 4개의 열배출구가 달린 것이 특징.
CircuitBoard가 부스를 방문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OMEN과 OMEN X 노트북을 시연중이었습니다.
콘솔 게임에 익숙한 일본 게이머들을 위해 마우스가 아니라 XBOX 컨트롤러가 배치되어 있는 것도 대만이나 한국의 박람회와는 다른 풍경입니다. 다만 컨트롤러는 HP 제품이 아니라는군요.
물론 톡톡 튀는 개성넘치는 제품뿐 아니라 일반적인 데스크톱 PC 형태의 제품도 갖춰져 있습니다. 모니터, PC,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심지어 마우스패드까지 모두 OMEN 브랜드의 제품입니다.
레이저 또한 TGS2017에 참여했는데요. 타사들과 마찬가지로 게이밍 PC 라인업과 게이밍 기어 라인업을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다만 콜라보레이션에 그친 데스크톱보다는 자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노트북 라인업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7인치 Razer Blade Pro입니다. 스위치블레이드 인터페이스가 빠지고 그 자리에 큼직한 RGB LED 터치패드와 버튼, 휠이 들어간 것이 특징. 또 노트북으로서는 흔치 않게 THX 인증을 받기도 한 제품입니다. i7-7820HK, GTX 1080, 32GB 메모리, 4K UHD G-Sync 17.3인치 IPS 디스플레이.
최근 발매한 Basilisk 마우스입니다. 16000DPI의 옵티컬 센서(Deathadder Elite와 동일한 PixArt PMW3389DM-T30U 센서 탑재), 조절 가능한 마우스 휠 압력이 특징.
최근 발매된 유/무선 겸용 마우스 Lancehead입니다. 적응형 주파수 기술(AFT, Adaptive Frequency Technology)를 사용하여 주변 환경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무선통신을 보장하고, 16000DPI 레이저 센서를 탑재.
Razer Wolverine과 Thresher Ultimate입니다. 각각 버튼 입력 반응성을 극대화한 XBOX 패드와 7.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가 적용된 무선 헤드셋입니다. PC와 활용하기엔 좋지만, 일본 내에서 인기 있는 PS4용 제품도 함께 전시가 되어 있지 않는 것은 아쉽네요.
MSI는 이번 TGS2017에 참여한 유일한 대만 PC업체였습니다.
전시 내용 자체는 3달 전 있었던 컴퓨텍스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전시품은 대부분 MSI G 시리즈 게이밍 노트북과 게이밍 PC, 그리고 부품들이었는데요.
다만 석 달이라는 간격이 있었으니만큼 몇몇 신제품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X399 GAMING PRO CARBON AC 메인보드 또한 그 중 하나였습니다. 쓰레드리퍼 플랫폼 베이스로, 4-way CF/SLI까지도 가능한 수준의 PCIe 레인을 제공하죠. 개인이나 중소업체용 렌더팜(Render Farm)에는 최적의 조건으로 보입니다.
그 외에도 현지 업체와 협업하여 컨셉 PC를 제작한 게 있었는데, 커스텀 수랭 PC는 단 한 대도 없던 것을 보면 일본에서 튜닝 PC의 입지는 아직 우리나라나 미국같지는 않은가 봅니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의 이스포츠라 하면 보통 대형 오락실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센터에서 아케이드 게임으로 스코어 경쟁을 하거나, 직접 혹은 네트워크로 대전을 벌이는 형태가 주류인데요. 하지만 이번 도쿄 게임쇼에서는 그런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우리나라나 서구권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PC를 이용한 대전과 중계석, 방청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포맷으로 치뤄졌습니다.
실제로 당일 치러진 경기의 경우 배틀그라운드로 진행이 되었고, 다른 종목도 상당수가 PC게임으로 구성되는 등 종전의 일본 이스포츠와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게이밍 모니터 뒤에 선수들이 착석해 있는 모습, 우리에게는 아프리카TV, SpoTV, OGN 등을 통해서 많이 봐온 익숙한 포맷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모양인지, 진행자가 경기 중간에 틈틈이 설명을 해주는 등 초기 이스포츠의 모습이 언뜻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승리는 누구에게나 달콤한 법이죠. 승리했을 때 주먹을 치켜들고 환호하는 것은 일본인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대형 체험부스나 이벤트는 없었지만 이름 네 글자만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게임이 하나 있었는데요, 그것은 PUBG, 바로 배틀그라운드입니다. 다만 이번 TGS2017에서는 개발사인 블루홀 스튜디오가 아니라 유통을 맡은 DMM Games(다들 알고 있는 그 DMM이 맞습니다) 주관으로 부스가 차려져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신뿐 아니라 일본인 관람객들까지 지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국내기업(…이라기보다는 일본에 적을 둔 한국 출신의 기업이라고 쓰는 게 더 맞는 듯한)인 넥슨의 CSO2 부스입니다. 주로 시연부스 위주로 꾸며져 있었으며, 아름다운 모델들이 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CSO 특유의 아스트랄한 분위기를 한껏 살립니다.
반다이 남코 부스의 경우, 대부분의 부스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는데요. 다행히도 2018년 초에 발매될 에이스 컴뱃 7 : 스카이즈 언노운의 경우 실제 플레이를 촬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SEGA 부스는 주로 용과같이 시리즈를 홍보하고 있었는데요. 현장에서는 시연 외에도 출연 성우 및 배우들의 인터뷰가 방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KONAMI 부스에서는 위닝일레븐 2018을 중점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쿄 게임쇼 1주일 전인 9월 12일, 9월 14일에 유럽과 아시아, 북미지역에 발매된 최신작 게임이기 때문이죠. 시리즈 자체가 굉장히 인기가 높은 IP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비즈니스 데이인데도 시연 한 번 해 보려는 사람들로 자리가 날 틈이 없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게이밍 의자 제조업체인 DXRacer 또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게이밍 의자 역시 콘솔보다는 PC환경에서 좀 더 많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 PC게임 시장의 향방에 따라 성과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이번 e-Sports 이벤트의 메인 스폰서인 삼성전자 재팬 쪽에서도 부스를 차렸는데요. 보통 삼성전자라고 하면 국내 IT박람회에서는 거대 부스를 차리는 것으로 이름(?)이 높은데, 이렇게 작고 아담한 부스를 보니 낯설더군요.
부스 타이틀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TGS에서는 주로 삼성전자 SSD를 위주로 홍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특이한 것은 콘솔시장의 비중이 아직까지 높은 일본인 만큼, PC에 장착하여 사용하는 경우의 사례를 위주로 홍보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PS4와 같은 콘솔에 장착했을 경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콘솔에 SSD를 장착하여 성능을 향상하는 것에 제조업체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시장 환경의 차이가 크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 다음으로 들른 부스는 카메라 및 안경 렌즈 제조사로 유명한 칼 자이스입니다. 구글 카드보드 기반의 VR 헤드셋을 내놓았는데,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및 아이폰과 호환된다고 합니다. 자체적인 블루투스 기반 컨트롤러를 갖고 있으며, 3m의 USB 케이블로 휴대폰과 PC를 연결할 경우 PC VR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또 광학 기기 회사인 만큼, 타 업체의 것보다 색수차와 왜곡이 적은 프레넬 렌즈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한편 조금 독특한 VR기술을 선보인 회사도 있었는데요, 바로 CinemaVR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봤던 VR기기나 소프트웨어들이 대부분 1인 플레이를 중점으로 만들어졌다면, CinemaVR은 여러 명이 동시에 동일한 가상 공간 내에서 체험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입니다. 사진 내에서도 HTC Vive나 신체 트래킹 장비를 착용한 여러 명의 사람들이 가상 공간을 체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첫번째 사진과 같이 신체 전체에 트래킹 장비를 입을 경우, 게임이나 영화 제작시 모션 캡쳐를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움직임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테마파크 등에서 꽤 수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서도 부스를 마련해 놓았는데요. 게임 개발사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 관련 원화나 3D그래픽 등 외주업체들이 참가하여 세일즈에 주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TGS2017은 지난 몇년 간 열렸던 도쿄 게임쇼와는 조금 방향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전통적으로 도쿄 게임쇼의 경우 콘솔의 절대 강세에 따른 전용 타이틀 공개, 그에 따른 이벤트와 퍼스트파티 및 서드파티의 대규모 참가가 일반적이었는데요.
반면 TGS2017에서는 일본 내에서 인기있는 콘솔 기반 게임 외에도, 글로벌 게임 시장들의 트렌드가 많이 반영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게이밍 PC의 대두입니다. 도쿄 게임쇼에서 사실 PC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였습니다만, 올해는 상당히 많은 게이밍 PC 업체들이 참가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과 문화적,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만의 PC업체보다도 미국 업체들이 더욱 적극적이고 대규모로 부스를 꾸민 것은 상당히 인상깊은 모습이었는데요.
이렇듯 PC가 대두된 데에는 eSports를 이끌어가는 트렌드 게임이 대부분 PC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며, 최근 나오는 AAA급 게임들이 대부분 멀티플랫폼 발매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더 이상 콘솔 독점작 때문에 콘솔을 고집하고 PC를 외면할 필요가 낮아진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PC 트렌드 중 하나인 커스텀 수랭 PC, 튜닝 PC는 어느 업체를 막론하고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는 도쿄 게임쇼에 참가했던 미국 브랜드의 경우 커스텀 수랭 PC를 따로 제작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콘솔을 사용해 왔을 일본인들에게 커스텀 PC보다는 완제품이 더 낯설지 않게 느껴져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바로 VR입니다. PC와 콘솔 플랫폼을 불문하고 VR 기반 게임들과 하드웨어의 저변이 작년보다 훨씬 넓어졌음을 확인했는데요. TGS 기간 동안 시연이 가능하도록 공개된 PS VR용 게임만 20개가 넘고, 다른 업체들도 PS VR이나 PC VR용으로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들을 내놓았던 점은 VR 대중화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앞으로 VR의 보급이 빠르면 빨라졌지 느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줍니다.
전세계에서 미국과 유럽에 이어 대규모의 게임 시장으로 분류되는 일본.
일본 시장이 향후 어떻게 바뀌느냐는 곧 일본 게임 소비자와 개발사 양쪽에 모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며, 이 변화가 아시아 게임 시장 전체의 판도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만큼, 이번 TGS2017의 변화는 게임을 좋아하시거나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분이라면 필히 짚어볼 가치가 있겠습니다.
원본 링크 : http://circuitboard.co.kr/archives/8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