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에 부모님댁에 다녀와서 먹은 식혜입니다. 집에 가기 전에 어머니가 엿기름을 키우고
계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설레었습니다. 캔음료로 사먹으면 그닥 맛도 없는 설탕물일 뿐이고,
부모님댁은 인구 10만 정도의 작은 도시다보니 한인마트도 없어서 엿기름을 구할 수 없다보니
지난 15년 간 식혜를 거의 못 먹었거든요. 저는 몇년 전부터 토론토로 이주해서 사다 마시려면
마실 수야 있지만 이미 써놨듯 개인적으로 캔음료 식혜는 맛이 별로고 또 식혜 한 잔 마시자고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국식 카페에 가기도 뭣해서요 ㅠㅠ
요즘은 부모님 두 분 모두 식초나 술, 청, 청국장 등등 이것저것 직접 만들어 드시는데
취미를 들리셔서 이번 식혜도 도전해 보셨다고 합니다.
제가 부모님댁에 갔을 때는 이미 엿기름을 다 키우신 뒤였습니다. 원래 저것보다
싹이 더 풍성하게 나와야 하는데, 여기선 껍질을 벗기지 않은 보리는 팔지 않고
최대한 가까운 것이 껍질 한 겹이 벗겨진 거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저 이상은 싹이 자라지 않고 썩으려고 해서 일일히 손으로 골라내느라 신경을
상당히 많이 쓰셨다고 해요 ㅠㅠ
싹이 충분히 자라지 않았다보니 혹시라도 식혜를 망치면 어쩌나 꽤 걱정하셨었습니다.
어머니가 식혜를 직접 담가보신게 한국에 살 때 딱 한 번이라 최소 15년 전이니 ㄷㄷ
사실 식혜 만드는 건 전 그냥 옆에서 구경만 했습니다 ㅋㅋ
어머니가 이번엔 아버지를 조수로 지명하셨어요 :D 그래서
엿기름 갈기 담당은 아버지 :)
믹서기에 넣고
드르르륵
엿기름을 처음엔 쌀 씻듯 씻어 물을 한 번 버리고 난 뒤에 엿기름에서 나오는 단물을
최대한 쪽쪽 빨아먹... 최대한 잘 짜줍니다.
이 뿌연 물은 그냥 4~5시간 놔두는데, 이렇게 놔두면 앙금만 바닥으로 가라앉고 위에는 맑은
물만 뜨게 됩니다. 앙금은 버려도 좋고 거름(?)으로 써도 좋지만 식혜를 만들 때는 맑은 물만
씁니다.
고두밥을 지어 엿기름물과 섞어준 뒤 전기밥솥을 보온으로 놓고 밥알을 띄워줍니다.
대략 5시간 정도면 되는 것 같네요. 그래서 식혜는 하루만에 만들기는 좀 힘들어요.
저희 가족도 이틀에 걸쳐서 만들었네요 :)
밥알 둥둥 :D
이제 미리 쪄서 준비한 단호박을 채에 걸러서 식혜와 섞어줍니다.
여러번 반복해서 최대한 진하고 곱게 우러나오도록 해요 :)
여기에 생강과 꿀을 추가로 넣고
한 번 팔팔 끓여주면 식혜 완성입니다 :D
이제 식혜를 식혀서 병에 담아주면 되는데, 병에 옮겨담는 장면은 깜빡해서 안 찍었네요 헤헿
식혜 만들기에 성공한 며칠 뒤 저녁입니다. 밥을 먹은 뒤에도 돼지 처럼 어머니를
졸라 간식을 꾸역꾸역 먹습니다 꿀꿀
이 크기의 병 두 개 분량의 식혜가 만들어졌습니다. 엿기름도 생각만큼 싹이 잘 틔워지지
않은데다 제대로 갈리지도 않았으니 꽤 걱정을 하셨었는데 다행히 식혜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꿀맛입니다 :D
쉐킷쉐킷
일반 식혜도 좋지만 단호박식혜는 색깔이 참 예뻐요 헠헠
제가 한 번 마셔보겠습니다...!
일반 식혜와는 달리 역시 단호박향과 맛이 나서 먹을 때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거기에 색도 노란게 고우니 눈에 주는 재미까지 :D 설탕 대신 꿀을 넣어 바디감도
좋고 정말 맛있게 마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이때 만든 것의 반 정도는
저 혼자 마시고 온 것 같네요 ㅎㄷㄷ 그만큼 맛있고 계속계속 먹고싶은 그런 멋진
식혜였습니다. 15년만에 맹글어 먹는 이 식혜... 이것은 매우 귀한 것이로군요...
오홍홍홍
오른쪽 베스트 감사합니다 :D
자꾸자꾸 식혜가 마시고싶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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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다른 음료입니다. 한국의 식혜는 엿기름으로 만들지만 일본의 아마자케는 술지게미나 누룩으로 만들거든요. 거기다 요즘 한국에선 식혜와 감주를 특별한 구분없이 동일시하지만 과거엔 그 종류도 많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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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집이라 일년에 명절차례까지 스물세번 제삿상 차리는데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식혜하시는게 너무 힘들어 보이고 못마땅해서 머리크고 나서부터 비락식혜 큰통을 식구들 전부 보라고 사다 놓습니다 제삿날마다 와서 식혜며 나물 떡 고추장 된장까지 퍼가는 고모랑 숙모들은 아직 여전하지만 마트에서 산 해찬들 태양초 고추장인데 왜 자기가 사면 이맛이 안나냐는 작은고모 진짜 개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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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할무이께서 식혜를 좋아하셔서 엿질금 사러 심부름 갔다오고 그랬는데 여태껏 엿질금인줄 알았는데 엿기름이 맞는거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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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에 얼마식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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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요 :D | 18.02.05 11: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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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
둘은 다른 음료입니다. 한국의 식혜는 엿기름으로 만들지만 일본의 아마자케는 술지게미나 누룩으로 만들거든요. 거기다 요즘 한국에선 식혜와 감주를 특별한 구분없이 동일시하지만 과거엔 그 종류도 많았고요. | 18.02.05 11: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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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나디엥
아하...ㄷ | 18.02.05 1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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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할무이께서 식혜를 좋아하셔서 엿질금 사러 심부름 갔다오고 그랬는데 여태껏 엿질금인줄 알았는데 엿기름이 맞는거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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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님께서 호서나 호남지방 분이시군요 ㅎㅎ 사투리도 정겹네요 :) | 18.02.05 12: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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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안동인데도 엿질금이라 하시던 ㅎㅎ | 18.02.05 13: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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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분인데도 그렇게 부르시는군요 ㅎㅎ 가끔 사는 지방과 관계없이 집집마다 사용하는 특유의 단어들이 있는 경우도 많은가봐요 :) | 18.02.05 13: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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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기름(보리에 물을 부어 싹이 트게 한 다음에 말린 것)’의 방언(강원, 충남). | 18.02.06 18: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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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 토템님이 설명해주신거처럼 안동이 경북 북부 지역이라 나름 강원도에 인접해 있어서 사투리의 단어나 억양이 강원도 사투리와 비슷한게 제법 있습니다. 그나저나 루리웹에서 안동 분을 뵙다니 반갑네요. ㅋㅋㅋㅋ | 18.02.06 19: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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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할머니도 경상도분이신데 엿지름이라고하셔서 그런줄알고있었는데... | 18.02.06 19: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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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에서 기름을 지름이라고 하지 않나요? 저희 할무니도 지름 지름 하심 ㅋㅋ | 18.02.06 20: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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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달라도 인접지역에선 언어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서로 비슷한 단어를 사용한다고 들어보기는 했어요 ㅎㅎ 언어라는 건 재밌네요 :) | 18.02.07 0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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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엿기름이 기름이 아니었군요. 본문을 보면서 기름이니까 갈아서 거르거나 짜내는건가 했는데 애초에 기름이 그 기름이 아니라...싹이 난 보리로 만드니 싹을 “길렀다”는 의미의 기름일까요? 멍청하게 지금까지 이걸 진짜 오일로 알고 있었으니... | 18.02.07 01: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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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기르다의 기름입니다 ㅎㅎ 옛날에 콩나물이랑 숙주나물도 ○기름, □기름 하고 불렀다네요 :) | 18.02.07 01: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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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알고 알고 있었어요 ㅋㅋㅋㅋㅋ 방언 단어가 예뻐서 검색했는 데.... 띠용!!! | 18.02.07 07: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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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추울 때 만들어 밖에 내놓고 먹으니 맛있더라고요 :) | 18.02.05 13: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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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한 뒤 마시면 끝내줍니다 ㅎㅎ | 18.02.06 01: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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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 직접 만드시는군요 :D 집에서 만들면 확실히 더 맛있는 것 같아요 ㅎㅎ | 18.02.06 01: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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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도 생기나요? 효소만 만드는 줄 알았어요 :D | 18.02.06 01: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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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제가 잘못 알았네요 엿기름에서 생긴 아밀라제가 녹말을 분해해서 당분이 나오는거네요 | 18.02.06 09: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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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선 구할 수가 없다보니 ㅠ | 18.02.06 01: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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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이것저것 반찬 갖춰놓기 귀찮으니 간단하게 양식으로 해먹지만 부모님은 꼭 한식을 챙겨드세요 ㅎㅎ 그래서 부모님댁에 가면 한식을 원 없이 먹고 옵니다 :) | 18.02.06 01: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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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D | 18.02.06 01: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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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2.06 01: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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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D | 18.02.06 01: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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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신 부모님께 박수를 ㅠ 정말 맛있게 먹고 왔어요 ㅎㅎ | 18.02.06 01: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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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들은 디시에서 주워온 짤들입니다 ㅎㅎ | 18.02.06 14: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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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엿기름이 표준어더라고요 ㅎㅎ | 18.02.07 00: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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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마트도 없는 소도시에선 한식 챙겨먹기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죠 ㅠ | 18.02.07 00: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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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 예쁘고 호박향과 맛이 은은하게 나서 좋습니다 ㅎㅎ | 18.02.07 00: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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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이기도 하네요 ㅎㅎ | 18.02.07 00: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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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홍홍홍 | 18.02.07 00: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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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집이라 일년에 명절차례까지 스물세번 제삿상 차리는데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식혜하시는게 너무 힘들어 보이고 못마땅해서 머리크고 나서부터 비락식혜 큰통을 식구들 전부 보라고 사다 놓습니다 제삿날마다 와서 식혜며 나물 떡 고추장 된장까지 퍼가는 고모랑 숙모들은 아직 여전하지만 마트에서 산 해찬들 태양초 고추장인데 왜 자기가 사면 이맛이 안나냐는 작은고모 진짜 개노답
(IP보기클릭)69.158.***.***
으아 어머님이 종가집 며느리셔서 정말 힘드셨겠습니다. 일년에 23번이라니 ㅎㄷㄷ 그래도 아드님이 어머님 뒤를 받쳐 주시니 든든하실거예요. | 18.02.07 01:01 | |
(IP보기클릭)222.96.***.***
아드님이 그래도 효자시네요. 친척이 저런 말하면 참 밉죠. ㅎㅎ | 18.02.07 09:31 | |
(IP보기클릭)222.101.***.***
마트에서 사온걸 항아리에 넣어둔다는건가요?ㅋㅋ 짱이네요 ㅎㅎ 나도 나중에 써먹어야지 ㅎㅎ | 18.02.08 10: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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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렸을 때는 저도 엿이랑 기름을 섞은 건로 잘못 알고 있었어요 ㅎㅎ | 18.02.07 01:02 | |
(IP보기클릭)22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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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만들어서 추울 때 밖에 내놔 살얼음 낀 식혜 정말 최고죠 ㅎㅎ | 18.02.07 07: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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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엔 많이들 직접 만들어 드시는군요 ㅎㅎ | 18.02.07 12:12 | |
(IP보기클릭)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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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도 결국 엿기름이니까요 ㅎㅎ | 18.02.07 13: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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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댑니다 고객님 ㅠ | 18.02.07 13:06 | |
(IP보기클릭)211.208.***.***
. | 18.02.07 13:07 | |
(IP보기클릭)69.158.***.***
. | 18.02.07 13: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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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에 얼마식혜???
(IP보기클릭)210.204.***.***
부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 18.02.07 19:23 | |
(IP보기클릭)69.158.***.***
ㅋㅋㅋㅋㅋㅋ | 18.02.08 01: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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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때 그 과정도 흥미롭죠 ㅎㅎ | 18.02.08 01: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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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리에 싹의 틔운 뒤에 건조시킵니다. 그걸 갈아서 써요. 맥아도 엿기름이랑 똑같은 거니까 브루잉숍들에서 팔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 18.02.08 01: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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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단호박식혜는 이때 처음 마셔봤는데 맛있었어요 ㅎㅎ | 18.02.08 07: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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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식혜를 많이 드셨군요 ㅎ | 18.02.08 23:25 | |
(IP보기클릭)222.101.***.***
단호박식혜 맛있다니까 어머니가 단호박식혜만 만드시는...ㅋㅋㅋ | 18.02.09 09: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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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 18.02.09 09: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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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에는 퀄리티 좋은 식혜를 파는가보군요 ㅎㅎ 저는 주로 H마트랑 PAT를 가는데 괜찮은 식혜는 못 찾겠더라고요 ㅠ | 18.02.09 05:5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