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주인공인 게임인 만큼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의 사진이나 그림이 포함되어 있으니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 부탁드립니다.)
남자분들이라면 단단하고 강력한 모습의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를 한번씩 좋아하셨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 또한 학교에 들어가기 전 유치원에 다닐 때 부터 곤충을 좋아해왔고 현재는 곤충의 생리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 되었네요
그런 저에게 어릴 적 짧은 기간뿐이었지만 평생 기억에 남은 최애 게임이 있는데 바로 2003년 세가에서 출시한 "갑충왕자 무시킹" 입니다.
세가에서 출시한 갑충왕자 무시킹은 카드를 이용하는 아케이드 게임으로 당시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를 좋아하는 남자 아이를 대상으로 보급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국에도 들어와 문방구나 일부 식당에 기기가 배치되어 있기도 했고 투니버스에서는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압도적 인기를 기반으로 각종 완구류부터 영화, 심지어 롯데, 코카콜라 제품도 출시했으며 JAL 콜라보로 비행기에 랩핑도 하고 EDY, 잡지, 맥도날드, 뱅가드 등등 생각보다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기도 했네요
참고로 보자마자 어? 하시는 분이 계실텐데
'용과 같이' 시리즈에서 주인공인 키류가 작중 플레이했던 "메스킹"이라는 게임의 원본이 되는 작품입니다.
발음이 비슷한 무시와 메스를 이용한 언어유희가 인상적이었네요 ㅎㅎ
하지만 이런 무시킹은 정작 한국에서는 인기가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금방 사라져버렸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성행했던 손오공에서 퍼블리싱한 공룡왕은 다소 오래 유지되었는데 아쉬울 따름)
실제로 제가 마지막으로 실 기기를 만져본것은 초등학교 1학년때가 마지막이었고, 아케이드 캐비넷을 본 것은 2019년에 한 곤충박물관에 방치된것을 본게 마지막이었네요
뒤늦게나마 한국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실물 기기를 수소문 해보며 찾아보기도 했지만.....
사진을 보면 알 수있듯이 무시킹 캐비넷이 아케이드 기기 치고는 사이즈가 작아 고전 아케이드 게임 매니아분들이 구매하여 개조한 사례가 매우 많아 개조된 캐비넷은 가끔 볼 수 있겠지만
개조를 거치지 않은 원본 캐비넷은 제가 아는 선에서는 찾을 수 없었네요
(상가를 수년간 다니시는 매니아분께 여쭤보기도 했는데 근 5~6년간은 본 적이 없다고 하시는 것을 보고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수는 없기에 방향을 틀어 에뮬레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컨트롤러를 직접 제작하여 그나마 원본을 즐기는 경험을 구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참고로 고전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원작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실물 아케이드 기기에 들어가는 나오미 마더보드와 무시킹 한글판의 롬보드 및 필터링 보드를 구비하도록 했습니다.
(선물해주신 모 유저분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사실 위에서 말한대로 가능하면 실물 기기나 컨트롤 패널을 구하고 싶었지만..... 정말 찾지 못했습니다 ㅠ
아무튼 관련 자료를 서칭하며 해외 디스코드 서버와 커뮤니티를 참고하여 정보를 얻고 이 과정에서 친해 한 대만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무시킹 컨트롤 패널은 구조가 매우 간단합니다.
카드의 바코드를 스캔하는 스캐너를 제외하고는 1p와 2p 모두 가위, 바위 보 3개의 버튼이 전부라서 구조 자체는 간단합니다만 문제가 2가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제가 이런 컨트롤러를 제작해본 경험이 전무했다는 것인데 사실 이건 시행착오를 거치면 어떻게든 완성으로 가겠지만
두번째 바코드 스캐너의 수급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원본에 가까운 플레이를 위해서는 카드를 스캔하는 스캐너가 필수적인데...
카드의 바코드를 문자로 변환하여 텍스트로 입력하는 스캐너는 시중에 제품이 많지만, 에뮬레이터가 해당 문자열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문자열 앞 뒤에 특수기호를 삽입하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카드의 바코드를 문자로 치환시 1Q2W3E4R 이라면 *1Q2W3E4R* 으로 기호가 삽입되어야 에뮬에서 인식이 됩니다.
하지만 전 프로그래밍도, 코드를 짤 줄도 몰라서 결국 자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제품을 찾아야 했고, 도움을 준 대만인 친구가 말하기에는 조건에 맞는 제품이 딱 하나밖에 없고 한국으로 주문하려니 12만원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주문했지만 그나마 미국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살짝 더 저렴하게 구매했습니다.
스캐너가 미국에서 날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먼저 조이스틱 보드와 버튼 및 케이블을 구매해서 인식이 잘 되는지 테스트 해봤습니다.
처음엔 납땜이나 와이어링을 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요즘 제품이 잘 나와서 컴퓨터를 조립하는 것 처럼 자리에 맞춰서 케이블을 꽂기만 하면 윈도우 상에서 잘 인식 및 사용이 가능하더군요
마땅한 케이스가 없어서 박스에 조립하고 실행해보니 모든 버튼이 문제없이 작동하는걸 확인했습니다 다행이네요
이 시점에서 컨트롤러 케이스를 어떤걸로 할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에 격투게임 스틱을 자작하신 분들의 작례를 보고 아크릴 인쇄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원본 캐비넷 사진을 기준으로 최대한 흡사하면서도 제작하기 편하게 모양을 약간 바꾸어 도안을 제작하고 업체에 의뢰했습니다.
한가지 실수가 있었다면 아크릴 인쇄도 처음 맡겨보는거라 RGB/CMYK 차이를 모르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맡겼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이쁘게 뽑혀서 만족했네요
기존의 버튼이 사이즈가 좀 작고 내부 프린팅한 이미지를 넣기엔 불편해서 알리에서 큰 사이즈 제품을 주문했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버튼이 같은건줄 알았지만 색감이 약간 다르더군요 어째서인지 모르겠는데 당시 알리에서 버튼을 색깔별로 최대 구매갯수가 1개로 정해져 있어서 같아보이는 제품을 다른 셀러에게 구매했던게 원인이었던 것 같네요
알리발 버튼을 연결하려고 하니 단자 사이즈가 달라서 호환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케이블을 바꾸려고 하다가 마침 보드를 구매한 판매처에서 딱 맞는 압착단자를 판매하기에 구매해서 무식하게 납땜했는데 잘 작동하네요
아크릴 하판을 다보로 연결하여 임시지만 당장 작동가능한 상태로 갖췄습니다.
하지만 사진의 상태로는 바코드 리더가 수평으로 배치되어 원작의 느낌이 느껴지지 않고, 스캔도 앞뒤로 해야하니 앞에 물체나 모니터가 있으면 불편합니다.
그래서 해당 부분 또한 제작하기로 계획합니다.
3D 프린터를 사용하면 편하겠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도안 파일도 없고 도안이나 모델링을 제작하는 방법 또한 역시 잘 모르기에 제가 쉽게 다룰 수 있는 재료 중 사용할만한 재료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포맥스가 생각나서 문방구에서 3T 포맥스 자투리를 5천원에 구매해왔습니다.
바코드 리더가 생각보다 무게가 있는 편이라 받쳐주는 부분은 꺾쇠를 이용했습니다.
처음에 포맥스를 5T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없어서 어쩔 수 없이 3T로 구매했는데 안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5T였으면 커터칼로 자르기 너무 힘들었을 것 같네요
제작하면서 제가 염두해두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언제든지 분해 및 원상복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쪽면을 제외하고는 단단하게 접착하고 한쪽은 자석을 이용했습니다.
스캐너 하우징을 제작하고 마감을 하려는데 제가 기억하는 바가 맞다면 스캐너 부분은 타일과 유사한 유광 마감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우윳빛에 가까운, 유광 시트지를 구매하여 붙여줬는데 의도한대로 나와주어 만족합니다.
마지막으로 스캐너 로고를 인쇄하여 최종적으로 완성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제가 손재주가 부족하여 마감이 다소 부족한 부분과, 원작은 스캐너 하우징이 원래는 저렇게 각지지 않고 테두리가 곡선으로 되어있다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
3D프린터였다면 가능했을 것 같은데 연락을 주고받는 대만인 친구가 제가 제작한 하우징의 수치를 기반으로 새롭게 모델링 도안을 제작하면 공유해준다고 하니 그때 다시 제작해봐야겠네요
마지막으로 구동 영상 올리며 마칩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youtu.be/1JDBm0tG3zc?si=JgppjefvQUcpn67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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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에 글 써보면서 오른쪽에 처음 올라가보네요 추천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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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 25.05.07 17: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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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의 소지가 있었군요 ㅋㅋ 지금은 보기 힘든 게임이라 추억을 찾고자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 25.05.07 21: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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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25.05.07 21: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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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알고계신가보군요 반갑습니다 | 25.05.07 21: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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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파톱사슴벌레 좋죠 번호도 1번인데다가 몇 안되는 파워 200짜리인지라 저도 좋아합니다 당시 가지고 계셨었다니 부럽네요 ㄷㄷ | 25.05.08 12: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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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닌텐도 DS 슈퍼콜렉션 말씀하시는거면 그것도 제가 올린게 맞습니다 ㅎㅎ 한국에서 빨리 사라진 만큼 더 많이 즐겼으면 하지만 당시 너무 어렸을때라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게 아쉬울 따름이네요 | 25.05.08 12: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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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케이드 기기보다는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애니메이션이 더 익숙했었네요 당시 어린이용 애니 답지 않게 스토리나 배경이 우울한 면이 있고 오프닝도 잔잔한 분위기가 특징이라 가끔씩 들어보곤 합니다 ㅎㅎ | 25.05.08 12: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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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바쁘게 살다가 우연히 다시 접한 만큼 반동이 큰지라 다시 만나고픈 마음에 제작하게 되었네요 ㅎㅎ | 25.05.08 17: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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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저는 오리지널을 찾는 입장인지라 오히려 더 구하기 힘들어져서 어떻게든 찾아보았지만 실패로 그쳤습니다 ㅠㅠ 이번주에 세운상가 방문해서 캐비넷은 힘들겠지만 개조되고 남은 오리지널 IO 패널이나 보드를 수소문 해봐야겠네요 | 25.05.08 17: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