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3 발매 초기 공개된 게임 헤븐리 소드는 멋진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 연출을 보여준 개발 영상만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고, 헤븐리 소드의 제작사인 닌자 시오리 역시 덩달아 많은 게이머들에게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닌자 시오리는 헤븐리 소드를 통해 PS3 초반 기대되는 제작사 중 하나로 떠올랐으며, 얼마 전 발표된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리부트 작품으로 알려진 신작의 실제 제작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리뷰 타이틀인 인슬레이브드는 닌자 시오리가 새로이 제작한 신생 타이틀로, 헤븐리 소드라는 작품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최신작이 어떻게 등장할지 약간은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닌자 시오리의 최신작 인슬레이브드. |
데빌 메이 크라이의 최신작 또한 담당하게 되었다. |
인슬레이브드의 무대는 150년 후의 미래로, 인류는 끝없는 전쟁으로 인해 멸망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소수만 남게 됩니다. 가까스로 생존한 인간은 알 수 없는 무언가에게 자유와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며, 미지의 노예선에 잡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서쪽을 향해 운송됩니다. 그리고 게임은 인간을 수집해 실어 나르는 노예선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노예선에 잡힌 젊은 여성 \'트립\'은 자신의 해킹 기술을 이용하여 노예선을 탈출하는 도중, 같이 잡혀온 \'몽키\'가 괴력을 이용하여 탈출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트립은 살아남기 위해선 몽키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노예용 헤드 밴드를 해킹하여 몽키가 기절한 사이에 장착합니다. 헤드 밴드를 사용해 몽키를 굴복시킨 트립은 몽키에게 자신을 지켜달라고 제안하고 몽키는 어쩔 수 없이 트립의 여행에 가담하게 된다는 것이 인슬레이브드의 주요 스토리입니다. 인슬레이브드는 아시아권을 비롯한 서구에서도 널리 알려진 중국의 4대 기서 \'서유기\'를 재해석한 게임으로, 손오공(몽키)의 대명사인 여의봉과 근두운, 머리를 죄는 금고아 같은 아이템들이 등장합니다. 제작사는 헤븐리 소드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동양적인 색을 부각하면서 서유기의 여정을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로 바꾸어 새로운 스토리 라인을 탄생시켰고, 그 결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합니다.
추락하는 노예선에서 고생하며 탈출을 감행. |
겨우 탈출했는데 졸지에 머리에 폭탄 달고 트립의 노예가 된 몽키. |
인슬레이브드의 그래픽은 최근 나오는 게임들에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을 보여줍니다. 닌자 시오리 특유의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나 드넓은 자연경관을 재현한 화려한 배경은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며 동시에 게임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헤븐리 소드에서는 일부 캐릭터의 디자인에 대해서 불만을 표하는 게이머들도 많았지만 인슬레이브드의 캐릭터 디자인이나 의상은 헤븐리 소드에 비해 개선되어서 꽤 세련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캐릭터 외의 배경 그래픽은 화려한 디자인으로 꾸며졌지만 텍스처의 디테일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어서 이질감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게임들의 경우 블러 효과 등의 눈속임으로 많이 커버하는 부분인데 본 작품에는 적용되지 않아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헤븐리 소드 때보다는 많이 친근해진 등장 캐릭터들. |
몇몇 스테이지의 배경과 연출은 멋지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
하지만 헤븐리 소드에서 꽤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잦은 프레임 드롭과 화면 밀림 현상은 인슬레이브드에서는 꽤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입니다. 카메라 시점을 변경하거나 오브젝트를 이용한 격렬한 액션이 이루어져도 프레임이 그리 심하게 요동치지 않으며. 화면 밀림 현상 역시 많이 줄어들어서 Xbox360 버전은 화면 밀림 현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배경에서 찾아내야 하는 오브젝트를 눈에 잘 띄게 하이라이트로 표시해주는 점은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를 배려한 모습으로 보이며,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도 화려한 움직임을 펼칠 수 있는 것 또한 하드코어 유저가 아니라도 액션 게임 초보자들이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한 듯합니다.
적이 원거리 사격을 할땐 무조건 숨을 곳을 찾아야 한다. |
잉?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 |
게임의 로딩은 조금 긴 편입니다 그러나 인슬레이브드의 로딩 방식은 한 챕터의 전체 맵을 한 번에 불러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로 게임을 시작해서 플레이하는 도중에는 로딩이 거의 없습니다. 덕분에 게임 시작 전 단 1회의 로딩이 좀 길긴 하지만 게임 도중에는 쾌적한 플레이를 제공합니다. 특히 헤븐리 소드의 경우 게임 오버를 당했을 때 재도전을 할 경우 심각한 수준의 로딩 시간을 보여준 것에 반해 인슬레이브드는 게임 오버를 당해서 체크 포인트에서 다시 게임을 시작하더라도 로딩이 상당히 짧은 편이어서 공백을 느끼지 않고 바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근두운을 타고 이동하는 파트는 속도감이 일품. |
접촉하면 의문의 영상이 나오는 가면의 정체는? |
몽키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근접전 위주로 진행됩니다. 갓 오브 워를 비롯한 최근 제작되는 액션 게임과 비슷한 느낌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필드 상에 존재하는 마지막 적을 해치웠을 때의 연출은 필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쾌감을 선사해주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최근 액션 게임이 다들 그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히 같은 액션을 사용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필드 상의 적들을 제거했을 때 나오는 오브를 모아 파워업을 할 수 있기에 모험의 끝에 다다를 즈음에는 굉장히 화려한 액션을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보스전에서는 일정 대미지를 받아 쓰러진 적 주변에 하이라이트 처리된 오브젝트를 활용해서 큰 대미지를 입히는 일련의 행동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총을 쏘는 적들에게는 암바로 역십자 꺾기(거짓말). |
여의봉으로 적들의 척추를 접어주면 화려한 피니시 연출이 등장. |
적들의 머신건 포트는 위로 올라타서 목을 한번 꺾어주면 이렇게 몽키가 올라타서 사용할 수 있다. |
몽키가 트립을 보호하면서 진행하는 어드벤처 파트에서는 몽키와 트립이 멀리 떨어지면 몽키의 헤어 밴드가 반응하여 바로 게임 오버로 연결되기 때문에 항상 두 캐릭터의 거리가 멀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적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사격해오므로 엄폐물을 확보한 후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만 하는데, 이때 동선을 잘못 파악하거나 길을 헤메는 바람에 적의 사격을 피할 엄폐물에 숨지 못하는 경우엔 바로 게임 오버로 연결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드벤처 파트에서도 엄폐물 같은 오브젝트가 하이라이트로 눈에 잘 띄도록 처리를 해서 주변을 잘 살펴보면서 진행하면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몽키와 트립이 서로 협력해서 진행해야 하는 부분은 일단 트립을 높은 곳으로 던져올린 다음에 위에 올라간 트립이 사다리를 내려줘서 몽키가 이동한다거나, 몽키가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린 사이에 그 틈으로 트립을 통과하게 하는 방식의 협력 플레이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장면은 바이오하자드 5 등에서도 이미 선보였던 것들이라 많은 게임을 즐겨왔던 유저라면 다소 식상한 장면일 수도 있습니다. 이왕 두 캐릭터가 협력해서 게임을 진행하는 콘셉트라면 이런 설정을 잘 활용해서 조금 더 생각을 많이 요구하는 부분이나 다양한 분기가 존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몽키가 적들을 제거하고 나서 트립과 움직여야 한다. |
높은 곳은 트립을 던져서 올린 후 몽키는 따로 올라가거나. |
위험 지역에선 업고 통과해야 하는 등 트립과 함께 하는 액션은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
게임 진행 부분에 있어서도 아이템 및 오브젝트의 활용 방법이나 퍼즐 요소를 푸는 데 필요한 요소를 적재적소에 자막으로 잘 표현해주어서 많은 도움을 줍니다. 퍼즐 자체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 아니어서 다른 게임처럼 중간중간 퍼즐 때문에 게임의 흐름이 끊어지거나 진행이 막히는 일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세세한 설명이 요소마다 적절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퍼즐에 크게 신경 쓰는 것을 싫어하는 유저나 초보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냥한 게임이라 할 수 있으며, 최근에 나오는 게임들 중에서도 꽤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편입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퍼즐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는 플레이어에게 인슬레이브드는 조금 싱거운 듯한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동에 사용되는 오브젝트는 알아보기 쉽게 표시. |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진행에 부담을 주지 않는 어드벤처 파트. |
인슬레이브드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 중에서도 플레이 타임이 짧은 편에 속합니다. 아울러 게임 클리어 후 새로운 복장이나 다양한 특전이 존재하지 않아서 반복적으로 게임을 즐기게 하는 요소는 다소 부족한 것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또한 서유기에 베이스를 두고 제작한 게임이라면 손오공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고 직접 조작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겠지만 의외로 몽키 외에는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은 좀 의아스럽기도 합니다. 개발사에서는 DLC 전달을 발표한 상태이므로 DLC를 통해 NPC로 등장하는 저팔계를 사용할 수 있다면 조금 더 플레이 타임을 늘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현재 프리미엄 DLC \'PIGSY`S PERFECT 10\'는 다운로드 가능한 상태입니다).
엄폐물을 이용하지 않으면 정말 인정사정 없는 적들의 원거리 공격.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데 주인공 몽키는 |
본 게임의 스토리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익숙한 소재인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가 무대여서 그런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영문 버전 그대로 정식 발매가 이루어졌기에 의미 전달력은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특히 한국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꾸준히 한글화 타이틀을 출시하고 있는 인트라링스에서 본 게임의 퍼블리싱을 담당한 것을 생각하면 꽤 아쉬워지기도 합니다. 물론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어서 다른 장르에 비해 현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지장을 주는 편은 아니지만 나름 심오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임이고, 후속작 또한 기대되는 스토리이기에 영문 버전 그대로 발매된 것은 적잖이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을 통과할 때 그래픽이 이상해지는 것은 버그가 아니다. |
쫓아오지 마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ㅠㅠ |
서유기는 드래곤볼과 같은 세계적인 인기 만화로도 일부 요소가 사용되기도 했으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동양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허영만 화백의 \'날아라 슈퍼 보드\'라는 작품은 우리 나라에서 말귀를 잘 못알아듣는 사람을 가리켜 사오정이라는 표현까지 생겨나게 할 정도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서유기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되어 게임이라는 미디어로 등장한 인슬레이브드는 유저에게 친절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고 엔딩까지 게임적인 요소나 시스템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무난히 진행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쉬운 게임을 추구하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요소 덕분에 유저가 심취해서 플레이하며 스스로 화려한 액션을 펼쳐 보이거나 하는 액션 게임 특유의 파고드는 요소는 부족하긴 하지만 큰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모험 활극을 게임을 통해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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