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울프와 세라파이트에 관한 글을 써보겠습니다.
울프는 지난번 글에서 핵심멤버들을 전부 다뤄서, 이 글에선 비중이 작아요.
I. 아이작과 울프
페드라FEDRA는 1편에서부터 등장한, 좀비사태 이후 사실상 미국을 통치하는 정부라고 할 수 있죠.
페드라는 시민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했고, 자원배분에 있어서 종종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1편에서도 보면 많은 시민들이 페드라를 싫어하고 있습니다.
파이어플라이도, 백신도 백신이지만 우선 페드라의 폭정과 싸운다는 목표가 있었죠.
시애틀 지역, 즉 워싱턴 지역에서는 (워싱턴 주 시애틀 시)
워싱턴 해방 전선, 울프가 등장했구요
페드라와 워싱턴 지역의 주도권을 두고 다툰 끝에 워싱턴 지역을 빼앗아옵니다.
(다른 집단은 전부 테러리스트로 부르는 페드라)
간부였던 아이작이 과격하고 공격적인 전술들을 많이 성공시키면서
페드라는 워싱턴 지역에서 완전히 퇴출되고,
아이작은 울프의 수장으로 추대됩니다.
아이작은 피도 눈물도 없는 전술도 거리낌없이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부하들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무서운 보스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울프가 페드라를 상대로 벌인 전투와
세라파이트를 상대로 벌인 전투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울프는 페드라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주둔지, 병력, 조직운영방식 등에 익숙했으므로
게릴라 작전을 펼치거나, 스파이를 심거나, 봉쇄작전을 펼치는 등의 전략이 가능했죠.
하지만 세라파이트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섬에서 나와서 활동하는 인원들과 국지전들만 펼쳤지,
막상 섬에서 어떻게 사는지, 얼마나 사는지, 섬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몰랐습니다.
섬에 들어가는 것 조차 쉽지 않았죠.
근처만 가도 바로 총알이 날아오니까요.
포로를 심문해서 얻은 정보로
안전한 곳에 상륙은 할 수 있게되었는데,
막상 가서보니 울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큰 세력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정찰병은 이 사실을 돌아가서 알리려고 하지만 그 전에 죽임을 당합니다.
아이작은 상황을 잘 모르는데도 전면전을 강행하였습니다.
크게 패배한적 없는 장수는 본인의 계획을 지나치게 확신한다는 뭐 그런 심리가 작동했나봅니다.
실제 전면전 당일날 침투한 인원들조차 본인들이 얼마나 큰 세력과 싸우는지 몰랐던 것 같네요.
반면 세라파이트는 항상 울프를 주시하고 있었구요.
II. 예언자
세라파이트 예언자에 대한 얘기를 해봅시다.
이 단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이 찢어진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요,
기사 후반부가 찢어져 있어서 정확한 정보는 알기 어렵습니다.
기사를 보면 초창기의 모습은 그냥 평범한 종교공동체로 보이고,
예언자의 말씀에는 폭력적인 내용이 없다고 한 점과,
예언자가 죽고나서 지금의 잔인한 처형방식이 생겨났다고 한 점을 보면
세라파이트 초기에는 그냥 특정 신앙을 믿는 단체에 불과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예언자가 죽고나서부터 본격적으로 폭력적으로 변한 것 같네요.
참고로 마지막 문장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은 번역이 잘못되었어요.
이것만 보면 마치 해석을 다르게 하는 분파가 따로 있나? 싶으실 수 있는데요,
마지막 두 문장의 원문은
We weren't stoning or hanging people until after she died.
They're taking her words and twisting them.
그러니까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그냥 세라파이트 전체가 변한겁니다.
두 문장의 주어가 We, They로 달라서 스크립트만 보고 번역하다보니 오류가 난듯 합니다.
레브는 예언자가 죽기전까지 비교적 평화로웠던 세라파이트의 일원이고 싶지,
예언자가 죽고 나서 사람들을 처형하기 시작한 세라파이트는 거부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어쨌든, 아이작은 울프 근처에서 세력을 불려나가는 다른 단체가 있다는 사실이 못마땅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작은 예언자를 잡아다 가둬놓고 고문하다 결국 죽게 만듭니다.
아이작이 예언자를 고문하고 죽게 만들었다는 내용은 게임안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음과 같은 점들로 미루어보아 이 추측에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첫째, 아이작은 사람을 고문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입니다.
비록 우리가 직접적으로 듣는 대사는 "재우지 마라" 하나일 뿐이지만
'그냥 안 재우는 정도의 고문이면 비교적 소프트한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아요.
우리가 본 장면은 발가벗겨진채 묶인 남자를 칼을 들고 협박하던 장면입니다.
실제로 어떤 고문을 하는지는 굳이 묘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요.
복도에 있는 작은 철창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다가가기만 해도 두려워하며 구석으로 도망치는 모습들을 보면 소프트한 고문만 하지는 않았을거에요.
둘째, 애비는 예언자를 감시하던 울프가 쓴 쪽지를 보고나서
대장이 예언자를 순교자로 만들었다고 한탄합니다.
아이작 전에 다른 사람이 대장으로 있던 기간에 예언자가 죽은 것이 아닙니다.
아이작이 대장으로 있던 기간에 예언자가 죽은 것입니다.
셋째, 순교자의 길에는 트럭이 하나있고, 그 트럭은 세라파이트에 의해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습니다.
이 트럭은 울프 스타디움과 굉장히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으므로,
휴전이 결렬되었는데도 울프 본진 근처까지 온다는 것은, 세라파이트로서는 목숨이 걸린 위험한 일입니다.
얼마전에 울프들이 한번 청소를 했는데도 금새 다시 꾸밀만큼
정성을 들여 트럭을 치장하고 본인들의 소망을 담은 쪽지를 걸어놓습니다.
왜?
바로 이 트럭에서 예언자가 죽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게 가장 말이되는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언자가 그 컨테이너 트럭에서 자고 먹고 생활하지는 않았을거에요. 창문도 없고 문도 밖에서 잠그는 건데 여기서는 못 살아요.
예언자가 그 자리를 말씀을 설파하는 자리로 이용했을 것 같지도 않아요.
그러기엔 주변이 너무 좁아 사람들이 모이기가 어려워요.
이 트럭 주변은 격리지구들처럼 격리되어있고, 울프가 쓰던 사무실 같은 것도 있어요.
이 트럭은 예언자에게 좋은 장소가 아니에요.
예언자는 여기서 죽었을거에요.
그렇다면 왜 트럭에서 죽었을까요?
멀쩡한 사람이 트럭에 있다가 갑자기 죽을 수가 있을까요?
물론 멀쩡한 사람도 트럭에 오래 갇혀있으면 죽겠죠. 하지만 울프는 예언자를 방치해두지 않았습니다.
쇠약해진 상태의 사람이 트럭에 갇혀있다가, 혹은 트럭에 의해 이동하다가 죽었을 것입니다.
왜 쇠약해졌겠어요?
저는 이와 같은 점들로 미루어보아
아이작이 (혹은 아이작의 명령을 받은 부하가) 예언자를 고문하다 죽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예언자의 뺨에는 두 흉터가 있는데요, 마치 조커의 입을 연상시키는 상처입니다.
예언자를 그린 모든 그림과 조각상에는 예언자의 뺨에 상처가 있어요.
상처가 나는 원인은 3가지입니다. 사고, 자해, 타인의 고의. (타인이 실수로 낸 것은 사고로 봅니다)
사고로 한쪽 뺨에 상처가 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로 양쪽에 똑같이 상처가 날 확률은 낮죠.
스스로 자해를 했을까요? 제 생각에는 아무리 사이비종교라고 할지라도
오랜 기간동안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것도 평화로운 이야기만 전하는 사람이 그런 자해를 할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타인이 고의로 낸 상처에 한 표 던져봅니다.
만약 예언자의 상처가 타인이 고의로 낸 상처라면,
신도들이, 예언자를 괴롭힌 행위를 어째서 따라하냐는 의문이 생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를 생각해보면요... 기독교도들은 십자가를 성스럽게 여기지만
십자가는 예수님을 고문한 도구잖아요.
기독교도 입장에서, 십자가는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돌아가신 것을 상기시켜주는 도구죠.
위 편지에서 흉터가 예언자의 지혜를 상기시키듯이요.
뭐 어쨌든
이 행위 때문에 세라파이트는 외부인에게 스카-Scar-상처 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죠.
III. 세라파이트의 사상
세라파이트는 확고한 믿음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좀비사태는 현대인... 그러니까 라오어 시점에서 보면 과거인들의 지나친 탐욕과 소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그들은 일체의 욕심을 버리고 검소한 생활을 영위합니다.
나무로 오두막집을 짓고, 단순한 옷을 만들어입으며, 외모 치장을 하지 않고
공동으로 농사와 목축, 수렵을 하며 생계를 영위합니다.
이들은 울프 사람들이 과거인들과 같은 죄를 짓고 있으므로 참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엘리가 울프 전투원들만 보고 울프는 이상한 놈들이라고 판단했듯,
세라파이트 역시 울프 거주지 외곽에서 간헐적인 전투만 해봤을 뿐인데,
울프가 사는곳은 아주 황량하고, 울프의 욕심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판단합니다.
세라파이트들은 가능한한 과거의 모든 것에서 거리를 두려고 하기 때문에,
과거에서 전해져오는 일체의 지식 역시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의 책 역시 부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건 세라파이트 마을 가는 길에 있는 버려진 차량인데요,
노틀담의 꼽추와 페가나의 신들이 놓여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아무도 손도 안대고 그대로 놓아두었다는게 포인트...
세라파이트 마을에 가보면 정말 단 한권의 책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여담: 페가나의 신들은 근대의 낭만주의/고딕 문학과 현대 판타지 소설의 가교 역할을 하는 소설이라고 합니다)
세라파이트 마을에서는 오직 이런 노트들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예언자의 말씀 필사본이나 예언자에게 쓰는 일지 정도로 짐작됩니다.
얼마나 과거의 지식을 멀리했는지, 이들은 달력도 쓰지 않습니다.
문서 보시면 동그라미 칠해진거 보이시나요?
날짜를 쓰지않고, 달의 차고 기운 정도로 날을 표시합니다.
감시초소에서 지켜보다 적의 출현을 알려야 할 때도 과거의 유물을 쓰면 안되므로
뿔피리를 씁니다. 아니 이게 원시시대야 뭐야....
(애비와 야라가 섬에 들어왔을때 울프들의 공격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를 들으실 수 있어요)
이들은 지리적 개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알 지 의문이에요.
이 컷씬에서 보시면 야라는 미국 지도도 처음 본 듯 합니다.
시애틀이 저기있으면 자기네 섬은 어디있냐고 천진난만하게 물을 정도니까요.
이건 마치 세계지도에서 서울이 여기있다고 알려주니 그럼 여의도는 어딨냐고 묻는 격입니다.
IV. 세라파이트 섬의 위치
말이 나온김에, 세라파이트 섬은 어디에 있는지 지도에서 봅시다.
이것은 시애틀 지도입니다.
우리가 세라파이트 '섬' 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리고 보트를 타고 이동하였기 때문에
지도 왼편의 베인브리지 섬 정도를 세라파이트 섬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참고로 서울시와 비교하면 이정도의 크기입니다.
조금 더 시애틀을 확대해보겠습니다.
이게 라오어2의 무대인데요,
왼쪽 상단의 빨간 테두리쳐진 지역이 퀸 앤 Queen Anne 이라는 곳인데요.
저기가 세라파이트 섬입니다.
이해가 안되실 수 있습니다.
이 스샷을 보시면 지도 좌상단에 스카 라고 적혀있구요, 그 밑에 워터라인이 쓰여있습니다.
즉, 홍수로 인해 퀸 앤 과 시애틀 도심을 연결하는 구간이 침수되어
자연스럽게 섬 처럼 되어버린 것입니다.
마치 이 스샷처럼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담으로, 윗 스샷의 "잠적했어"는 디나가 하는 대사로, 라디오에서 들어보니 오언이 잠적했다는 말인데요,
한국어로 잠적했다는 말은 사적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범위가 좀 넓어요. (걔 요즘 친구들 전화 다 안받고 잠적했어)
원문에서는 AWOL, 즉 무단이탈했다는 뜻으로 탈영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애비 2일차에 애비가 병원에서 잡힐때에도, 울프 멤버들이 애비가 AWOL 이었다며 잡아갑니다.
따라서 1회차에 엘리를 하면서 '오언이 어디 숨었나?'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언이 왜 탈영을 했지? 내분이라도 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게 원문에는 더 맞게 되는 감상일겁니다.
다시 섬 이야기로 돌아와서,
보트를 타고 간 것은 어떻게 된거냐 거의 바다 건너는 느낌이던데. 라고 의문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이 스샷 보시면 왼쪽 아래편에서 퀸 앤 지역으로 보트를 타고 가는 루트들이 그려져있습니다.
참고삼아, 게임 내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곳들 위치는 이렇습니다.
V. 세라파이트식 처형의 본질
세라파이트 하면 잔인한 처형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죠.
이 처형방식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메세지' 입니다.
경고의 의미, 공포를 주기 위한 의도 같은 메세지 말입니다.
엘리 역시 처음에 방송국에서 이 시체들을 보고 메세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시체들이 메세지를 주는 효과가 있음은 인정합니다만,
그건 부가적인 효과이고, 진정한 목적은 다른데 있다고 주장하고자 합니다.
앞서 세라파이트들이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의학 교육 역시 예외없이 받지 않은 듯 합니다.
레브는 세포가 뭔지도 모릅니다.
이들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과학지식이 없어요.
뼈가 골절되면 맞춰야한다 정도의 낙후한 지식밖에 없거든요.
이 여자의 이름은 에밀리입니다.
에밀리가 야라의 팔을 부수라고 명령할때,
'그녀의 날개를 꺾어라' 라고 합니다.
굳이 팔 부러뜨려라 하면 되는데 날개를 꺾으라고 한다고요?
근데 이 말을 즉석에서 지어낸게 아니에요.
왜냐면 에밀리가 이렇게 말하니까 부하들이 바로 알아먹고 실행에 옮기거든요.
이건 자주 쓰는 말이라는 뜻이죠.
이들의 처형은 의식처럼 이루어집니다.
반드시 '그들은 죄를 품고 있으니' 라고 읊은 후에 배를 가르고,
처형이 끝나면 '이제 그는 자유다' 라고 읊습니다.
이때 주변에 있는 세라파이트들은 반드시 '그는 자유다' 라고 합창합니다.
근데 죄를 품고 있다는게 무슨 말일까요?
역사책에서 본 과거를 생각해봅시다.
과거에 과학이 발달되지 않았고 종교 중심으로 생활하던 사회에서는
사람이 아픈 것은 죄를 지었기 때문이므로, 죄를 먼저 신 앞에서 용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세라파이트인들은 의학적 지식이 없고, 광신적으로 종교에 집착하고 있죠.
그러면 세라파이트인들도 사람의 신체를 과학적이 아니라 종교적으로 보고 있을겁니다.
따라서 그들이 팔을 실제로 날개라고 생각하고,
배에는 실제로 죄가 품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게 다 설명이 됩니다.
진짜로 세라파이트들은 울프들이 죄를 신체에 품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처형을 하는거죠.
팔을 부수는게 날개를 꺾는 것이듯,
배는 죄를 담고 있는 공간이므로 죄를 끄집어내야 죄 사함을 받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상은 죽죠. 근데 죽는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아요.
혹시 인간과 싸우는 전투에서, 남은 사람들 다 죽이고 한명 남았을때
마지막 사람의 다리를 쏘면, 그 사람이 목숨을 구걸하는걸 보신 적 있으신지요?
보통의 사람들은 잠깐 멈추라고 하거나, 살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세라파이트는 다릅니다. 나는 준비됐다. 하고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또는 예언자의 말씀을 외며 준비를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그렇습니다.
세라파이트에게 죽음은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세라파이트는 명예롭게 살다가 죽어서 예언자의 곁으로 가게 될 것을 고대합니다.
세라파이트는 지금 처형하는 울프를 잔인하게 죽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죄에서 해방시켜주고 자유를 주었다고 생각할겁니다.
만약 이게 믿기지 않으신다면,
다른 일체의 교육을 받지않고, 코란에 대한 과격한 해석만을 세뇌받으며 자란 후
몸에 폭탄을 두르고 뛰어들어 '영광스럽게' 목숨을 바치며 테러를 감행하는 사람들도 실제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해주세요.
에밀리는 목이 매달린 애비의 배에 칼을 들이댑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이제 곧 이 처형의식을 완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에밀리는 애비를 마무리짓지 않고 야라에게 갑니다.
왜 애비를 죽이지 않았죠? 플레이어블 캐릭터 버프라서?
아뇨, 종교의식은 소란스러운 가운데 급하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천주교의 신부님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죄를 고백하려고, 즉 고해성사를 하려고 합니다.
그 때 옆에서 뭔가 소란스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면 고해성사를 서둘러 끝마쳐버리시겠어요? (그래 아무튼 잘 들었고 담부턴 그러지마세요 저는 이만)
아니면 잠시 고해성사를 미뤄두고 일단 소란스러운 일을 점검하러 가시겠어요?
당연히 후자죠.
종교의식은 급하게 서두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게 만약 종교의식이 아니라면,
그냥 울프를 겁주기 위한 처형이라면,
왜 그냥 편하게 하지 않을까요?
그냥 죽은 시체들 주워다가 배 가르고 목 매달아도 똑같을텐데
그냥 목 매달아놓고 죽은 다음에 배 갈라도 될텐데
가끔씩은 배만 가르는게 아니라 다른 바리에이션을 줘서 색다른 공포를 줄 법도 한데
안 그런다는거죠.
무조건 살아있는 상대를 목 매달아놓고 안죽게 한 상태에서 (발 밑을 통으로 받쳐주고)
주변에 엄숙하게 모인 다음
꼭 '죄를 품고있나니' 어쩌구를 외우고
이 귀찮은 과정들을 다 거치고 나서야 의식을 치룬다는거죠.
이상의 근거로, 저는 세라파이트의 잔인한 처형은 메세지라기 보다는 종교적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VI. 세라파이트 내부의 불평등
제가 세라파이트 마을에서 한가지 추측해본 게 있습니다.
예언자의 말씀에는 폭력적인 내용이 없다고 했으나,
예언자가 죽고 원로들이 주도권을 잡고, 그때부터 상황이 바뀌었잖아요.
저는 여기서 현실세계에서 과거에 실패했던 몇몇 사회제도들이 떠오르더라구요.
비록 그 제도가 본디 뜻하는 바는 좋지만 현실에 실제 적용되었을때 많은 부작용이 생겨났죠.
세라파이트의 마을에 가보면 다들 오두막집을 짓고 함께 농사와 목축을 하며 검소하게 지내는데
그 안에서 빈부격차가 느껴집니다.
예를들어 이런 집 같은 경우는 좁고 간단한 가재도구에 먹을 것도 별로 안보입니다.
야라와 레브의 집 같은 경우도 가난한 축에 속하는 집으로 보이고요.
반면 이런 집 같은 경우는 넓고 온갖 가재도구들이 있고 먹을 것도 풍족해요.
심지어 아이는 과거시대의 유물로 보이는 장난감들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슴고기를 어떻게 배분할지를 결정한 이 문서를 보면,
자원 배분이 원로들의 입김에 영향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예언자가 죽은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이대로 계속 시간이 흐르면 세라파이트 내부에서도 상당한 빈부격차로 인한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VII. 엘리와 애비가 세라파이트를 생각하는 방식
엘리는 세라파이트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졷같은 놈들로 생각합니다. 그걸로 끝입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세라파이트를 보는 관점도 비슷할겁니다)
다만 엘리 2일차에, 1회차 유저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대사가 있으니 한번 보고 가시죠.
(혹시 모르시는 분들 계실까봐.. 릴리는 레브의 본명입니다)
애비는 세라파이트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신 나간 놈들로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처음에 애비는 세라파이트를 인간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애비가 세라파이트를 단순 정신 이상자들로 생각하는건 회상씬부터 알 수 있습니다.
이 대사는 제가 가장 거슬려한 오역 중의 하나입니다.
아침이 지나고 나면 같이 시간을 보내는것도 좋겠다는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정확한 의미를 알려드릴게요.
참고로 이 대사는 애비가 아침에 일어나자 전방으로 오라고해서 출동 나갔다가, 갑작스런 습격을 받은 후
구사일생으로 전진기지로 피신 온 상태의 대화입니다.
"오늘 아침에 그런 일을 겪고나니, 이 놈들 좀 고문해도 좋을 것 같은데" 라는 의미입니다.
그 옆에 있던 매니의 말은 "동감이야"로 번역되었는데 이것도 오역입니다.
매니의 원문은 I hear that. 이며, 응 나도 고문하고 싶은데. 라는 뜻이 아니라,
"(고문하는 것에 찬성하진 않지만) 무슨 말인지 알겠음" 이라는 뜻입니다.
애비는 세라파이트쯤 얼마든지 고문할 수도 있을만큼 세라파이트를 싫어했던 것입니다.
1일차에 애비가 오언을 찾으러 혼자 수족관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애비는 장렬한 유서를 남기고 죽은 세라파이트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장렬한 유서를 한마디로 조롱하고 떠납니다.
뒷골목에 세라파이트의 그림을 보고, 지랄한다 정도의 뉘앙스로 담담하게 소감을 남깁니다.
레브와 야라와 어쩔 수 없는 동행을 하는 중에도, 그런 태도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왜 애비는 이들을 구하러 다시 갔을까요?
그렇게 싫어하는 세라파이트인데 말입니다.
이 게시판에서 많은 분들이 이 점에 대해서도 각자의 해석과 소감을 남겨주셨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죄책감을 이유로 드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죄책감이 일리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명확하게 한두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리가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하나의 감정, 하나의 목표로만 행동하는 인물들이 아니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리와 충동에 이끌리는 인물들이 그려져있어서 제가 더욱 라오어2를 좋아하는데요,
그런데 다른 분들이 지적하지 않았던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 말은 미국에서 일종의 치트키입니다.
미국에는 아동우대사상이 있습니다.
우리가 경로우대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과 반대방향으로 비슷합니다.
우리나라도 요즘엔 틀딱이니, 꼰대니 하면서 그 사상이 약해지긴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나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실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미국의 아동우대사상의 몇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1. 미국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다가 불쾌해져서 클레임을 걸면 점원이 시큰둥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데요,
만약 내 아이가 이 서비스에 불쾌함을 느꼈다고 클레임을 걸면 점장이 뛰어와서 정중하게 사과할 정도로 무게감이 다릅니다.
2. 자유도 높은 서구권 rpg 게임에서도 아이들은 공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3. 미국에서는 부모가 이혼하고 나서도 자녀를 위해서 가끔씩 만나거나 하면서 부모 양쪽의 사랑을 다 자녀에게 주려고 노력합니다.
반면 한국은 그런거 없죠. 이혼하면 끝이고 자녀는 한쪽을 선택해야되죠.
미국에서는 자녀를 위해 부모가 서로 싫어도 참지만, 한국에서는 부모의 감정이 아이보다 더 중요하니까요.
우리는 어른들을 존중하고, 그 존중의 끝판왕이 본인의 부모님인데요
미국은 아이들을 아끼고, 그 아낌의 끝판왕이 본인의 자식입니다.
그래서 많은 미국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본인의 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모습들이 많이 나오고요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모습들이 많이 나오고요.
따라서 야라와 레브 스토리를 한국식 정서로 바꾸면 아마 이런 모습일겁니다.
여러분은 아포칼립스 세계에 사는 건장한 청년입니다.
우연히 나쁜놈들한테 붙잡혀서 목숨을 잃을 뻔 했는데, 지나가던 노부부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서
함께 그 곳을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노부부 중 한 분이 크게 다쳤습니다.
다친 분이 안쓰럽긴 하지만, 뭐 애초에 남남이었고 님도 바쁘게 가야할 곳이 있어서
적당한 곳에 내버려두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 그 분들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
마지막에 쳐다보던 눈빛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도 계속 떠오릅니다.
결국 여러분은 다음날 아침, 그 분들을 구하러 다시 나섭니다.
VIII. 야라와 레브
애비만 이들에게 마음을 점차 열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레브도 처음엔 애비의 이름을 아는데도 무심코 울프라고 부릅니다.
애비라는 단독 인격체로서보다는, 한 명의 울프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겠죠.
애비도 처음엔 계속 스카라고 부르다가 점점 그 단어를 쓰지 않죠.
서로가 서로를, 그 집단의 멤버 1로 생각하다가, 차츰 독립된 개인으로 여기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뭐 야라는 제가 보기엔 첫째날 밤 헤어질때 이미 마음을 연 것 같지만요.
애비가 레브와 야라를 구하는 상징적인 대목 하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애비가 야라를 안아들고 나서려하자
레브가 뭐하는거냐고 묻죠.
애비는 "I'm giving her a chance." 라고 합니다.
번역은 "살려보려는 거야" 라고 되어있습니다.
이게 원문이 뉘앙스가 좀 이상합니다.
말은 되는데... 말이 안되는건 아닌데.....
말이 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다른 의미를 담고 싶었던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이라면 그냥 평범하게 대사치면 됩니다.
"치료하려고." "내가 아는 의사에게 데려갈거야." "여기두면 안돼. 뭐든 해봐야해." 등등 상황에 맞는 대사들은 많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녀에게 기회를 주려고 해" 라는 대사를 한다? 무슨 기회를 줘?
이건 대놓고 조엘을 상징하는 대사와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야라를 수족관으로 데려오고나면 애비와 레브의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까지' 향하는 대모험이 시작됩니다.
애비는 이 모험중에 차츰 레브에게 마음을 열고, 세라파이트도 더 이해하게 되죠.
호텔에서 레브에게 마스크를 씌워주는 손길은 다정하기까지 합니다.
레브의 말에 뭔 개소리냐고 빡쳐하던 모습은 사라졌네요.
대모험 끝에 수술도구를 챙겨와서 야라를 살리고 난 뒤 애비의 표정은
우리가 여타 게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없는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이 표정과, 이 음악에 끊김이 없이 바로 애비의 세번째 병원 꿈 장면으로 이어지는 전환도 너무 좋아요.
첫번째 꿈부터 봅시다.
첫번째 병원 꿈(회상)은 적색 알람이 깜빡거리면서 사이렌이 울리는 불길한 곳이었고,
뒤돌아보면 '나갈 수 없는 문'인 주제에 시뻘건 EXIT 표시를 달고 있는 문이 공포스러운 느낌도 줍니다.
두번째 병원 꿈 역시 불안한 곳이었지만, 최소한 EXIT에 빨간 불은 꺼졌네요.
(스샷이라 아래와 구분이 안되어보이지만, 알람은 여전히 울리고 있습니다)
세번째 병원 꿈에서는 애비의 편안한 표정, 숭고한 느낌이 담겨있는 음악, 사이렌이 꺼진 정상적인 복도가 등장하고
그 끝에선 아버지의 기억과 화해를 이루게 됩니다.
아버지의 미소를 가져온 계기가, 한 사람을 죽이는 복수가 아니라, 한 사람을 살리는 여정에 있었다는 것은 너무 의미심장합니다.
저는 이 회상씬들을 사랑합니다.
제리의 웃는 모습을 보고 꿈을 깨고 난 후에는
야라가 이런 말을 해줍니다.
여기서 '정말 친해졌구나'의 원문은
He really opened up to you. 이며
따라서 "레브는 너에게 정말 마음을 열었구나" 가 더 의미가 맞는 번역입니다.
다음 문장 '죽음에 대한 공포를 나누며 친해졌지' 도
원문은 We bonded over our shared fear of dying. 이라서
단순히 친해진게 아니라 서로 마음을 열고 깊게 맺어졌다는 뉘앙스입니다.
1편에서 여러 고난을 겪어가며 서로 깊은 관계를 맺게 된 조엘과 엘리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따뜻한 말입니다.
야라는 무척 다정한 사람입니다.
엘리에게 디나가 있다면, 애비에겐 야라가 있습니다.
야라는 곧 헤어질 사람인 애비에게, 부서진 팔의 고통도 잠시 참고 이름을 물어봅니다.
(이게 왜 다정한거냐고 물으신다면...
오직 따뜻한 사람만이 곧 헤어질 적군에게 저런 눈빛으로 이름을 물을거라고 답하는 수 밖에 없겠네요)
애비는 원래 본인을 달래주는 말을 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야라는 좀 전에 멜에게 절교선언을 듣고 엉망이 되어있는 애비에게, 넌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줍니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애비도 표정을 감추지 못하죠.
극 내내 애비에게 이렇게 따뜻한 말을 해줬던 사람은 없으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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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작업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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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디테일 모음>
<긴 디테일 모음>
<스토리 해석>
<소감 번역>
<영상 번역>
<디자인 번역>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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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게 추천밖에 없네요... 정말 노력과 정성에 언제나 감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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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자료량이 장난이아니네요 침대누워서 정독시 새벽까지 곱씹을 자료입니다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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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용이 전체적으로 다 좋지만 특히 애비의 병원 꿈 해석이 가장 좋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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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에 감탄하고 분석 내용에 두 번 감탄했습니다 무조건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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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어2에 대해서는 불호 입장이지만 달달한 팬케이크님의 정성스러운 글은 호불호를 떠나서 라오어 시리즈를 더 깊이있게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팬들에게 정말 소중한 자료가 되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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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비폭력 대사 출처가 기억이 안나서 어제 헤매고 있었는데 도와주셔서 덕분에 글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어딘지 기억이 안나서 무작정 게임 켜서 찾을 수도 없어서 난감했었어요.. | 20.08.22 00: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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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예전에 한번 찾았던 부분이라 ㅋㅋㅋ 좀 쉽게 찾을 수 있었네요. 도움되는 것도 뿌듯하고 저는 그 결과로 좋은 글도 읽고 그저 이득일뿐 ㅎㅎ | 20.08.22 01: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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