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리가미: 경시청 괴사건 파일
7번째 게시물 -콧쿠리상- (3)
연쇄 자살
사라진 혈액
기묘한 종이 쪽지.
위쟈반.
콧쿠리상.
머리 속이 정리되지 않는 단어들만이 파도친다.
현실과 비현실이 서로 뒤섞이며
나를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혹시나지만, 말도 안되는 사건에 휘말려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에는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다.
언제부터일까.
내가 내가 아니게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 질투. 우정. 원망. 슬픔. 미움.
검은 독사가 몸 안을 휘젓고 있는듯한 감각.
독사는 날마다 날마다 크게 흉폭해져 간다.
머지않아 나의 의지를 삼키고 날뛰게될 날이 올것이다.
마음이 검게 변한다.
마음이 어둠 속에 사로잡혀 가는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마음 속에 남아있는 한줄기 빛.
사랑하는 당신.
나는 당신을 위해서 존재한다......
다음날 아침.
나는 두번째 자살자 이토 카오리의 부검이 실시될
카모네 대학 부속병원에서 코구레 씨와 만났다.
"옷쓰...... 안녕하십니까. 선배"
정확히 시간을 맞춘 등장에서 코구레 씨의 성격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운이 없어보인다.
"선배......정말로 부검실에 서있어야 됩니까?"
명확히 무섭다는 얼굴로 코구레 씨가 물었다.
"저는 피를 보는게 익숙치 않아서......"
누구인들 피를 보는게 익숙할까.
피를 보는게 익숙한 형사는 곤란한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결코 잘난듯이 말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부검에 참여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아니, 매우 긴장되었다.
병원과 어울리지 않는 시끄러운 엔진음이, 나의 긴장감을 날려주었다.
"어라? 쥰야군이잖아."
어느 폭주족인가 했더니,
매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서, 선배. 이 여성분은......?"
"시키부 히토미 씨. 제 의형의 친구입니다.
히토미 씨는 카모네 대학 의학부의 조교수로,
감찰의도 맡고 있습니다."
"이, 이 여성분이 말입니까?
그럼, 선배. 오늘의 부검은......"
"그래. 내가 담당하게 됐어.
잘 부탁해, 카자미 형사."
히토미 씨가 흠뻑 미소짓는 얼굴로 인사했다.
내가 처음으로 부검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고
놀리는 거겠지.
코구레 씨는 딱딱한 얼굴에 홍조를 띄고
그녀를 황홀하게 쳐다보았다.
확실히 히토미 씨는 미인이다. 미인이지만......
히토미 씨는 의형과 대화 가 통하는
몇 안되는 친구들 중 하나이다.
내가 경시청에 들어가기 전부터 알고지낸 사이로,
몇번인가 형이 강사를 맡고 있는 대학에서 만났었다.
나이는 29세.
보시다시피 미인이다.
카모네 대학 의학부에서 법의학을 공부하고,
현재는 같은 의학부의 조교수를 겸하며 감찰의를 맡고 있다.
미모, 지성, 지위 3종 세트가 갖춰진 퍼펙트한 여성......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형 가라사대, 그녀에게는 '세가지 벽'이 있다.
첫번째는 '직업의 벽'.
왠만한 남자는 감찰의가 하는 일을 듣고는 도망가버린다.
두번째는 '화제의 벽'.
그녀는 너무나도 일에 열심이여서, 화제도 항상 일과 관계되있다.
그녀의 일...... 한마디로 부검이다.
지난번 유체는 썪는 냄새가 진동했어,
어제 맡은 엉망진창 시체는 머리와 발밖에 없어서 큰일이였어,
그런 이야기 뿐이니까, 당해낼 자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은 '과거의 벽'
이것은 형이 가르쳐주지 않아, 어떤 벽인지 알수가 없다.
......어쨌든, 그녀는 가까워지려는 남자들을 차례차례 떠나게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아직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마치 스스로 벽을 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뭐하는거야, 카자미 군.
부검 수업을 시작해야지."
"지금부터 부검을 시작하겠습니다.
개시시간은 10시 정각. 잘 부탁드립니다."
히토미 씨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토 카오리의 부검 시작을 알린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부검실 안은 피와 땀냄새로 가득해지고 있다.
밀실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탓일까, 공기가 탁해져 숨쉬기가 힘들다.
부검이라는 것은 감찰의와 조수가 한명씩 일하는 이미지였지만,
그것은 큰 오해였다.
감찰의인 히토미 씨와, 그 조수가 2명.
경찰인 과장과 계장, 형사조사관, 코구레 씨, 나까지 합계 8명.
이번은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이정도 인원이지만,
명확히 범죄와 관련된 사체라면 배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밀실에 모인다고 하니 오싹하다.
감찰의와 지켜보는 사람들은, 유체에 남아있는 어떤 조그마한 이상도 놓쳐서는 안된다.
지식이나 경험은 물론, 장시간의 부검을 견뎌낼 집중력과 주의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부검실 안에 울려퍼지는 수술도구의 소리.
그리고 살과 내장을 가르는 소리.
히토미 씨는 유체의 상태를 녹음기에 기록하면서 열심히 손을 놀려가며 작업을 계속했다.
한편, 코구레 씨는 땀범벅이 되어, 지금도 토할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아니, 이미 토하고 있나.
그는 부검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20번은 방 밖으로 도망쳤다.
듬직한 얼굴은 온데간데 없이, 야위여 가고 있다.
하기사 나도 다른 사람을 걱정할 입장이 아니여서,
방금 전부터 위액이 역류하는 기분이다.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것은 과장에게 지고 싶지 않은 의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카자미 형사"
"네, 네!"
갑자기 말을 걸어와서 깜짝 놀랐다.
"범죄에 관계되있을 가능성이 있는 유체는
이상시체라고 부르는데, 이 도쿄 시내 23구역에서
매년 어느 정도의 이상시체가 나오는지 알고 있어?"
상관인 과장 앞이라 일단은 '형사'라고 부르고 있지만,
히토미 씨는 완전히 나를 학생 취급하고 있다.
"에---, 글쎄요......"
1. 1000 정도?
2. 5000 정도?
3. 10000 정도?
"그래, 정답은 약 10000구.
그 중 의사가 외표를 검사한 후,
부검으로 돌려지고 있는 것은 전체의 약 25%야."
매년 2500회나 부검이 실시된단 말인가.
아무도 나한테 전부 참여하라고 시키진 않았지만,
수학적으로 들으니 정신이 아찔했다.
"그럼, '검사(檢死)'와 '검시(檢視)'의 차이점은?"
얘기하면서도, 히토미 씨는 부검을 계속했다.
점점 본격적으로 수업같아 지는군......
1. 검시는 경찰이 실시하고, 검사는 의사가 실시한다.
2. 검사는 경찰이 실시하고, 검시는 의사가 실시한다.
3. 검사와 검시는 같다.
"정답이야. 경찰에 의한 유체 조사가 검시.
의사에 의한 유체 조사는 검사 또는 검안이라고 부르고 있어."
덧붙여 검사와 부검과는 별개로, 순서적으로는 경찰관이나 검안관이 검시한 후,
의사가 검사하고, 최후에는 부검을 하는 것 같다.
"그럼, 마지막 문제야, 카자미 형사.
부검이 끝난 유체는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 일은 누가 할거라 생각해?"
나는 울렁거리는 속을 참으며 답했다-------
1. 물론 의사입니다.
2. 서, 설마 경찰관......?
3. 유체라면 장례식장 이겠죠.
"그 말대로. 당신들 경찰의 일이야."
설마하고 생각했지만, 그런 설마가......
히토미 씨의 말을 듣고, 코구레 씨는 벌써 몇번인가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후후, 안심해. 당신들이 하라는 얘기가 아니니까."
죽은 여학생에겐 미안하지만, 우리들은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서투른 생각으로는, 도저히 까진 아니지만, 이 일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고 통감했다.
히토미씨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과장에게는 그저 조그마한 존경심이 들었다.
"......이상. 이것으로 부검을 마치겠습니다."
부검의 종료와 함께, 나는 히토미 씨의 수업에서 해방되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시간은 훨씬 지났지만, 점심은 물론 저녁도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앞으로의 형사생활이 걱정스럽다.
마지막으로 부검실을 나온 내가 문을 닫으려 할 때,
유체를 향해서 합장하고 있는 히토미 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의외였다.
히토미 씨는, 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일 시체를 대하는 덕에 시체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는.
그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뿐.
그런 인상의 그녀를 상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형으로부터 들은 히토미 씨의 '세가지 벽'은 스스로 지키기 위한 벽일지도 모른다.
감찰의의 일에는 일상적으로 죽음이 따라다닌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눈 앞의 시체와 겹쳐보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히토미 씨의 입장이라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히토미 씨는, 어째서 이 일을 택한 것일까?
문득,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부검을 마친 히토미 씨가 로비에 모습을 보였을 때는,
시계침이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과장은 다른 사람들처럼 저자세로 그녀를 마중나가
열심히 의견을 묻고 있다.
히토미 씨의 의견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 해결된 사건이 한두개가 아닌가 보다.
뭐, 그렇지 않다면, 저 과장이 스스로 연하의 그것도 여성에게 저렇게까지 굽신거릴리가 없지.
"저기, 선배. 우리들도 시키부 선생의 의견을 들어봐야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 나는 당황해서,
과장과 히토미 씨에게 달려갔다.
"......어디까지나 현시점의 견해입니다만, 죽은 이토 카오리 씨는 자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망원인은 출혈로 인한 쇼크사. 식칼로 스스로의 배를 몇번이나 찌른것이 치명상으로 보여집니다."
할복자살-----
요즘같은 때, 그것도 여자아이가 그런 옛날 방식의 자살을 택했단 말인가.
자살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일부러 학교 도서실에서 배를 갈라 대체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단, 한가지 신경쓰이는 점이......"
히토미 씨의 생각하는 듯한 말흐림에, 과장은 앞으로 나서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토 카오리 씨의 유체에는, 대부분 '혈액'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히토미 씨의 속삭이는 소리는 주문처럼
우리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건 아직 공개하지 말아주세요."
히토미 씨는 가볍게 말했지만, 우리들에게 있어서 그 말의 무거움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다.
"또 피입니까......?"
"왜 그래? 뭔가 알고있어?"
"오, 옷쓰. 실은 첫번째 자살자 하세베 나루미의 유체에도 대부분의 혈액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래...... 아무래도 평범한 자살이 아닌것 같네.
사사키 씨. 저는, 이제부터 한번 더 자세히 조사해보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시키부 선생."
과장이 머리를 조아리는걸 보고,
우리들도 그렇게 하였다.
머리를 들어올리니, 벌써 발빠르게 부검실로 향하는 히토미 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돌아가자"
과장의 짦은 명령에 따라, 우리들은 병원을 뒤로 했다.
수사 2일째의 대부분을
부검실에서 보낸 기분이 든다.
실제로는 3시간 정도였지만, 이 경험은 일생 잊지 못할 것이다.
집에 돌아가 곧바로 샤워했지만, 그 피와 땀냄새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머리속에 떠오르는 영상을 지우기 위해,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 캔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콧쿠리상, 콧쿠리상.
그녀들은 저를 싫어하고 있나요?
콧쿠리상, 콧쿠리상.
경찰은 저를 잡을 수 있을까요?
콧쿠리상, 콧쿠리상.
제가 하는 일은 옳은 것일까요?
콧쿠리상, 콧쿠리상.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이런 저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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