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화 - 꿈 속에서 만난 여인 -
정신을 차려보니 뭔가 알 수 없는 장소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한번도 와 본적 없는 장소임은 확신할 수 있지만.. 결코 낯설지가 않았다.
황토색 빛의 대지위에 휩싸인 어두운 안개가 나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기에 사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장소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있는 장소인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거기, 너.. 이름이 뭐야.”
그 고상한 말투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나의 시야를 가리던 안개가 걷혀지기 시작하였고 곧 이어 그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검고 긴 생머리에 차가운 느낌의 붉은 빛을 띈 갈색 눈동자..
그리고 품위 있지만 대담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짧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여인.. 이랄까..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슈이치.. 유우토 슈이치다.”
그녀의 물음은 너무나도 단도직입적이었기에 그만 나도 모르게 마치 왕의 물음에 대답하듯 서둘러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고 말았다.
“음.. 잘 알겠다.. 마음에 들었어, 오늘부터 너가 나의 노예다.”
“…에…?”
.
.
.
그녀의 황당한 발언에 놀라는 순간 눈이 떠졌다.
내 방 천장이 보였다..
“젠장.. 꿈을 꿔도 무슨 그런 매니악한 꿈을 꿀 수 있는거지..”
한쪽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긁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참새의 아름다운 울음 소리와 함께 상쾌한 아침 햇살을 기대하였지만,
창문 밖에는 오전 중이라고 하기엔 어두운 하늘에 주룩주룩 내리는 굵고 기분 나쁜 비가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심지어 아침 밥까지 드셔주었을 때 시계는 정확히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뭔가.. 여유로운 아침이다..
평소라면 또 늦잠 잤다고 온갖 난리 다 쳤을테지..
“아, 오늘 미술 시간에 스케치한다고 했지..”
책상 서랍 안에서 대충 그럴듯한 스케치북을 찾아 등교 길에 나섰다.
나와 같은 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나에게 있어서 이 시각은 등교를 하기에 좀 이른 시간이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에겐 이 시간이 등교하기에 가장 평범한 시간대인가보다.
웬지 나 자신이 참 한심하게 느껴지는걸..
“여어, 유우토!” 열혈적인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외치며 힘차게 달려오는 녀석의 이름은 니츠.
어째서 인지 이 녀석과는 무슨 인연이 있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다른 반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평소에는 조회 시간이 끝나야 겨우겨우 들어오는 너가 오늘따라 웬일이냐?”
“….뭔가 알 수 없는 꿈을 꾸었어…”
아.. 아침의 그 이상한 꿈을 생각하니 속이 느글거리기 시작한다..
진짜 생생한 꿈이었어.. 그지?
“꿈 내용이 뭐였는데?”
그런 호기심 가득찬 니츠의 물음에 괜히 꿈 이야기를 해줬다간 엄청난 놀림거리가 될 것 같았기에 결코 대답해주지 않았다.
허나 녀석은 내가 학교에 들어가 반 앞에서 그 강력한 머리통에 춉을 날려주기 전까지 진짜 쉴새 없이 집요하게 질문을 반복하였다.
여자들은 집요한 남자 싫어한단다, 닛상.
오늘은 1교시가 수학, 그리고 2,3교시가 미술이다.
나도 남자라서 그런지 이상하게 다른 귀찮은 과목들은 싫어하는데 숙제 없는 체육과 미술은 매우 좋아하였고 체육 쪽에서는 성적도 어느정도 잘 나오는 편이었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오늘 2,3교시가 미술이라는 것에 기대해 볼 수가 있었다.
조회 시간이 끝난 후, 우리 담임이 수학 선생이라 곧바로 수학 수업이 시작되었다.
미술시간까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때울까..
대충 선생 눈치를 살피며 아침에 못잔 잠을 자주니 어느새 쉬는 시간임을 알려주는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선생이 나간 후, 나와 니츠가 함께 책상 위에 축 늘어져 긴 하품을 내며 오전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저 앞 쪽에서 반장, 유우나가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내가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슈이치군, 수학 여행 비 가지고 왔어?”
“가져왔을 리가 없잖아..”
“이런 바보 자식! 너 혼자만 내지 않았어! 혼자서만 수학 여행가지 않을 작정이야?!”
내 잘못이 아니야.. 내 머리의 메모리 기능이 문제라고..
수학 여행 가고싶지 않을 리가 없잖아? 수학 여행은 남자의 로망이란 말이다.
“오호라?! 그러면서 스케치북은 잘만 기억하네?”
“별개야..”
확실히 이건 반장을 충분히 빡 돌게 만들만한 대답이었다..
라고 생각하며 나의 생각 없는 발언에 절망하는 동시에 반장의 폭발을 기다리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여러모로 운이 좋은 듯 싶다.
2교시의 시작 종소리가 반장으로부터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쳇, 내일은 확실히 가져와야 해, 안 그러면 수학 여행은 없는 줄 알라고!”
귀찮아라.. 어딜 가든지 저런 ‘반장’ 캐릭터는 꼭 한명씩 있더라..
...지긋지긋하다고, 저런 스타일..
“그래도 좋지 않냐.. 저런 캐릭터… 하하.. 나름 취향 탄다고, 저런 캐릭터도…”
여전히 책상 위에 뻗어있는 우리의 니츠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냐, 이 녀석..
“가지고 오라고 한 스케치북은 모두 가져왔으리라 믿는다.
오늘은 상상화를 그려보도록 하자.
각자 자신의 상상력을 이용하여 멋진 그림을 그려보도록 해.
아무거나 그려도 좋아.”
상상화라..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 아무거나 그리면 되는걸까..
특별한 주제를 받아 그리는 것보다는 역시 자유롭게 그리는 편이 더 좋지.
뭐, 무엇을 그릴까.. 하고 고민하는, 그런 고 난이도의 단계가 있다는 것만 제외하고.
“나는 어제 입양한 말티즈 강아지를 그려보겠어.”
니츠가 자신 있게 소리쳤다.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창피하니까 그런 말 하지마..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의 형편없는 그림실력은 니츠의 그림실력 조차 따라잡지 못하였기에 나에게 할 말이란 없었다.
음..뭘 그릴까..
10분 정도 고민을 해보았으나 전혀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냥 아무거나, 그려..” 고민하는 내게 니츠가 제안한다.
그래, 그냥 아무렇게나 손 가는대로 그려보자..
초반에는 아무런 느낌도 못 느꼈다.
허나 어느 정도 그렸을 때부터 나는 내 손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고 그 상태에서 5분 정도가 지났을 땐 그 초라했던 백지 위에 엄청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오, 슈이치. 너한테 이런 그림 실력이 있었어? 의외인걸? 장난 아니잖아?”
교실을 두리번거리던 미술 선생이 나의 ‘뭐야, 이건?!’ 이란 말에 갑자기 멈춰서며 나의 그림을 스-윽 한번 보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점점 완성되어가는 나의 그림을 가만히만 바라보던 선생이 갑자기 굉장한 탄 호성을 지르더니 나의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고져스! 슈이치군! 나는 너에게 이런 재능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어! 이 그림 속의 여인은.. 그림 속에 정말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야!!”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이건 내가 그린게 아니야..
나 자신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오른 손이 멋대로 그린 이 그림은,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듯한 고풍스러운 여인을 멋진 그림 체로 나타내고 있었다.
방과 후, 집으로 향하던 중 뭔가 아리송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 내가 그렸던 그 그림 속의 인물..
도대체 누굴까..
가만 생각해보니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사람이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알고 있던 것 같은데.. 도저히 기억해내지 못하겠어..
한동안 너무 깊이 생각해서 그런지.. 아니면 단순하게 걷다 지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의 몸은 ‘쉬는시간’을 원했다.
대략 근처 앉을 만한 장소를 찾아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가만히 앉아 뭐 특별히 할 것도 없다.. 하니,
그냥 한 쪽 손에 들고 있던 스케치북을 펼쳐 아까 미술 시간 때 선생의 칭찬을 배터지게 받게 만들었던 그림을 보기로 하였다.
그때 들려온 수수께끼의 목소리..
“호오, 나의 초상화를 그려준거야?”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 허나 낯익은 목소리다….
잠깐.. 이 목소리 설마..
‘앗…!’
순간 생각난 잠시나마 잊고 잇떤 기억덕분에,
대략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짐작한 상태로 서둘러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 인물이었다..
“드디어 만났군, 나의 노예여,”
삽화: INTOXICATION (Zzongs)
글 : †Ruin†
정신을 차려보니 뭔가 알 수 없는 장소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한번도 와 본적 없는 장소임은 확신할 수 있지만.. 결코 낯설지가 않았다.
황토색 빛의 대지위에 휩싸인 어두운 안개가 나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기에 사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장소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있는 장소인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거기, 너.. 이름이 뭐야.”
그 고상한 말투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나의 시야를 가리던 안개가 걷혀지기 시작하였고 곧 이어 그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검고 긴 생머리에 차가운 느낌의 붉은 빛을 띈 갈색 눈동자..
그리고 품위 있지만 대담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짧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여인.. 이랄까..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슈이치.. 유우토 슈이치다.”
그녀의 물음은 너무나도 단도직입적이었기에 그만 나도 모르게 마치 왕의 물음에 대답하듯 서둘러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고 말았다.
“음.. 잘 알겠다.. 마음에 들었어, 오늘부터 너가 나의 노예다.”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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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황당한 발언에 놀라는 순간 눈이 떠졌다.
내 방 천장이 보였다..
“젠장.. 꿈을 꿔도 무슨 그런 매니악한 꿈을 꿀 수 있는거지..”
한쪽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긁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참새의 아름다운 울음 소리와 함께 상쾌한 아침 햇살을 기대하였지만,
창문 밖에는 오전 중이라고 하기엔 어두운 하늘에 주룩주룩 내리는 굵고 기분 나쁜 비가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심지어 아침 밥까지 드셔주었을 때 시계는 정확히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뭔가.. 여유로운 아침이다..
평소라면 또 늦잠 잤다고 온갖 난리 다 쳤을테지..
“아, 오늘 미술 시간에 스케치한다고 했지..”
책상 서랍 안에서 대충 그럴듯한 스케치북을 찾아 등교 길에 나섰다.
나와 같은 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나에게 있어서 이 시각은 등교를 하기에 좀 이른 시간이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에겐 이 시간이 등교하기에 가장 평범한 시간대인가보다.
웬지 나 자신이 참 한심하게 느껴지는걸..
“여어, 유우토!” 열혈적인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외치며 힘차게 달려오는 녀석의 이름은 니츠.
어째서 인지 이 녀석과는 무슨 인연이 있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다른 반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평소에는 조회 시간이 끝나야 겨우겨우 들어오는 너가 오늘따라 웬일이냐?”
“….뭔가 알 수 없는 꿈을 꾸었어…”
아.. 아침의 그 이상한 꿈을 생각하니 속이 느글거리기 시작한다..
진짜 생생한 꿈이었어.. 그지?
“꿈 내용이 뭐였는데?”
그런 호기심 가득찬 니츠의 물음에 괜히 꿈 이야기를 해줬다간 엄청난 놀림거리가 될 것 같았기에 결코 대답해주지 않았다.
허나 녀석은 내가 학교에 들어가 반 앞에서 그 강력한 머리통에 춉을 날려주기 전까지 진짜 쉴새 없이 집요하게 질문을 반복하였다.
여자들은 집요한 남자 싫어한단다, 닛상.
오늘은 1교시가 수학, 그리고 2,3교시가 미술이다.
나도 남자라서 그런지 이상하게 다른 귀찮은 과목들은 싫어하는데 숙제 없는 체육과 미술은 매우 좋아하였고 체육 쪽에서는 성적도 어느정도 잘 나오는 편이었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오늘 2,3교시가 미술이라는 것에 기대해 볼 수가 있었다.
조회 시간이 끝난 후, 우리 담임이 수학 선생이라 곧바로 수학 수업이 시작되었다.
미술시간까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때울까..
대충 선생 눈치를 살피며 아침에 못잔 잠을 자주니 어느새 쉬는 시간임을 알려주는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선생이 나간 후, 나와 니츠가 함께 책상 위에 축 늘어져 긴 하품을 내며 오전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저 앞 쪽에서 반장, 유우나가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내가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슈이치군, 수학 여행 비 가지고 왔어?”
“가져왔을 리가 없잖아..”
“이런 바보 자식! 너 혼자만 내지 않았어! 혼자서만 수학 여행가지 않을 작정이야?!”
내 잘못이 아니야.. 내 머리의 메모리 기능이 문제라고..
수학 여행 가고싶지 않을 리가 없잖아? 수학 여행은 남자의 로망이란 말이다.
“오호라?! 그러면서 스케치북은 잘만 기억하네?”
“별개야..”
확실히 이건 반장을 충분히 빡 돌게 만들만한 대답이었다..
라고 생각하며 나의 생각 없는 발언에 절망하는 동시에 반장의 폭발을 기다리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여러모로 운이 좋은 듯 싶다.
2교시의 시작 종소리가 반장으로부터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쳇, 내일은 확실히 가져와야 해, 안 그러면 수학 여행은 없는 줄 알라고!”
귀찮아라.. 어딜 가든지 저런 ‘반장’ 캐릭터는 꼭 한명씩 있더라..
...지긋지긋하다고, 저런 스타일..
“그래도 좋지 않냐.. 저런 캐릭터… 하하.. 나름 취향 탄다고, 저런 캐릭터도…”
여전히 책상 위에 뻗어있는 우리의 니츠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냐, 이 녀석..
“가지고 오라고 한 스케치북은 모두 가져왔으리라 믿는다.
오늘은 상상화를 그려보도록 하자.
각자 자신의 상상력을 이용하여 멋진 그림을 그려보도록 해.
아무거나 그려도 좋아.”
상상화라..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 아무거나 그리면 되는걸까..
특별한 주제를 받아 그리는 것보다는 역시 자유롭게 그리는 편이 더 좋지.
뭐, 무엇을 그릴까.. 하고 고민하는, 그런 고 난이도의 단계가 있다는 것만 제외하고.
“나는 어제 입양한 말티즈 강아지를 그려보겠어.”
니츠가 자신 있게 소리쳤다.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창피하니까 그런 말 하지마..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의 형편없는 그림실력은 니츠의 그림실력 조차 따라잡지 못하였기에 나에게 할 말이란 없었다.
음..뭘 그릴까..
10분 정도 고민을 해보았으나 전혀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냥 아무거나, 그려..” 고민하는 내게 니츠가 제안한다.
그래, 그냥 아무렇게나 손 가는대로 그려보자..
초반에는 아무런 느낌도 못 느꼈다.
허나 어느 정도 그렸을 때부터 나는 내 손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고 그 상태에서 5분 정도가 지났을 땐 그 초라했던 백지 위에 엄청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오, 슈이치. 너한테 이런 그림 실력이 있었어? 의외인걸? 장난 아니잖아?”
교실을 두리번거리던 미술 선생이 나의 ‘뭐야, 이건?!’ 이란 말에 갑자기 멈춰서며 나의 그림을 스-윽 한번 보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점점 완성되어가는 나의 그림을 가만히만 바라보던 선생이 갑자기 굉장한 탄 호성을 지르더니 나의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고져스! 슈이치군! 나는 너에게 이런 재능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어! 이 그림 속의 여인은.. 그림 속에 정말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야!!”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이건 내가 그린게 아니야..
나 자신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오른 손이 멋대로 그린 이 그림은,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듯한 고풍스러운 여인을 멋진 그림 체로 나타내고 있었다.
방과 후, 집으로 향하던 중 뭔가 아리송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 내가 그렸던 그 그림 속의 인물..
도대체 누굴까..
가만 생각해보니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사람이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알고 있던 것 같은데.. 도저히 기억해내지 못하겠어..
한동안 너무 깊이 생각해서 그런지.. 아니면 단순하게 걷다 지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의 몸은 ‘쉬는시간’을 원했다.
대략 근처 앉을 만한 장소를 찾아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가만히 앉아 뭐 특별히 할 것도 없다.. 하니,
그냥 한 쪽 손에 들고 있던 스케치북을 펼쳐 아까 미술 시간 때 선생의 칭찬을 배터지게 받게 만들었던 그림을 보기로 하였다.
그때 들려온 수수께끼의 목소리..
“호오, 나의 초상화를 그려준거야?”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 허나 낯익은 목소리다….
잠깐.. 이 목소리 설마..
‘앗…!’
순간 생각난 잠시나마 잊고 잇떤 기억덕분에,
대략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짐작한 상태로 서둘러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 인물이었다..
“드디어 만났군, 나의 노예여,”
삽화: INTOXICATION (Zzongs)
글 : †Ru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