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재호야! 여기!"
재욱은 재호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재호는 졸립지만 들뜬 마음에 주위를 한번 싹 둘러보았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게 눈에 띄었다.
"야, 이 사람들이 다 토너먼트 참가자들이냐?"
"응. 내가 너도 이미 참가시켜놨으니까 나중에 오천원 줘."
"알았어. 그런데 나 어제보다 실력 확 늘었다 ㅋㅋ"
"뭐야.....나 몰래 또 PC방 갔었냐?"
"아냐아냐..집에서........"
재호가 재욱이와 수근거리고 있을때 PC방 주인아저씨가 입에 손을 모으고 외쳤다.
"자 이제 대진표 작성합니다! 아직 참가 안한 분들 지금이 마지막 기회에요."
수염이 텁스름한 아저씨의 말에 망설이고 있던 중학생 두 명이 다가와 참가비를 지불했고, 이로서 참가자들의 수는 26명이 되었다.
"자, 다들 아시겠지만 3전 2승제로 진행됩니다. 28명이니까 32강부터 하죠. 여기서 배틀넷 아이디 비교해서 가장 승률좋은 분들 4명은 1라운드는 그냥 넘기기로 하고, 나머지는 제비뽑기로 대진표를 작정하는겁니다"
아저씨의 지시 아래에 참가자들은 배틀넷에 들어가 자기의 프로파일창을 활성화시켰다.
불행히도 재호는 아직 배틀넷 아이디가 없었기때문에 그냥 멀뚱멀뚱 서있었다.
"야 장재호, 너 아직 배틀넷 아이디도 없었냐?"
"뭐야, 넌 벌써 만들었었어?"
"응. 난 Cherry_Lucifer이야. 멋지냐?"
재욱이는 재호에게 자기의 프로파일을 보여주었다.
"오...10승 2패...꽤 잘하네"
"당연하지.......너도 어제 봤잖아"
그 순간 아저씨가 재욱이에게 다가왔다.
"음..승률은 높은데 막 새로 만든 아이디라서 안 돼"
"뭐에요????!"
재욱이는 발끈했지만 아저씨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 했다.
"자 그럼 제가 임의로 4명을 뽑겠습니다.."
아저씨는 어둠침침한 PC방에서도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의문의 아저씨,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삐쩍마른 남자, 그보다 약간 더 살이 찌고 인상이 좋아보이는 남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뽑았다
"뭐에요? 아저씨도 참가하는 거예요?"
"야, 내가 이래뵈도 아시아 서버에서 래더 49위다. 여기서 제일 높아"
"..."
토너먼트 주최자가 참가한다는 말에 황당해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주인 아저씨는 상관안하고 토너먼트 대진표를 작성해주었다.
"재욱아, 넌 저기 있는 저 중학생하고 붙네?"
"식은 죽 먹기겠네.. 그런데 넌 저기 저 아저씨하고인데?"
"잘 해보자"
재욱은 주특기인 2크립트 패스트 가고일 체제로 나가서 휴먼인 상대방의 빠른 확장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상대편은 허겁지겁 본진에 타워를 5개 세웠지만 업그레이드되는 동안 가고일들이 날아와 모두 파괴하자 gg를 선언했다.
그와 동시에 벌어지고 있던 재호의 게임은 좀 더 우위를 가르기가 어려워보였다. 재호는 오크를 상대로 다수의 곰와 드라이어드를 생산했지만 상대방의 블레이드마스터 + 샤도우헌터 조합에 자꾸 두번째 영웅인 판다가 잡혀버려서 영웅 레벨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재호야 힘내!"
재욱이는 옆에서 응원을 했지만 집중해있는 재호는 아무것도 들리지않았다. 몸의 모든 신경은 이미 워크래프트3라는 게임에 할당이 되있던 것이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상대방은 과감하게 테레나스 스탠드 맵의 앞마당 크립들을 사냥하고 확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상대방의 병력이 보이지않자 대충 확장을 짐작한 장재호는 위습으로 스카웃을 하며 자기는 드디어 데몬헌터와 판다 레벨을 3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확장이 50%쯤 완성되었을때 그걸 발견한 위습은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와 시야가 가려진 곳에 에이션트 오브 워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한편 병력을 끌어모아 인구수 65가 된 장재호는 곰 9마리와 드라이어드 다수를 이끌고 확장을 향해 달려갔다.
한편 윈드워크를 이용해 맵을 정찰하던 블레이드마스터는 재호의 움직임을 읽고는 서둘러 자기의 병력을 확장에 배치해놓았다. 이제 확장의 건설은 80% 완성..
장재호는 최소한의 시간을 활용해 대충 진영을 갖추고 그대로 확장을 향해 돌진했다. 상대방은 다수의 레이더로 일단 곰을 묶어두고 스피드스크롤을 사용한뒤 두 개의 코도 비스트를 앞으로 전진시켰다.
하지만 이걸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재호가 아니었다. 재호는 판다의 불술 콤보로 일단 전체공격을 한뒤에 드라이어들로 스피드 스크롤과 스피릿링크를 무효화시키고 코도를 집중사격했다.
결국 코도들은 곰을 집어삼켰다가 그대로 죽고 말았다.
한편 블레이드마스터는 윈드워크로 상대방의 뒤로 돌아가서 드라이어드를 한 기씩 끊기시작했다. 장재호는 스태프를 이용해서 곰 몇마리를 살려내고 막 건설이 완성된 에이션트 오브 워를 들어올려 싸움터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본진으로 텔레포트된 곰들은 다시 리쥬베네이션을 걸로 싸움터로 향해왔다. 이렇게 싸움이 진행되는동안 확장은 완성이 되었지만 일단 일꾼 5기가 금광에서 금을 채취하기전까지 재호가 꼭 불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블레이드마스터의 체력은 1/3으로 줄었지만 장재호의 데몬 헌터는 계속 되는 리쥬베네이션때문에 4/5 정도의 체력을 갖추고 있었다. 곰들의 마나는 이미 다 떨어졌지만 이미 오크의 병력조합은 패기가 역력했다.
드라이어드들때문에 하는 수 없이 상대방은 텔레포트를 했고 이 틈을 타서 장재호는 확장을 파괴했다. 이미 영웅레벨과 인구수에서 월등히 앞선 장재호는 힐링 스크롤 2개를 사서 영웅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그대로 본진으로 돌격해서 gg를 받아냈다. 30분에 걸친 대접전이었다.
장재호에게 졌던 아저씨는 웃으면서 장재호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너 생각보다 잘하는데? 배틀넷 아이디가 뭐니?"
"아직 없는데요?"
"뭐야?? ........."
아저씨는 좀 허무한듯 보였지만 웃음을 잃지않고 재밌었다는 말을 남기고 PC방을 떠났다.
이로써 16강에 진출하는 16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결정이 되었다. 노재욱, 장재호, 그 외 이름이 안밝혀진 14명의 사람들!!!